<한남정맥 7구간>
1.산행 개요
①.일시 : 2007년 5월 12일 (토요일)
②.구간 : 용인 수지 상현동 43번도로~신갈교차로(양고개)~구갈지구(아차지고개)
할미성~석성산~멱조고개~42번 도로
③.거리 및 소요시간 : 약 23km , 8시간 45분
④.날씨 : 처음엔 선선하니 산행하기 좋다가 / 비 오고,바람 불고,짙은 안개
저를 낮추며 가는 山
이 산줄기가 저 건너 북쪽 산줄기보다
나지막하게 나란히 내려간다.
허리 굽히고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봉우리 하나를 일군 다음
자꾸 저를 낮추며 간다.
그러다가 또 못봉을 일으켜 세우더니
무엇에 취한 듯 드러눕는 듯
금세 몸을 낮추어 부드럽게 이어간다.
머지 않아 이 산줄기 크높은 산을 만들어
더 나를 땀흘리게 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아 이런 산줄기가 크게 될 사람의
젊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하나 배운다.
저를 낮추며 가는 길이 길면 길수록
솟구치는 힘 더 많이 쌓여진다는 것을
먼발치로 보며
새삼 나도 고개 끄덕이며 간다.
- 백두대간 시인 이성부 -
2.산행 일정
비가 오는 것을 뻔히 보고도 산행에 나서려니 여~엉 신이 안 난다.
오랫동안 같이 대간,정맥을 해오던 분들이 오늘 청계,광교 나들이에
나선다는데 거기 낑겨서 일찌감치 내려와 낙숫물 소리 들으며
광교산 훈제갈비나 뜯고 싶다.
그래도 예정된 일정은 어쩔 수가 없고 이 구간은 신도시 개발로 마루금이
완전히 없어진 곳이 많아 혼자 고생하느니 단체로 묻어가는게 낫다.
우중 산행 장비를 이리저리 챙기다 보니 짐만 늘어난 배낭을 들고
수지 상현동에 도착.
마침 비는 그치고 고맙게도 마중 나오신 ‘봄내음님’과 ‘뫼사랑님’을 만나
도너츠와 커피,식혜로 빈속을 채워 넣고 출발을 한다.
나와바리에 들어오면 기꺼운 마음으로 환대를 해주시는 연가의 문화가
참 정겹다.
09:35 (출발)
예상은 했지만 초장부터 ‘아파트 정맥길’의 연속....
APT 사잇길만 30분을 돌았다.
풍산APT -> 심곡초등학교 -> I'Park APT 옆 지하보도 -> 현대성우APT
-> I'Park Fitness앞 횡단보도 -> 만현마을 APT 5단지 앞길-> 상현초등학교
갈림길에서 우회전 -> 상현초등학교 정문 맞은편 산길로 진입 (10:05).
산길로 진입하면 나무계단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약간 놀랄 정도로 제법
울창한 나무들이 들어차 있다.
10:15 (소실봉 정상)
인근 APT 높이만한 정상의 아담한 공터 한가운데 삼각점이 있고
공터 주변에는 운동기구가 놓여있다.
갈림길에서 우측 내림길로 진행.
풍수지리에 관한 글을 보면 이 88m짜리 ‘소실봉’이 백운산,광교산의 정기를
모았다가 석성산쪽으로 밀어내는 일종의 ‘氣의 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산 규모에 비해 나무들이 크고 숲이 울창하다.
10:24 (꽃누리님 합류)
제2 소실봉을 지나 우측 아래로 LG자이 아파트와 수자원공사(정수장)가
보이는 곳에서 소현중고교쪽으로 내려서면서 ‘꽃누리님’을 만났다.
‘사유지이므로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붙은 학교 옆 밭을 지나
소현중학교 안으로 들어서서 뒷산 절개지 위로 올라붙는다.
절개지 위에는 철책이 처져 있어 좌측 운동장 끝부분 또는 우측의
소현고교 밖에서 철책을 돌아가야 하나 마침 절개지 상단부 철책에
리본이 하나 달랑거려 올라가 보았더니 그야말로 ‘개구멍’이 하나 있다.
개구멍을 지나 철책따라 우측으로 좀 더 가면 여러 기의 가족묘와 수자원공사의
파란 지붕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밭으로 이어지는 좌측 묘 아래 길로 내려선다.
‘咸陽 朴氏 遷墓之誌’ 라는 우람한 비석이 있는 이 가족묘지는 바로 뒤
학교의 고삐리들 흡연장소로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10:48 (수자원 공사 망루앞에서 90° 좌회전 / 알바 주의!!)
수자원 공사 철책을 따라 동글동글하니 스님머리처럼 새로 단장한 좌측의
묘 옆을 지나고 나면 이중 철책 안쪽에 “망루”가 서있는데 정맥길은 망루
바로 앞에서 왼편으로 꺽어져 내려간다..
자칫하면 철책따라 난 직진 길을 계속 따라가게 되니 주의 요망!
내려서면 콘크리트 도로에 닿는데 이곳은 상현동(右)과 삼막골(左)를
잇는 ‘길매재’이다.
걷기 좋고 넓은 숲속길이 계속 이어지다 진초록의 울창한 초목들 속에
어울리지 않는 폐막사와 지하 벙커 시설물을 지나게 된다.
11:10 (한진교통 건물 뒤편 길 진입)
넓은 숲길이 급하게 좌로 꺽이고 우측에는 커다랗게 조성된 묘지가 있는
지점에서 넓은 숲길을 버리고 우측 묘지 앞의 밭을 가로질러 공사중인
배수로를 타고 도로로 내려선다.
도로를 건너 한진교통 뒤편 둔덕의 넓은 길을 따라 가면 ‘초록원’이라는
木간판을 지나 좌측 도로로 다시 내려서게 된다.
(원래 직진해야할 마루금에는 무슨 공장 건물 정문이 가로막고 있으며
그 뒤는 경부고속도로이므로 지하통로를 이용하기 위해 우회하는 것임)
11:24 (경부고속도로 지하통로)
군부대 담을 따라 고속도로쪽으로 내려오면 차 한 대 딱 통과할만한
좁고 낮은 지하통로가 있고 이를 통해 고속도로를 넘고 나면 우측에
포장된 공터가 있다.
원래는 이 포장된 공터의 끝 부분에서 다시 산길로 진입해야 하는데
진입로를 공군부대 철문이 가로 막고 있어 우측 고속도로옆에서 부대
철책을 따라 좀 더 내려간다.
11:30 (경기도 빌보드 아래 묘지 앞에서 잠시 휴식)
길가 군용 삼각점(CP-12)이 매설된 곳 옆에 잘 정리된 무덤이
여러 기 있고 바로 옆에는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엽니다’라고
적힌 빌보드가 높이 서 있다.
이곳에서 막걸리와 뫼사랑님이 주신 식혜를 마시며 10여분간 쉬는데
산시님이 묘지마다 술을 조금씩 부어드리고 오신다.
묘지 뒤 철책에 리본이 붙어있는 곳에서 산길로 들어가 걷다보니 좌측에
커다란 건물들이 보이는데 건물벽에 “GWDC”라 적혀있다.
GWDC... 여성개발원인가 보다.
11:52 (오리굽는 화로 식당 뒤편 / 양고개 직전)
약한 오르막 후에 내려서면서 길이 좌측으로 휘어지는 순간, 길도 없어
보이는데 선두가 그냥 우측 가까이 보이는 건물쪽으로 내려서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리본이 한두개 붙어 있고 ‘오리굽는 화로식당’ 뒷마당
이며 우측 바로 옆에는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간다.
담배피러 나왔던 식당 종업원이 눈이 동그레지면서 쳐다보는 사이
식당앞 GS칼텍스 주유소 옆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넌 후, 다시 우측의
영동고속도로 지하통로를 통과.
좌측에는 주공APT가 있고 앞쪽 도로 위 고개가 ‘양고개’이다.
이 ‘양고개’ 또한 풍수지리에서는 소실봉에서 밀어내는 ‘氣의 파이프’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단히 氣의 흐름이 센 곳으로 보고 있는데
그 곳에 지금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중 가장 복잡한 신갈 I.C가 자리잡고
있다.
아까 한진교통부터 이곳까지 빙빙 돌아왔는데 사실 정맥 마루금은
신갈 인터체인지 한 가운데를 그대로 관통해서 이 양고개를 넘게
되는 것이다.
정확히는 양고개까지 올라가야하지만 APT 담치기를 해야 하므로
그보다는 지하통로 바로 옆의 APT 축대를 기어 오르는 것이 더 낫다.
APT 뒤 산책로를 따라 가는데 가로등,정자등 단지내 산책로 시설이
장난이 아니다.
언남초등학교 뒤를 지나 푸르지오 APT 뒤쪽으로 진행.
푸르지오 APT부터는 ‘호사스런 정맥길’을 떠나 ‘형극의 정맥길’로
들어선다.
12:15 (알바)
푸르지오에서는 APT 안쪽으로 들어왔어야 했는데 그대로 뒤편 산길로
가다보니 솔잎과 잔가지에 이리저리 찔리며 길은 점점 더 희미해진다.
다시 되돌아가다 중간에 APT 담장을 넘는데 약간 고공 공포증이
있는지라 영 자세가 안 나오고 꽃누리님 앞에서 스타일 구겨버렸다.
푸르지오 604동 앞 -> APT 정문 -> 횡단보도 건너 -> 녹원마을
새천년그린빌 APT로 들어선다.
그린빌 506동 -> 509동 뒷산으로 진입.
뒷산 올라가는 산책로가 나무데크로 되어 있는데 주민운동시설등이
수준급이다.
12:40 (그린빌 뒷산 갈림길에서 좌측 약수터 방향)
산책로 시설물 뒤에서 길이 T자로 갈리는데 좌측 510동과 511동
사잇길로 가면 바로 약수터가 나온다.
13:15 (점심식사후 출발)
수도꼭지에서 펑펑 쏟아지는 약수터 옆 정자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
초원마을 APT 뒷길을 따라 진행하는데 우측 옆은 수원 C.C이다.
원래의 정맥 마루금은 좀 전 T자 갈림길에서 그대로 수원 C.C 안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골프장 때문에 좌측으로 크게 우회중이다.
13:34 (골프장 옆 피뢰침봉)
이곳에서는 골프장과 우회해 온 능선이 한눈에 다 보인다.
불현듯 APT 단지 사이에 있는 저 골프장의 회원들에게 회원권 값
다 물어주고 APT를 지어서 분양해도 크게 남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강남대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웅장한 가족 묘지군이 정면을 가로 막는
좌우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진행.
한눈에 보아도 돈 꽤나 있어 보임직한 가족묘지군은 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대략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가만 보니 그 일대의
몇몇 가족 묘지가 모두 “金寧 김씨” 집안 묘이다.
DJ가 용인에 선친묘를 쓰고 나서 대통령 되었다더니 이거인가 싶어
관심있게 이리저리 보는 사이 다른 분들은 훌쩍 가버려 따라가느라
애를 먹었다.
(나중에 보니 DJ는 김해 김씨, YS가 금녕 김씨더군요)
가족묘를 지나 내리막길에서 다시 헷갈리기 쉬운 좌우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이 능선길이다.
더 내려가면 작은 임도가 있는 고개를 지나게 되고, 경사 길을 올라가면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13:54 (철망앞 갈림길 / 알바주의!!)
봉우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약간만 내려서면 바로 철망이 앞을 막으며
길이 좌우로 또 갈리는데 이곳에서 좌측이 “아차지 고개” 방향이다.
아까 금녕 김씨 가족묘에서부터 계속 갈림길이 나오는데 계속 좌측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14:00 (아차지 고개 도착)
우측으로 철망을 끼고 계속 가다보면 2차선 도로가 있는 ‘아차지 고개’에
이르는데 우측 아래 길가는 ‘어정가구’단지이다.
14:00 (전원주택 단지)
고개 넘어 숲속을 지나면 정면에 전원주택들이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양옥에 팔작 지붕을 얹었다.
선답자 산행기를 보며 앞서 가던 산시님께서 “개가 짖어야 되는데..”했더니
바로 개가 짖기 시작한다. 그것도 스테레오로...
파란 지붕 집앞의 ‘칼날같은 좁은 마루금’ (안산님이 들고 온 산행기의 표현..
사실은 돌로 쌓은 이 집 담길임) 을 지나 다시 산속으로 진입.
14:13 (길가의 깨진 삼각점)
좌측에 엘리시아 APT 102동과 103동을 두고 철책을 따라 가는데
느닷없이 길가에 깨진 삼각점이 박혀있다. 이곳이 182.4m 봉우리란다.
간벌지대와 임야소유주의 출입금지 경고판이 붙은 약간 산불 흔적이
남아있는 지역을 통과. 바로 옆으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간다.
14:22 (용인 동백지구 입구 교차로 지점 / 길찾기 조심!! 차량 조심!!)
산길에서 나오니 영동고속도로와 함께 동백지구 진입로에 대규모 도로교차
시설을 만드느라 도로가 얽히고 설켜 있어 방향 구분이 안갈 정도로
정신이 없다.
일단, 내려선 곳 좌측의 고속도로 밑 지하 차도를 통과한 후 -> 우측의
고속도로 밑 교차로 지점으로 길 따라 조심조심 이동 -> 약간 올라가는
왼쪽 도로로 조금 이동후... 걍 무단횡단(진짜 조심. 차 무지 많음) ->
좌측 주공 휴먼시아 APT 공사현장 절개지 위로 올라감 (급경사 조심).
14:33 (휴먼시아 절개지 상단부)
일단 이곳에 올라오면 얽히고 설킨 교차로 지역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루금의 흐름이 대략 보인다.
일단 이곳 ‘휴먼시아 APT 절개지’를 목표로 온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절개지 위에서는 높이 솟은 석성산이 이제 잘 보이는데 한참 조망을
즐기고 난 후 뒤돌아서니 난데없이 산위에 끊겨진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나 있다.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 88CC와 향린동산 올라가는 도로와 만나서
도로를 따라 좌측 산쪽으로 진행.
14:48 (향린동산 서문 경비실 입구)
30만평에 150가구만 산다는 부르주아 전원주택 단지라 그런지 주민은
개미새끼 한 마리 안보이고 골프장 오가는 차량만 간간히 눈에 띈다.
10여년 전 어찌저찌하다 저 동네를 한번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 받은
문화적 충격은 대단했다. 세상에 이런 골 때리는 동네가 다 있네...
후텁지근한 날씨에 땡볕아래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려니 영 죽을 맛이다.
20여분 걷는 길이 왜 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14:55 (도로 우측 철문 뒤 진입)
세콤 표지판이 있는 도로 차단문 뒤로 들어가 시멘트길 따라 진행.
이 길은 향린동산 외곽도로이다.
15:00 (향린동산 순환로 정상부)
길가에 수도꼭지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15분 정도
쉬었다.
이곳 정상부는 북쪽으로 88CC (향수산) 너머 법화산,불곡산,남한산성,
은고개,용마산,검단산,바깥창모루까지 이어져 송파,강남,하남의 외곽선을
이루는 “검단지맥”의 분기점이다.
주위 산들이 구름에 싸여 있는데 아무래도 비가 내릴 것 같아
진행을 빨리 서둘러야하겠다. (휴식후 15:15 출발)
15:41 (알바후 정맥 마루금으로 복귀)
도란도란 재미있는 얘기들을 나누며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우측 갈림길 도로가 나오며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남동쪽을 가리켜야 할 나침반이 서쪽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
애시당초 정상부에서 이제는 시멘트 길을 버리고 능선 산길을 타고
갔어야 했는데 조금만 더 가다 좌측 산으로 붙지 뭐... 하며
재미있게 이런 저런 얘기하는 사이 너무 많이 내려온 것이다.
Back. 다시 돌아서 올라가다 무조건 산으로 붙어서 주능선 쪽으로
올라서니 정상부 능선 산길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
방향을 제대로 잡고 할미성쪽으로 진행.
아까 쉬면서 지난 주 팀보다 1시간정도 빠른 것 같다며 좋아했는데
입 방정을 떨어서 그랬는지 약 20여분 정도 알바를 한 것 같다.
15:50 (할미산성 / 정상 349m)
삼거리 갈림길에서 올라서면 정상부가 돌로 둘러쳐진 할미산성 정상이다.
알바를 안했더라면 향린동산 정상의 휴식지점에서 이곳은 불과
15분 정도의 거리.
할미산성은 최근 2,3년전 발굴 조사되었는데 신라의 한강유역 진출시기인
6~7세기에 조성된 진흥왕 유적지로 알려지면서 고고학자들의 관심을
받는 곳이다.
이 산성은 ‘테뫼식 산성’인데 이는 산 정상부를 머리에 수건 두르듯
둘러친 산성으로 규모가 작고 단순한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으며
우리나라에 몇 개밖에 없다.
마고할머니가 치마로 돌을 날라서 하룻밤 사이에 쌓았다 해서
할미성이라 한다니 이는 아마도 작은 규모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아님 말고...
그렇다면 북한산에서 보는 산성은 무어라 할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성은 ‘포곡식 산성’이며 이는 계곡을 둘러싼 산성,
즉 계곡 주위의 산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은 것이다.
당연히 규모도 크고 복잡한 구조에 견고하게 짓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테뫼식 산성인 할미산성이 있는 곳은
‘용인시 포곡면 마성리’이다. ^^
비교적 급경사의 하산길을 내려오는데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진다.
급하게 판초를 꺼내 입고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는데
바람마저 많이 불어 순식간에 몸이 젖는다.
16:10 (작고개)
마성 I.C 요금소 입구이자 터키군 참전 기념탑이 있는 이 곳은 8차선
대로가 있는 고속도로의 일부이다.
이 고개는 ‘잣고개’라고도 불린다는데 인근에 ‘백현(栢峴)’이란 지명이
있는 것으로 봐선 일견 통하는 얘기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 ‘돌을 쌓아 올린 담’을 ‘잣’이라고 한다는데 이것은 할미성을
일컫는 말이고 여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積’의 변음 아닐까?)
이 고개 건너편 산길 입구에는 ‘마가실 서낭’ 이라는 무속인들이
세운 작은 비석이 놓여져 있으며 지금도 매년 기능 세습무들에 의해
대동굿을 하고 있단다.
어쨌든, 넓은 도로를 무단횡단하여 터키군 참전기념탑 앞을 지나
산길로 들어서서 오늘 구간중 가장 높은 석성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16:30 (삼거리 갈림길)
경사가 좀 심한 오름길에다 단단한 육산길이라 미끄럽기 짝이 없다.
우측으로 동백리가는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한차례 휴식후 다시 출발.
16:40 (전망바위)
올라갈수록 비는 더 퍼붓고 전망바위임은 틀림없는데 보이는 것은
온통 구름뿐이다.
16:50 (석성산 정상 / 471m)
날만 좋았으면 참 전망이 좋았을 곳인데 너무 아깝다.
정상은 운동시설과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는 암봉이다.
석성산은 봉수 전달지로서 중요한 곳인데 북악산,관악산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으며 정조대왕의 화성 행궁시 내지(육지)정보가 모두 이 석성산
봉수대를 통해 화성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지금도 화성(수원성)에 가면 5개의 거대한 봉돈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봉화 시스템은 상당히 과학적이었다 한다.
60년대 TV가 처음 도입되면서 전파 중계용 송신탑 체계를 일본
기술진에게 의뢰했더니 봉수 전달 체계가 그려진 조선시대 고지도를
가져왔다는 일화도 있다.
석성산 오름길에서부터 휴대전화가 계속 울려대는데 비가 쏟아지니
받을 수가 없다가 전망 데크 밑에서 통화를 시도하는데 잘 안 터진다.
중요한 봉수대라더니 전파는 열라 안 터지는구만...
안 받아도 필시 광교산 훈제갈비 먹으러 오라는 전화일 것이다.
17:10 (통화사 갈림길)
빗속에 10여분 머물다 하산하는데 석성산 유래 표지판과 도롱뇽이
산다는 샘이 있는 넓은 공터를 지나 내려간다.
통화사,백령사 갈림길에서 우측 시멘트 길을 따라 진행.
17:23 (문화복지행정타운 방향 등산로 진입 / 알바주의!!)
시멘트 임도를 따라가다 우측에서 내려오는 시멘트 차도와 만나는 곳에
좌측으로 작은 등산로가 나있으며 “문화복지행정타운”이라는 이정표가
있는데 정맥길은 이리로 진행해야 한다.
(길 좋은 ‘동백지구’ 방향으로 가지 말 것)
저 문화행정타운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보다도 더 크고 호화스러워
말이 많았던 용인시 청사인가 보다.
전국 자치단체 청사중 최대 규모이고 외국 지자체에서도 견학올 정도라니
신도시 개발의 최대 수혜자는 “용인시”인 것 같다.
등산로는 바로 넓어지며 산길로 리본이 붙어 있으나 다시 이 길로 나오게
되어 계속 진행을 하는데 뒤에서 안산님이 ‘송전탑이 나와야하는데...’
하며 걱정을 하신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길 바로 옆에서 거대한 송전탑이 안개속에서
위용을 드러낸다.... 딱 맞네. ^^
17:40 (324봉에서 우측으로 확 꺽이며 급경사 내리막 길)
벤치에서 잠깐 다리 쉼을 한 후 급경사 길을 지나니 우리 종씨인
동래 정씨 가족묘가 있다.
한남정맥길에서 처음 보는 종씨인지라 얼른 기념촬영 후 출발.
18:00 (멱조고개)
6차선 대로의 3거리인데 절개지 규모가 크다.
“할아버지를 찾아 넘던 고개”의 전설이 있는 이 “멱조(覓祖)고개”는 일명
“메주고개”로도 불리는데 위(서울쪽)로는 좀 전에 지나온 “아차지 고개”를
넘어 “판교”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안성을 거쳐 “문경새재”로 넘어간다.
지금은 이렇게나 넓어진 이 길이 예전에는 서울 남대문에서 부산 동래까지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국도인 “영남대로”인 것이다.
이 “영남대로”는 옛 선비들의 과것길이었고, 장사꾼들이 오가는 상업로였으며
임진왜란 때 왜군이 쳐들어온 바로 그 길이었다.
절개지 철계단으로 내려가서 횡단보도를 건너 다시 건너편 철계단을 오르는데
비가 워낙 쏟아지니 아무 생각없다.
빨리 가서 오늘 산행 쫑치고 싶은 생각뿐이다.
18:20 (42번 도로 / 산행 끝)
이제 마지막 남은 야산.
길은 평이하나 시간도 늦고 비가 와서 산속은 이미 컴컴해져 있다.
‘날 새는 산행’은 숱하게 해 왔지만 ‘날 지는 산행’은 거의 안 해본지라
어두워질수록 맘이 조급해진다.
산속 길을 벗어 났는가 했는데 앞에 커다란 절개지가 나온다.
절개지 좌측의 오일뱅크 주유소 옆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워낙 급경사인데다 비에 젖어 아주 미끄럽고 더구나 나는 안경속으로
빗물이 고여 앞이 어른거려 위험하기 짝이 없다.
벌벌떨며 간신히 내려서고 나니 일행의 몰골들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오늘 산행은 끝!!
3.에필로그
8시간 45분정도 걸린 산행이었는데 사실 이 구간은 한남정맥 전체 중에서
가장 난해한 구간이지 않을까 싶다.
용인시 수지,죽전,구갈,동백지구등 신도시 지역을 오가고, 골프장 2개를 우회
하며, 고속도로를 4번이나 넘나드는데다 한남정맥에서는 꽤나 높은 축에 드는
471m짜리 석성산까지 버티고 있는 구간이다.
마루금의 상당 부분을 우회하거나 아니면 뭉개져버려 이제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곳을 지나온 것이다.
게다가 폭우까지 쏟아져 온몸이 홀딱 다 젖는 쌩고생까지...
그런 구간을 큰 알바 없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결한 것이 참 다행이다.
이제 남은 3구간은 야트막해도 산길로 이어가는 구간.
역시 산은 산 다워야 산이다. -끝-.
첫댓글 ㅎㅎ 쫄딱 비 맞고 하신 산행 사진으로 보니 더욱 실감납니다.
안산님과 둘이 맨뒤에서 일행들 따라가며 사진 잘 찍어 달라고 부탁드렸었지요.. 같이 다녔더니 글이랑 그림이 짝짝 맞아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