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8월 10일 일요일, 맑음, 약간 비.
아침 6시에 숙소 밑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인데 벽에 음식 그림과 가격이 붙어있어 말없이 주문할 수 있어서 좋다. 어제 저녁도 이곳에서 먹었고 마침도, 별일 없으면 저녁에도, 여기를 떠나기 전 까지는 계속 먹을 것 같다. 가정 같이 편한 곳이다. 죽과 만두, 쌀국수를 먹었다. 여기서 아침을 먹은 후 곧장 구채구를 구경하기 위해 출발한다. 날이 이제 막 밝으려하는데 벌써 사람들이 몰려간다. 아침을 먹고 우리도 인파속에 합류해 함께 걸어간다. 구채구는 깊은 숲과 히말라야의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의 색채가 아름다운 곳이다.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와 같은 곳이다. 깊은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고, 호수 바닥에 쓰러진 나무 옆에는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구채구는 사천성 북부, 민산산맥 기슭에 있는 전체 길이가 30km 길이의 계곡이다. 4개의 강, 100개가 넘는 호수와 늪, 17개의 폭포, 수십 개의 샘이 있다. 티베트족 마을이 9개가 있는 것에서 구채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는 그 아름다운 경관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채구의 풍경은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의 지각변동과 빙하에 의해 생겨난 석회질 카르스트지형에 히말라야 산맥에서 녹아내린 눈이 흘러들어와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다를 비롯해 희귀동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일반차령은 들어갈 수 없으며 관광객은 전용버스를 이용하도록 정해져있다. 구채구는 성도에서 약460km 떨어져 있는 사천성 창족, 장족 자치구의 구채구 현 내에 위치해 있다. 주요 풍경구는 Y자 모양을 띄고 있다. 크게는 수정, 일칙, 즉사 세 개의 골짜기로 구성된다. 구채구를 말해주는 5경은 단품으로 물든 산, 겨울 설산, 폭포, 호수, 티베트 주거지 풍경, 이렇게 다섯 가지를 말한다. 초봄과 가을이 여행 적기로 손꼽히는데 특히 가을은 높은 하늘과 청명한 날씨, 불타는 단풍, 설산 등 다채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계곡 속에 중국의 소수민족인 티베트 장족 마을이 있다. 이들에게 대대손손 내려오는 설화가 있다. 사악한 뱀을 물리친 장족 청년 9명이 천신의 딸 9명과 결혼하면서 9개의 마을을 만들었다고 한다. 순수함을 간직한 장족은 108개의 구채구 호수를 비취바다라 부르며 바다에 견주고 있다. 화화해, 판다해, 경해, 장해 등 각각 호수 이름을 바다로 붙여 불리고 있다. 구채구는 수백 년 동안 침묵 속에 있었던 선경을 1970년대 몇 명의 벌목공들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이후 1978년 정부의 엄격한 보호를 받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1990년에는 중국의 40대 주요 명소에 들어간다. 황산을 보고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면 다른 물은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비취처럼 영롱하고 명랑한 색을 띈 구채구의 물을 만나러 가보자. 사람들의 흐름 속을 걸어가는데 차도에는 차들도 느리게 이동하며 함께 간다. 경찰이 안내를 해도 복잡하다. 드디어 입구에 도착했다. 생각 밖으로 입장표를 사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미리 하루 전날 예매를 해 놓거나, 단체 팀은 가이드가 혼자서 사기도 한다. 다행이다. 그러나 사람은 엄청 많다. 표를 체크하고 들어서니 줄을 선다. 어디부터 먼저가나 선택의 여지가 없이 흘러가는 대로 밀려간다. 왼쪽에서 타면 일측구로 올라가고, 오른쪽에서 타면 측사와구로 올라간다. 우리는 그냥 밀려서 왼쪽에 서게 되었다. 전용버스도 밀려서 올라간다. 전용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관람하도록 되어있다. 우리가 탄 전용버스는 일측구 꼭대기에 있는 원시 삼림이 있는 곳까지 가서 모두 내려놓는다. 털옷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해발 2930m, 주변은 전나무, 가문비나무 위주로 펼쳐지고 그 나무아래 관목 숲이 펼쳐진다. 공기가 맑고 숲이 좋아 삼림욕장으로 알려져 있다. 숲으로는 나무 데크(dock 나무판자길) 길이 잘 펼쳐져 있다. 침엽수림 뒤편으로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회색빛 거친 산이 버티고 있다. 꼭 설산 같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태초 그대로의 모습이란다. 숲속을 걷다보니 별로 볼 것이 없다.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흰 바위에 ‘검암’이라고 씌어있다. 건너보이는 바위산이 검처럼 뾰족하다 해서 붙여졌단다. 일명 칼바위다. 내려가는 버스를 타고 첫 정류장에서 내렸다. 천아해다. 수초가 깔려있는 천아해는 가끔 백조들이 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약 1km를 걸어가면 전죽해 라고 씌어있다. 천아해는 물이 맑고 아름답다. 수초와 함께 흐르는 물이 예쁘다. 다양한 수생식물 군락지를 보게 된다. 사람도 많아 그냥 밀려간다. 전죽해를 향해 걸어간다. 사람들의 긴 줄이 호수에 비쳐 더욱 아름답다. 물 색깔이 초록이다. 환상적인 색깔이다. 에메랄드 보석 같다. 대나무 화살 호수, 대나무 화살을 닮았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물속에 잠긴, 죽은 나무 위에 자리 잡고 자라는 풀과 나무들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전죽해 폭포로 간다. 잠시 후에 물소리가 들린다. 옆으로 긴 폭포가 정감이 간다. 야다케 바다 폭포라고 이름 붙어있다. 한.일 짬뽕이다. 해발 2618m, 폭포 폭이 150m, 높이는 7m 정도다. 제방이 무너져 형성된 폭포다. 두 부분으로 갈라진다. 모양이 형과 여동생이란다. 힘은 들지만 아내와 함께 걸어보는 것도 참 좋다. 나중에 아내와 이런 곳도 걸었다는 추억을 또 하나 간직하게 되었다. 가슴 뿌듯해진다. 워낙 사람이 많아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도 어렵다. 폭포 밑에서 유유히 놀고 있는 오리가 우리를 보면서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웅묘해를 본다. 해발 2587m, 영어로는 Panda Lake다. 한글로는 판다 바다다. 이곳에는 판다가 물을 마시러 가끔 내려온단다. 웅묘해는 석회암이 용식되어 함몰된 곳이 호수가 된 것으로 겨울에 수면이 얼면 물속의 탄산칼슘이 얼지 않아 그 모양이 마치 판다가 잠자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구채구 장족의 전설이 많은데, 남성신 타가는 여성신 써모를 사모하여 거울을 선물했다. 그 거울을 보며 즐거워하던 여신이 실수로 이곳에 떨어뜨려 깨진 조각들이 호수와 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규모도 큰 호수다. 잔잔하다. 물 색깔이 청색 비스름하다. 초록도 있고 청색도 있고 하늘색도 있다. 물고기도 유유히 놀다가 빵조각이 떨어지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난다. 전통복장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는 아가씨들이 있다. 아내도 함께 끼어 사진을 찍는다. 아내는 아직도 늙지 않은 것 같다. 화려한 의상과 젊은 아가씨들 사이에 껴도 예쁘다. 웅묘해 폭포는 높이가 78m이고 폭이 150m. 웅묘해에서 흐르는 것으로 구채구 폭포 중에서 가장 낙차가 크다고 한다. 웅묘해에서 흘러내린 일곱 갈래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점심을 먹기로 했다. 넓은 데크 그늘에 앉아서 빵과 복숭아, 사과를 먹는다. 딱히 점심을 사 먹을 곳도, 장소도 없다. 기회 되는대로, 장소가 허락하는 곳에, 밀려가는 인파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 그냥 앉으면 된다. 그 다음 만나 곳이 오화해다. 오화해는 공작새의 수컷을 닮은 호수다. 해발 2472m, 평균 수심이 8m란다. 물 색깔이 황색, 녹색, 청색, 남색 등으로 찬란하다. 오화해 끝 부분 공작새의 꼬리에 해당하는 곳에 공작하도라는 다리가 놓여있다. 다리 아래 물속에는 고산 산천어, 비늘이 없는 나체어라고 불리는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다. 오화해 바로 아래에는 수심이 103m로 구채구에서 가장 깊은 금령해가 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도 있다. 호수속의 칼슘, 마그네슘, 동이온 등 많은 광물질과 수조류, 이끼 등이 있어 다양한 색체를 나타내고 있으며 그 아름다운 색체가 공작새를 방불케 한다고 해서 일명 공작호수라고 한다. 구채구 풍경구의 수많은 호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표 호수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오전의 모습이 최고란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환상적이다. 오화해의 호수 속에는 물에 잠긴 나무들이 보인다. 칼슘, 마그네슘 등 음이온이 발생하여 나무는 썩지 않고 긴 세월동안 자리를 잡고 있다. 중국의 의뢰로 일본 NHK가 구채구 물 색깔을 밝혔는데, 호수의 물속 지하로부터 솟아오르는 미네랄 성분이 함유되어 있단다. 그래서 물속에 잠긴 나무들이 썩지 않고 있는 것도 미네랄 성분과 석회성분이 나무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 다음 만난 것이 진주탄 폭포다. 이 폭포는 구채구 내 수많은 폭포가운데 유명한 3대 폭포 중 하나다. 폭포를 따라 떨어지는 물방울의 모양이 진주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폭이 310m가 넘는 폭포는 그야말로 거대한 커튼을 펼친 느낌이다. 영화 <서유기>의 촬영지이다. 해발 2450m에 있다. 손오공 차림을 한 장사꾼이 함께 사진을 찍는다. 높이는 평균 21m란다. 구채구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폭포를 가가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 이 폭포의 별명은 천연산소지대. 일반 장소보다 백배이상으로 산소가 풍부하단다. 산소가 풍부한 이유도 있겠지만 장쾌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가슴까지 후련하고 시원하다. 진주탄 폭포를 거쳐 경해하는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두 물길을 따라 걸어간다. 경해다. 경해는 해발 2390m. 가장 깊은 곳이 24m, 거울과 같이 물 위를 비춰준다고 거울 호수라 불린다. 어떤이는 이곳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경해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얻는다는 이야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바람이 없어 거울같단다. 대부분 단체 관광객들은 오지 않는 호수라 사람이 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