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NHK 특별방송(1월 26일 방영)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NHK 특별방송을 보고나서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스킬과 점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선수와 비교했을 때 월등한 차이가 나는 예술성과, 기술적 측면에서 모든 기술 구성요소에서 고르게 탁월한 기량을 보이는 김연아 선수의 피겨를 한마디로 표현하여 <토털 패키지>라고 부릅니다. 이 <토털 패키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깊은 엣지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빠른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엣지 컨트롤 기술이 탁월합니다.
엣지 컨트롤 기술을 통해 얼음을 타는 속도의 빠름과 느림을 제어하여 음악의 리듬을 정확히 탈 수 있도록 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엣지의 기울임과 턴을 따라 춤을 출 때 자유자재로 기울어지는 몸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 엣지 컨트롤 능력은 안무의 표현을 정확하고 유려하고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기초가 되기에, 스케이팅 스킬은 작품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케이팅 스킬의 중요성은 예술적 측면 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피겨스케이팅의 3가지 기본 요소인 스핀, 스텝, 점프를 잘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스핀의 경우, 발의 엣지(인엣지와 아웃엣지)를 바꾸어가면서 여러가지 어려운 몸의 자세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얼음 위에서 빠른 속도로 돌기 위해서는 엣지 컨트롤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스텝의 경우, 음악의 박자와 리듬, 음의 장단 고저에 따라 빠르고 느린 턴과 함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온 몸의 하중을 스케이트 날에 실어 엣지를 자유자재로 빠르게 바꿔가며 음악을 타야하기 때문에 엣지 컨트롤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이렇듯, 스핀과 스텝에서 엣지 컨트롤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점프에서도 스케이팅 스킬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토털 패키지로서 김연아 선수의 스핀이나 스텝이 모두 뛰어나지만,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점프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김연아 선수의 탁월한 점프 능력과 스케이팅 스킬이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요?
그 것은 김연아 선수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하여 점프를 뛰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령, 뜀틀에서 도움닫기를 위한 사전 주행을 하듯이, 김연아 선수는 점프 도약 전에 빠른 스피드로 활주하여 점프에 진입함으로써 점프의 비거리와 높이를 확보하는데, 비거리와 높이가 늘어날수록 회전수를 채울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점프를 뛰기 전의 활주 속도를 회전력으로 전환시키는 모멘텀이 바로 이륙 직전 토를 찍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점프 전 활주 속도를 높이는 것과 토를 찍는 것은 뜀틀에서 도움 닫기를 위한 사전 주행과 손목 및 팔, 다리, 발목 힘으로 뜀틀과 발판을 힘차게 박차고 올라가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김연아 선수가 플립이나 럿츠와 같은 토계열 점프를 뛸 때 점프로 진입하는 활주 속도는 어마어마하고, 토를 찍을 때 얼음이 튈 정도로 힘이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점프 직전에 속도를 줄이고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주춤하며 몸을 사리는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안전 본능 마저도 극복하고 몸을 던져서 점프를 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미리 빙판에서 몸을 돌리지 않고 순전히 공중에서 3회전의 회전력을 얻으려면 다리근육과 발목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한 남싱(남자싱글) 선수가 아닌 여싱(여자싱글) 선수의 경우엔 스피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김연아 선수가 정석으로 점프를 뛰려고 노력하다보니 스피드를 이용한 점프를 뛸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속도를 이용한 정석점프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저의 지난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김연아... 천년의 재능과 천년의 노력의 합작품!)
김연아 선수와 타 여싱 선수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스피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밴쿠버 이전에 일본의 선수 출신 피겨 전문가인 사노 미노루가 김연아를 이기기 위해서는 스피드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듯이, 스핀이나 스텝 뿐 아니라 점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스피드란 것을 일본을 비롯한 피겨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김연아 선수를 제외한 다른 여싱들이 김연아 선수와 같은 점프를 뛰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난 1월 26일 방영된 NHK 특방을 보면 일본이 얼마나 김연아 선수를 부러워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나는데요. 방송요약을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 요약:
몸이 성장하면서 자세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트리플 악셀 성공률도 해마다 떨어지게 되었고 다른 연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새롭게 목표로 한 것이 스피드를 타고 뛰어오르는 "새로운 트리플 악셀."
밴쿠버 올림픽 후에 사토 노부오 코치와 스케이팅의 기초를 반복해 훈련했고,
점프 진입 시의 도움닫기 스피드를 올려 몸의 축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체를 개조하는 데 매진했다...고 함.
17분 35초~
(아사다 마오의 스피드 문제를 돕기 위해) 츄쿄 대학의 유아사 가게모토 교수 등장. 15세 때의 영상에서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가볍게 날고 있었다. 도움닫기 속도 6.41m/s로 도약. 밴쿠버 때에는 6.43m/s.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체격은, 신장이 5cm 자랐고 체중도 5kg 늘었다. 같은 타이밍에 놓고 영상을 비교하면 (성장한 이후에 속도가) 늦어지는 게 보인다. 정말이다. 완전히 차이가 난다.
체격이 커진 것을 보완하려면 도움닫기 속도를 증가(해야 했다).
<중간생략> ....
빠른 속도에 견딜 수 있는 강한 체력을 만든다. 도움닫기 속도를 올리려고 (노력)해온 마오. 그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제는) 확실히 다르다. 빠르다. 6.54m/s. 밴쿠버 때보다 (속도가) 상승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트리플 악셀을 뛰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스피드가 부족한 가운데 도움닫기에 안간힘을 쓰며 아슬아슬하게 돌고 있었다면, 새로운 것(트리플 악셀)은 더 빨라진 도움닫기 속도로, 안정된 자세에서 여유를 가지고 다음 연기로 옮겨진다. 이것을 무기로 소치에 도전한다.
(출처: 원더키디님 블로그 http://blog.daum.net/2020wkid/7610)
아직 성장기를 지나지 않은 15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나, 혹은 주니어 시절 아사다는 몸집과 체형이 작기에 발목과 다리 힘으로만으로도 회전수 채우는 게 가능할 수 있지만, 성장기를 거쳐 체형과 몸집이 변한 이후에는 다리근육과 발목 힘만으론 회전수를 채우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에 스피드를 이용한 점프를 뛰어야 하는데, 그 걸 할 수 없으니 바닥에서 스케이트 날로 비비고 올라가는 사기성 점프를 뛰면서도 회전수를 다 못채우는 것이지요. NHK 특방에선 마치 아사다가 스피드를 끌어올려서 새로운 트악을 뛰는 것처럼 언플을 하고 있지만, 사실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것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었다면, 다른 선수들도 진작에 김연아 선수와 비슷한 점프 기량을 갖출 수 있었겠지요.
일본 최초의 피겨 스케이팅 월드 메달리스트인 피겨 해설자 사노 미노루
아사다가 스피드를 끌어올렸다는 NHK 방송은 전혀 신빙성이 없을 뿐더러 언플용 조작의 냄새를 풍깁니다. 가령, 15세 때에 비해 밴쿠버 때인 19세 때에는 스피드가 느려지고 점프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솔직히 말할 때는 CG가 아닌 실사를 그대로 가져다 비교한 반면에, 밴쿠버 때보다 현재의 트리플 악셀의 질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비교할 땐 실사 대신 CG를 만들어 비교합니다. 가져다 쓸 실사 영상이 있었다면 그 영상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겠지요. 사실이 아닌 희망사항을 마치 사실인양 조작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요.
그렇다면 스피드를 이용한 점프가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려주는 글이 있어 여기 옮겨봅니다.
(출처: 비꽃님 글, 우리가 연아양에 대해 잘 모르는 것들)
1. 연아양처럼 왜 다른 선수들은 빠르게 스케이트 못탐?
하아....제 조카뻘 되는 집안 아이가 현역 피겨 선수입니다.
(현재 국대는 아니고, 지역대표 정도 수준은 되네요.)
그 녀석이 해준 말이네요...그걸로 답을 대신할게요.
나 : 0 0 아, 넌 연아언니처럼 빠르게는 못타냐?
0 0 이: 연아언니처럼 속도를 낼수는 있는데요...제어를 못해요...;;
<중략>
근데 스케이트에 딱히 브레이크가 달린 것도 아니고요...
그 속도를 엣지를 써서 엣지 스킬 갖고 제어를 해야 하는데요....
가뜩이나 깊이 갈아서 약해진 엣지를 갖고...그걸 제어하라구요?
전 그만한 재주 없어요.... 아니, 연아언니 말고는 이 세상에 그런 재주 가진 사람 아무도 없어요...;;
연아언니 스케이팅 속도, 선수라면 다들 부러워 할거에요. 그 속도를 내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근데, 그걸 제어를 못하니까 그렇게 못타는 거에요...
쇼트나 스피드(스케이팅)하는 것도 아니고... 점프하러 가다가 제어 안돼서 벽에다 자폭할 거 다들 아니까요....;;
답은 스케이팅 스킬, 즉 엣지 컨트롤 기술이 김연아 선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점프를 뛰기 위해서는 엣지 컨트롤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엣지 컨트롤 기술을 습득하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그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엉덩방아를 찧어야했을까요? 딱딱하고 차가운 빙판에 몸을 던지다시피 날리는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요?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일은 절대로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이렇듯 피겨스케이팅의 3가지 기본 요소인 스핀, 스텝, 점프를 잘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는 스케이팅 스킬(엣지 컨트롤 능력)은 프로그램의 기술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을 모두 관장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김연아 선수의 스텝시퀀스나 트랜지션 안무를 보면 앓아누운 엣지라고 표현할만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엣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지요.
김연아 선수가 스케이팅 스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본에 충실한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는 점프 능력이나 스핀, 스텝 등에서 화려한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욕심이 앞서 스케이팅의 기본을 소홀히 하기 쉬운데, 김연아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이후에도 늘 기초적인 기술을 반복하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트레이시 윌슨(김연아 선수의 예전 코칭스텝 중 한 분)의 증언을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꼬마적부터 시작해 그렇게 십수년 동안 빙판에 몸을 던지면서 쌓아온 스케이팅 기술은 단시간에 습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우리는 소치에서 정석 점프의 여왕, 불과 얼음의 여왕 김연아를 통해 또 한 번 두 눈으로 생생히 보게 될 것입니다.
불의 여왕 연아...!
얼음의 여왕 연아...!
불과 얼음의 여왕 연아~!!!
**글에 사용된 점프와 스핀 스텝 플짤들을 만들어 올려주신 광부님, 그리고 마지막 움짤들을 만들어주신 SPY2님께 감사드립니다.
**추가 내용**
김연아 선수의 점프 장면을 그린 감동적인 영상이 어제 올라와서 관련 글들을 링크해드립니다.
SBS 스팟 광고 소치올림픽 김연아-석창우 편 SPOT.wmv
30년전 고압선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고 의수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석창우 화백님께서 김연아 선수의 점프 순간을 포착하여 빠른 시간에 수묵 크로키 기법으로 그려나가는 모습을 촬영한 25초짜리 김연아 선수 소치올림픽 응원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연아! 노란 복수초...석창우 화백이 그린 연아
김연아 선수의 탁월한 점프 뒤에 감춰진 그녀의 숨은 노력과 혹독한 훈련으로 인한 부상과 고통의 흔적을 통해, 한겨울 혹한의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노란 복수초처럼 불모의 링크에 기적 같이 피어난 연아 선수에 대한 감동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