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변 대 원
연변 조양재생의학 클리닉 병상에 누어 성체줄기 세포 시술을 받고 있다. 제대 후 원인모를 질병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병했다. 승용차를 운전하는데 가슴이 답답해진다. 눈앞에 있는 물체들이 가물거리며 희미해진다. 사타구니가 따끔거린다. 옆에 타고 있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나 왜 이러지......! 눈앞이 잘 안 보이고, 가슴이 답답하고, 사타구니가 따끔거리네......”
아내가 말했다.
“그럼 차를 길가에 정차한 후 진정되면 가기로 해요…….”
“ 응 알았어.…….”
안간 힘을 다해 차를 도로변으로 주차하려는데 눈앞의 물체들이 아른거린다. 가까스로 승용차를 도로변에 주차했다. 그이가 운전대를 잡은 채 오른쪽으로 쓸어졌다. 갑작스런 졸도에 놀라 남편을 흔들며 부른다.
“여보, 여보, 여보야.....!”
그는 흔드는 대로 흔들거리며 거친 숨만 내뱉었다. 엔진이 터질듯 윙윙거린다. 기어를 P에 놓고 졸도를 한 것이 다행이다. 2차선도로에 갑자기 주차하자 멈춰선 운전자들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댄다. 이웃상가로 뛰어 들어가 도움을 청했다. 행인들의 도움으로 남편을 운전석에서 꺼내져 뒷좌석으로 옮겨 태웠다. 서둘러 가까운 G대학병원응급실로 달렸다. 의료진의 응급처치로 심장이 돌아 왔다. 병원이 가까운데 있어서 생명을 건 질 수 있었다.
34년이 지나서 고엽제 후유증 판정을 받았다. 계속된 질병의 엄습으로 사경을 헤맸었다. 줄기세포를 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급성폐렴과 연이은 중풍으로 왼편 손과 발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끈질긴 권유가 있었다.
"여보 요즘 줄기세포 이야기가 TV에 방영되었지…….그 줄기세포 당신도 시술하자? 시술하면 당신 살 수 있는데……."
"줄기세포가 뭔데…….말 같지 않는 소릴 하구 있구먼!…….아직 연구단계야 확실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믿어, 그만두시라고."
아내의 집요한 설득을 저버릴 수 없어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연구소 직원을 불러 자세히 물어 보았다.
"성체줄기 세포에 대해 알려 주세요"
"예, 성체줄기 세포는 창조주께서 우리 몸속에 예비한 선물이지요, 성체줄기 세포는 미분화세포입니다. 파괴된 세포벽에 자력으로 착상해서 분화함으로 손상된 부분을 재생하는 기능을 가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세포를 채취하나요?"
"배꼽 아래서 5그램 정도 채취한 뒤 제일 실한 세포를 연구소에서 선택 배양하지요."
"세포를 채취하는데 아프지는 않은가요?"
"그렇게 아프지 않습니다. 링거 맞는 수준입니다."
들어보니 일단 안심이 된다. 성체줄기세포는 미분화세포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체정보로 신체내부의 손상된 부분을 찾아가 착상해서 분화 재생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지금도 고통스럽지만, 죽을 때까지 서서히 손상되어가는 부분들을 재생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갔다.
"세포의 가격은 얼마나 됩니까?"
"일억 세포에 이천이백만원인데요."
"만만치 않은 금액이군요? 아직 확실한 검증을 마치지 않았지요?……."
나의 질문을 받은 상담원이 머뭇거린다. 괜히 마음이 찜찜하다. 내가 이 일에 실험도구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죽어가는 것보다는 한 가닥 실오라기라도 잡는 것이 났겠다 싶었다. 거액을 들여 실험도구로 시술을 받는 것이 괜찮을 지지를 머뭇거리고 있었다. 선뜻 대답 못하는 나를 바라보며 아내가 말했다.
“여보! 당신이 우선이지 돈은 아무 것도 아녀…….”
“무슨 소리! 지금당장 무슨 돈이 있어서......!”
“여보 걱정하지 마 은행에 가면 얼마든지 있잖아?"
“당신 말 들어 보니 정말 그러네!…….허 허 허……."
나는 아내의 말을 듣고 만족감을 느꼈다. 아내가 나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함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해볼까?”
“하구 말구요? 지금 당장 계약합시다."
나는 상담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 거래를 터봅시다. 고엽제후유증 환자로서 처음으로 시술받는 것이니 실험도구로 생각해 가격을 절반으로 깎아 봅시다."
상담원은 곤란한 척 멈칫 하더니…….
"예 그렇게 해 보지요"하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가 회사로 연락을 취했다. 한참 후 연락이 왔다. 허락을 받은 것이다. 절반 가격으로 해줄 수 있으니 우선 두 번으로 나누어 오억만 셀을 맞기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돈을 준비하는 일이다. 시중 은행을 찾았다. 다행이 신용불량자는 아니지만 은행 문턱이 제법 높다. 무슨 서류들이 그렇게 많은지 어렵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연구소와 계약된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배꼽 밑 3센티 되는 부위에서 5그램 정도의 세포를 주사바늘로 채취했다. 세포 중에 실한 것들로 정선해서 1개월 동안 연구소에서 배양했다. 이것을 드라이 아니스 박스에 담아 이곳에 가지고 온 것이다.
3월 하순인데도 연변은 매일같이 눈이 내렸고 추웠다.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처음 밟아본 연변공항은 군용비행기장이다. 국교는 정상화되었지만 이념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라 기분이 좀 으스스하다. 무장한 전투기가 격납고에 있기도 하고 활주로를 활공하기도 한다. 훈련이 있는 모양이다. 항공기가 공중을 한동안 배회하다가 착륙했다. 허술한 공항시설이 인천공항과 비교된다.
현지 여행사직원의 인솔로 25인승 버스에 올랐다. 회사직원이 운전석 뒤에 허름한 책상을 놓고 사무정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버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허접한 것이 기술의 차이를 실감나게 한다. 1시간쯤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한국의 연구소가 대지를 임대하여 지었다. 병원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준비해 주었다. 점심을 먹은 후 2시부터 시술한다는 것이다. 조양재생의학 클리닉이란 간판이 붙어있다. 한국의 연구소에서 현지인 의사와 간호사를 고용한 것이다.
중국인 의사 앞에서 간단한 진료가 있었다. 물론 조선족 간호사들이 어눌한 말로 통역한다. 아무래도 격이 떨어지는 시설에 근무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시술을 받는 것이 왠지 기분이 찜찜했다. 성체줄기세포가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오히려 나에게 정보를 물어본다.
"이 줄기세포는 어떻게 채취했어요?"
빙그레 웃으며 조선족 간호사를 바라보며 나는 말했다.
"뭐 하러 질문하지요?"
"처음 시술하는 것이라 궁금해서 그런 거예요!"
"그래요……."
"배꼽 밑에서 주사기로 채취해서 배양한 것이지요."
눈을 동그랗게 뜬 의사에게 통역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한다. 기다리고 있던 내가 물었다.
"무슨 말이야…….'
"예, 선생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지금 시술한다는 것입니다."
자기들은 아직껏 들어보지 못한 것이란다. R바이오와 계약한대로 시술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처음 대하는 의사 앞에서 시술받는다는 것이 찜찜하다. 고국의 국회의원들 한데 말로 다 할 수 없는 배신감이 든다.
"계류 중인 법을 통과 시켜주면 되는 것을……. 국가에 손해를 입히고 어려움을 겪는 환우들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주는 놈들을 정치하라고 뽑아준 국민들 역시 바보 멍청이들인 거야!"
중국인 의사와 곁에 서 있는 조선족 간호사가 나를 맞이하며 '안녕하세요.'인사한다.
"중우 하오"
나 역시 중국말로 인사했다. 중국어 몇 단어 메모지에 적어갔다. 그래서 인사말 정도는 대꾸할 수 있었다.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응대했다.
"중우 하오, 추츠 젠멘"
중국말로 응대하자 의사가 활짝 웃으며 '반갑습니다. 저는 박민'이라고 소개한다.
"런스 닌 헌까오싱 자오 푸민"
진료는 의사가 몇 마디 물어 본 후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항생제 와 아스피린을 두알 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시술은 한국에서 만든 성체줄기 세포를 넣은 희석한 수액을 정맥에 꽂고 두어 시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전부이다. 최첨단의 줄기세포는 한국에서 배양해서 중국으로 공수한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하는 유수한 기술을 확보한 생명공학의 신기술이다. 뛰어난 이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간단한 시술임에도 국내에서는 시술할 수 없다. 법규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박이일이라는 시간과 왕복 비행기와 병원비와 호텔 비를 추가로 들여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M방송 기자가 중국에서 시술받는 모습을 밀착취재하며 인터뷰를 했다. 나는 기자에게 간곡히 부탁했었다. 국회에 계류되어있는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국부가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게 하고, 불치의 질병으로 신음하는 환우들의 고통을 덜어달라고 했다. 이는 의료비가 경감 되는 것이고, 이러한 신기술로 치료받으려는 외국인들을 의료관광으로 끌어드려 국가재정을 확충할 기회가 된다고도 했다. 인터뷰를 마친 PD는 서둘러 상해로 가야한다고 했다. 이유는 줄기세포 시술로 미국인 여인이 실명한 눈을 뜨게 된 것을 취재하러 간다고 했다. 이후 방영된 M방송은 줄기세포를 시술받는 장면에서 인터뷰한 말을 편집하여 나의 진의가 전달되지 않았다. 이것도 외압에 의해서인가 보다. 그 뒤로 PD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태양이 서편 산허리에 걸리는 시각이다. 야간 매복조를 편성한 뒤 배낭을 둘러메고 방탄복에 수류탄과 소총에 실탄을 지급받고 군장검사를 완료했다. 무전병과 함께 소대장의 지휘 아래 무성하게 자란 잡목들로 덮인 숲을 뚫고 들어간다. 부비트랩과 지뢰밭을 피해 작전지역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적들이 접근할 적당한 장소를 설정하면 백여 미터 전방에 크레모아를 설치하고 새로운 잠복 호를 파고 나뭇가지와 잡초들로 감쪽같이 위장한다. 그 다음 우리는 이인 일조로 매복한다. 오늘도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잠복 호에 몸을 감추었다. 매복조간 전선으로 연결된 전화를 숨죽이며 서로를 점검한다. 밤하늘에 메밀꽃같이 펼쳐진 은하수가 보인다. 반짝거리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속에 내 별도 있겠지…….”
파란 불빛을 내뿜으며 유성이 잠복호 위로 떨어진다. 왠지 불결한 생각이 든다.
“유성이 떨어지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무슨 일 있으려고…”
별들도 잠이든 깊은 밤중이 되자 눈이 스르르 감긴다. 애써 참으려 해도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나는 말년 병장이라서 이런 일에 이골이 나있다.
“김 상병”
나의 호출에 김 상병이 얼른 부동자세를 취한다.
“예, 조장님”
“오늘 별일 없을 거야……! 내가 먼저 눈 줌 붙일게…….”
“박 병장님 그러세요."
방탄조끼에 수류탄을 단단히 꽂았다. 실탄이 장전된 M1소총의 안전장치를 잠갔다. 소총에 몸을 기대고 피곤함을 달래려 눈을 감았다. 잠은커녕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칠흑 같은 어둠이 전선을 뒤덮은 야밤삼경에 총소리가 났다.
예광탄의 불빛이 우리 쪽으로 빗발치듯 날아온다. 콩 볶듯 총소리가 들린다. 잠복중인 매복조가 소리 나는 쪽을 향하여 자동소총과 MI소총, 카빈 소총을 발사했다. 수류탄과 크래모어와 유탄발사기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소대장이 무전병한테서 수화기를 낚아챈다. 허겁지겁 상황실로 보고한다.
“꾀꼬리, 꾀꼬리 여기는 말 리포 응답하라 이상.”
“여기는 꾀꼬리 여기는 꾀꼬리 보고하라 이상”
“중대장님 공비들의 기습으로 지금 교전중입니다. 빨리 지원 병력 요청합니다.”
당황한 나머지 교전상황임을 망각하였다. 우뚝 서서 무전으로 보고하던 소대장의 위치가 드러났다. 딱 쿠웅, 따라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포대에서 발사한 조명탄이 뻥, 뻥, 뻥 쏘아 올려졌다. 순식간에 주위가 대낮같이 밝아졌다.
"억…….아이쿠!"
소대장의 손에서 무전기가 떨어졌다. 오른쪽 팔꿈치 쪽으로 선혈이 흘러내린다.
“어 내가 맞았네!…….”
압박붕대로 지혈한 후 잔득 긴장한 병사들 앞에서 작전을 지휘한다. 정신없이 적진을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나는 숨을 죽이고 좌우를 살피다가 옆을 돌아보았다.
김 상병이 벙커에 고꾸라져 있고 구멍 뚫린 철모 안으로부터 선혈이 흘러 방공호 안을 흥건히 적셨다. 피비린내가 바람에 날려 코를 자극한다.
“야 ! 김 상병, 김 상병……죽으면 안 되는데……!”
몸을 흔들어 댔다. 머리와 몸뚱이가 제각각 따로 움직인다. 코에다 손을 살며시 대어보았다. 숨이 멎었다. 혹시나 해서 손을 잡고 맥을 잡아 보았다. 맥박도 안 뛰는 것을 보아 이미 숨진 것 같다. 나는 다급하게 위생병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옆에 쓰러진 전우의 죽음을 보곤 슬퍼하기보다는 독한오기가 발동한다.
"이 개새끼들……모조리 싹 쓰러버려야지…….”
포대에서 발사한 예광탄 빛이 유난히 밝다. 콰앙 쾅, 따다닥, 따콩, 탕, 탕, 따르륵, 피용, 총소리와 함께 예광탄의 불빛이 네온등처럼 적진을 향해 날아간다. 적진에서도 역시 예광탄의 조명이 빛줄기처럼 내 쪽을 향하여 날아온다. 피할 틈도 고개를 숙일 틈도 주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문 예광탄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총알들이 나를 피해 가는 것이다. 두려움도 잠시 잃어버렸다. 대낮같이 밝아서 한밤의 무대조명에 우당탕, 꽈당, 쾅, 따르륵, 꽝 꽝, 피용, 피용, 딱콩 하는 총소리와 예광탄의 불빛을 불꽃놀이처럼 감상하며 즐기고 있었다.
총소리가 멎었다. 먼동이 틀 즈음이다. 한동안 쥐죽은 듯 피아간에 적막이 흐른다. 수색중대 지원 병력이 작전지역에 투입되었다. 부상당한 흔적 외엔 공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색조의 보고다. 기습한 수십 명의 공비들은 한명도 체포되지 않고 이미 잠적한 후였다. 아군 수십 명이 전사하고 부사상자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 군사령관이 사건이 종료된 후 헬기로 현장에 나타났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보고를 접한 후 영접 나온 사단장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야! 이 새끼야!
독이 오를 대로 오른 터라 상황을 듣기도 전에 사단장의 앞정강이를 차버렸다.
“아이쿠!”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지자 지휘봉으로 철모를 내리친다.
“야! 이 새끼야! 그래 어떻게 했기에 우리 애들만 죽이고 그 새끼들은 한 놈도 못 잡았나?……응! 너 옷 벗을 준비하라.”
허리춤에 찬 권총을 꺼내 사단장의 배를 꾹 찌르며…….
“네가 사단 장 맞나 이 새끼야!”
중대본부에서 현장 지휘관들을 비상소집하였다. 화가 난 군단장은 이들을 보직 해임하고 다른 지휘관들로 전보하였다.
위생병과 병사들이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을 들것으로 분주하게 실어 날랐다.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와 비위를 상하게 한다. 부상자들은 사단의무대로 후송되었다. 오른 팔에 총상을 입은 소대장은 압박붕대로 지압했다.
김 중사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부인이 맨 먼저 도착했다.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이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손사래를 친다.
“여보 ! 여보! 나 어떻게 하라고 당신이…….”
대성통곡하다가 실신했다. 병사들이 들것에 싣고 나가 응급조치를 받게 했다. 그러나 부인은 돌아와서 남편을 부르다가 다시 실신하는 것이다. 상태가 좋지 않자 앰뷸런스에 실려 의무대로 후송되었다.
병사들의 가족들이 속속 도착했다.
“순돌아! 순돌아……네가 이렇게 가면 네 어미 애비 어떡하라고……야! 이놈아 대답 좀 해봐라…….”
유족들의 울부짖음은 끝날 줄 몰랐다. 어떤 유족은 사단장의 멱살을 잡고 내 아들 살려내라고 흔들어댔다. 부관들이 달라붙어 유족들에게 당하는 사단장을 보호한다. 다른 부모형제들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실신하기도 했다. 격동의 시간은 지나고 사흘 후 장엄한 장례식이 있었다.
조총이 발사되었다. 고인에 대한 묵념과 경례가 있은 후 사단 참모의 조사가 이어지고.……장례식이 끝났다. 병사들의 시신들이 관에 든 채 수십 대의 앰뷸런스에 실려 부대를 떠났다.
부대안의 분위기는 숙연하다. 장례행렬을 보내면서 생각했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라고 말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인생이 태어났다가 한번은 죽는 것이다. 누구든지 만났다가 또 헤어진다. 무엇인가를 얻었다가는 또 잃어버리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합동장례식이 끝나고 부대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병력들로 보충이 되었다. 철저한 현장조사가 있었다. 그 결과는 책임자를 징계하는 것으로 별다른 변화란 찾아 볼 수 없다.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하여 숱한 재산과 또 다른 생명을 희생한다는 모순이 존재한다. 국방의 의무를 뒤집어씌우고 분단의 최전방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 죽고 죽이려 대처한다. 그 고귀한 생명의 값을 어떻게 계산한단 말인가? 그것은 다시원수를 갚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고 슬픔은 아들과 남편을 잃은 산 자의 몫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부대 는 특별 경계태세로 정신훈련과 철저한 경계근무를 한층 더 강화했다. 주야간 매복으로 병사들의 병영생활만 더더욱 고달파 진 것이다
방어울타리의 제거와 신설이 병사들의 손으로 진행되었다. 참나무와 잡목으로 얼기설기 엮어 세운 목책 방어울타리가 풍우에 삭아서 쓰러질 듯 기대어 있다. 거기에다 수류탄을 매달고 지면에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였다. 전방 248 킬로미터 디엠 지의 목책 방어울타리다. 15년 만에 목책이 철거되고 철책 방어울타리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경계하는 병사들을 작업에서 제외되었다. 모든 병력이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철책작업에 동원되었다. 작업 현장에서는 휴전 후에 매설된 수류탄과 부비트랩과 지뢰가 폭발했다. 폭발물 처리반이 동원되어 제거작업을 지원했다. 그러나 작업 현장에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였다. 그렀지만 그것이 완료될 때까지 온종일 작전은 계속되었다.
사월 전선의 봄날이다. 휴전 후 한 번도 벌목작업을 한 적이 없다. 중부전선의 DMZ와 GOP의 우거진 수풀은 억새와 잡목들로 뒤엉켜있다.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내려온 후였다. 매연을 쏟아내며 트럭들이 드럼통을 가득 싣고 들어왔다. 병사들이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라고 기록된 드럼통을 내려놓았다. 우리는 4월 중순부터 7월말까지 작전에 참여해서 고엽제를 수동식 분무기로 뿌렸다. 아무도 그 약의 독성이나 위험성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없다.
병사들은 구역을 나누어 분무기를 등에 지고 약제를 살포했다. 약제의 희뿌연 줄기가 운무처럼 펼쳐져 잡목들과 풀잎 위에 내려앉는다. 고엽제 분무 액을 맞은 곤충들이 날 살려달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힘을 잃고 죽어간다. 무더위에 흘린 땀방울이 온몸을 적셨다. 심한 갈증에 흐르는 물에 고개를 처박고 실컷 물을 마셨다. 그리고 계속된 작업에 땀방울과 희석된 고엽제가 온몸에 스며들었다. 오전에 뿌린 고엽제 독성 때문에 푸나무의 잎들이 시들해졌다.
그 후부터 면역기능이 약한 병사들에게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부에 여드름이 생기고 기관지 염증으로 기침을 하는 등.......전역한 후부터 몸에 심한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보았지만 병명도 찾지 못했다. 그냥 응급처방일 뿐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발진이 생기는 피부질환과 머리가 빠지고 당뇨에 고혈압에 방광비대에 백혈병에, 폐암, 후두암……헤아릴 수 없는 질환들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자식들이 불구자로 태어나기도 했다.
전역 후 술자리에 둘러앉은 옛 전우들의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이다.
“이 세상 믿을 놈 없다니까? 애국이라고 차출해서 전쟁터에 보내더니, 이제 와서 모르쇠 하는 놈들…….용촌백이 콧구멍에서 마늘씨 빼먹는다.'란 속담처럼 제 배때기만 채우고 서민의 애환은 생각지도 않는 놈들…….”
그들의 넋두리를 듣고 우리들도 맞장구를 쳤다.
“네 말이 맞지, 마누라, 새끼들 없다면 가스통 들고 가 자폭파하고 싶은 심정이다.……. 목숨을 담보로 번 돈, 마중물 삼아 이만큼 살게 되었으니 이제는 보상을 해줄 만도 하잖아…….”
“그러게 말이야 이 개새끼들…….피나는 돈 떼어 고속도로 뚫고 포항제철 세우고…….국가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세워났는데……. 조금이나마 생각해 주면 안 되나.....!”
“대권잡자 자기 지역 돕자고 특별법을 만들어, 개나 걸이나 민주화 유공자 만들어 팔자 피게 해 주고……목숨 건 우리들이 그들보다 못한 거야…….”
K는 시골집 부농의 딸로 태어난 여인과 결혼했다. 일 년 넘게 참깨 쏟아지는 행복한 신혼이었다. 아이의 출산을 잔득 기대하며 무지갯빛 꿈을 꾸고 있었다. 진통시간이 점점 빨라졌다. 잠깐 동안 평온함이 왔다. 여인이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보 내 손 좀 잡아줘…….이제 아이가 나올 모양이야!”
“응 알았어.…….”
여인은 갑자기 K의 손을 으스러지게 붙잡고 있는 힘을 다했다. 갑자기 당한 아내의 강한 아귀힘에 놀라 손이 부스러질까봐 이를 악물고 더 힘을 썼다. 드디어 아기가 산모의 자궁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왔다. 의사와 간호사가 움칠하며 놀란다. 그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이 걱정스러웠다.
“아들이네요…….”
간호사 손에 들려 아내의 가슴에 안긴 아들의 모습은 온전한 모습이 아니었다. 눈망울은 불쑥 튀어나오고 이마는 찌그러지고 턱이 없이 입만 우묵하게 파진 것이다. 아이가 아니고 괴물을 가슴에 안은 기분이다. K는 이 아이를 보고서로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인은 말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산모는 아무 말도 못하고 흐느끼고 있다. K역시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아무런 말을 할 수 가없었다. 한동안 침묵의 시간이 지난 뒤 아내는 나를 불렀다.
“여보, 이 일을 어떻게 하지…….어떻게 하냐고…….”
K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병원 뒷마당 의자에 앉았다. 담배를 한 모금 쭉 들이켜고 이 일에 대해 생각했다. 먼저 병원비를 생각했다. 하루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병원비를 치룰 수 있을까? 박복한 놈, 어릴 때부터 부모 복 없더니 자식도 복이 없구나.……. 전쟁터에서 받은 돈으로 밭을 조금이나마 살 수 있었다. 그것을 다 팔아도 아이 치료비에 턱없이 모자라다. 그렇다고 살아있는 사람 입에 거미줄 칠 수 는 없잖아……. 그래 나 좋고 너 좋고 하는 게 났다 싶었다. 상상도하기 싫은 장애아로 태어났으니 한평생살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서로가 힘들게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편히 가게 해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서둘러 퇴원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걸어가 병실의 문을 열었다. 아내가 눈물을 머금은 채 아무 말 없이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보 우리 지금 퇴원하자…….”
“뭐요, 어떻게 퇴원하자는 거예요?”
“잔소리 말고 내 말대로 하라고........!”
아내는 남편의 강경한 태도에 아무 말 못하고 쳐다본다. K는 문을 열어 재치고 행정실로 찾아가 말했다.
“여보세요, 나 지금 퇴원해야 갰는데 어떻게 하지요.”
“예, 벌써 무슨 퇴원 이예요…….아이의 건강상태도 그렇고, 산모도 지금 퇴원할 수 없어요?”
K는 큰소리로 원무과 담당직원과 다투었다.
“뭐라고…….왜 퇴원할 수 없는 거여, 너희도 알잖아!,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느냐고, 살아간다 해도 이 아이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니까?”
“그래도 안돼요…….”
“안되면 니들이 알아서 하라고.....!”
K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날뛰었다.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여서 숙의하는 듯했다. 조금 지나자 그의 발광하는 것이 불안했던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날 퇴원을 했다. 말없이 울며 따라오던 아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태도가 돌변했다.
“여보 당신 말이야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그래도 내 새끼인데 어떻게 그렇게 무정할 수 있어요........”
아내의 격한 말을 꺾을 수가 없어 내버려 두기로 했다. 더 이상 다툴 수 없어 아내가 하자는 대로 두고 보았다. 그러나 K의 마음의 중심은 변하지 않는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지 저 애는 살아 있을수록 고통인거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어…….”
잇몸이 없으니 어미의 젖도 빨을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힘을 잃고 축 늘어진다. 아내는 산후 조리도 할 수 없었다. 죽을 끓여 호수를 목에 넣고 수저로 떠 넣는다. 받아먹다가 사래 들려 숨을 쉬지 못한다. 음식을 받아먹는 그 자체가 고생이다.
세상의 모든 불행이 나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밀려오는 분노를 삭이려고 날마다 소주병을 손에 들고 다녔다. 불구자를 낳게 된 것이 아내를 잘못 만난 것이라고 트집을 잡았다. 하루가 멀다고 다툼으로 불안했다. 저녁때쯤 거나하게 술기가 올라오면 집에 돌아와 아내를 구박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야 이년아! 그 자식 죽게 내 버려두었다면 내가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 아냐……응.”
“뭐시라 이년 좋아하네! 그럼 너는 이놈이잖아…….”
“뭐라고 이년아, 너 한번 죽어볼래…….이 쌍년아.....!”
술기운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아이쿠 아야…….네가 날 때려, 그래 잘했다. 더 때려라 더 때려…….차라리 죽여라 이 새끼야!”
일그러진 얼굴에 코피를 쏟으며 비실거리던 여인은 옆으로 쓰러졌다. 가정문제라고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억울함을 어디다 호소해야 하는가? 요즈음은 인권문제가 대두되면서 가정폭력을 국가가 경찰력을 동원해 지켜주는 법을 만들었으나 가정폭력은 여전하다.
36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고엽제 후유의증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애아를 출산한 것이 아내 책임이 아니고 자신의 책임임을 알게 되었다. 아내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아내를 불렀다.
“여보 미안해……. 나 때문에 이제껏 고생 너무 많이 했소!…….이제는 술 먹는 것도 자제해 볼께”
아내는 말했다.
“흥, 어떻게 믿어 행동으로 보여주라고........”
“저 여편네 말하는 꼬락서니라고……. 그래 내가 나뿐 놈이지…….”
국가로부터 받는 보상은 해당질병만 국비진료를 받는 것이 전부이다. K는 고엽제 후유의증 경도이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도 변변치 못하다. 아내에게 약속은 했지만 술 먹는 것은 여전했다. 오늘도 술에 기대어 억울함을 달래다가 알코올중독으로 폐인이 되었다. 이렇게 살아서 무슨 소망이 있느냐고 말하던 K는 그날 저녁 빈속에 강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어데 론지 걸어갔단다. 날이 밝자 다리 밑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어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K는 그 날 밤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 하고 만 것이다. 그의 나이 겨우 60인데…….고엽제 후유의증으로 온갖 질병에 신음하며 2세까지 불구자로 태어나자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술김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국가가 그를 결국 두 번 죽인 것이다. K의 아내 역시 받은 충격에 지병이 악화되었다. 복합된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아들이 잠든 사이 죽기로 결심했다. 여인은 화장실 사워기를 틀어 놓고 저주받은 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흐느꼈다. 허리띠를 풀어 목을 매고 주저앉았다. 목이 조여지고 숨이 차고 고통이 점점 더해진다.
“켁켁…….으음….”
방안에 있던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열고서야 어머니가 목메어 자살한 것을 알게 되었다.
“ 어어,…….엄마…….어엄마아…….큭큭큭…….”
너무도 엄청난 비극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껴안고 기절했다. 아무에게도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히 여긴 이웃집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안에 아무도 안계세요?”
인기척은 없는데 물소리는 들린다. 기분이 이상해 파출소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사이렌소리와 함께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관이 현관문을 두드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에 누구 안계세요?”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린다. 경찰관이 현관문을 뜯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 물이 흥건하다. 화장실 안에서 목매어 죽은 어머니를 붙잡고 아들도 엎드려 있다. 이틀을 먹지 못했으니 물속에 저체온 증으로 기절한 것이다. 경찰이 황급하게 구급차를 불렀다.
“여보세요 119지요, 여기 저주 골이요, 응급상황 발생, 빨리 구급차 보내주세요”
잠시 후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구급차가 도착했다. 소방관들이 들것을 들고 달려왔다.
“여기요 두 사람이요,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위독합니다!”
두 모자는 병원으로 실려 갔다. 여인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이고, 아들은 한 시간쯤 지나서 정신이 돌아왔다. 넋을 놓고 물끄러미 왕 눈을 꺼 먹이며 뻥 뚫린 입으로 사람들의 얼굴들을 살피고 있다.
이를 불쌍히 여긴 동네 사람들의 연락받고 찾아온 친족들이 동네 뒷산 양지바른 곳에다 장례를 치러 주었다. 졸지에 고아가 된 아들은 30세가 되었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친족들이 그를 얼마동안 도왔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K의 아들은 친족들의 눈치에 가출 해버렸다.
갈 곳을 찾아 헤매며 여러 날 먹지 못해 기진하여 버스정류장에 쓰러져있었다. 쓰러진 노숙자를 발견한 경찰관의 도움으로 복지시설에 기거하게 되었다. 시설 내에서도 아무도 곁에 오지 않아 외톨이다. 도우미들도 한두 번 천사처럼 시중들다가 흉물스런 모습에 소원해지는 모습이 역겨웠다. 이마는 찌그러지고 눈알이 개구리처럼 튀어나오고, 잇몸이 없어 구멍만 둥그렇게 뚫렸으니 말도 못하고 음식도 씹을 수 없다.
식사란 묽은 죽을 튜브를 식도에 삽입 주사기로 밀어 넣어야 했다. 누구를 탓하랴 태어난 것을 저주한다. 시설장이 이름을 묻자 내민 종이에 저주라고 적었다. 고엽제 후유증 2세로 태어난 그는 이제 30세의 남자가 되었다. 이 사회는 냉대만 할뿐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다는 메모를 남기고 시설을 나왔다. 노숙자로 방황하다가 최근엔 소식을 알 수 없단다. 이것이 고엽제 후유증피해자의 가련한 삶이다.
고엽제(Agent Orange)란 1961년에서 1973년까지 베트남전에서 밀림의 수풀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었는데 한국에서도 1968년 4월부터 GOP와 DMZ에서도 살포되었다. 고엽제란 다이옥신이 함유된 제초제의 일종이다. 극히 적은 양으로도 인간의 생명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혈액을 오염시키고, 각종 암을 유발시키고, 면역결핍증, 생식기능마비, 신경계통의 마비, 기타 건강문제를 유발시킨다.
현재 고엽제 피해자는 2013년 5월말현재 121,115명이며, 고엽제후유증은 18종으로 33,951명 국가유공자로, 2세 환자는 3종류는 보훈대상자로, 고엽제 후유의증은 19종으로 87,164명 보훈대상자로 지정 상이처만 국비로 지원해준다.
젊은 날 국가의 부름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을 다했다. 국가는 이들을 나몰라하며 예산타령하며 동일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차별한다. 그동안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질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전우들과 파탄난 가정이 얼마인가? 늙어 말년 남은 것은 가난과 질병의 대물림이다. 목숨을 담보로 전쟁터에서 국부를 창조한 마중물 같은 고엽제 피폭자인 노병들을 기억하는 자 없다. 근대사의 교육이 부실한 탓이다.
이미 70고개를 넘긴 노병들을 까맣게 잊고 폐품처럼 버린 일이 서운하고 괘심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남의 것을 착취해서 누구든지 평등을 누린다는 공산주의가 아니다. 개인이 노력한대로 자기 책임 하에 살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한 목숨을 기꺼이 바칠 것이다.
고엽제후유증으로 백혈병으로 면역력이 소진되고, 피부가 썩고, 폐가 썩고, 중풍으로 쓰러져 왼쪽 팔다리를 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네 번씩이나 응급실에 실려가 사경을 헤맸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성체줄기세포다. 세계적인 우수한 상품이 국내에서 시술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시술할 수 있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했건만 수년째 계류 중에 있다. 비행기를 타고와 중국 연변 조양재생의학 클리닉 병상에 누어 성체줄기 세포 시술을 받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미분화세포이다, 몸속에 들어가면 손상된 환부에 착상해서 분화함으로 정상으로 복원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 설명을 믿고 지금 나는 중국 연변의 초라한 병상에 누워 2시간이 넘도록 링거에 희석한 성체줄기세포를 정맥으로 주입하며 세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줄기 세포들이 꼬리를 흔들며 혈관의 핏속을 타고 꼬리를 물고 달리기한다. 세포들이 말한다.
“빨리 가서 부서진 곳을 보수해야지요?…….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심장이 막혔다고 연락 왔어요, 아니 머릿속의 실핏줄도 막혔데요.”
세포들이 내 혈관 속에서 춤을 추며 활짝 웃고 있다. 내가 당신을 꼭 고쳐줄 것이라고 속삭이는 소릴 들으면서 깊은 수면에 빠져들었다. 두 시간이 넘게 지나서 간호사가 나를 깨운다.
“선생님 이제 다 맞았어요, 이제 바늘 뺄게요!…….”
“예, 아휴 한잠 잘 잤다.”
간호사는 나를 깨우며 말했다.
“줄기세포가 워낙 고가라서 우리는 맞을 엄두도 못 냅니다. 선생님 맞으시는 가격으로 우리는 평생 먹고 삽니다.”
간호사는 세포를 희석한 팩에 식염수를 더 넣고 거꾸로 들고 흔들어 하나도 남김없이 털어 넣어 준다. 알뜰한 그녀의 행동이 고마웠다. 침대에 조금 더 누워 있었다. 가만히 일어나 앉으며 처음 내 몸속에 들여보낸 세포들에게 말했다.
“세포들아 사랑해 잘 착상해라, 그리고 꼭 복원시켜줘야 한다. 알았지…….기대한다. 세포야 사랑해 파이팅…….”
4억 마리의 세포를 정맥에 주입한 후에는 임산부처럼 3개월은 주의를 요한다. 과격한 운동이나, 뜨거운 목욕을 금하고 금주 금연은 물론, 절대로 스트레스를 받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 내가 나에게 최면을 걸었다. 불평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태교하는 것처럼 줄기세포나 잘 보호하자.
나는 잔뜩 기대하고 시술을 마쳤다. 고엽제후유증과 싸워 이기려면 앞으로 수십억 셀은 더 정맥에 주입해야하는데…….이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할까……. 연변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아침에 일어나 지긋지긋한 고엽제 후유증인 아홉까지 질병과 결별하리라 다짐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연변공항을 빠져나와 귀국하는 비행기 트랩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