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시를 이렇게 읽었다(월간 우리詩-3월호 청탁원고)
시적 각(覺)
-그 말/ 여국현
-소리에도 꽃이 핀다-耳鳴/ 이소암
이령
(들어가는 말)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바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 근본을 깨닫는다면 시인(詩人)의 존재의미가 있을까? 삼라만상의 실상과 마음의 근본을 깨달아 안다면 시(詩)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간이 언어를 만들어 의사를 소통하고 문자를 만들어 언어를 저장하면서 지상의 패자가 되었다고 고백한 임보 시인의 말씀처럼 어쩌면 시인과 시인들이 잉태한 시는 영원히 몰락한 귀족의 후예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끊임없이 패하는 자라는 인식에서부터 끝끝내 시를 통해 자기검열의 끈을 이어가는 단독자라는 생각을 한다.
월간 우리詩의 시지 첫머리에 시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글, 시가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예술이기를 희구, 고매한 시 정신을 향수, 계발,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멋과 운치의 시를 소중히 함, 감동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모색, 혼탁한 시대에 맑은 시인으로 살아감, 이상 6가지의 목표를 설정 하고 한국 현대시의 정체성 수립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말을 품었다
들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하늘에서 시작된 그 말
땅에서 뿌리내리고
사람들 사이에 열매 맺어 번창한 그 말
바람이 전하는 말
붉고 푸른 혀들이 귀에서 펄럭이게 하는 그 말
나는 혀를 자르고
나는 귀를 도려낼 것이다
심장 저 혼자 펄떡펄떡 뛰게 될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말을 품은 대가다
들을 수 없는 말을 들은 대가다
-그 말/ 여국현
말할 수 없는 말, 들을 수 없는 말을 품고들은 대가를 시인은
“나는 혀를 자르고
나는 귀를 도려낼 것이다
심장 저 혼자 펄떡펄떡 뛰게 될 것이다”-중략
라고 다짐한다. 이 서늘한 다짐이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이들을 향한 방백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마도 비단 시인만의 독백에 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에서 시작된 그 말
땅에서 뿌리내리고
사람들 사이에 열매 맺어 번창한 그 말
바람이 전하는 말
붉고 푸른 혀들이 귀에서 펄럭이게 하는 그 말” -중략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말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에 대한 경계의 뜻도 내포하는 것이겠으나 실제 침묵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같은 의미로 시인은 불필요한 번뇌, 잡념, 불안, 공포, 논쟁이나 다툼, 혹은 다른 것들로 부터의 적대시 같은 것들을 일으키지 말자는 자기검열 혹은 독자를 향한 외침이 아닐까 싶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의 모든 말, 생각, 개념이 모두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반대로 그 모든 것이 말할 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극과 극은 닿아있지만 그 간극에는 무수한 이견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는 바로 그 간극에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 끊임없이 실패하는 언어의 전령이 아닐까?
시작(詩作)은 그 간극을 찾아 헤매는 가장 의미 있는 생의 방편이자 등불이라는 생각.
3월을 걷다
문득, 듣는다
땅 밑으로부터 솟고 있는
꽃물 비명소리!
신발 벗어들고 깨금발로 걷는다
귀耳가 출렁거린다,
소리에도 꽃 피는, 붐이다
-소리에도 꽃이 핀다-耳鳴/ 이소암
소리에도 꽃이 핀다- 시에서 제목은 과녘에 꽂혀 달달달 떨고 있는 화살촉과 같다고 했던가? 이 작품은 제목에서 할 말을 다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을 응시하는 시인의 결 고운 서정이 3월의 꽃물 비명소리를 일깨운다.
“신발 벗어들고 깨금발로 걷는” 시인은 마침내 “귀耳가 출렁 거린다”고 노래한다. 이는 모든 존재들이 상호연결 되어 있고, 개인의 행동이나 생각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물아일체의 경지다.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개인의 삶이 우주전체의 일부로서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자연의 내밀한 소리에 귀 기우릴 수 있는 이는 지혜로운 이다. 부제인 이명(耳鳴)은 병적인 징후가 아니라 시인만이 지닌 특권 혹은 천명이 아닐까? 짧지만 찰지고 마디진 작품이다.
(마무리 글)
플라톤의 이데아든 아리스토텔레스의 인류 형태에 관한 분석이든 케인지나의 존재 본질론 이든 인간의 본질은 자유, 이성, 도덕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역할 수행부터 개인적인 만족과 행복추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고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인생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시키는 동력이 된다. 윤리적 가치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옳은 방향을 제시해 주는 도구이다. 또한 인간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윤리적 판단과 선택을 돕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회 변화와 문화적 차이에 따라 윤리적 가치와 해석과 적용에 있어 차이가 있고 절대적 규칙이나 고정된 틀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며 상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지침이다. 자기인식과 이해 감정관리, 삶의 목표설정과 실행 정서적 적응력, 내적인 풍요와 평화 인간관계 개선 및 행복 경험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상호작용 의미의 공동구축을 위한 방법으로 적극적 듣기, 적극적 대화, 비판적 사고, 공동목표의 설정으로 요약한다고 가정할 때, 시는 시인은 그것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유의미한 지속가변의 패자?가 아닐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