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 4된 지적 3급 남아 키웁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약물 복용, 약물 치료에 대한 생각을 써볼까 합니다.
우리 아이는 아주 어릴 때 뇌전증(이른바 '경끼') 발작을 했고, 계속 해서 약을 먹여왔고
발달도 느려 이것저것 치료하고 초등 입학 전에 장애등록+ 특교자등록 했습니다.
워낙 내려놓아서인지^^ 학교 생활은 만족합니다만...
2년 정도 없던 뇌전증 발작이, 2학년 가을 독한 열경기를 한 뒤로 다시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3학년, 즉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인 가운데,
발작이 잦아서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는 긴급돌봄도 이용하고
등교일에는 최대한 다 학교에 갔고요, 등교일에는 보조교사가 왔습니다.(우리 아이는 완통합니다.)
여기 제가 쓴 글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 아이는 언어성 지능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학습이 무던한데, 3학년 돼서도 수학 단평 보면 80점 이상은 꼭 받고요,
국어, 과학, 사회도 점점 좋아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집에서 <우공비> 세트로 풀리고 있습니다.
영어는 놀이학교 다녀서 어지간히 하기도 하지만, 수업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문제는 지난 7월 말부터 복용한 새로운 약입니다. 소위 멍발작(소발작, 결신발작)이 와서
먹이기 시작했는데 진짜 직빵(!)이더라고요. 멍발작 뇌파도 대발작을 유발하기 때문에,
약의 용량을 늘렸고요. 그래서인지, 아이는 2학기 동안 경련을 하지 않고 학교를 너무 잘 다녔어요.
주의 집중력도 같이 높아져서 공부도 더 잘하고요.
정말이지 문제는... 아이가 11월 말 정도부터 힘이 너무 없어졌다는 것.
나중에 짚어보니, 그 약을 시작하고부터 크고 작은 부작용이 없지 않았는데, 당장 큰불(경련)을
꺼야겠다는 마음에 좋은 점만 보려고 한 것 같습니다. 12월 8일(?)인가, 아이와 함께 학교를 가는데
갑자기 아이가 한 자리에 멈춰서면서 "엄마, 못 걷겠어!"라고 하더라고요 ㅠㅠ
여사여사, 의사와도 상담하고 내린 결론인즉, 아이가 복용한 약(자론티연질캡슐)의 부작용이 우리아이에게는
"불안 유발(이건 거의 모든 신경정신과 약의 특징이라고 함) + 운동 실조"로 나타난 것 같고요, 약을 줄여가고 시간대를 옮기고 하는 노력을 했는데요,
그게 두 달이나 지났음에도, 아이의 보행이 원래대로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교실까지 제가 데려다주고 왔어요.
이 약 먹기 전에는 자세는 얄궂어도 뛰기도 ㅠㅠ 하던 아이였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인지 퇴행이 없다는 것이지만, 사실, 굉장히 슬퍼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이 의외로 많구나 싶어, 무섭기도 하고요.(주변에 암은 왜 이리 또 많은지요 ㅠㅠ)
결론이즉,
뇌전증이든, adhd든, 틱이든,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건 참 두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비유가 좀 그렇지만 ㅠㅠ) 항암치료의 경우처럼, 큰불을 끄려면 어쩔 수 없이 약을 써야 하는 경우,
적어도 약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들도,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여겨져시면 (제가 여기에 정말 많이 썼는데요!)
1) 병원 방문, 정확한 검단과 진단 필수
2) 필요할 경우 각종 발달재활치료와 더불어 약물 복용 상담 (어차피 먹일 거라면, 한약보다는 가급적, 양약)
3) 약물 복용시, 반드시(!!!) 의사는 물론, 아이의 담임 교사에게 알릴 것, 그리고 소소한 피드백이라도 경청할 것
4)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절대 이것에만 의존하지 말고! 아이의 작은 변화도 열심히 살필 것
5) adhd, 틱, 뇌전증이 있다 함은 (지능과는 별개로!) 우리 아이의 뇌가 약한(!) 것임을 인정하고 아이를 무한히 사랑해줄 것
-> 머리가 나쁜 것(경계선급, 평균하 지능)과 머리가, 즉 뇌가 약한 것은 다릅니다 ㅠㅠ 각종 뇌 신경질환 없이 그냥 좀 띵한 애들도 있는데, 많은 경계 아이들이 이렇지요, 사회성도 크게 나쁘지 않고요, 몸도 굼뜨지만 할 건 다하고요. 하지만 틱이든 adhd든 (정상발달) 뇌전증이든 이런 것이 있다 함은,, 뇌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각종 정신질환에 노출된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 때문에(물론, 좋아질 수도 있고요,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만 ㅠㅠ) 어릴 때부터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자랄 수록 지능지수 몇 점보다 전반적인 건강(면역력 포함), 또래들 속에서의 적절한 각성 유지, 올바른 행동, 일정 수준의 학습 능력(학습이 안 되면 3-4학년부터는 도움반 필수) 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약물 치료의 경우, 항암 치료 너무 독하게 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그런 경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의사는 이른바 '표적 치료'를 하기 때문에, 약을 다소 독하게 처방할 수도 있는데, 엄마가 잘 살피셔야 하고요. 부작용이 보이거나 하면 (가급적, 의사와의 상의 하에!) 요령껏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장기적으론, 끊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물론, 평생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감기조차(!) '완치'는 없잖아요^^;;
그다음, 절대로(!) 담임샘에게 숨기지 마세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입니다. 지능저하든, 기능저하든, adhd든 일주일, 심지어 하루 이틀 안에 다 파악됩니다. 학년 바뀔 때마다 학생들의 특성을 인수인계하는데, 엄마가 공개하지 않는 한 대놓고 'adhd'라고 하지는 않아도, '주의 산만함, 폭력적', 이 정도는 다 적습니다. 그러면 선생님들도 다 아실 거고요. 저라면 차라리 아이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선생님의 인격과 지도 역량을 믿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도, 또 아이도 다양한 선생님을 만나야, 그들을 대하면서 사회성 훈련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려고 학교 보내는 거잖아요.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다들 느끼셨겠지만, 학습은 사실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 심지어 더 잘 시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회성 훈련은 오직 학교에서만 가능하지요.
올해는 보조교사가 할당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무척 걱정 ㅠㅠ), 남자 담임선생님이 엄청 꼼꼼해보여서 오히려 아이에겐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4학년, 학습이 장난 아닙니다!!!! 그나마 수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쪽은 걱정 접어두고, 사회도 당장 축척, 등고선, 이런 게 나오고, 과학도 암기량이 진짜로 많네요. 실험을 하려면 손이 엄정해야 하는데, 작업치료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손떨림이 심합니다 ㅠ 그래도 실험을 좋아해서 다행이고요. 국어 독해력도 일반 아이들 수준은 아니지만, 좋아지고 있네요. <독해력 비타민> 권합니다, 아이 수준에 맞게 단계 고르시면 됩니다.
- 위에 썼듯, 퇴행만 없어도!!! 큰병에 걸리지만 않아도!!! 감사한다, 라는 마음에 살고 있습니다. 새학년도, 새학기에 다들 불안하시죠?^^; 저도 그러네요, 모두 (힘은 안 나지만 -_-;;) 힘냅시다! 지금 이 순간도, 버럭 암선고 받고 죽어가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마지막) 하루입니다...
** 덧붙임: 그런데 아이의 운동발달이 갑자기(나의 느낌) 퇴행한 것이 단순히 약의 부작용만으론 생각되지 않습니다. 작년에 경련을 많이 했으니까 그 여파도 컸을 것 같고, 코로나 때문에 감통, 특체 등도 예전만큼 못 했고요. 그럼에도 7, 80프로? 8-90프로는 그 탓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의사는 그래도 한 알은 쭉 먹이라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표적-경련' 치료를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 엄마들 입장에서는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이 더 중요하니까,,, 정말이지 엄마의 자리란 참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남편도 저한테 미루고 -_-;; 우리 아이 다섯 살 때부터 봐온 감통 샘도 어지간하면 그 약 끊으라고 하시고 ㅋㅋ
[출처] 약물(adhd, 틱, 뇌전증 등) 복용에 대한 생각(초4 남아, 지적 3급) ([거북맘vs토끼맘]아동심리/언어치료센터/ADHD/틱/발달장애/상담) | 작성자 푸른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