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해설 ‘사랑’, 그 체험적 자아와 서정성 --모산 이병근 시집『사랑아 별이 되어』 김 송 배 (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 회장) 1. 별이 된 사랑과 ‘그리움’의 진원지 현대시의 발상은 그 시인의 환경과 생활 여건에서 축적된 체험에서 취택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창조적인 진실을 구현하려는 정서적인 욕구가 발현하는 경우를 많이 대하게 된다. 이러한 시상(詩想)이 그 시인이 살아온 과거나 현재 영위하고 있는 실생활(real life)에서 체득(體得)한 소중한 이미지의 창출에서 출발한다는 통념적인 개념을 중시하는 연유도 시인의 체험은 시 창작의 모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찍이 영국의 비평가 리처즈가 말했듯이 우리 일상생활과 정서생활 사이에는 소재나 주제의 투영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요지인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감지(感知)하는 체험의 재생은 현재와 미래의 생활 지향점에서 다양한 교훈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렇게 재생된 체험은 바로 시인에게서 생산적인 체험으로 변화하는데 여기에서 시인은 새로운 정신세계를 발견하게 되고 창조적인 주제를 정립하게 되는 시적 과정을 외면하지 못한다. 여기 모산 이병근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사랑아 별이 되어』에서는 그가 체험한 절실한 인간의 미적요소가 흠뻑 배어 있어서 우리들의 공감영역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는 시집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절실하면서도 처절한 사랑에서 절감(節減)한 그리움과 애절한 불망(不忘)의 심정이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그의 진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시집의 표제시로 등장시킨 작품 「사랑아 별이 되어」전문에서 이러한 상황과 전개를 읽을 수 있게 한다. 그대, 겨울밤 푸르고 등근 달을 보시었나요 그 옆에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 보시었나요 그대, 가슴 깊은 곳에서 그리움으로 빛나는 별이고 싶은 별 하나 보시었나요 그대, 잠시 눈감고 있을 때나 때로 비구름으로 가려져 있을 때나 나는 사라지지 않는 그대의 별일 테요 또한 그대가 밤을 잊고 있을 때 나는 창틈을 비집고 들어가 하얗게 날이 샐 때까지 그대 품에서 빛나는 별일 테요 그대, 언제라도 그리움 거두고 푸르고 등근 달 겉으로 오시는 날 나는 그대가 그리던 배경으로 고스란히 빛나고 있을 별일 테요. 그대 야윈 볼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는 이별의 서러움에 담아 세상에 무엇에도 방해 받지 않는 나라 오직 사랑이 별이 되는 나라 그대와 나의 그리운 나라로 나는 별이 되어 갈 테요 어쩌면 이병근 시인의 염원이 절절한 그리움의 사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오직 사랑이 별이 되는 나라 / 그대와 나의 그리운 나라로 / 나는 별이 되어 갈 테요’라는 마지막 연의 결론과 같이 화자(話者) ‘그대’와 ‘나’의 애정이 이제 하나의 ‘그리움’으로 승화(昇華)하고 있어서 정감(情感)은 더욱 고조(高調)되고 있다. 그는 ‘그대, 가슴 깊은 곳에서 / 그리움으로 빛나는 별이고 싶’고 ‘사라지지 않는 그대의 별’ 그리고 ‘하얗게 날이 샐 때까지 / 그대 품에서 빛나는 별’이고 싶다는 여망이 기원의 의지로 현현되고 있어서 그가 지향하는 심경의 흐름을 공감하게 된다. 그대는 하늘에서 들 꽃 뿌리 채 적시는 눈물을 흘리시나요 눈물샘이 넘치는 눈이 있었군요 그래서 참고 있다 한꺼번에 통곡 하시나요 그대는 가지고 가는 것 많아서 내 울음은 외면하고 있나요 다시 이병근 시인은 작품「그대 영전에 내리는 비」전문에서 알 수 있듯이 쏟아지는 빗줄기는 ‘그대’가 흘리는 ‘눈물’이며 ‘그래서 참고 있다 / 한꺼번에 통곡’이라는 애상(哀傷)의 의식은 ‘내 울음은 외면하고 있나요’라는 결론으로 그리움의 진원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가 이러한 시적상황의 설정은 ‘그대(혹은 당신)’라는 대상이 이병근 시인의 뇌리(腦裏)에서 사라질 수 없는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이라는 점이 그의 체험에서 상기되고 다시 작품으로 승화하는 인식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의 진지한 어조(語調)는 ‘사랑 했습니다 /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을 기억 합니다 / 나는 그날 이미 당신과 이별을 豫見하고 있었지만 / 너무 빨리 당신은 이렇게 차가운 땅에 누워 버리시는군요 / 이런 헤어짐이 운명이라면 나는 당신의 그 길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 당신을 사랑하던 나의 배경에는 孤獨과 彷徨의 자유만 남을 것이고 / 나는 겨울밤 푸르고 둥근 달이 되어 당신을 기억 할 것입니다 // 사랑하는 당신이어 / 火燈盞을 곳곳에 밝혀 놓을 터이니 / 玄冬의 길을 가시는 당신 잘 가시오(「님을 보낼 즈음」중에서)라는 결론의 언어로 작품의 줄기를 유로(流路)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병근 시인의 그리움은 ‘당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시적 매체를 통해서 오매불망(寤寐不忘)의 심저(心底)에서 창출한 그의 진실이며 실재(實在)의 현재 심경인지도 모르겠다. 2. 시간과 공간의 정적 의미성 가. 시간성에서 탐색하는 정서의 향방 이병근 시인은 다시 현재 당면하고 있는 시간과의 결합하는 정서의 흐름에 각별하게 유념하면서 다양한 지향점을 탐색하고 있다. 그는 우선 작품 「겨울의 끄트머리」중에서 ‘견디다, 기다리다가 / 팽팽한 땅위에 무시로 툭툭 돋을 / 새 생명들의 소리 없는 함성을 / 숫제 눈과 귀를 막고 뒤 울리는 / 바람 속의 바람으로 느껴보라’는 ‘새 생명들의 소리 없는 함성’이 그의 심중(心中)에서 절규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시간성 탐색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까지 상통하고 있는 삶의 궤적(軌跡)에서 추출한 체험에서 무엇이 그의 인생관이며 가치관인지를 성찰하는 시적 진실이 작품과 교감하는 시법(詩法)을 이해하게 된다. 이슥한 어둠 바람 서리 모여 별 헤아리는 곳 내가 그리운 당신이 달 빛 아래 고요히 사랑 짓는 곳 이른 새벽 바람이 가신 자리 당신이 그리워 내가 별처럼 총총 눈물로 고이는 곳 --「가을 밤」전문 이 ‘가을 밤’의 이미지는 어쩐지 약간 쓸쓸함으로 표상되고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사랑과 그리움의 연속이다. 시적 상관물이 계절적인 시간으로 옮겨졌을 뿐 거기에 함축된 ‘당신이 그리워’라는 주제가 고독한 가을의 시간적 상징과 연결되는 그의 시적 발상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이 밖에도 ‘어둠 속으로 떨어져 / 바닥에 뒹구는 목숨 / 나뭇가지에 매달린 / 울음 없는 동아리 / 진눈개비 속에서도 / 흩어지지 않는 / 군번 없는 용사들 / 질퍽대는 살 어름 위 / 소름으로 돋아나서 / 차지게 굳어 오히려 당당한 / 겨울밤 혼백들이여 / 이제는 그만 / 이별의 희열을 놓치기 전에 / 이 새벽에 서둘러 / 겨드랑에 날개 달고 가거라(「겨울 비」전문)’라거나 ‘(未忘의 그날, 그날 / 혼돈의 북소리 진동하고 / 진혼의 트럼펫 울려 퍼지던 날 / 잃어버린 시간을 어찌 하리「6월의 붉은 들장미」중에서)’라는 어조와 같이 그의 체험은 현실과 융합하면서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간성의 이미지나 주제는 이병근 시인에게 내재된 체험의 근원들이 지금의 실재와 서로 화해하거나 용해(溶解)할 때 과거의 진실로 투영되고 표출하는 시적 특성을 엿보게 하고 있다. 나. 공간의 의미와 상황의 설정 이병근 시인은 시간과 동시에 탐구하는 공간의 의미도 상당한 설득력을 제시하고 있다. 공간의 개념은 한 마디로 어느 곳이거나 어디에서 등으로 이해하는 장소의 개념에서 전개하는 시적 의미를 탐색하는 일이다. 그는 이 시적 공간을 실재의 지명인 ‘능강리’, ‘죽령’, ‘반천리’, ‘원천강’, ‘협촌(峽村)’ 등으로 설정하고 그가 체험한 일련의 추억들이 형상화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재생하는 체험에서도 우리의 삶 또는 사유(思惟)에서 지향하는 진실의 의미를 투영시키는 시적 전개에 공감하는 의식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물가에 하루 종일 서성이면 가슴에 생기는 허기에 언제나 질질 끌려와서 날마다 낯 설은 식탁에 앉아 헛기침으로 집안을 깨우려 들지만 방문을 잠그고 꼼작 하지 않는 아내의 소장품들은 더 이상 나를 소용하지 않는다 구석구석에 오래된 가구들은 하나같이 퉁명스럽고 억분에 싸이다가 스스로 풀린 눈꺼풀 위로 스물 스물 기어 다니는 젊은 날의 기억들이 하나 둘 곰팡이내 나는 시집詩集 내용 속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원천강 길목」중에서 이 시적 공간 ‘원천강’은 울산 태화강 어디쯤의 지류(支流)인지는 몰라도 그가 평소에 염원하던 먼 하늘강이라는 상상의 공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천(遠天)이라는 먼 하늘의 강은 오로지 그에게서는 ‘여울을 거슬러 올라 / 遠天江으로 가야하는 나는 / 오늘도 뗏목을 구하지 못했다’는 작품 도입부분의 어조로 보아서 그의 내면에서 분사(噴射)하는 그리움의 이미지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아내의 소장품들은 더 이상 / 나를 소용하지 않는다’는 체념에서부터 ‘먹을 것을 골라 줄 /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각인(刻印)된 그리움이 이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반천리(盤泉里)’라는 지명을 연작시로 썼는데 이는 그가 ‘우리 동네 강에서 노는 아이들’이나 ‘내 동네 강에 놀러온 사람들’이라는 상황으로 유추하건대 울산 태화강 한 줄기에서 일어나는 체험이 승화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병근 시인의 정서에는 작품 「능강리-청풍강의 밤」과 「죽령의 심장」「골목」「야시(夜市)의 파편」등에서 시적 공간의 탐색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공간도 결국 그의 체험적 자아를 형성하는 원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협촌가는 길」에서 ‘한 세상 그럭저럭 / 연모만 하다가 / 오늘은 마음여미고 / 절절히 찾아 가는 길 / 해거름을 넘길까 마는 / 돌아보고 잠시 쉬어 가자니’라거나 작품「주왕산 예 품에 안겨」「병상」등에서 공간의 소재나 그 상황은 언제나 그에게 풍성한 사유의 광장을 제공하고 있다. 다. 시간과 공간이 융합한 시적 의미 문학에서의 시간 문제는 작가의 체험 곧 의식 내용과 근본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한스 메이홉은 말한다. 이러한 체험적 시간이 예술적인 의도에 의해서 가장 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문학에 있어서 시제(時制)라고 한다. 시에서 시제라는 것은 시인의 시간의식과 미의식이 결합한 수사적(修辭的) 형태로서 다양한 작품상의 문제를 적시(摘示)하게 된다. 다시 공간의 문제는 작품이 생성하게 된 장소 혹은 발상의 원류를 포괄하게 되는데 이는 시인들의 체험에서 간과(看過)할 수 없는 중요한 시적구성으로 작용하거나 시간과 더불어 이미지와 주제의 정립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우선 작품「마산항 저녁」에서 보면 ‘내가 소주 첫잔을 즐기는 것은 / 그곳에는 언제나 /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어조에서 알 수 있듯이 ‘저녁’이라는 시간성과 ‘마산항’이라는 공간이 복합적으로 연결되면서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게 되고 그가 주창(主唱)하고자 하는 주제를 승화하려는 정감(情感)을 엿볼 수가 있다. 느낌으로도 알 수 있는 살아있는 까닭을 가슴 밑바닥에 감추고 금당金堂아래 댓돌에 웅크리고 앉아 꼬박 하루를 보내렵니다 --「비 오는 날 산사에서」중에서 여기 낯선 밤과 이방 난전에는 자유도 분노도 비명도 금지되어 오직 난도질당하는 서슬 퍼런 주검뿐 새벽 어시장 비는 내리고 휑하니 지나가는 바람에 씻겨 서럽던 혼백들 흔적은 없다 --「어시장에 비는 내리고」중에서 그렇다. 이병근 시인은 ‘비오는 날’과 ‘새벽’이라는 시간과 ‘산사’와 ‘어시장’이라는 공간을 대칭적으로 합성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그의 의식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일찍이 T.S. 엘리엇은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 아마 모두 미래의 시간에 있을 것이며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이 담고 있을 것이다라는 명언(名言)으로 우리들에게 철학적인 인생론의 언지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는 우리 시학(詩學)에서도 원용(援用)하는 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금당金堂아래 댓돌’과 ‘낯선 밤과 이방 난전에’서 인식하게 되는 시적 진실의 유추뿐만 아니라, ‘비오는 날 산사’와 ‘새벽 어시장’이라는 시공간(時空間)의 조화가 우리 시를 형성하는 명징(明澄)한 모티프(motif)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은 「저녁 들」「설원의 새벽」「농부」등에서 시공(時空)이 교차하는 절창(絶唱)의 시편들이 우리들의 공감을 유로하고 있다. 3. ‘산정(山情)’과 자연 서정의 향기 이병근 시인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서정 시인이다. 그것은 그가 취택하는 소재에서부터 투영하는 이미지와 정제(精製)된 주제에 이르기까지 잔잔한 서정적인 심성(心性)의 언어를 읽을 수가 있는데 이는 그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근거지가 자연환경과 밀접한 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산 詩’라는 제하에 연작으로 산정(山情)에 대한 다양한 의식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는데 그가 이러한 자연적 체험이 그를 서정적인 자아(自我)로 흡인(吸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등지고 오는 뒷산은 없소 아예 없소 능선 오르는 된비알 뿐 앞서거니 뒤서거니 휘파람새도 쉬어가자 성화요 숨 고르고 앉아 쪽 샘에 풀잎 하나 띄워 놓고 취서산 산바람 가르는 참수리 가슴팍도 열어 젖혔소 흠, 흠, 솔숲에서 꾸역꾸역 산나물 익는 낌새 넘치는 산정이여 도드리장단 풍류 농성弄聲은 어떠한가. --「산 詩. 1·山情」전문 이와 같이 ‘산 詩’에는 산에 대한 정감이 물씬 풍기고 있다. 이처럼 서정적 자아의 구현을 위한 정서의 환기나 사유의 함의(含意)는 우리 인간 본연의 최초의 진실이 내재된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의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서정적 자아는 그 원형을 독일의 시인 실러가 이미 말했듯이 ‘소박한 시인’의 개념과 연결시키고 있다. 시인이 ‘자연으로 존재’하든가, 혹은 ‘상실한 자연을 추구’하든가 두 가지 중에서 앞의 것을 ‘소박한 시인’이라 했고 후자를 ‘감상적 시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병근 시인은 어디에 해당하는가. 시인이 순수한 자연으로서 존재하는 동안 순진한 감성적인 통일체로서 또는 전체가 조화된 존재로서 행동하면서 감성과 이성, 사물을 받아들이는 능력과 자율적인 행동 능력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대립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의 시정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것은 이보다 더 편한 말이 없어서라오 목련 꽃피워내던 어느 봄날 성큼 내게 다가와 이 날까지 내 안에 아내로 사는 당신을 앞 뒤 둔 것 없이 이렇게 부른다오 간월재 운무에 싸여 곱게 피어난 풀매화를 닮은 당신은 은근하오 높이고 낮춤이 없는 함께 하늘아래 더없는 인연이니 당신과 나는 참으로 불변 이오. --「산 詩. 6·여보」전문 이처럼 ‘산정’에 취하는 연유는 ‘당신과 나’라는 화자가 ‘취서산 산바람’과 ‘간월재 운무’에 심취한 그의 서정성은 순박한 순수서정이 충만된 순정적인 이미지의 자연 연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상당한 유추가 필요한 ‘내 안에 아내로 사는 당신’은 일단 의인화의 개념으로 상징이나 이미지로서 은근한 산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이 시집 전체의 작품이 지향하는 ‘사랑의 별’이라는 대명제에 부합하는 의미는 아무래도 ‘그리움’의 대상인 ‘아내’가 병치(竝置)된 동일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어조는 작품「산 詩. 3 산막(山幕)의 밤」중에서도 ‘산막의 밤은 깊어 가고 / 내 외딴 가슴은 산동백 쫒아 / 잎이라도 먼저 피워 / 내 가슴으로 아니 오지 않을 / ‘나의 사람’에게 / 잎 먼저 피운 까닭을 / 얘기해 줘야 합니다’라는 심연(深淵)에는 ‘나의 사람’이 등장하여 동류(同類)의 화자가 나타나고 있음을 유의하게 된다. 이병근 시인은 ‘홍류폭포’나 ‘청솔 그늘’ 그리고 ‘연화봉’, ‘굴화산성’, ‘문수산’ 등에서 교감하는 산정은 보편적인 산행에서 교감하는 정감이 아니고 그가 무엇인가 인생과 그 가치관에서 창출하는 대범(大凡)한 시적 진실이 포괄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제 이병근 시집 『사랑아 별이 되어』의 읽기를 이쯤에서 마무리 해야겠다. 그가 정서의 중심축으로 설정한 ‘사랑’은 그리움을 전제로 하여 사유의 진폭을 확상하는 시정이 그의 체험적 자아에서 발상되고 구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온화한 시적 진실로 승화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작품 「회귀(回歸) 1」중에서 ‘한 사내가 어둠속에서 // 자일로 목을 맨다 // 명막冥漠한 허공 // 사내는 없다 / 다만 프리즘을 통과 한 / 거대한 빛스펙트럼이 / 우주 사막에 머물다가 / 방울뱀처럼 지나가는 / 사막 바람에 먼지로 사라진다’는 상상의 세계가 형이상(形而上)의 고매(高邁)한 시세계로 승화하는 그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고차원의 작품세계는 다시 작품 「나는」전문에서 ‘몸뚱어리는 바람의 집이여 // 영혼은 예전부터 바람이구요 // 붉은 노을이 게워낸 / 핏 빛 바람은 목숨입니다 / 벌판 토네이도로 분천 하다가 / 협곡을 빠져 다니는 솔개 이다가 // 때로는 살갗에 돋는 소름을 발라내어 / 죽어 혼백이 머물 수 있는 // 법계法界와 속계俗界의 경계를 알리는 / 나는 지금은 자명고自鳴鼓를 만듭니다’라는 결론으로 자아를 정리하고 있다. 이것이 이병근 시인이 구현하려는 시적 진실이다. 그것이 새로운 인생관과 가치관을 창조하려고 형이상적으로 몰입하는 시창작의 고충일지라도 그는 이를 위해서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한 줄의 글자와 공백으로 구성되는 시구(詩句)는 인간이 삶을 흡수하고 명확한 말을 되찾아내는 이중의 작용을 한다는 명언을 기억하면서 창작에 임할 것을 권유한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