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를 해석하는 첫 번째 단계는 혹시라도 수검자가 문항의 내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응답하지는 않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문항내용과 무관한 응답(CNR)이란, 수검자가 아무렇게나 무선적으로 응답한 경우 또는 어떤 체계적인 방식을 따르기는 했지만 그것이 문항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예: 모두 그렇다 혹은 모두 아니다)를 의미한다. 이런 경향을 탐지하기 위해서, 검사자는 무응답(?) 척도, 무선반응 비일관성(VRIN) 척도, 고정반응 비일관성(TRIN) 척도 및 비전형 후반부를 검토한다. 이런 타당도 척도들 중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수검자의 응답이 타당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면, MMPI-2의 나머지 척도들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 무응답(?) 점수
무응답(?, Cannot Say) 점수는 수검자가 응답하지 않고 빠뜨린 문항의 개수를 센 것이다('그렇다'와 '아니다' 모두에 응답한 경우도 포함시킨다). 수검자가 MMPI-2의 문항에 응답하지 않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때때로 수검자가 부주의하거나 혹은 혼돈을 일으켜서 문항을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거짓으로 응답하기보다는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경우에도 문항에 응답하지 않고 남겨둘 수 있다.
또한 두 개의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많은 수의 문항에 응답하지 않고 그냥 남겨두곤 한다. 의미 있게 응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문항에 대해서 응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검자가 어떤 이유로 문항에 응답하지 않고 빠뜨렸든지 간에, 무응답 문항이 많아지면 다른 척도들의 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무응답 문항이 많다면 검사결과의 타당성을 의심해야 한다. MMPI-2 매뉴얼에서는 30개 혹은 그 이상의 문항에 응답하지 않은 자료는 혹시 전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자료가 아닌지 강하게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준은 너무 느슨해 보인다. 실제로 우리는 무응답이 10개 이상인 자료는 매우 조심스럽게 해석하며, 무응답이 30개 이상인 자료는 아예 해석하지 않는다.
수검자가 몇 개의 문항에만 응답하지 않은 경우에는, 빠뜨린 문항이 어느 척도에 속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무응답 문항이 10개 미만이라고 할지라도, 만약 그 문항들이 모두 어느 한 척도에 속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무응답 문항이 어느 한 척도나 일부 척도에 국한된다면, 다른 척도들은 해석이 가능하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MMPI-2를 채점하면 수검자가 응답한 문항과 응답하지 않은 문항의 백분율을 각 척도별로 알 수 있다.
때로는 수검자가 MMPI-2를 끝마치지 않아서 지나치게 많은 무응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만약 370번 문항 이후에서 지나치게 많은 무응답이 관찰된다면, 기존의 타당도 척도와 임상척도의 점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실시 절차는 수검자가 전혀 빠뜨리지 않거나 몇 문항만 빠뜨리도록 확인하는 것이다. MMPI-2를 실시하기 전에 모든 문항에 응답하라고 격려해 주면, 대부분의 수검자는 대개 아주 적은 개수의 문항만을 빠뜨릴 것이다. 또한 검사가 끝난 뒤에 검사자가 답안지를 훑어보고 응답이 빠져있는 문항에 답해줄 것을 요청하면, 대부분의 수검자는 모든 혹은 거의 모든 문항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MMPI-2를 컴퓨터로 실시하는 경우에는, 빠뜨린 문항이 있으면 그것을 지적해주고 가능한 한 많은 문항에 답하도록 유도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출처: MMPI-2 성격 및 정신병리 평가, John R. Graham 저, 시그마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