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동네, 영종도
목련화
나는 하루 일을 마치고 깊은 밤 집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른다. 하루 동안의 도시의 답답함을 뒤로하고 제3경인을 통과하여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는 배곶을 지나면 나는 차창을 열고 심호흡을 하면서 밤공기를 온몸으로 받는다. 마치 싱가포르 같은 도시의 야경을 내뿜고 있는 송도를 지나 인천대교에 오른다. 양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위에 아스라이 놓인 인천대교 상단에 오르면 역설적이게도 매일 도시를 탈출하는 통쾌함을 느낀다. 후우! 바람이 코끝과 입속으로 시원스럽게 밀려든다. 모닝 커피를 한잔 들이킨 것처럼 가슴이 후련하다.
바다 위에 우뚝 서 있는 인천대교의 주탑 두 개는 밤마다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은은하고 신비한 비취빛으로 변하거나 환몽적인 듯한 연한 바이올렛빛, 가을 하늘을 닮은 새파란 블루, 아주 열정적인 붉은빛의 우아함 등 교각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색채 쇼를 보면서 나는 우리 동네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 가는 것이다. 주탑은 커다란 목마처럼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나를 기꺼이 통과시킨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했던 가랑이 사이로 끼어들어가는 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동네로 들어가는 입구가 이만큼 첨단의 화려한 쇼를 보여주는 곳이 어디 있을까?
나는 영종도에 정착한 지 올해로 5년 차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용인에서부터 화성, 수원 안양 등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다 막내 동생의 권유로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 동생이 이곳을 소개했을 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내가 거기 섬까지 왜 가야 하느냐며 동생을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하늘고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잠깐 한두 해쯤 살다가 다시 오래 살았던 안양 평촌으로 다시 이사 갈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짐도 온전히 풀어 놓지 않고 박스채 그냥 둔 채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나는 짬이 날 때마다 섬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 영종도를 보고 탄성을 질렀던 것은 다리 위로 갈매기가 날아오르고 더 높이에서는 비행기가 나는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기막힌 풍광이었다. 21세기 첨단 산물인 비행기와 조나단 리빙스턴의 갈매기가 공존하는 희한한 곳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운전하고 지나치다 처음 보게 된 해당화가 섬 곳곳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새빨간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서해의 시원한 미네랄 바람, 아름다운 해당화. 물이 빠지고 나면 파운드 케잌처럼 맨살을 드러내는 풍요로운 잿빛 갯벌 등. 이곳은 내가 자라던 고흥 반도처럼 바다가 늘 내 곁에 있는 것이다. 또 이곳에선 엄청 큰 얼굴의 달을 자주 보게 된다. 영종도가 위치상 근일점에 가까운 곳인지 어쩐지는 과학적으로 알 수 없지만 바다에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이 지금껏 내가 보고 자라 온 어느 곳에서 본 달보다 훨씬 크고 밝고 푸근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그것은 마치 요즘 내가 느끼고 있는 영종도의 따뜻한 품속 같다. 영종도는 신,구가 병존해 있는 재미있는 동네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천 국제공항이 있고, 국내에서 가장 크고 긴 인천대교가 있으며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일류 호텔과 스카이 72라는 최대의 골프 코스가 있는 곳이다. 외형적인 규모의 공간도 공간이지만 이곳에선 봄철마다 쑥을 캘 수 있는 들판이 질펀하고 세계 평화의 숲같은 아름다운 공원이 다른 도시에 비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첨단과학과 자연이 적절하게 병존해 있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관문인 것이다. 나는 이제 다시 육지로 이사갈 계획을 접었다, 공기가 깨끗하고 교통도 복잡하지 않아서 조용하고 쾌적한 동네가 이곳보다 나은 곳이 없을 듯 해서다. 뉴질랜드 영주권을 취득해서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다 온 지인의 얘기로는 이곳이 마치 뉴질랜드의 여느 도시처럼 소란스럽지 않고 자연이 숨쉬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극찬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이 동네의 또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 동네에 오래 산 사람들에 비하면 아직 이방인이다. 그러나 낯섬과 호기심은 이미 가시고 이제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이곳이 제2의 고향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이곳에는 큰오빠의 가족과 두 동생의 가족들이 모두 살고 있는 곳이어서 더욱 그러한 느낌이 더 드는 것이다. 아침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니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지만 조금씩 일을 줄여 나가 지금보다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이곳의 문화를 더 찾아보고 여기 저기 펼쳐진 섬 여행도 하면서 이웃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보고 싶다.
첫댓글 작품 게재가 좀 늦었습니다.
제대로 다듬지도 못하고 올린 글이라 참작해서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나라 같습니다
바다를 좋아한 저로서는 도시를 탈출한 그 상쾌함 바다위를 달려야만 갈수있는 영종도 신도시죠 핸들을 잡고 시야를 즐기며 출퇴근하는 목련화님 생기 발랄해서 아주좋아요 늘 푸른 감성으로 달리세요
영종도 갯내음의 기억 바다위 호텔에서 그 밤의추억
ㅎㅎㅎ 또 그런날 오려나. 상기 시켜주는
글 잘읽고갑니다
목련화님의 글을 읽으연서 영종도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었네요.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비행기와 갈매기가 함께 날아오르는 곳, 해당화가 피어 있는 곳,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듯한 곳, 무엇보다 형제들이 함께 사는 평화로운 곳이라는 것을요. 늘 자연과 벗하며 살고싶은 게 제 꿈이었는데 이젠 포기를 했어요. 목련화님처럼 어릴적 함께 뒹굴며 자란 형제가 있는 그런 곳이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갈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형제들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부럽습니다. 그리고 언제 가고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바다와 크고 둥근 달, 해당화와 갈매기 거기에 오빠와 동생까지. 뿌듯함이 가슴 가득 차 오릅니다. 모든 것을 가지신 목련화님이 부럽습니다. 분주한 일상을 마치고 그곳으로 달려가는 발걸음이 늘 설레일것 같습니다. 탄탄하게 펼쳐지는 문장력도 뛰어나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목련화 님의 수필을 보면서 나는 언제나 이렇게 생기발랄한 글을 한 번 써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부러움을 갖기도 합니다.
질서정연한 글을 내리 읽으며 감성도 유효적절하게 잘 표현하신 그 능력을 또 부러워 합니다.
영종도 ~ 하면 국제비행장만 생각나는데 이렇게 아름답고 많은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출, 퇴근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시겠지만 이토록 좋은 느낌으로 살아가신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차분하게 써 내려간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다 인연이 닿은 이곳이 저는 참 좋습니다.
선생님들 글을 통해 삶이 머무는 곳이 정겨운 곳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좀더 좋은 곳을 찾게 되면 또 소개해 올리는 기회를 가져 보겠습니다.
응원 메시지 감사 드립니다.
영종도에서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듭니다. 갈매기, 해당화 그리고 바다의 맨살같은 갯벌이 드러나는 영종도에서 정말 살아보고 싶습니다. 작년 영종도 문학여행이 생각납니다. 호털에서 봤던 밤바다와 새벽 바다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멌습니다.
옛날에 영종도가 인천에서 아주 가까운 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가보니 아파트도 많이 생기고 엄청 틀려진 것 같습니다. 인천 부두에서 조금 나가면 용유도, 팔미도, 덕적도, 섬이 많은데 한 시간 넘게 팔미도에 가면 바닷물 밑이 훤하게 보여서 감탄합니다. 아버지 계실 때는 일 년에 한 번 바다낚시도 가고 용유도에서 친척들, 친구와 다 같이 며칠 씩 민박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를 생각하고, 남동생에게 배 타고 바다낚시하고, 놀러 가면 안 되겠냐고 하면, 부두에서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놀러 가는 모습은 안 좋다고 하여 꼼짝 못 합니다. 옛날에 저는 인천을 좋아했습니다. 자유공원에 올라가면 숨통 트이는 바다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목련화 님은 바다를 끼고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물푸레 숲 회원들이 묵었던 호텔에서의 밤바다는 거의 환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마음에 쏙 드는 호텔을 구했는지 지금도 생각납니다. 한 번 다녀왔기에 목련화 님의 글은 실감 나는 바닷가의 풍경입니다.
네! 저보다 더 인천을 잘 아시는데 제가 너스레를 떤 듯 합니다. ㅋㅋ
언제 또 기회가 되면 아네모네 선생님의 안내로 다른 섬도 가보는 기회를 가지시면 좋을 듯 합니다.
오리지널이신 선생님의 안내라면 더 많이 이 지역을 알게 될 것 같은 행복감이 벌써부터 듭니다.
아네모네 선생님!
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