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독일과 폴란드를 분할 점령한 소련의 관심은 1차 대전이후 소련에서 독립한 신생독립국 핀란드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소련의 관심은 강철의 대원수님이 단걸 좋아했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건 바로 핀란드의 지정학적 위치였다. 핀란드 국경에서 레닌그라드까지의 거리는 불과 25Km에 불과했으며, 이는 핀란드만과 육로를 이용 레닌그라드에 대한 수륙양면 공격이 가능함을 의미했다. 더구나 1차대전 당시 독일의 카이저가 핀란드의 독립운동을 지원함으로써, 양측의 관계는 긴밀해졌으며 이 사실은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소련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는 핀란드 국민들의 정서가 점차 소련과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련의 입장에서 핀란드는 가만 놔두기에는 너무나 가려운 부스럼같은 존재였다. 소련은 일단 명분쌓기로 핀란드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핀란드에게 사실상 영토할양에 가까운 요구를 들이민것이다. 그 내용은 카렐리아Karellia 이츠무스Itsmuth 협곡 지역, 핀란드 만의 주요 도서 그리고 남부 해안의 해군기지들을 핀란드가 소련에 양보하는 대신 소련은 그 2배에 달하는 영토를 핀란드에 넘기겠다는 것이었으며, 명분은 군사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핀란드는 이 어이없는 요구에 맞서 끈질기게 협상을 시도했지만, 소련의 입장은 언제나 한결 같았다.
-쳐맞고 줄래염? 그냥 줄래염?-
이빨은 오복중의 하나! 스탈린이 충치에만 안걸렸더라도....(굽시니스트님의 본격 2차세계대전 만화중에서)
이제 핀란드가 선택할수 있는 카드는 2장밖에 없었다. 한 장은 소련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토를 할양하고 주권국가임을 포기하는 것이고, 나머지 한 장은 전쟁을 각오하고 소련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었다. 핀란드는 후자를 내밀었고, 이 패는 곧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란걸 핀란드와 소련 그리고 전 세계는 알고 있었다.
1939년 11월 30일 드디어,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스탈린은 부스럼을 긁어버렸다. 소련군은 900기 이상의 항공기와 100만의 군대를 투입하였으며, 이는 핀란드에 비해 항공의 경우 9:1, 지상군의 경우 3:1의 숫적 우세를 달성하고 있었다. 이런 압도적인 병력의 차이는 런던의 도박사들을 김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수일만에 핀란드를 점령할것이라는 예상은 초전부터 헝클어지고 말았다. 소련의 진격은 더디어져만 갔고, 전선은 고착화되고 있었다. 누구도 예상못한 핀란드군의 완강한 저항과 최악의 혹한이 거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것이었다.
핀란드 공군의 리폰, 원래 영국 해군 항공대의 뇌격기로 개발되었다
당시 핀란드 공군FAF(The Finnish Air Force 혹은 Ilmavoimat)이 보유한 항공기는 약 50기의 전투기와 18기의 블렌하임 폭격기 그리고 대부분 노후화되어 근접공격과 정찰, 연락용의 잡다한 업무로 사용되는 60여기의 항공기가 전부였다. 포커Fokker CX(직도입및 면허생산)와 블랙번Blackburn 리폰Ripon 복좌 복엽 폭격기가 이들 구식 기체의 주력을 이루고 있었다.
호수를 간이 비행장으로 이용하는 포커 CX
* 핀란드 공군의 푸른색 스와스티카와 나찌의 스와스티카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이 스와스티카가 핀란드 공군의 국적마크가 된 유래는 1918년 스웨덴의 백작인 에릭 폰 로젠Eric von Rosen이 핀란드 공군을 위해 기증한 모랑Morane 튤링Thulin 파라솔Parasol(핀란드 공군의 첫번째 기체)에 있다. 푸른 스와스티카는 바로 로젠 백작의 행운의 사인이었던 것이다.
핀란드 공군의 1호기인 파라솔. 사진은 복원된 기체를 촬영한 것
소련 공군의 경우, 너무 자만한 탓인지 그들이 보유한 최고의 기체들을 전쟁 초반에 투입하지 않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소련 공군의 주력은 폴리카르포프 I-15bis 복엽전투기와 폴리카르포프 I-16 Type 5/6, 10 단엽 전투기였으며 폭격기의 경우에는 투폴레프 SB-2와 일류신DB-3가 그 핵심세력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폴리카르포프 I-15bis
폴리카르포프 I-16 Type 10
투폴레프 SB-2 고속 폭격기
일류신 DB-3 장거리 폭격기
이런 전투기들이 핀란드의 겨울 창공을 뒤덥고 있던 시기의 핀란드 공군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핀란드는 단 2개의 비행대 Squadron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10여기의 거의 폐물에 가까운 브리스톨Bristol 불독Bulldog IVA 복엽기 10기를 운용하는 비행대였으며, 나머지 또 다른 하나의 비행대는 36기의 Fokker D.XXI로 구성된 비행대였다.
핀란드 공군의 주력 전투기 불독IVA와 포커D.XXI
핀란드는 포커D.XXI의 본국인 네델란드 공군이 운용하기도전인 1937년 7기의 포커를 도입했으며, 겨울 전쟁에 앞서 35기의 포커를 면허 생산해둔 상태였다. 이런 포커의 기체는 복합구조로 구성되었다. 동체는 강철관으로 제작되었으며, 전방과 기미의 상부구조는 금속재질로, 나머지 부분은 직물로 덮였다. 날개구조는 목재로 제작되었으며 그 위에는 베이클라이트bakelite와 합판이 씌어졌고, 이에 유압식 플랩이 장착되었다.
욀리콘 FR-76 20mm 기관포를 장착한 포커
직도입한 버젼에는 기존의 와스프엔진대신 폴란드에서 생산된 과급기 장착형 브리스톨Bristol 머큐리Ⅶ 성형엔진이 그 추진력을 제공하였으며, 지상에서 각을 조절할수 있는 3엽 금속제 프로펠러의 도움으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한편 핀란드가 면허 생산한 포커에는 머큐리Ⅶ를 좀더 개량한 머큐리Ⅷ 엔진이 장착되어 추진력이 향상되었다. 포커의 무장으로는 2정의 FN 브라우닝 7.9mm 기관총이 카울에, 나머지 2정이 주익에 장착되었으며 조준은 텔레스코픽 사이트로 이루어졌다. 이 당시 포커는 소련 기체들에 비해 좀 더 견실한 건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체였다. 그리고, 실험적으로 20mm 캐논이 주익의 기총을 대체한 모델도 있었지만, 신뢰성과 성능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시도는 폐기되었다. 7.9mm와 비교할수 없는 20mm의 강력한 반동은 기체에 악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한 발사속도의 저하와 낮은 명중률은 핀-포인트 사격의 열렬한 신봉자들인 핀란드 공군들로선 받아들일수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