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 아침에
1월 1일 아침에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함께 한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신앙 생활을 한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새해의 시작도
새 하루부터 시작됩니다
서로가 복을 빌어주는 동안에도
이미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새해 새 아침이여
나와 함께 있는 사랑하는이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
저도 올해 사랑하는 이와
더욱 가까이 함께 하렵니다.
잎마늘 작업
2023.1.2
오늘부터 풀마농(잎마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2달 간 피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연말 연시에는 경매가 없고 1월 3일 부터 시작한다고 하여
오늘(1월2일)부터 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어제
콘테이너 창고를 정리하고 비닐을 씌우고 작업대를 설치했습니다.
나에게 잎마늘 작업은 피정과 같습니다.
혼자서 작업을 하다보니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로 과거의 일을 회상하지만 앞으로의 일도 생각합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보니
또 나의 지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라디오를 청취하기도 하고 신부님들 강론도 듣습니다.
두 달 가까이 작업을 하기에 평상시 할 수 없는
한 달 이상의 피정을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금년 처음으로 작업한 10킬로 2단 입니다.
시작이 어렵지 시작을 하면 모든 일은 끝이 있게 마련이지요.
또한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의 시작점입니다.
위의 사진이 20킬로 1상자에 넣을 분량입니다.
제법 많습니다. 들어보면 21~22킬로 나갑니다(박스무게 포함).
오늘 작업한 분량입니다.
첫날이라 2상자만 하기로 하고 작업을 일찍 끝냈습니다.
10단을 박스에 담아서 포장합니다.
규격에 표시를 하고 출하자 이름을 씁니다.
농사짓는 밭이 아내 소유로 되어있기에
아내 이름으로 출하를 하고 입금도 아내통장으로 들어갑니다.
농장주는 아내고 저는 머슴이라고 농담삼아 이야기 합니다.
매일 경매한 후 경매가격이 아내 폰으로 통보가 되고
제경비(항공운임, 농협 수수료) 를 제외하고 통장에 입금됩니다.
포장된 박스는 이렇게 집앞에 놓아두면 됩니다.
수거하는 특송회사가 우리 집을 제일 먼저 지나서 마을에 들어가기 때문에
새벽 4시반 ~5시 사이에 놓아두어야 합니다.
그 동안은 5시에 알람을 설정했지만 마늘 작업이 시작되면
4시로 알람을 변경합니다.
4시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첫 출하 가격이 괜찮은 편임 - 공급이 줄어든 영향?
매년 잎마늘 농사하는 가구와 면적이 줄어듭니다.
가격 변동 폭은 적지만 손이 많이 가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지요.
잎마늘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종자인 씨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키우고
출하작업까지 힘든 일이지만
저에게는 즐거운 직장이며 친구로서
앞으로도 잎마늘 농사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눈 내린 아침에
2023.1.25
며칠 전 부터 강풍이 몰아치고 기온이 급강하하고 항공편이 결항되어
설연휴를 마친 귀성객과 여행객들이 발이 묶이고
농산물 출하도 되지않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습니다.
마늘출하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제주에 와서
이토록 많은 눈이 내린 백설의 광경을 처음 보았기에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옷차림을 단단히 하고 산책을 했습니다.
거의 발목까지 덮히는 눈을 처음으로 발자국을 내며
밭 사이로 난 길을 돌아다녔습니다.
조금 동쪽하늘이 밝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약간 어두운 길을 뽀드득 소리를 내려고 밟고 다니면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동영상도 촬영했습니다.
원하는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어릴 때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목타게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데리고 산책을 한 후
집 주위에서 사진 몇 장을 더 찍었지요.
눈에 덮힌 동백나무와 눈에 파묻혀 고개를 떨구고 있는 마늘 밭 등
그리고 친구집 주위의 눈을 삽으로 퍼냈습니다.
설에 내려온 손녀가 아직 집에 머물러 있기에
잠이 깰까 조심스럽게 컴에 앉아 소리도 줄이고 포스팅합니다.
2월 중에 독서자교육을 실시할 계획으로 교육안을 들여다봅니다.
2022년 7월부터 10년 이상 해오던 화답송을
교구주보에 실려있는 것으로 교체한 후
독서자가 화답송과 복음환호송을 노래로 하고 있읍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실수도 하여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지만
신부님의 관심과 격려(칭찬)가
적극적으로 하려는 봉사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어
현재 주일은 4팀, 토요일 저녁 주일미사도 3팀이 잘 돌아가고 있지요.
교우들의 반응은 종전에는 성가대에서 거의 한 명이 전담했지만
지금은 매주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참신하다는 평이 있는반면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의견도 있어
많은 연습과 교육으로 Skill up 필요합니다.
특정인(성악전공한 성가대원)도 솔로하기를 꺼리는 데 도회지도 아니고
작은 성당에서 대단하다고 격려해주기도 합니다. (타본당 신자)
독서자 본인들은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지금은 자존감이 충만,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이고 기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저에게 주신 달란트인 하느님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늦었지만 인생후반기에 들은 것 같습니다.
교육, 독서, 카페 포스팅하는 것은 분명 하느님 목소리인것 같은데
성가대활동은 의문입니다.
하지만 가슴이 뛰는 것을 보면
이것도 주님의 목소리일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요즘 신부님 영명축일 특송을 맹연습 중입니다.
무지개를 볼 때 아직도 내 마음이 뛰듯이
늘 가슴뛰는 삶을 살것을 다짐해 봅니다.
독서 봉사자 기본교육 및 화답송 연습
2월 12일
1. 신부님 말씀, 강복
2. 기본교육(독서단장) - 자료배부
3. 복음환호송 연습(성가대 지휘자 - 윤유미 루치아)
4. 화답송 연습(김인철 레오)
5. 말씀사탕뽑기, 간식제공
6. 출석확인: 참석자 23명
다시 시작이다
2023.2.24
이제 마늘 피정도 며칠 후면 끝납니다.
매일 매일 힘들었지만 마늘 경매가격을 받아보며 느꼈던 소확행도 끝납니다.
재의 수요일(2월 22일) 전에 끝내고 사순시기를 맞으려 했지만,
금년에는 비가 자주 내려 작업을 하지 못한 날이 많아섭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생산량도 늘었습니다.
7년 마늘농사 중 가장 수입이 많았던 재작년보다 약간 더 벌었습니다.
생산량은 조금 적었지만 경매가격이 좋아서지요.
약 2개월 피정겸 돈벌이를 한 셈입니다.
이 중 일부를 떼어 마지막 남은 성지순례 3차 여행을 계획하렵니다.
그리고 금년 처음으로 한 밤중에 집중이 잘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새벽(4시) 정도 이후의 세계를 살기에
그 때가 가장 머리가 맑고 집중이 잘되어 업무의 효율이 오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12시 경 잠이 깬 후 잠이 오지않아 창고로 갔습니다.
전날 뽑아놓은 마늘을 다듬는데 낮에 하는 것보다 능률이 올랐습니다.
그 이 후 초저녁에 자고 한 밤중에 작업을 하니
예년에 일 3상자 출하에서 4상자로 늘어난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고3 대학 입시준비할 때 독서실에서
졸리면 엎드려자다가 깨어나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집중이 잘되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형 인간이 아니라 자고 일어났기에 집중이 잘 된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 증상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그 증상을 '까미노 블루'라고 부르는데 나는 순례 마지막 며칠 전 부터
그런 증상이 있었습니다.
매일이 충만하고 새로웠던 순례길은 귀국과 동시에 사라지고
또 다시 현실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지요.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는 가짜순례길이고 진짜는 집(현실)에 돌아와
현실에 부딪치며 사는 순례가 진짜순례라는 인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마늘작업이 끝나면 소확행겸 피정이 끝나는 아쉬움에
약간의 우울한 느낌도 있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사순시기를 맞아 성가대원으로서 테너파트 연습을 열심히 하고,
가능한 3차 순례여행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나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할 수 있었던 2개월 간의 마늘 피정이
잘 마무리된 것에 대해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옥스포드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영국의 루드야드 키플링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학생들끼리 50파운드(약7만원)를 모아서
강사료로 전달한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인생에서 가장 파워풀한 한마디를 알려주세요."
얼마 후 키플링이 답변을 보냈습니다.
그 한 마디는 바로...
"땡큐!"
오늘 아침 눈 뜰 수 있어서 감사!
오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땡큐!
오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땡큐!
감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가장 강력한 한마디였던 것입니다.
예전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헤리슨 포드가 상을 받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의 인사는 짧지만 파워풀한 인삿말이었습니다.
“땡큐”
이렇게 말하고 나니 너무 짧은 것 같아
포드는 약간 긴 인삿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땡큐 베리 머치”
세상에서 감사만큼 파워풀하고, 행복한 단어는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좋은 단어를
다 삼켜버린 단어는 감사입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성서와 함께
2023.3.11
주문한 성경 필사 노트가 도착해 오늘부터 바로
4번째 성경쓰기를 시작했다.
목표는 금년 11월 말까지 신약 완필이다.
이번에는 신약성경부터 시작하기로 해서 마태오 복음부터 썼다.
눈이 침침해서 글자가 어른거리지만 손가락은 아직 힘이 있어
더 늦기 전에 하느님의 사랑의 편지를 읽고 쓰기로 한 것이다.
대자가 방문해서 성경쓰려고 받쳐놓은 책받침대를 유심히 보고는
자신들도 사용하고 싶어 집에 가서 만들어 사진을 보내왔다.
튼튼하게 잘 만들었다고 하자,
대자 자매님이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해서
좀 더 작게 다시 만든다는 것이다.
내가 커서 좋다고 하자 선물로 주어서 성경을 올려놓으니
안정감이 있고 너무 좋았다.
가장 힘든 광야시기인 1997년 12월 ~ 1999년 4월 서울 문정동에서부터
삼성동 아파트 입주 때까지 첫번째 썼지만 완필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힘들 때 주님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했다.
여주에 살 때에는 2006년 대림시기에 시작하여 2008년 6월에 완필을 한 적이 있다.
이 때도 퇴직 후 여주로 이사하여 1년이 조금 지난 시점
여주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때 시작하여 1년 반이 흐른 후에 보니,
레지오 마리애 천사의 모후 쁘리시디움 창설, 본당 신축, 도자기 회사 취업,
통신성서 평가자 활동, 총구역장 봉사 등
영성적인 성장과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하는 체험을 했었다.
2019년 1월 ~2019년 11월 제주에서 완필을 했다.
제주생활 5년 차 영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지고
아내의 건강문제, 딸 아이의 난임(결혼 8년) 문제 등 어려움을 느꼈다.
이 때도 성서와 함께 어려움을 이겨냈고 귀한 손녀를 얻게 되었다.
돌아보니 어려운 시기마다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했던 것 같다.
97~99년, 07~08년, 19년 그러고보니 거의 10년 마다 성경 필사를 한 셈이다.
이번 필사는 어려움을 극복하기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에서
4년 만에 다시 주님 사랑의 편지를 쓰고 싶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라는 말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모두 있어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