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살삼림(殺森林)! 팔백 년의 잠을 깨다!
살삼림. 지난 팔백 년간 천수혈강림 안에 칩거해 일체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왔던 인자(忍者)의 세계. 이곳의 인원은 적지 않았다. 팔천여 명, 이곳의 어린아이라도 강호의 일류고수를 소리 없이 죽일 수 있을 정도이니 팔천여 명의 인자라 함은 실로 엄청난 세력이었다. 살삼림의 금제. 천수혈강림을 파해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이대림주이며 이대림주가 현신(現身)하면 곧 그들의 금제가 풀리는 것이었다. 아아……! 공포의 인자집단! 천하에 존재했던 어떠한 살수단체보다도 막강한 인자군단(忍者軍團)! 과연…… 과연 중원천하에 어떠한 변수(變數)로 등장 할 것인지……?
태상림전(太上林殿). 백무린과 도종삼은 등각의 안내로 가장 거대한 목상전각(木上殿閣)으로 안내되었다. "허! 나무 위에 이러한 대전(大殿)이 있다니……!" 태상림전에 들어서던 백무린의 눈에 놀람이 번졌다. 태상림전의 크기는 일반의 고루거각(高樓巨閣)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던 것이다. 실내에는 길다란 탁자가 중앙에 위치해 있었고 그 양 옆으로 오십여 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허허…… 이곳은 제일대 림주께서 회의를 주재하던 의사청(議事廳)으로써 금림원(金林院)이 열리면 항시 이곳을 사용하셨지요." 등각이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지난 팔백 년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으나 이제 제이대 림주께서 오셨으니 금림원(金林院)을 개최하셔야 합니다." 등각의 얼굴에는 무한한 감회가 떠올라 있었다. "금림원……?" 백무린의 눈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금림원이란 저희들 중 최고 원로(元老) 구 인(九人)으로 형성된 일종의 장로회의 하나입니다. 본림의 정책을 결정하는 중대한 기관이지요." "……" "본림의 절기를 십성이상 익힌 제자 중 그 일신공력이 이갑자 이상인 제자 중 아홉 명을 선출하여 금림원로(金林元老)로 선출한답니다." "오……!" 백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도 금림원로 중 한명이오?" "그렇습니다." "그럼 원주는 누구요?" 동각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백무린을 응시했다. "……원주는 타라한(打羅漢)입니다. 이곳 원주민(原住民)의 후예지요." "헌데…… 그대는 중원인같은데?" 백무린이 등각을 직시했다. 이것은 그가 등각을 처음 볼 때부터 품어오던 의혹이었다. 기실 이곳 대강림은 지리적으로는 중원에 위치하나 풍습과 관습이 다른 이민족(異民族)의 고장이었던 것이다. "허허…… 소신은 제일대 림주…… 조사님의 후예이옵니다." 등각이 나직이 웃으며 허리를 접었다. "오! 칠기예전의 후예란 말이오?" "칠기예전? 그렇기는 합니다만 실은 칠기예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은 조상의 명에따라 이곳에 정착하여 이곳에 살던 원주민을 훈련시켜 왔습니다." 백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 이곳 금림원주에 등가(騰家)가 아닌 딴 인물이 된 이유는 무엇이오?" "허허…… 선조께서 비록 저희들의 핏줄이셨으나 그분은 편애하시지 않고 모든 사람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선출하라고 지시…… 비록 후예라 해도 재질이 부족하면 금림 원로에조차 들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 백무린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등일화…… 그분은 실로 정대한 성품을 지니고 계셨구나! 비록 자신의 후예라 해도 재질이 부족하면 이곳에 원주민에게 금림원중의 직을 물려주라 하셨다니……' 백무린은 내심 등일화의 인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잠시 후, 백무린이 창문을 통해 방대한 살림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보아하니 이곳의 인원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어찌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것이오? 더구나 조용하기 이를 데 없으니 모두들 어디갔소?" "허허허…… 본림의 규율입니다. 만약 림주가 현신하시면 금림원주를 부르시기 전까지는 아무도 림주 앞에 나타날 수 없는 것이지요." "좋소! 금림원주를 부르시오!" 백무린이 조용히 입을 열자,순간 등각의 전신이 세차게 떨렸다. "그, 그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팔백 년간…… 금림원주를 림주께서 호출하기만을 기다리며 죽을 때까지 무공만을 익혀온 저희들이옵니다." 등각은 이어 조용히 두 번 손뼉을 쳤다. 딱딱! 나직하나 살삼림 전체에 울려퍼질 기이한 음향이 터졌다. 헌데, 그 음향이 채 사라지기도 전이었다. "금림원로를 비롯한 금림원주. 림주를 뵈옵니다!" 소리도 없이 태상림전의 입구에 팔 인(八人)이 나타나지 않는가!그들은 나타나기 무섭게 백무린을 향해 부복했다. 그들 중 두 명은 좀전에 등각과 함께 백무린을 영접하던 사람들이었다. "일어나시오!" 백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림주의 명이시라면!" 팔 인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팔 인 모두의 기태는 정녕 보기드문 것이었다. 나이를 분별하기 어려운 노인들,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맨발 그대로였으나 그들의 전신에서는 무서운 기도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음…… 이들 중 세 명만이 등가의 후예인 듯 하군' 백무린의 눈이 그들을 차례대로 쓸어보았다. 금림원로 등 등각을 포함한 삼인만이 중원인인 듯했다. 그 외의 인물들은 모두 피부가 검기 이를 데 없었고 그 키도 매우 작아서 한눈에 이민족임을 알수 있었다. '흠…… 저 사람이 금림원주?' 백무린의 눈이 한 인물에게 고정되었다. 금림원로 중 가운데 서 있는 인물, 그 역시 이민족이 분명했으나 유독 당당한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마구 자란 수염, 회색빛이 은은히 감도는 안광(眼光), 그 눈은 깊고 그윽해 그가 매우 깊은 심기를 지닌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대가 금림원주인가?" "림주! 그렇습니다. 이 늙은이가 금림원주를 맡고 있는 타라한입니다." 타라한은 백무린을 직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태도에는 어딘가 백무린을 경시하는 듯한 기미가 담겨 있었다. "하하하…… 원주! 반갑소. 자, 이쪽으로 앉으시오!" 백무린이 담담히 웃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 타라한이 대답도 없이 걸음을 탁자로 다가왔다. 다음 순간, 타라한은 백무린의 우측에 위치한 의자에 털썩 앉지 않는가! "원, 원주……!" 백무린이 아직 앉기도 전에 타라한이 먼저 의자에 앉는 것을 본 등각이 소스라치게 경악하며 말을 더듬었다. 헌데, 타라한이 착석하자 나머지 팔 인 중 육 인이 태연히 그 옆쪽으로 차례대로 앉는 것이 아닌가! 그들 중 등강의 후예로 보이는 원로들만이 엉거주춤 경악을 떠올린 채 서 있었다. "훗!" 백무린이 그들의 광망한 태도에 차가운 웃음을 흘려냈다. "등원로!" 그의 입에서 싸늘한 호통이 흘러나왔다. "예!" 등각이 허리를 접었다. "금림원주가 감히 림주에 앞서 착석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그, 그것이……" 등각이 쩔쩔맸다. "금림원주가 림주보다도 그 권위가 높다는 말인가?" 백무림의 눈에서 녹광이 뻗어나왔다. 무서운 기세가 긍의 전신에서 서리서리 뻗쳐나왔다. "아, 아니옵니다…… 금림원이란 장로회를 말함인데 어찌 림주의 권위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등각은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백무린의 눈이 타라한을 직시했다. "들었는가?" "……" "들었는가! 하고 물었다!" 무서운 위엄이 그들의 심신을 떨리게 만들었다. '으음……' 타라한의 눈에 질린 듯한 기색이 비쳤다. '으으…… 일개 백면서생으로 보이는 사람에게서 어찌 이러한 위엄이 나온단 말인가…!' "훗! 감히 림주의 권위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냐?" 타라한의 동공을 타고 공포가 피어났다. 이것은 그로서는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백무린의 전신에서 뻗어나오는 위엄을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림, 림주……!"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이때, "타라한! 내눈을 보아라!" 백무린이 싸늘히 외치며 타라한의 눈을 직시했다. '헉!' 무심코 눈을 돌리던 타라한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아아……! 백무린의 눈, 그곳에서 너무나도 푸른 광망이 타라한의 동공으로 뻗어나오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실로 지옥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엄청난 마화(魔火)였다. 순간, 딸 랑! 딸랑! 어디선가 지옥의 저주를 내뿜는 듯한 마종(魔鐘)소리가 울렸다. "으 악!" 타라한이 머리를 움켜쥐고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왁!" "크 아 악!" 타라한을 따라 착석했던 육로(六老)의 입에서도 순간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딸…… 랑! 딸랑! 저주의 마종 소리에, 그들은 거품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고, 딸랑! 딸랑! 이 지옥의 마종소리에 그들의 입에서 비명이 높아갔다. '이, 이럴 수가……! 저, 저것이 어떠한 무공이란 말이냐?' 등각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림, 림주! 고정하십시오!" 그는 황급히 백무린 앞에 엎드렸다. "원주에게…… 딴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니… 라… 림주의 외모가 너무도 서생 같았기에……" 그는 타라한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백무림에게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킁쿵! 쿵! 그는 이마를 마구 지면에 박으며 외쳤다. "림주! 고정하십시오! 원주가 죽는다면 이 살삼림에서 살아 있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백무린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타라한이… 그같이 모든 이들의 신망을 얻고 있단 말인가……?' 등각의 말을 타라한이 죽는다면 살삼림의 팔천여 명 수하들도 모두 따라 죽는다는 뜻이 아닌가! '흠…… 타라한이 그같은 인물이었단 말이지……!' 백무린은 새삼 타라한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음을 느꼈다. 순간, ………… 실내에는 다시 정적이 돌아왔다. 허나, 타라한 등을 비롯한 육 인은 완전히 혼절하여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백무린의 입가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났다. 순간, 딸…… 랑! 딸……랑! 또 다시, 지옥의 종음(鐘音)이 울려퍼지지 않는가! "림, 림주……!" 등각이 대경하여 외쳤다. 헌데 다음 순간, 등각은 이번의 종음이 먼저와는 판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종소리가 들려온 순간 심신이 편안해지며 전신에 알 수 없을 활력이 감돌지 않는가! "끄응!" 타라한이 몸을 일으켰다. '신, 신인이시다!' 등각은 이 모든 일에 아예 넋이 빠져 버렸다. "일어나라!" 타라한이 멍청히 바닥에 앉아 있다 백무린의 음성을 대하고 번개같이 몸을 일으켰다. "림, 림주!" "자! 자리에 앉읍시다." 백무린의 입가에는 어느새 부드럽기 이를 데 없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그 미소는 자애하기 이를 데 없어 상대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는 그런 것이었다. '림…… 림주……!' 타라한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백무린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감복의 빛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아아……! 드디어 기다리던 그런 분이 오셨다! 아 타라한을 포용해 주실 일대의 영웅!' 그의 가슴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바…… 바치리라! 나의 모든 것을……!' 태상림전! 지난 팔백 년간 아무도 들지 못했던 이곳에 주인이 찾아들고… 굳게 닫혔던 창을 통해서 태양이 스며들고 있었다. 이곳은…… 살삼림의 태상림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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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
감사합니다.
잼 납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
재미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