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양절이라고 아십니까

[유당 노병철]

중양절이라고 아십니까

노병철

받기가 찝찝한 전화를 받았다. 무당 할머니 전화다. 오늘 별 할 일이 없으면 제사 구경 오란다. 말이 구경이지 돈 들고 오라는 이야기다. 오늘이 10월 23일, 음력으로 9월 9일이다. 달력에 ‘중양절’이라고 적혀있다. 눈이 침침해서 중앙절로 읽을뻔했다. 21세기에 사는 나로서 중양절에 대한 큰 의미는 별로 없다. 단지 글 소재로서 흥미가 있어 그냥 대충 더듬고 있을 뿐이다.

“오늘 작두 타는교?”

“이제 늙어서 못 탄다.”

중양(重陽)이라는 뜻은 양수가 쌍으로 겹치는 날을 말한다. 삼짇날(3월3일), 단옷날(5월5일), 칠석날(7월7일) 등을 말하는데, 이중 홀수 중 가장 큰 숫자인 9가 겹치는 9월 9일을 중구절(重九節)이라 하여 양의 기운이 세므로 하늘과 땅이 열려 혼령들이 자유롭게 땅에 올 수 있는 날이라고 한다.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고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칫 급살맞을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도 알려고 했으나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할머니가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 바람에 입을 닫았다.

“지옥의 어둠을 물리치고 일생중생을 구원하는 날이다.”

“일체중생 아니옵니까?”

“죽고 싶나?”

갈데없이 구천을 떠도는 혼령들의 제사 지내는 날이라 무당 할머니는 분주하다. 주인 없이 떠도는 혼령에게 중구절 제사를 지내면 복을 쌓는다고 한다. 객사, 병사, 사고 등으로 돌아가신 친족이나 일찍이 세상을 떠나서 억울함이 있는 영가나 돌아가신 날짜와 시신을 어디에 모시는지도 몰라서 제사를 모시기가 애매했던 영가, 조상인데도 제사를 올리지 못하였던 영가나 인연으로 왔으나 낙태된 영가들에게 업장 소멸과 천도를 발원하여 자비를 베푸는 날이라는 것이다.

“천도 공덕으로 네놈 가정과 하는 일들이 양의 밝은 기운으로 환하게 밝혀질꺼다.”

“그냥 내 팔자대로 살다 가구로 놔두소.”

“빌어먹을 놈.”

절에서 구천을 떠도는 혼령에게 수륙대재나 영가 천도재를 지낸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무당이 중양절에 천도재 올린다는 이야기는 듣다 첨이다. 이래저래 별별 구실로 판을 벌여야 한 푼이라도 더 들어오는 법이라 나름 명분을 만든다. 난 아직도 물고기 사다가 다시 놔주는 방생의 공덕이라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옛날엔 3월 3일과 8월 보름 때 하던 방생 법회가 시도 때도 없이 한다. 기복만 바랄 뿐 중생구제 같은 수행 방편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불교는 메시아가 있는 구원의 종교가 아니다. 깨달음의 종교이다.”라는 말이 귓전을 맴돈다. 그래도 중양절이라고 하니 내 주위에 떠도는 귀신들 좋은 곳으로 가라고 천도나 할 요량으로 마음으로나 삼배를 올려본다.

[숙 온 ( 서해숙)]

그분도 경기가 좀 안좋은가
봅니다. 중양절 확실히 알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조경숙]

제가 맏며느리라 일년에 제사만 아홉번을 지냅니다.
자손 없이 돌아가신 큰시할머니, 시삼촌, 시동생.
이분들은 한꺼번에 9월9일에 지내는데
절 모르고 시주한다더니 제가 왜 그날 지내는지도 모르고
제사를 모셨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