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중행] 칠기무제 七技武帝(2권) 35. 영웅! 혈보천하(血步天下)…!

[ㅎHㅅiㅅi]

제35장
영웅! 혈보천하(血步天下)…!


오이랍평원(烏二拉平原), 끝이 보이지 않는 대평원으로 그 광대함은 가히 대자연의 장관을 보는 듯 했다.
이 오이랍평원에 석양이 깃들고 있었다.
석양(夕陽).
핏빛이 오이랍평원의 드넓은 광야를 뒤덮고 있어 지정 신비로와 보였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오이랍평원의 초입에 갑주차림의 수만 군사들이 도열해 서 있지 않는가!
그들의 수효는 실로 엄청나 그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장정을 오른손에 세워든 많은 군사들.
군영(軍營)의 선두에는 한 명 노장군이 침통한 안색으로 전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길이 오 척에 달하는 철궁이 비스듬히 매여져 있었다.
이 인물이 누구인가?

천궁대원수 정천호, 일백이십만 명친건흥군의 수장, 그의 철궁은 아무나 시위조차 퉁길 수 없다고 알려져 있는 명장이었다.

"으음…… 전하를 이렇게 뵈어야 하다니……
천궁대원수 정천호의 안색은 어둡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일을 어찌해야 좋단 말이냐……"
정천호의 눈이 핏빛으로 물든 천공을 응시했다.
"꼭… 팔 년만에 뵙게 되는 것이군… 그 어렸던 소동이 이제 당당한 청년이 되어 이곳에 오게 되다니……"
정천호의 독백에 바로 옆에 서 있는 한 무장이 의혹의 눈을 돌렸다.
"저… 장군께서는 이미 대정왕 전하를 뵈온 적이 있으십니까?"
"……!"
정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팔 년 전의 일을 회상하듯 부드럽게 풀려갔다.
"팔 년 전…… 그분께서 이 천궁대검(天弓大劍)을 감정해 주셨다네."
"예?"
"후후…… 그분께서는 병기전에서 만든 이 검을 감정해 주실 정도로 병기전의 기예를 완벽히 익히신 분이라네."
"……!"
"병기전 만이 아니라 그 분은 칠기예전의 모든 기예를 완전히 익히셨다네."
정천호가 허리의 장검을 매만지며 흡족한 미소를 흘려냈다.
무장의 입이 딱 벌어졌다.
"칠기예전의 모든 기예를 그분이 모두 익히셨다는 말입니까?"
이때, 정천호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 지며 탄식을 흘려냈다.
"그분은 신인에 가까운 능력을 지니고 계신 분이네. 헌데 그분께서 만약 조부께서 돌아가신 것을 안다면 얼마나 놀라실지…"
"……!"
"백운천공께서는 그 분의 단 하나 혈육이셨는데……"
"……!"
중년무장의 안색도 침울하게 물들었다.
이때,
두두두
두두두
저 멀리서 돌연 은은한 말발굽 소리가 진동해 오지 않는가!
두두두
말발굽 소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져 이내 지평선에 한 떼의 인마가 나타나고 있었다.
"전하의 행차이시다! 모두 부복하라!"
정천호의 음성에 긴장이 떠돌았다.
순간, 늘어서 있던 수만의 군사들이 일제히 부복하고 있었다.
두두두두

<대명천자>

황제가 백무린에게 내준 어가가 순식간에 그들 앞에 당도했다.
백무린이 타고 있는 마차의 뒤로는 삼십육 명의 무인들이 침묵을 유지한 채 따르고 있었다.
헌데, 태천림의 십칠 명 거구인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
마차가 멈춰지고 한 인영이 조용히 내려섰다.
백무린이었다.
헌데, 백무린의 모습을 보라!
머리를 풀어 헤치고 하얀 무명베옷을 걸치고 있지 않은가!
"……!"
천궁대장군 정천호의 눈이 커졌다.
백무린이 걸치고 있는 옷,분명 상복(喪服)이었던 것이다.
'헉! 전하께서는 이미 모든 일을 알고 계셨단 말인가?'
처벅!
"……!"
백무린이 물처럼 고요한 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정천호는 백무린이 자신의 앞에 이르자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전하를 뵈옵니다!"
정천호가 정신없이 부복했다.
그러자, 나머지 수만에 달하는 무인들 역시 나직하며 우렁찬 음성으로 백무린에게 예를 취했다.
"태명천룡대원수, 대정왕 전하를 배알하나이다!"
"……!"
백무린의 눈이 조용히 그들을 둘러보다 다시 정천호를 응시했다.
흩어진 흑발 사이로 비치는 그의 눈이 너무도 무심했다.
마치, 감정이 없는 무심인(無心人)의 눈빛이라 할까……?
허나, 그 일체무심의 저 밑에는 너무도 차가운 감성이 흐르고 있었다.
"영전(靈前)이 어디오?"
백무린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따.
'영…… 전…… ? 으음……! 진정 모든 것을 이미 알고 계셨구나!'
정천호가 고개를 떨구었다.
백무린의 눈을 마주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 영전은…… 군영(軍營)의 중심부에 마련……"
그의 음성이 힘겹게 이어졌다.
"안내 하시오!"
백무린이 조용히 말했다.
"저를 따르소서……"
정천호를 고개를 떨군 채 백무린을 안내했다.

오이랍평원.
그곳에는 수만 개의 군막(軍幕)들이 대해처럼 늘어서 있었다.
깃발을 휘날리며 펼쳐져 있는 군막의 대해는 어찌보면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
군막들의 정 중앙.
특히, 호화롭고 거대한 하나의 장군막(將軍幕)을 헤치고 들어섰다.
정천호는 그 장군막에 이르러 허리를 숙였다.
"이곳이오?"
백무린의 음성이 떨려나왔다.
"예……"
정천호의 대답에 백무린이 군막을 헤치고 들어섰다.
그윽한 향내음이 그의 코를 찔렀다.

<고(故) 대정왕(大正王), 절대무제 백운천 신위(神位)!>
백무린의 눈으로 한 개 위패와 향화(香火)가 들어왔다.
"……!"
백운천의 어깨가 가늘게 흔들렸다.
아아……!
일대의 영웅 백운천이 바로 여기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
백무린이 시신을 가리고 있는 병풍을 젖혔다.
그의 태도는 시종일관 담담하기 이를 데 없어 보는 이의 마음을 섬뜩하게 만들고 있었다.
끼익!
아직 안장되지 않은 관뚜껑이 열리며 그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절대무제 백운천!
아아!
바로, 그의 시신이었다.
"……!"
백무린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할아…… 버…… 님……"
처절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털썩!
백무린의 무릎이 굽혀졌다.
'할아버님! 이 린아와 만나시기로 약속하셔 놓고… 이렇게……'
……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문득, 백무린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어, 천처히 백운천의 시신에 구 배를 올리지 않는가!
"……!"
백무린,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기에는 그의 분노가 너무 강했고, 슬픔을 나타내기에는 그의 슬픔이 너무도 진했던 것이다.
툭!
구 배를 마치고 일어선 그의 눈에서 괴이한 액체가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혈루(血淚)였다.
잠시 후, 망연히 서서 백운천의 시신을 내려다 보던 백무린이 서서히 몸을 돌렸다.
"……!"
천궁대장군 정천호는 그 때까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장군!"
"예!"
백무린이 조용히 자신을 부르자 정천호는 놀람과 당황에 차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누… 가… 할아버님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소?"
"그, 그것은……"
정천호가 대답하기 위해 고개를 들다 내심 기겁했다.
아아!
백무린의 눈, 그곳에서 엄청난 녹광이 뻗어 나오고 있지 않는가!
처절한 마기를 함유한 가공할 마화(魔火), 실로, 천궁대장군 정천호같은 인물로서도 엄청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눈빛이었다.
'으음…… 가공할 살기……!'
정천호는 경악으로 몸을 떨다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십만리곡(十萬里谷)의 막관(漠關) 구십일채(九十一寨)…… 야음을 틈타 그들이 봉새를 타고 기습해 오는 바람에…… 그들은 오직 선왕(先王)만을 노리고……"
순간, 백무린의 전신에서 더욱 가공할 마기가 뻗어나왔다.
"막관구십일채……!"
백무린이 막관구십일채의 명칭을 되새기며 눈을 들었다.
"막…… 관…… 구십일…… 채……!"
한 자 한 자 힘주어 내뱉는 그의 전신에서 비수같은 살기가 허공을 베었다.
"후후후…… 모두 …… 죽일 것…… 이다……"
백무린의 입에서 다음 순간 괴이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악마의 미소!
아아……!
이것이 어찌 인간의 입가에 떠오를 수 있는 미소이겠는가!
피를 부르는 악마의 저주어린 미소인 것이다.
"장군!"
"예!"
"막관구십일채에 대해 들려 주시오!"
"……!"
천궁대장군 정천호가 긴장했다.

막관구십일채, 막관무림의 패주(覇主).
그들의 힘은 상상을 불허했으며, 그들의 무공은 가히 중원무림을 위협할 정도라 알려져 있었다.

"그들은 원의 잔재세력의 사주를 받은 듯합니다."
정천호가 설명을 끝내고 눈을 들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을 사전에 치지 않았소?"
백무린이 조용히 물었다.
"그것이…… 십만 리 곡에는 그들의 가족과 무공을 모르는 양민들도 많아 선왕전하께서 대규모 공격을 명하시지 못하고 그들을 끌어 내려다가 오히려……"
"훗!"
백무린이 허공으로 눈을 돌렸다.
돌연, 그의 전신에서 대해를 누를 듯한 위엄이 뻗어나왔다.
"천궁대장군 정천호는 명을 받으라!"
다음 순간, 우렁찬 일갈이 터져 나왔다.
"예!"
정천호가 의혹과 경악이 교차된 눈으로 백무린을 바라보았다.
이때, 백무린의 손에는 한 자루 금광이 영롱한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천룡제황대검.
바로, 황제의 무상권위를 나타내는 검이었다.
"……!"
백무린이 천룡제황대검을 정천호에게 내밀었다.
'헉!'
정천호의 눈이 커졌다.
"잠시 후, 나는 십만리곡의 막관구십일채로 갈 것이다. 대장군은 명친건흥군을 인솔하여 원의 잔재세력을 일소하라!"
"……!"
백무린의 말에 정천호가 숨을 멈췄다.
"정확히 한 시진 안에 막관구십일채는 더 이상 원의 잔재세력을 도울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천호가 경악의 눈을 들었다.
백무린의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알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
백무린의 이같은 광오한 말을 뉘라서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이때,
"이 검은 폐하께서 직접 내려주신 천룡제황대검이다!"
백무린이 여운을 남기며 무서운 눈으로 정천호를 직시했다.
'으음……!'
정천호의 등골을 타고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그대는 죽음으로 죄를 사해야 한다!"

 죽음으로 죄를 사해야 한다!

잠시 후, 백무린이 천천히 허리의 천무검과 천강검을 끌려내고 있었다.
툭! 투둑!
"……!"
정천호의 눈이 부릅 떠졌다.
백무린이 검을 뽑은 후 두 개 검집을 바닥에 버리지 않는가!
이는 곧 생명을 걸고 임전에 들어가려는 굳은 결의를 나타내는 것,
"전, 전…… 하……!"
그의 당황에 찬 음성을 귓전으로 흘리며 백무린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흐트러진 흑발.
섬칫한 마기가 감도는 상복.
아아……!
백무린의 걸음에 죽음이 묻어나고 있었다.
엄청난 영웅의 분노가 한 걸음 한걸음 배어 있었다.
혈보(血步)!
이로써 그의 혈보천하(血步天下)가 시작되는 것이리라

[덕산]

잘 보고 갑니다.

[슈퍼맨]

잼 납니다

[신두]

즐독 ㄳ

[얼음골]

즐감했습니다.

[김아름]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