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숲,섬]신선이 사는 절경, 전남 완도군 보길도
고산 윤선도는 조선 인조 때 보길도에 13년 동안 은거하며 살았다. 한반도의 남쪽 끝 해남에서 다시 배를 타고 1시간가량 들어가는 비경의 섬. 고산 윤선도가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신선이 사는 곳'이라 일컬었던 보길도의 정취에 빠져보자.
☞ [화보]길숲섬: 전라남도 완도군 보길도
대한민국 지도를 보면 보길도가 얼마나 먼지 알 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남도 완도군에 속한다. 완도에서도 배로 갈 수 있지만 해남보다 30분정도 더 가야한다.
3천리 은둔길 5시간 만에 도착해보니…
보길대교/ 2008년 완공돼 보길도와 노화도를 잇는 다리/ 보길도와 노화도가 다리로 연결됐다. 이로 인해 보길도 청별항보다 노화도 산양항을 통해 보길도를 가는 것이 배편이 많아 더 편리하다. (이다일기자)
보길도를 가기 위해 새벽 일찍 서울에서 KTX를 탔다. 3시간 반쯤 달려 목포에 도착했다. 다시 차를 빌려 해남 땅끝으로 향한다. 어림잡아 100km의 짧지 않은 길이다. 영암을 거쳐 해남 땅끝 마을로 달렸고 그 곳에서 보길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배에 차를 싣고 1시간 동안 바닷길을 헤치고 나간다. 보길도에 도착한 것은 서울을 출발한지 무려 5시간 만이었다.
보길도 입구에는 지난해 개통됐다는 붉은색 '보길대교'가 놓여있다. 노화도와 보길도를 잇는 다리다. 덕분에 보길도 보다 배가 더 자주 다니는 노화도 ‘산양’ 선착장을 이용해 보길도에 갈 수 있다.
고산 윤선도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
보길도에서 13년이나 은거 했던 고산 윤선도는 이곳의 자연과 친구가 됐다.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 달을 일컬어 다섯 친구라 부르며 자연과 함께 생활을 했다. 그의 시조 '어부사시가'에 그대로 남아있는 보길도의 자연은 수백 년 세월이 지나도 그 모양 그대로 남아있다.
보길도는 세 갈래 길이 있다. 그 중 고산 윤선도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은 섬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게 되어있다. 차로 5분쯤 달리자 처음 나타나는 곳은 세연정. 고산이 정자를 짓고 인공연못을 만들어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여기서 산으로 15분정도 올라가면 옥소대가 나온다. 옥소대에서 무희가 춤을 추면 세연정에 그림자가 비춘다고 한다. 세연정에서 부용동으로 더 들어가면 우측 산 가운데 ‘동천석실’이 보인다. 길에서 바라보면 산 중턱에 놓인 정자가 보이는데 역시 고산이 차를 마시며 보길도의 풍광을 즐기던 곳이다. 이밖에도 열녀부인김씨비각을 비롯한 고산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보길도는 길이 사방으로 뚫려있지 않다. 들어간 길을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 고산의 자취를 따라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와 서쪽 해변길을 탔다. 황원포를 향해 뻗은 길이다. 길을 따라 몇몇 마을이 나타난다. 대부분 양식업을 하는 어촌마을이다. 남해바다의 풍경이 오른쪽 창문으로 넓게 펼쳐진다. 크고 작게 보이는 섬들은 넓은 바다에 포인트를 준 듯 경치를 완성한다.
보죽산/ 일명 뽀족산이라고도 불린다/ 망끝전망대에서 본 보죽산의 모습. 바다의 양식장과 지나는 배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다일기자)
남해바다의 풍경을 한눈에 담아…
선창마을을 지나면 망끝전망대가 나온다. 낙조로 유명한 전망지다. 모래섬, 상도, 미역섬, 옥매도 등등 작은 섬들이 떠 있다. 왼쪽 길을 따라 보면 뾰족산이라고도 불리는 ‘보죽산’이 보인다. 산에올라 바다를 둘러보면 가지런하게 떠 있는 양식장과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통통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죽산 너머에는 일명 공룡알 해변이 있다. 크기가 큰 것은 배구공만하고 모양은 동글동글하다. 이곳 사람들은 ‘깻돌’이라고 부른다. 이 곳 보옥리는 해수욕장과 민박집이 있어 여름 휴가를 즐기기 좋다.
공룡알해변/ 보옥마을 ‘몽돌해변’/ 보길도를 서쪽으로 돌아가면 가장 마지막에 있는 마을이다. 둥글고 큰 돌이 해변에 가득하다. 멀리 보죽산이 보인다. (이다일기자)
섬의 반대편 동쪽으로 향하면 부드러운 모래사장의 해변이 펼쳐진다. 보길도에서 가장 풍경이 멋지다는 예송리 전망대를 지나면 통리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이 연달아 나온다. 그믐달처럼 길게 구부러진 해변은 여름이면 인기가 좋다.
섬의 동쪽 끝으로 가면 우암 송시열이 글씨를 써놓았다는 '글씐바위'가 있다. 1689년 83세의 나이로 제주도 유배길을 가던 중 보길도 백도리 바닷가에 오언절구의 시를 남겨 놓은 시가 바위에 새겨있다.
32.8제곱킬로미터의 크지 않은 섬 보길도는 차로 달려 4시간 정도면 섬의 대부분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보길도의 유명한 등산코스 몇 곳을 포함하려면 보길도는 1박2일 코스로도 부족하다. 유유자적 하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둘러봐야 하는 곳이 바로 보길도다.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rodail@khan.co.kr〉
가는길/
서울에서 광주나 목포까지 기차를 이용하고 다시 해남 땅끝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배를 타고 보길도로 들어갈 수 있다. 광주에서 하루 12차례, 목포에서 하루 6차례 버스가 운행된다. 배는 보길도와 다리로 이어진 노화도 ‘산양’ 선착장으로 가는 것이 많다. 하루 17회 운행하지만 운항 스케줄을 미리 알아봐야 한다. (해광운수, 061-535-5786)
맛집/
바위섬횟집/ 보길도 청별선착장 앞에 있다. 전복요리가 주 메뉴다. 061-555-5612.
보길도의아침/ 자연산 회 전문. 모텔도 같이 운영한다. 해물된장찌게가 추천메뉴 061-554-1199
세연정횟집앤모텔/ 보길면사무소 옆에 있다. 전복구이와 회가 주 메뉴. 061-553-6782
숙박/
보옥민박/ 보길도의 남쪽 끝 보옥리에 있다. 보죽산과 공룡알해변이 인근에 있다. 061-553-6650
황토한옥펜션안집/ 예송리 해수욕장 앞에 있다. 한옥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 061-553-6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