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장 흑녀(黑女)… 하얗게 웃다 비(雨),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천하를 덮는 비는 벌써 칠 일간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청해성(靑海省) 대룡산(大龍山)에 이르는 관도, 비는 이곳에 이르러 서서히 가늘어지더니 점차 걷혀가고 있었다. 대룡산으로 오르는 산중소로(山中小路), 햇살이 드러나며 푸르른 신록 위로 부드러운 기운을 퍼붓고 있었다. 그 산중소로에 일남일녀(一男一女)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장마 끝에 솟아오르는 태양만큼이나 준미한 용모의 백무린과 공손하봉, 그리고 흑녀(黑女) 나밀타였다. 공손하봉은 백무린의 한걸음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고, 나밀타는 백무린에게 매달리다시피 붙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타매야! 아무래도 네가 따라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백무린의 눈에는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치이! 싫어, 싫어! 이제는 오빠가 무슨 말을 해도 떨어지지 않을 거야!" 나밀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허어… 너도 이미 알겠지만 나는 놀러가는 것이 아니란다… 더구나 천외마동은 평범한 세력이 아니지 않느냐……!" 백무린, 그는 드디어 천외마동으로 향하는 길이었던가? 나민타의 입이 튀어나왔다. "흥! 오빠는 나를 약하게만 보는 것이야. 내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오빠와 봉언니가 걱정되어 보호하려고 따라가는 것이니……" 나밀타는 짐짓 의젓하게 말했다. 순간, 백무린이 고소를 머금었다. "왜……? 믿지 못하겠어요?" 나밀타가 백무린의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좋아! 내 실력을 보여주어야만 믿겠군!" 나밀타는 앙칼지게 내뱉은 후 몸을 돌렸다. 이어, 빙그르 한 바퀴 몸을 돌린 후 다시 백무린을 바라보지 않는가! "이것은 인자연무술의 사십삼초 일보환영(一步幻影)이야!" 백무린이 웃음을 머금다가 눈을 좁혔다. 아아…… 나밀타! 그녀는 몸이 어느새 엉뚱한 인물로 바뀌어 있지 않은가! 그녀의 몸이 한 바퀴 회전시키는 사이에 중년의 승인(僧人)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머리는 완전히 삭발이 되어 있었고, 의복 또한 회색가사로 바뀌어 있지 않은가! 피부 또한 중년인이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실로 믿어지지 않은 변신이었다. 아, 아니! 어느새 스님으로! 공손하봉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호호호……!" 나밀타가 즐거운 듯 까르르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렸다. 다음 순간, 한 여인이 백무린의 팔에 안기며 아양을 떨고 있었다. "저어…… 대가! 제가 예쁘지 않은가요……?" 백무린의 팔에 매달린 여인, 바로 공손하봉으로 감쪽같이 변모한 나밀타였다. 목소리 역시 공손하봉의 그것인지라 진짜 공손하봉은 정신이 다 없을 정도였다. '이, 이럴 수가! 순식간에 나로 변모하다니!' 공손하봉은 새삼 나밀타의 놀라운 역용술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이때, 어느새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나밀타가 백무린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 "자, 보았지요? 이것은 기초일 뿐이야! 나는 인자연무술을 모두 터득했단 말이야!" '음……!' 백무린의 눈에 역시 감탄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낮이라 내 모습이 완벽하지 않지만 밤이 되면 오빠가 내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걸…… 더구나 나는 밤만 되면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아! 밤은 곧 내 세계란 말이야!" 나밀타가 당당히 외치며 백무린을 가만히 응시했다. '으음…… 그렇지! 나밀타는 금림원로들의 공동제자였지. 어쩌면 살삼의 최고고수가 바로 이 나밀타인지도 모르지……' 백무린은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 이때, "호호호… 봉언니! 봉언니는 왜 나처럼 오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는 거야? 분명 봉언니도 오빠를 좋아하고 있을 텐데……?" 나밀타가 돌연 공손하봉을 바싹 들여다보며 질문하지 않는가? "뭐…… 라…… 고……?" 공손하봉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 그…… 런 말이……" 공손하봉이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너무 얌전하지 않은 게 탈이지만… 봉언니는 너무 얌전해서 탈이야! 그러다가 오빠를 딴 여자에게 빼앗기면 어떡할려고 그래……?" '허……!' 공손하봉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 이런……!' 백무린도 그녀의 당돌한 말에 먼곳으로 눈을 돌렸다. 기실 백무린은 벽월공주 아란과의 일도 있고 해서 공손하봉을 대하기가 매우 쑥스러운 처지가 아니던가. 그녀가 듣는 바로 옆에서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으니 그녀를 대할때마다 민망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호호호…… 언니의 얼굴이 빨개졌네! 아니, 오빠의 얼굴도 빨개졌잖아?" 나밀타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마구 손뼉을 치며 웃었다. 그녀의 이러한 태도는 한점의 가식도 없는 천진한 것이었다. 흑진주같은 흑녀(黑女), 나밀타는 진정 하얗게 웃고 있었다. 허나 그 순간 공손하봉은 그녀 역시 자신 못지않게 백무린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때, 문득 나밀타가 웃음을 거두며 한 곳을 응시했다. "오빠! 저것 좀 봐!" 나밀타의 외침에 백무린이 눈을 돌렸다. 이 장 가량 떨어진 거목의 줄기, 한 마리 새가 앉아 있었다. 바로 살삼림의 전서구인 화작조였다. 화작조는 백무린이 눈을 돌리는 순간 거목의 나뭇잎을 쪼기 시작했다. '으음…… 이번에는 나뭇잎에 글씨를 파는 것일까?' 공손하봉은 이미 화작조들의 영리함을 경험한 터라 호기심을 느끼며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타탁! 타탁……! 과연 화작조가 쪼는대로 글씨가 새겨지고 있었다. <천외마동, 세력 의외로 막강, 조사해 본 바 중원삼정 역시 그들의 일원이었음!> 그것은 살삼림의 수하들이 천외마동을 공격하기 전에 사전 조사를 알리는 글귀였다. 헌데, 맨처음 나타난 글귀의 내용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중원삼정! 정사칠천과 함께 천하십대고수 꼽히는 그들의 천외마동의 일원이었다니 이 얼마나 경악스런운 일이란 말인가! 덕흥왕 주흥범, 그의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이기에 중원삼정같은 세외고인조차 수하로 거느리고 있단 말인가? <대막혈삼화 출현, 천외마동과 격돌. 세력다툼인 듯함!> 타타탁! 타타! 화작조가 쪼는대로 엄청난 정보들이 쓰여지고 있었다. <금린천리표국과 만금대전장에 맡긴 황금, 계획대로 중도에서 강탈하는데 성공, 그들 두 세력은 이제 더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됨.> <천의마동의 세력이 의외로 야음(夜陰)을 틈타 기습하기로 결정. 태상의 존체 보증요함. 금림원주 타라한 배(排)!> 파아! 어느 한 순간, 화작조가 다시 천공으로 날아오르고 동시 나뭇잎이 백무린의 발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으음……!" 백무린은 나뭇잎의 내용을 보고 안색을 굳혔다. "덕흥왕……! 이제야 모두 알았다! 너는 대원의 세력과 폐하가 격돌하도록 유인하고 그 사이에 이런 엄청난 힘을 축적하고 있었구나!" 백무린의 전신에서 한기가 솟아났다. "허나…… 너는 같은 시대에 내가 태어났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백무린이 쥐고 있던 나뭇잎을 떨어뜨렸다. 순간, 휘 잉! 한 줄기 바람이 불어 예의 나뭇잎을 멀리 천공으로 휘감고 사라졌다. 이때, "오빠! 대막혈삼화가 누구예요? 여자들 같은데…… 오빠도 아는 사람들이에요?" 나밀타가 눈빛을 빛내며 백무린을 응시했다. "응! 그저 일면식이 있을 뿐이란다." 백무린이 대답에 나밀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 나밀타의 알 수 없는 중얼거림에 백무린이 의혹해 했다. "나는 말이야. 걱정이 돼!" "무엇이?" "오빠는…… 나 말고도 부인될 사람이 벌써 세 명이나 되는데 또 아는 여자가 있으면 이 다음에 내 방에 들어오는 횟수도 적을 것 아니야?" '뭐, 뭐라고?' 백무린이 멍청해졌다. 그녀의 순진한 말의 내용이 실로 어이없었던 것이다. '끄응!' 백무린의 내심으로 절로 신음이 터졌다. "경국공주와 벽월공주… 그리고 봉언니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만약 오빠가 또다른 여자를 취한다면 그 때는 가만 있지 않을 거야!" "……!" 공손하봉이 멍하니 있다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자신마저 백무린의 장래 부인으로 인정해 주는 그녀의 말이 기쁘기는 했지만 실로 무안했던 것이다. '허어!' 백무린이 눈을 크게 뜨는 순간, 나밀타가 섬뜩한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앞으로 오빠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있으면 내가 죽여 버릴 것이야!" 백무린이 손을 내저었다. "타, 타매! 못하는 말이 없구나……!" "흥! 못할 것 같아요?" 백무린은 그녀의 말에 진정을 느끼고 내심 쓴웃음을 금치 못했다. '타매… 실로 당돌한 아이로구나… 이미 마음속으로 나의 부인이 될 작정을 하고 있었군……' 백무린은 또 한 번 고개를 저으며 천공을 올려다 보았다. 천공에는…… 이미 어둠이 자라나고 있었다. 밤(夜), 안식의 밤이 익어가고 있었다. 별빛조차 없는 어둠이 천지를 덮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이 인이 대룡산의 산중소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는 이 인(二人), 바로 백무린과 공손하봉이었다. 문득, 백무린이 좌우를 쓸어보내며 입을 열었다. "응? 타매가 어디 갔지?" 백무린은 자신의 옆에 따라오던 나밀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헌데 이때, "호호…… 오빠! 나 여기 있어요!" 백무린의 바로 옆에서 나밀타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는가! "아니!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데 음성이?" 공손하봉의 눈이 커졌다. 그렇다. 나밀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또한 그녀의 기(氣)조차 느껴지지 않으니 실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공손하봉같은 절대고수로서도 일체의 기척을 느껴지 못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이때, 음성이 들려온 허공에서 불쑥 나밀타의 모습이 드러났다. "호호호…… 언니! 그렇게 놀랄 없어요. 이것은 인자연무술의 제 일백이십삼 초 흑영암행신(黑影暗行神)이라는 것이야!" 이때, 백무린의 의혹을 드러냈다. "인자연무술에…… 그러한 무공이 있었단 말이냐?" 백무린, 그 역시 인자연무술을 은밀히 익히지 않았던가! 그는 아무리 생각을 더듬어도 인자연무술에 그러한 기공(奇功)이 있음이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다. "호호호… 이것은 우리의 피부가 검은 것을 특징으로 해서 할아버지가 새로 창안하신 것이래. 허나 이것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나밖에 없어!" 나밀타의 말에 백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과연 밤은 타매의 세상이겠군. 나 역시 일시지간 그녀의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누가 있어 그녀의 신형을 알아낸단 말인가?' 이때, 공손하봉이 진정으로 감탄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음…… 타매의 그 무공은 정말 놀랍구나. 과연 밤의 여신이라 할만 하구나!" "호호……" 공손하봉의 칭찬에 나밀타가 다시 하얗게 웃었다. 헌데, "……?" 돌연 그녀의 안색이 굳어졌다. 백무린과 공손하봉 역시 이 순간 긴장의 빛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십 장 정도 떨어진 좌측 숲, 무엇인가 소리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모두 세 명이다. 절정고수다!' 백무린이 묘한 흥분으로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마치 먹이를 앞둔 야수의 흥분같은 전율이 그의 등골을 타고 스쳐간 것이다. '본림의 제자들은 아니다.그렇다면…… 천외마동의 수하들…… 벌써 천외마동의 구역이란 말인가……?' 백무린이 의혹을 느끼는 순간, 나밀타의 신형이 소리 없이 전진했다.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마치 산고양이가 소리도 없이 목표물을 향해 전진하는 듯 일체의 기척도 없는 것이었다. 허나 그 속도는 번개같이 빨라 공손하봉이 그녀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나밀타의 몸은 십 장 밖의 인영들에게 덮쳐가고 있었다. "누구…… 으윽!" 덩! 눈깜빡할 순간, 둔탁한 음향과 답답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흥! 제법이군!" 나밀타의 앙칼진 음성이 그 뒤를 따랐다. 놀랍게도 상대들 역시 절정의 무공을 지닌 듯 나밀타의 기척도 없는 공세를 막아낸 것이었다. '놀랍다! 누구이기에 타매의 그 무서운 공세를 막아낸단 말이냐……?' 백무린이 놀람을 느끼며 그 순간 이미 나밀타 곁으로 이르러 있었다. 이때, 암운에 가려있던 달빛이 드러나며 나밀타가 번개같이 삼 인을 향해 덮쳐가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 백무린의 눈이 커졌다. 나밀타가 마치 흑표범처럼 허공을 단축하며 한 인영의 목을 향해 손을 뻗어내고 있었다. 헌데, 당황과 경악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삼 인, 그들은 바로 묘령의 소녀들이 아닌가? '아니 저들은……!' 백무린의 내심으로 당혹성이 터졌다. 나밀타의 소리 없는 무서운 공세에 격중되기 직전 소녀들은 바로 대막혈삼화였던 것이다. 이때 나밀타의 열 손가락엔 손가락 사이마다 얇고 날카로운 면도(面刀)가 끼어져 있었다. 달빛을 받아 푸르스름한 기광을 뿌리는 괴병기는 일견해도 스치기만 해도 절명하지 않을 수 없는 가공할 무기인 것이다. "호호호…… 십혈벽연도(十血碧軟刀)다! 이번에도 피할 수 있다면 살려주지." 나밀타의 살기에 젖은 교성이 지옥의 불꽃처럼 공기를 격탕시켰다. "으……!" "아아……!" 대막혈삼화의 손에는 각기 채대가 들려 있었으나 나밀타의 괴기신랄한 공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절대절명의 순간, '헉!' 나밀타의 손이 마악 대막혈삼화 중 한 소녀의 목줄기를 베어가는 순간, 나밀타가 내심 경악성을 터뜨리며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손은 소녀의 목줄기에서 한 치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딱 멈춰져 있었다. 아니, 멈추려고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은 것이었다. "타매! 잠깐만……" 나밀타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어느새 다가온 백무린이었던 것이다. "오, 오빠! 이 계집들은……?" 나밀타의 의혹의 눈으로 백무린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은 적이 아니다!" 백무린이 말하며 대막혈삼화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그들의 무공도 낮지 않아 나밀타의 공세에 부상을 당한 사람은 없었다. 정신없이 공세를 받았던 대막혈삼화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아니…… 공자님은……?" 대막일점홍 표향이 가장 먼저 백무린을 발견하고 반색했다. "고, 공자님…… 이…… 제야…… 만나뵙게……" 그녀의 눈에 순식간에 물기가 어렸다. "하하…… 그렇구료!" 백무린은 표향이 자신을 보고 왜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백무린과 표향을 번갈아 보며 나밀타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때, 장내에는 어느새 공손하봉이 도착해 있었다. '으음…… 저 소녀도 공자님을 사랑하고 있는 듯하구나……' 여인의 직감이랄까……? 공손하봉은 대막일점홍 표향의 눈빛만 보고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대들은 이곳에 어떻게 온 것이오?" 백무린은 그것을 의식치 못하고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 "……!" 백무린의 질문에 그들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호…… 말하기 곤란한 일이라면 대답하지 않아도 좋소!" "그, 그런 것은 아니고…… 기실 저희들은 천의마동을 습격하기 위해서 온 것이에요." "천의마동을 습격?" 백무린이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그대와 천의마동이 어떤한 원한이라도 있단 말이오?" 백무린이 외치듯 질문했다.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 아닌가! 자신이 천의마동을 공격하는 날에 대막사천부 역시 천의마동을 습격하려다니! "저희들 뿐만이 아니에요! 대설전의 고수들도 총동원되었어요!" "……!" "천의마동에서 얼마 전 본부는 물론이고 대설전에 사람을 보냈어요. 그들의 휘하에 들어 오라는 가소로운 수작을 부리며…… 해서 대노한 부주께서 저희들과 몇 명의 고수를 보내 이들을 응징하라고 하셨어요." "호, 광오한 자들이군! 감히 중원정사칠천이 있는 양대문파를 우습게 여기다니……!" 백무린이 고개를 저었다. 문득 대막일점흥 표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헌데…… 기실 그들은 그런 가공한 태도를 힘이 있었어요. 본부와 대설전은 그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얼마 전 그들의 공격을 받고 엄청난 타격을 입었어요" "무엇이!" "해서 저희들은 이번에 천축의 고수들을 초빙하여 보복을 가하려는 것이에요."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천의마동이 정사칠천의 일 인이 이끄는 대막사천부와 대설전을 공격해 막대한 타격을 입히다니……그래서 대막사천부에서 천축의 고수들을 초빙했다니 이 일을 누가 믿을 것인가? "음……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헌데 천축에서 온 사람들은……" "대뢰음사(大雷音寺)의 십장마불(十長魔佛)의 오행천뢰승(五行天雷僧)들이에요. 그들은 이미 천의마동에 들어 갔어요." "십장마불과 오행천뢰승……!" 백무린이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대뢰음사의 십장마불 대뢰음사의 십장대로(十大長老)를 말하는 총칭이었다. 십장마불은 그 지닌바 무공이 극고하기 이를 데 없어 천하에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알려진 세외고수들이었다. 특히 그들은 기공을 연성하여 어떠한 변장기로도 상처를 입지 않은 금강불괴에 이르러 있다 했다. 오행천뢰승 천룡사의 최고고수로, 천룡사의 무공을 완전히 연성했다는 그들은 오 인이 합격술(合格術)을 펼치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들 세외의 가공할 고수들이 언제 중원에 왔으며 또 언제 천의마동을 공격하려 잠입해 들었단 말인가! "……!" 팔천 명의 인자군단을 거느리고 천하의 모든 정세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는 백무린으로서도 이 사실만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이때, "태상! 대막사천부와 대설전이 공격받은 것은 불과 열흘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십장마불과 오행천뢰승이 초빙받은 것은 그들이 워낙 철저히 비밀을 지켜 저희들도 알지 못했습니다." 어디선가 한가닥 전음이 백무린의 귀로 파고 들었다. 바로 살삼림의 수하였다. "음…… 제자들은 모두 모였는가?" 백무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곳을 향해 나직이 질문을 던졌다. "예! 천하에 퍼져 있던 제자들 중 삼천 명만을 출동시켰습니다." "좋다! 중원의 일에 이 인(異人)들이 끼어들게 할 수는 없지. 공격이다!" "천명(天命)!" 대답과 함께 어둠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문득 백무린이 혼자 중얼거리는 듯해 대막혈삼회가 의혹을 느끼다 해연히 놀랐다. 무엇인가가 그들의 좌우를 스쳐가고 있지 않은가! 무서운 공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은 일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분명 무슨 일인가가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었다. '무엇인가…… 그것도 꽤 많은 수효의 인영들이 움직이고 있다. 헌데 일체의 기척도 없다니……' 대막혈삼화는 자신도 모르게 전율했다. 그들이 어찌 알 수 있으리오. 지금 이 순간 삼천여 명의 살삼림제자들 인자들이 소리도 없이 천의마동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는 것을…… '고도의 훈련을 받은 고수들이다! 이 가공할 기세, 그러면서도 일체의 살기를 풍기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무서운 동영의 인자들 뿐이다!' 대막혈삼화가 전율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백무린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아……! 백무린의 한 걸음, 한 걸음! 그것은 곧 천의마동의 붕괴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백무린! 그가 천의마동에 도착해 있을 때, 이미 천의마동은 그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
재미납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