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 그릇(Salad Bowl)
율려 백 수 정
TV가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카페의 개점휴업으로 기약 없는 감옥살이가 계속되니 온몸이 배배 꼬이고 죽을 맛인데 그나마 TV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시기가 시기니만큼 화면에는 코로나19 특보가 지겹도록 계속될 뿐이니 이도 슬슬 싫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카톡 카톡 울려대는 핸드폰 동영상에서는 그에 아랑곳없이 울긋불긋 물기 어린 꽃망울들이 화면에 무허가 난전(亂廛)을 펼친다.
이 와중에도 봄은 그예 오고 말았나 보다. 팡팡 터지는 색색의 꽃망울을 배경으로 꽃보다 더 예쁘고 늘씬 날씬한 여인들이 눈앞에서 배시시 웃고 있다. 보통 이런 여인들에게 미모 관리의 비결을 물으면 모두 앵무새같이 샐러드와 채소를 즐겨 먹는다고 입을 모으더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배알이 꼬이는 일이지만 이쁜 것들은 먹는 것도 이쁜 것만 먹나보다. 족발과 00껍데기에 이슬이를 즐기는 나하고 비교해 보니 여성의 식성과 미모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글쎄다.
에라~ 나라고 뭐 샐러드 좋아하지 말란 법 있나? 슬리퍼 신은 채 이마트를 향해 탈출, 그런데 여러 가지 재료를 사려니 번거롭고 귀찮은 생각에 잠시 망설이는데 마침 예쁘게 만들어 놓은 색색의 과일 샐러드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봄빛을 담아 놓은 듯 알록달록한 색깔에 끌려 눈 딱 감고 하나를 챙겼다.
깍둑썰기로 모양을 낸 여러 가지 과일들 중에는 사과나 귤 같은 과일도 보이지만 이름 모를 열대 과일이 대부분이다. 투명 그릇에 예쁘게 포장을 해놓으니 아주 깨끗하고 신선해 보인다. 침이 꼴깍, 와우~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런 호강을 누릴 수 있다니. 노랑은 노랑대로 빨강은 빨강대로 과일 하나 하나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새콤달콤한 이 맛, 그래 이 맛이야. 갑자기 오래 전 '세계화와 다문화' 특강시간에 들은 적이 있는 샐러드볼 이론이라는 단어가 얼핏 머리를 스친다.
샐러드볼 이론은 서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회 내에서 조화로운 통합을 이루어나가게 하는 이론이다. 세계화가 촉진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여성 그리고 북한 이탈주민 등등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문화 가족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 가족들, 그 중에서도 특히 결혼이민자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고 갈 후손들을 낳고 키워줄 사람들이다. 그런데 뉴스를 통해 가끔 몰지각한 상대 배우자의 비인격적인 학대로 비참한 지경에 이른 여성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동남아, 그 중에서도 필리핀 같은 나라는 가부장제도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나라다. 그들이 남성우월적 가부장제가 아직도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 시집을 와서 문화적 충격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여간 그 보도에 접한 그 여성들 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외교적 마찰도 있는 모양이지만, 더 큰 문제는 해당 나라에서 어느 정도 학벌이나 수준이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그녀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나라로 한국행을 기피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어차피 세계적으로 다문화 사회가 추세라면 기왕이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사람들, 즉 세계시민으로서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와 주기를 누구나 바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샐러드 그릇이 그 답이다. 샐러드 그릇처럼 국가라는 큰 그릇 안에서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 상대주의와 관용을 지녀야 하겠다. 그래야 다문화 가족들이 그들 모국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한 채 우리 사회에서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오염되고 찌든 현대사회에선 '샐러드'는
신선한 맛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마트에 가면 색상도 예쁜 다양한
식재료가 많아 우리집에서도 가끔은
구매합니다. 그런데 요즘 마트에 가보면
때가 때인지라 거의 동나서 없드군요. ㅎ
방장님 편안한 저녁되십시오.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인데...ㅎ
하루 종일 집에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평소 잘 안 먹던 음식도 먹어봅니다.
조화로운 건강을 위하여 샐러드볼과 좀 친하게 지내야할까 봐요.
어울려 사는것은 좋은것이지요.
별로 잘나지도 못하면서
갑질하는 분들 때문에 상처 입는 외국인이 많은것 같더이다.
창살없는 감옥살이 힘들쥬~~?
운영자님, 요즘 참으로 불편한 휴가를 보내고 계시지요?
에고~ 카페 휴업이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워요.
아무쪼록 이 역경을 잘 이겨내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얼마 안있으면 귀화한 분들중에서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의 장이 나올겝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발전 하리라 믿습니다. 잘 쓰신글 잘 보았습니다~~
훌륭한 여성들이 오게 하려면 우리 사회가 다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네, 저도 결혼이민여성 국회의원이 한 사람 나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국회에도 샐러드볼 이론이 답이네요. ㅎ
선배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짱구님, 고생 많으시지요?
봄이 오고 있으니 산불 지킴이도 더 바쁜 계절이네요.
언제나 건강하게 그 자리에 계신 모습이 60카페 회원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샐러드볼이라는 의미가 그런 건 줄 처음 알았습니다. 아주 좋은 설명이네요.
이민자들을 기존 문화에 동화 또는 흡수시키려는 용광로 이론에 대비해서 나온 이론이지요.
한편으로는 우리의 비빔밥도 비슷한 비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기름 냄새가 고소한 비빔밥 이론...ㅎ
샐러드볼로 인한 다문화 가족들 붐이 이젠 서서히 사그러 진다는 전망이던데... 같은민족이니 나는 대한민국에 한표를 준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도 이제는 한국을 조금씩 기피한다는 뉴스를 접한것 같아요..
국가와 국가간에 풀어야 할 과제가 난해 한 모양 입니다. 율러님 에 글 공감하며 늘 건강 하세요..
갑질, 항상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나라 형편이 안 좋았던 때가 있었는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하고...ㅉㅉ
국민 한 사람의 한 사람의 인격이 모여서 나라의 국격을 만든다는 걸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세대가 지나고 나면 다문화 정책은
곧 셀러드 그릇처럼 될 것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국제 교류의 증가와 개방적 이민 정책으로
국제결혼 및 결혼 이민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급속하게 다문화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듯 싶습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문화 가족이
조기에 정착하여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회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제도의 선진화와 함께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적 인식 제고(提高)를 위한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을 실시해야만 하는데
아직음 조금 미숙한 느낌입니다
봄은 봄인데 어쩐지 봄 같지를 않네요
방장님의 마음이 따뜻해 봄은 반드시 올것입~~
엥~? 방장 마음이 따뜻해 봄은 반드시 올것입~~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ㅎ
우리들의 건강한 봄도, 다문화 가족들의 따뜻한 봄도 반드시 오리라는 믿음을 기지고 기다려 봅니다.
셀러드볼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단일민족의 틀에서 벗어난 만큼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법적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되리라 믿습니다. 시집살이 호되게 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고돤 시집살이 시킨다고 우리도 식민지 시절을 겪었으면서 도리에 벗어난 갑질을 하는 건
잘못된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샐러드볼 잘 읽었습니다.
네, 세계화 시대에 더 이상 단일민족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고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좀 더 인식이 깨어있는 사람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 주변의 다문화가족들에게 따뜻한 눈길, 따뜻한 손길을 보내야 하는이유입니다.
울려 방장님 오랜만~^
날야체에 약한지라
셀러드 ,비빔밥을 많이 피했어요 섞어서 융화되게 생각 달리해
보아야 겠어요
이렇게 좋은듯이 담겨 있느줄 이젠 알았죠
의미가담긴 글 잘 보았어요
어머나~ 선배님 건강하시지요?
오이만 피하시면 되는데...그래도 과일 샐러드는 많이 드시와용.
어서 이 코로나와의 전쟁이 끝나고 님의 웃음소리와 함께 걸을 날을 기다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그옛날 그시절
여배우 윤정희는 매일 아침을 귤을 많이 먹어 피부가 곱다는 얘기 있었습니다.
글쎄요? 채식이 미인을 만든다면
인도 13억인구는 미남미녀들로 채위져 있어야 할겁니다.
방장님이 즐기는 소주와 껍데기는 아주 소박합니다.
선배님, 저는 소주가 아니라 천상병 시인의 바로 그 이슬이를 참 좋아합니다. ㅎ
그리고 저는 또 귤도 별로 안 좋아하고 미모(?)에 안 좋은 음식만 골고루...
글로벌시대, 인식이 살아있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제 편식도 편견도 다 버려야 할까 봅니다
가끔은 외국에서 진실한 사랑으로 만나 국제결혼을한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이 짝을 못구해 국제결혼했다가 본색을 들어냄으로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글도 어떤사람들에겐 도움 되겠습니다
이런 글이 우리들 자신을 향한 채찍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바쁘다는 핑게로 주변 사람들을 돌아 볼 여유도 없이 무심하게 살고 있는 죄,
그 죄를 뉘우칠 시간이 아직 남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셀러드를 통한 세계화의 조화로운 통합이론을 전개하여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잘쓰신글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젊은 날 한 번쯤 들어 본 듯한 이론들이
요즘 실생활에서 새록새록 되살아 나는 걸 보니 이제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ㅎ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무쪼록 건강 잘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그렇네요~ 샐러드 그릇이 답은 답인데, 그 구성원들의 관용이 문제가 되는 것같군요.
사분오열로 갈리는 사회구성원들의 편견도 코로나19의 위기감으로 모두 다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넵,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이번 코로나 전쟁을 통해
좋든 나쁘든 사람과 사람간의 접촉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세계는 지금 좀 더 성숙한 세상이 되기 위해 혹독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고 자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