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 모스크바 선교
결혼 50주년을 모스크바 선교지에서 보내고…
12월 29일부터 1월 14일까지 모스크바 교회와 크림반도 세 교회를 돌아보고 오려고 김바울 목사님 내외와 모스크바 교회에 와서 지금 1월 3일에 이 글을 쓴다.
항공료가 비싸다고 남편이 혼자 오기로 하다가 비행기 표를 사는데 750불 짜리가 나와서 남편이 얼른 내 표까지 샀다. 두 사람이 1500불이면 너무 싸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국제선인데 짐도 하나도 못 부쳐서 70불을 내고 50파운드 짜리 하나만 부치고 마일리지도 없고 독일에서 모스크바로 오는데 국제선인데도 저녁 시간에 식사도 안 준다.
비행기 타기 전 2일 안으로 코로나 조사를 해서 그 증명을 러시아에서 체크한다고 해서 일인당 200불씩 주고 검사를 받은 증명을 보여주어야 한다. 20시간쯤 공항에서 갈아타려고 기다리면서 모스크바 교회에 도착하여 밤 12시에 된장국을 들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모스크바의 교회에 나로서는 처음 오는데 김바울 목사님께서는 30년 전 모스크바 목회를 은퇴하시고 미국으로 오시면서 이 고려인 교회와 연합하여 두 목회자가 공동 담임하시기로 약속하였다. 돈이 없어서 엉성하게 뼈대만 있었던 교회당을 김 목사님께서 한국과 미국 사방에 알리고 헌금을 걷어서 교회를 새로 잘 지어 지금은 굉장히 부흥하고 있다. 남편은 교회가 엉성했던 예전에 왔었고 그때 김 목사님이 추워서 벌벌 떨었었다고 하여 이번에 두꺼운 옷들을 준비하고 왔다.
와서 보니 1층은 식당이고 2층은 손님들과 교회에서 일하는 사역자들과 손님들 방으로 침대도 있고 더운물과 찬물도 잘 나오고 너무나 시설이 좋아서 감사하고 놀랐다. 그동안 김 목사님께서 애쓰시며 목사님들을 초청하여 선교비를 걷으시고 건물을 세우셨고 남편 역시 방문도 했고 건축비도 보냈다.
3층은 성전으로 너무 잘 지었고 주일예배가 즉시로 인터넷으로 생방송 된다고 한다. 고려인 목사님은 키도 크고 듬직하고 젊고 80도 넘으신 김 목사님의 후계자로 리더쉽도 있고 한국어는 좀 서툴지만 한국어 설교를 러시아어로 제스쳐도 똑같이 하시고 너무 은혜롭게 통역을 잘 하신다.
1월 2일 주일에는 다채로운 행사로 새해 첫 주일을 뜻 있게 보냈다. 과거에 남편은 26번이나 러시아를 다니면서 설교도 하고 신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했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오려면 많은 선교비도 가지고 와야 했다.
250명 정도의 러시아와 고려인 성도들이 오셨고 모두 빵에 햄을 넣은 식사를 대접했다. 특별히 우리를 찾아오신 과거 소령이셨다가 신학교를 다니시고 목사님이 되신 구스네소프 목사님 내외분을 만났는데 사모님께서 손수 수를 놓은 예쁜 액자를 선물로 가지고 오셨다. 고등학생이던 아들 다니엘이 여름방학에 우리 딸 집에 와서 머물면서 여름학교 공부를 하고 우리 교회 학생들과 즐겁게 지내다 간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28살 청년이 되었다고 사진을 보여주신다.
올해 2월 5일은 우리 결혼 50주년이다. 이제껏 결혼기념일이라고 외식을 한다든지 축하를 해본 적이 없어서 남편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김바울 목사님께서 러시아 목사님들이 교수였던 남편의 말씀을 사모한다고 이렇게 오게 되었고, 딸의 도움으로 결혼 50주년 기념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 50주년에 그냥 지내는 것이 좀 억울해서 내가 제안을 했었다.
김 목사님은 결혼 53주년이라고 러시아 성도들이 결혼기념일을 축하해드리는 것을 훼이스북에서 보아서 우리도 이곳 러시아 교회에서 케잌을 놓고 조촐하게 축하잔치를 한다면 뜻이 있고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교회는 예전에 김 목사님이 목회하시던 교회가 아니고 젊은 고려인 목사님이 목회를 하고 계시고 과거 러시아 성도님들은 많이 떠나고 주로 우리를 알지 못하는 고려인 성도들이 계셔서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신 것 같다.
그래서 과거에 신학생이셨고 목사님들이 되신 분들에게 오시라고 초청을 하셔서 이곳 좋은 신라 식당에서 거창하게 큰 잔치를 하게 되었다. 보리소프 장군과 대령, 중령, 소령 등 많은 군 장성들이 신학교에 다녔고 33명이 목사님이 되셨는데 그중에 11분이 군 고급장교들이었다고 한다.
이젠 연세가 많으셔서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편찮으셔서 못 나오신 분도 계시고 28분의 자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꼭 28분이 참석을 하셨다. 돼지고기, 두부, 잡채, 김밥 등 요리와 각자 개인이 신청한 식사를 푸짐하게 하셨고 더 실컷 잡수시라고 김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김 목사님은 지금은 모두 크고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이 되신 예전의 제자였던 목사님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귀하기도 하신 것 같았다. 나는 솔직히 경비가 얼마나 나갈까 마음속으로 걱정도 되었지만 40분 오신다고 했는데 28분으로 자리에 꼭 맞게 오셔서 감사했다.
종합 비타민을 사 오라고 하셨는데 40개가 너무 비싸고 가방을 못 가지고 가는 비행기라 무거워서 그냥 한국 양말만 40켤레를 가지고 가서 나눠드렸다. 목사님들도 같이 만나서 즐거우셨고 우리에게 초코렛과 예쁜 컵을 선물로 주셨다.
김 목사님은 앞으로 이런 좋은 자리를 다시 만들겠다고 하셨다. 이 목사님들이 러시아에 복음을 전하셔서 러시아가 크리스천의 나라가 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작고 가난한 이웃 나라들을 침략하고 빼앗으려 들지 말고 사랑으로 돌보고 선교사를 파송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한다.<계속>
모스크바에서 나은혜 사모
크리스찬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