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1200원대를 형성했던 원-달러 환율이 새해 들어 내림세를 보이면서 1330원대까지 떨어졌다. 당분간은 달러 강세 기조에 따라 원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6원(0.9%) 오른 1달러=1331.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2일 1342.90원에서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지난해 1288.00원으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의 올 들어 하락폭은 43.80원에 이른다. 1월 들어서는 이틀만 올랐다가 이후에는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원화 약세의 배경에는 미국의 조기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약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있다.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14일 보스틱 애틀랜타지구연은 총재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이션(수치가) 다시 오를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90% 수준까지 올랐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에 따르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70% 안팎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경기지표는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11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4% 올라 시장 전망치인 3.2%를 웃돌았다. 실업률 등 고용지표도 견고한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스티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장기화)으로 FRB의 금리 인하가 기대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중동과 대만 등에서 불거지고 있는 지정학적 문제도 환율을 흔드는 요인이다. 미국·영국이 친이란 무장세력인 예멘의 후시파 거점을 공격하고 이란은 이라크 내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미사일로 타격하는 등 중동에 파고드는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가 친미 성향인 민진당 요리칭더 후보의 승리로 끝나면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도 새롭게 대두됐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치 경제적 압박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의 리스크 회피 심리를 자극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수요는 늘어나는 양상이다. 지난 15일에도 양안 관계 악화 우려에 따른 위안화 약세와 연동해 원-달러 환율이 내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뜻하는 달러지수는 지난해 말 100까지 떨어졌다가 16일 103으로 올랐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위험 회피와 같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1350원까지는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