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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장사도
통영항에서 뱃길로 약 50분 거리이지만, 거제시 남부면 저구유람선선착장에서는 뱃길로 15분 거리에 불과하다. 멀리서 보면 길쭉하게 생겼는데 ‘장사도(長蛇島)’라는 이름은 긴 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었다. ‘진뱀이섬’ ‘늬비섬’ ‘잠사도’라고도 불렸다. ‘늬비’란 누에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이다. 일제강점기에 한 공무원이 섬 이름을 등록하다가 ‘누에 잠(蠶)’이 어렵자 ‘길 장(長)’을 붙이는 바람에 장사도가 됐다는 말이 전해진다. 한편 섬에 뱀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1900년경으로 인근 거제에서 정씨가 처음 들어와 정착하였다고 전해졌다. 1973년도 통계에 의하면 14가구 73명, 분교생이 36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섬 중간 꼭대기와 대덕도를 마주보는 산 언덕에서 주민들이 살았으나 남해안의 외딴섬에 무장 간첩 출현과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80년대부터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가고 지금은 해상공원이 되었다. 동서로 200-400m, 남북으로 1.9km 길이의 장사도는 모두 육지로 떠나서 무인도나 다름없다. 지난 1986년은 마지막까지 남았던 주민들이 섬을 떠났던 해라 한다.
배에서 바라보는 장사도는 해식애가 발달하였다. 선착장이 두 곳이다. 서쪽과 동쪽이 그것인데 현재 이곳에서는 서쪽 선착장을 입구로 하고, 동쪽 선착장을 출구로 하고 있다.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없기 때문에 겨우 선박만 댈 수 있는 선착장으로 때로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배가 닿는 곳이 달라졌다. 동풍이 불면 서쪽 바닷가로 배를 대고 남풍이 불면 동쪽으로 정박했는데 주로 동쪽 선착장에서 내려 마을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았을 때 올라가는 길은 비탈길로, 마을에 오르는 데는 약 20분이 걸리고 몇 번을 쉬어야 오를 수 있도록 길이 경사졌다고 한다.
섬 중간에서 가왕도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당산나무가 서 있다. 이곳에도 마을의 안녕과 어부들의 풍어를 기원하는 당산제가 열렸다. 장사도는 북서에서 남동으로 길게 뻗어 있는 그 이름만큼이나 긴 섬이었다. 당산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 섬 남쪽 끝에 다다르면 가왕도, 매물도, 대덕도, 소덕도, 병대도가 인접해 있다.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면 가왕도 너머로 대한해협의 수평선이 아득히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일본의 대마도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라니 해안 조망도 일품이다. 해식애가 발달한 해안선이 아름답다.
곳곳에 낚시 포인트도 있다. 장사도는 통영의 192개의 섬 중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다. 유람선협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섬이 관광섬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했었다.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타고 한려수도 관광길에 나선다. 제승당, 소매물도, 해금강으로 반복되는 해상관광코스가 일부 관광객들의 외면에 따라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장사도가 떠오른 것이다.
무인도라 해도 배를 타고 들어오면 배가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도록 바지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입구에 동백을 뜻하는 ‘카멜리아(camellia)’를 알리는 대형 입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장사도가 외도처럼 관광의 섬으로 변신하고자 첫 삽을 뜬 것은 2005년이다.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은 7년 간 진행되었다. 마침내 통영시는 장사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자생하는 향토수종과 야생식물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여 장사도 자생꽃섬 조성사업을 추진하였다. 기반시설을 비롯하여 생태온실과 식물원, 자연관찰로 등을 갖춘 ‘자생꽃섬 조성사업’이 완공되어 섬과 바다와 인공이 조화를 이룬 해양공원으로 거듭나서 관광명소가 되었다. 2012년 1월, 드디어 관광객을 맞은 것이다.
선착장 뒤 입구에는 안내도가 있고, 안내도 뒤 숲 아래에 ‘카멜리아 장사도해상공원’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안내도 옆에는 원통으로 된 대형 조형물이 있고, 그 옆으로 매표소가 있다. 입구 선착장 부근의 인어상이 반긴다. 매표소 옆으로 오르막길이 있다.
장사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내내 왼쪽으로 다양한 식물과 꽃들을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섬 전체가 난대림 군락과 동백나무, 후박나무, 야생화로 뒤덮여 사계절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천여 종의 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그중 약 10만 그루에 이르는 동백나무가 90%를 차지해 장사도해상공원 카멜리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분재’의 바람이 한참 불던 예전에 이곳 장사도에는 분재 도굴꾼들이 호시탐탐 섬 주변을 맴돌다 동백나무를 캐가기도 했다.
장사도 해상공원은 뱀이 똬리를 틀 듯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구경하도록 잘 꾸며졌다. 길은 서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꺾여 들어간다. 꺾이는 지점에 ‘섬그늘 쉼터’가 있다. 한쪽으로 나무로 된 원통의 시설물이 보인다. 이어 중앙광장에 이르고 오른쪽 공간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정상에 오르면 여인상이 비스듬히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조각작품의 제목은 ‘바다, 섬, 여인’이었고 정희욱 씨 작품이다. 이곳이 중앙전망대라고 한다. 여기서는 남해의 보물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소덕도, 대덕도, 소매물도, 매물도, 가약도, 국도, 소지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장사도에는 16개의 전망대가 있다. 모두 각도에 따라 풍경이 다르다. 특히 승리전망대와 달팽이전망대가 조망이 좋다. 승리전망대에서는 비진도, 한산도, 죽도, 통영의 미륵산까지 보인다. 충무공 이순신은 1592년 이곳 앞바다를 거쳐 거제도 옥포만으로 나아가 임진왜란 최초의 해전인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중앙전망대 아래에는 온실이 있다. 푸른 바다를 향해 세워진 타원형 온실도 볼거리인데, 주로 양치식물과 다육식물 등이 전시돼 있다.
중앙광장에서 동쪽으로 더 가면 ‘무지개다리’가 있다. 다리 가는 길목 한쪽에 한 쌍의 돌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무지개다리 가는 길목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장사분교터가 있다. 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장사도분교는 1991년 폐교된 한산초등학교 장사도분교를 예전 모습으로 복원해 놓은 것이다. 마당에는 150그루의 다양한 분재원이 조성돼 있어 천천히 둘러볼 만하다. 원래 있던 건물들은 최대한 그대로 뒀다. 죽도국민학교 장사도분교, 교회, 옛 섬사람들이 살던 집 등이 대표적이다. 나무 바닥으로 마감한 교실에는 나무 걸상들이 열 맞춰 자리를 잡았다. 한쪽 구석 창문 아래 놓인 낡은 풍금도 자태가 곱다. 건물 주변은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빼곡하게 에둘렀다. 작은 운동장에는 희귀한 분재들을 전시하여 한참 동안이나 눈요기를 하였다. 장사도분교는 1968년 4월에 개교하여 1991년 졸업생 45명을 배출하고 폐교되었다.
장사도에는 허물어진 작은 교회를 복원해 놓았다. 원래 교회가 있던 그 자리란다. 마당 곁에 있는 동백나무 아래에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어 가까이 다가가 읽어본다. 비석의 주인공은 아직도 거제도에 살면서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다. ‘옥미조 선생 공덕비’ 로 주민들이 1981년에 세운 것이다.
옥미조 선생은 초등학교장 출신으로 아동문학가이며 거제 민속박물관 관장이다. 부산사범학교를 졸업한 옥 선생은 다른 학교에 근무하다 장사도 분교에 1972년 3월, 31세 때 부임했다. 당시 주민들은 미역, 돌김, 우무가사리 등 해초를 말려서 팔았다. 농토는 경사가 급한 산지로 경작을 할 수 없었다. 가축을 기르지 않았던 것은 장사도란 이름이 뱀을 뜻하여 가축을 기르면 안 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옥 선생은 흑염소를 사다가 77마리까지 번식하여 주민소득 향상에 기여했다. 전기도 없고, 돛단배가 전부인 시절, 혼신의 힘을 다해 새마을 운동에 앞장서서 섬마을을 가꾸어 나갔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학교를 소공원처럼 아름답게 꾸미고 사비를 들여서 선착장과 교회를 세웠다. 새마을운동에 앞장선 결과 산업훈장도 받았다. 1973년 ‘진뱀이섬의 신화’라는 수기로 내무부로부터 전국최우수상도 받았다. 옥 선생의 눈부신 활약상은 ‘낙도의 메아리’란 제목으로 유현목 감독이 천연색 기록영화를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옥 선생의 장남과 장녀가 외딴 섬인 장사도에서 태어났다. 옥 선생은 전 재산을 바쳐서 헌신하다가 빚을 지고 건강까지 악화되어 할 수 없이 1974년 장사도를 떠났다. 일반인이 그냥 올라가도 숨이 차는데 급경사에 짐을 지고 오르면서 그만 병이 난 것이다. 그래서 섬 주민들이 피나는 노력과 업적을 잊을 수 없어서 교회가 사라진 터에 공덕비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교회 앞쪽 또 다른 공터에 ‘교회종’도 복원하였다. 사라진 예전의 흔적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도 참 다행이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장사도는 인공을 가급적으로 피하면서 자연을 그대로 살려 자연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폐교된 학교와 교회를 복원하고 섬 아기집도 예전 모습 그대로 살렸다. 나무와 숲으로 우거진 옛길을 복원하고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여 자연 친화적 해상공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1973년에 장사도 분교의 옥미조 염소 선생 이야기는 <낙도의 메아리>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중국에서 한류열풍을 불러일으킨 2013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던 섬이 장사도이다.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이 지구 여자 천송이(전지현 분)에게 프로포즈를 취했던 해상공원 장사도는 약 10만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라고 1,000종의 식물과 천연기념물 팔색조가 있는 그야말로 해상공원 일번지이다.
그러나 통영시가 사업비 200억 원을 투자하여 지난 2012년 야심차게 개장을 했지만 2014년에 70만 명 정도 목표가 절반 정도만 채워졌다고 보도되었다. 좀처럼 탐방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지 못한 것은 아마도 가파른 경사길 때문이리라.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주요 탐방길은 20대 젊은이도 힘들어 하는 코스이다. 단체 관광은 주로 고령자들 위주인데 이 분들을 위하여 모노레일 시설을 갖춘다면 외도처럼 100만 명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심 산
통영강구항
'카멜리아'는 동백꽃을 의미
노약자를 위한 셔틀
동백나무숲
무지개다리
부엉이전망대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