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 왕고들빼기 꽃 /이방주

[작가회]

미호천 왕고들빼기 꽃

글쓴이 : 이방주

날짜 : 17-10-02 05:44     조회 : 695

미호천 왕고들빼기 꽃


2017년 9월 13일
미호천에서

 
미호천에 요렇게 예쁜 들꽃이 무덕무덕 피었다. 며칠 전만 해도 꽃대조차 보이지 않더니 무더기로 피어 있다. 멀리서 봐도 청초하다. 자전거를 세우고 가까이 가서 들여다본다. 볼수록 예쁘다. 굳이 존재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요란한 색깔도 아니고 향기가 진한 것도 아니다. 꽃이 소담하게 크지도 않다. 그냥 희끗희끗할 뿐이다.

여름내 무성한 풀섶에서 남들처럼 이슬 맞고 바람맞다가 선들바람이 불면 꽃대가 올라온다. 꽃대는 개망초보다 높고 쑥대보다 높이 쭉 뻗어 오른다. 그렇게 높은 곳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꽃을 피운다. 노란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하얀 색도 아니다. 어머니가 베틀에 앉아 손수 짜낸 부드럽고 윤기 나는 명주 색이다. 옅은 현미색이다. 그런데 나비나 벌은 다른 꽃보다 먼저 찾아든다. 명주인 줄 알고 찾아올까, 따뜻한 사랑인 줄 알고 찾아올까.

왕고들빼기 꽃이다. 고들빼기 중에서 제일 크게 자라는 왕고들빼기가 꽃을 피웠다. 다른 고들빼기들은 대개 샛노랗게 꽃을 피우는데 왕고들빼기만 옅은 명주 색으로 피어난다. 고들빼기는 땅속 깊이 곧게 뿌리를 내린다 하여 고들빼기라 한단다. 척박하거나 말거나, 시원한 물을 찾아 나서는 일도 없다. 영양이 좋거나 말거나, 달콤한 젖을 좇는 일도 없다. 그냥 땅만 보고 땅을 향하여 곧고 깊게 파고든다. 고들빼기는 땅이 본분인 걸 다 안다. 그런 고들빼기의 왕, 왕고들빼기다.

고들빼기가 꽃을 피우는 미호천에는 미호천 사람들이 산다. 미호천 사람들은 고들빼기 꽃을 보면서 산다. 고들빼기로 김치를 담가 먹고, 고들빼기 잎으로 쌈을 먹는다. 땅에 곧게 뿌리를 내리느라 쌉쌀한 맛을 먹고 사는 미호천 사람들은 사는 것도 고들빼기 삶이다. 부가 그리워 곁눈질 하는 법이 없다. 배만 곯지 않으면 된다. 쌀농사를 짓던 이들은 논에 물을 가두고 모를 심어 쌀을 거두는 것을 천명으로 안다. 벼 수매가를 낮추거나 말거나 백성이 먹을 만큼은 농사를 짓는 것이 미호천 사람들이 지녀온 사명이다. 쌀값이 내려진다고 내 양식만 거두고 돈 되는 작물을 곁눈질하는 법도 없다. 배추를 심던 자리는 배추를 심고, 가지를 심던 자리는 가지를 심는다.

미호천 사람들은 이념을 모른다. 그냥 사람다운 사람을 사람으로 여긴다. 목마르면 샘 파서 물을 마시고 배고프면 씨 뿌려 밥 먹고 사는 게 미호천 사람들의 삶이다. 미호천 사람들은 사람다운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이념이다. 미호천에 사는 사람들은 고들빼기의 곧은 뿌리를 닮았다. 이해를 속셈할 줄 모르는 무모한 이념은 흔들릴 줄도 모른다. 때로 핫바지라 조롱당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섭리라면 그냥 맞고 사는 것이 그들의 이념이다.

미호천 왕고들빼기 꽃을 보면서 미호천 사람들을 생각한다. 왕고들빼기처럼 쌉쌀한 맛을 이념으로 삼은 사람들은 오늘도 곧게 미호천에 뿌리를 내린다.

윤행원	17-10-02 12:53
이방주 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청주에는 미호천이 있고 그리고 고들빼기도 있군요. 미호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태도를 봅니다. 그리고... 고들빼기김치를 생각하면 어느새 입안에 침이 가득해 집니다. 밥도둑 고들빼기김치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 치우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청주에는 미호천이 있고 그리고 고들빼기도 있군요. 미호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태도를 봅니다. 그리고... 고들빼기김치를 생각하면 어느새 입안에 침이 가득해 집니다. 밥도둑 고들빼기김치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 치우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방주	17-10-04 16:41
윤행원선생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들빼기 김치는 정말 밥도둑이지요. 거의 매일 두 시간 정도 미호천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지천으로 피어난 풀꽃을 봅니다. 풀꽃에서 받아오는 것도 운동만큼 큽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윤행원선생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들빼기 김치는 정말 밥도둑이지요. 거의 매일 두 시간 정도 미호천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지천으로 피어난 풀꽃을 봅니다. 풀꽃에서 받아오는 것도 운동만큼 큽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임병식	17-10-04 20:57
고들빼기 꽃도 아름답더군요. 들국화같기도 하고, 개미취같기도 하고 이들과 거의 사촌격이 아닌가 합니다. 고들빼기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정녕 가을이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 가을에 선생님의 문운을 빕니다. 고들빼기 꽃도 아름답더군요. 들국화같기도 하고, 개미취같기도 하고 이들과 거의 사촌격이 아닌가 합니다. 고들빼기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정녕 가을이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 가을에 선생님의 문운을 빕니다.

이방주	17-10-05 19:21
선생님 들꽃은 들여다 볼수록 아름답습니다. 수수하지만 오묘한 색깔과 향기가 더욱 이목을 끄는군요. 운동을 위해 자전저를 타면서 꽃을 보는 재미도 따로 봅니다. 선생님 들꽃은 들여다 볼수록 아름답습니다. 수수하지만 오묘한 색깔과 향기가 더욱 이목을 끄는군요. 운동을 위해 자전저를 타면서 꽃을 보는 재미도 따로 봅니다.

안영환	17-10-04 23:33
이제야 들어와 읽어봅니다. 사진 속 왕고들빼기 꽃보다 더 아름다운 글입니다. 추석에 한가한 사람이 되어 이런저런 수필을 읽다보니 내 마음이 청량해지는 듯하외다. 미호천 사람들은 매우 순박하며 인간적인 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야 들어와 읽어봅니다. 사진 속 왕고들빼기 꽃보다 더 아름다운 글입니다. 추석에 한가한 사람이 되어 이런저런 수필을 읽다보니 내 마음이 청량해지는 듯하외다. 미호천 사람들은 매우 순박하며 인간적인 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방주	17-10-05 19:23
선생님 안녕하세요? 문예지 이곳 저곳에서 선생님 작품을 자주 읽습니다. 사고의 깊이나 세상을 보는 예리한 시선이 작품에 배어 있음을 보면서 항상 저를 째찍질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문예지 이곳 저곳에서 선생님 작품을 자주 읽습니다. 사고의 깊이나 세상을 보는 예리한 시선이 작품에 배어 있음을 보면서 항상 저를 째찍질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임재문	17-10-05 23:40
이방주 선생님 ! 저도 고들빼기의 그 쌈싸름하고도 시큰한 맛을 좋아합니다. 인생도 그렇게 쌉싸름하게 시큼하게 그렇게 살고 싶어집니다. 고들빼기 처럼 그렇게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이방주 선생님 ! 저도 고들빼기의 그 쌈싸름하고도 시큰한 맛을 좋아합니다. 인생도 그렇게 쌉싸름하게 시큼하게 그렇게 살고 싶어집니다. 고들빼기 처럼 그렇게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이방주	17-10-06 21:40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저는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루 2시간 정도 미호천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탑니다. 거기서 많은 들꽃들풀을 보면서 삶을 배우지요. 고들빼기꽃을 보면서 선생님처럼 쌉싸롬한 인생의 맛도 느끼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저는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루 2시간 정도 미호천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탑니다. 거기서 많은 들꽃들풀을 보면서 삶을 배우지요. 고들빼기꽃을 보면서 선생님처럼 쌉싸롬한 인생의 맛도 느끼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일만성철용	17-10-06 10:30
물건을 제목으로 하여 시를 짓는 것을 영물시(詠物詩)라 하던데 영물 수필을 쓰신 거네요. 대처에서 태어나서 살다보니 꽃 이름, 풀이름 나무 이름에 손방인 사람이어서인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분이 부럽네요. 식물의 이름을 불러보지 못하는 한 때문인가 봐요. 잘 읽었습니다. 물건을 제목으로 하여 시를 짓는 것을 영물시(詠物詩)라 하던데 영물 수필을 쓰신 거네요. 대처에서 태어나서 살다보니 꽃 이름, 풀이름 나무 이름에 손방인 사람이어서인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분이 부럽네요. 식물의 이름을 불러보지 못하는 한 때문인가 봐요. 잘 읽었습니다.

이방주	17-10-06 21:42
선생님 감사합니다. 들풀을 보면서 이름을 알아보고 자연의 섭리를 배우는 것도 재미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들풀을 보면서 이름을 알아보고 자연의 섭리를 배우는 것도 재미 있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