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계되는 내가 모르는 한 사람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그 여파로 오늘 온지도 본의 아니게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었다.
성동구청 농구장에 임시로 마련된 코로나 간이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아침 일찍 나랑 성이랑 진이랑 셋이 회사를 떠나 코로나 임시 선별진료소로 전철을 타고 갔다.
회사 앞에서 버스로 가는 길이 있었는데 셋은 처음 가보는 낯선 장소라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전철을 이용하였다.
왕십리 역 3번 출구에서 270여 미터 직진하면 나온다고 선별진료소 안내문에는 나와 있었다.
왕십리 역 3번 출구로 나가자 저 멀리 키가 크고 웅장한 건물이 딱 봐도 기관건물처럼 보였다.
마음 놓고 편히 그곳을 향해 걸어가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그 건물은 성동구청건물이었다.
셋이 추위에 발걸음을 조금 분주히 해 그곳에 당도하니 딱 봐도 길게 늘어선 줄은 코로나 검사 줄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도 아는 길도 물어가야 된다고 우리중 성이가 줄 맨 뒤에 서 있는 중년의 사내에게 이 줄이 코로나 검사하기 위해 서 있는 줄이냐고 물었다.
그 중년의 사내는 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쓴 채 역시 마스크를 쓴 우리들을 향해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역시 단단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일 미터 이상 떨어져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꽁지에 우리 셋도 꼬리를 이어 붙였다.
얼마나 줄이 길었는지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 셋 역시 남들 눈총 받지 않게 조금 사이를 벌리고 줄을 섰다.
줄을 선 자리는 이미 해가 나온 상태인데도 음지라 햇살이 퍼지지 않고 있었다.
그 음지에 줄을 선 채로 영화 4도씨 되는 추위를 견디려니 만만치는 않았다.
물론 귀가 얼어붙을 정도로 안면이 동상이 걸릴 정도로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는 일 없이 검사를 받기 위해 마냥 서서 대기하는 순간은 겨울날의 그 찬 기온으로 충분히 추위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성이가 말했다.
“족히 한 시간은 기다려야 우리들 차례가 다가올 거야.”
그 말을 받아 대답했다.
“그렇겠지. 아무리 빨리 우리 차례가 다가와도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되겠지.”
온지 앞으로 성이 진이가 서고 뒤에는 모르는 젊은 여성이 다가와서 줄을 섰다.
그 여성이 전화를 자기 고모에게 거는데 그 통화소리가 온지 귀에 들려왔다.
좀 크게 통화를 하였으므로 온지는 애써 들으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고모 나 코로나 무서워 죽겠어요. 보건소에서 어제 검사받으라고 연락을 받아서 여기 진료소에 나왔어요. 우리 가게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다녀갔나 봐요.”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코로나를 두려워하는 그녀를 보자 괜히 마음이 이상해져 왔다.
예상했듯이 한 시간정도 기다리니까 드디어 우리검사 차례가 다가왔다.
파란 포장을 쳐 임시로 만든 진료소 안에 발을 들이자 검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복장부터가 달랐다.
정말 지금이 코로나 시대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그들은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고생 많이 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며 있는데 이윽고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검사는 예상외로 간단하였다.
입에다 무슨 약품을 주입하는가 하면 코 안에 뭔가를 쑤셔 넣어 검사를 하였다.
그때 코가 화끈해왔다.
제법 아팠다.
결과는 하루가 지난 내일 나온다고 진료소 직원이 얘기해주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도 걸리면 어쩌나?
뭐 아직 건강한 오십 대라 코로나가 크게 두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마는 걸리면 쉬이 폐질환으로 발전되어 폐가 손상된다니 두렵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검사를 진행하는 관계자가 여기서 음성으로 나오면 다시 보건소로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얘기를 자상하게 해주었다.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터인데.
내가 양성으로 판정받아 코로나를 다른 사람들한테 전염시킨다면 그것은 정말 나 자신이 용납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코로나가 무서운 것 같다.
코로나의 아픔보다도 질환의 그 두려움보다도 혹여 내가 코로나에 걸려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고 하는 데에서 오는 그 두려움, 그것이 오늘은 나를 조금 두렵게 만든다.
(202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