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로 가는 길
35년이 안됬을 거다
나는 오랫동안 인도에서 지친 몸을 끌고 잠시 대성암
선원에서 석달을 지낸 후 다시 마송사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갔다. 대중이 30여명 안되고 후원 시봉대
중이 열명 정도 됬다. 본인이 지난 일을 쓰려는 뜻은
한 때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뜻도 있고,많이도 변한 유구
의 기억을 되살리며 '그 때 그 사람들'을 기리려는 뜻도
있다. 세상사란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중에 일 좀 도와줘야 한다해 오랜 기간 제대로 영양
섭취를 못해 많이 야위였지만 한가지 소임을 보며
밥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중 원주를 맡기로 했다.
사중 살림재정은 빠듯했지만 일찌기 못사는, 지질이도
못사는 나라에서 오래 살아본 체질에 검소하게 그리고 짜게 살림을 하면 1~2년 못 버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중 종무소에 타 쓰는 재정은 빠듯해 도무지
100 원이 내려오면 쓸 대금은 200원이 넘었다.
처녀였다.
절에서는 애기보살이라 한다.
그는 유구꽃집 쌍둥이 애기보살이었다.
나는 법회때마다 덜그럭거리는 봉고차를 겨우겨우 끌며
과일,채소등 사중 식료품을 구입하거나 시장일이 있을
때 그 애기보살님께 부탁하고 상의해 일을 해 나갔다.
그는 법회에 인력이 딸리거나 연꽃을 만들거나,대청소를
할 때 간헐적으로 도와주며 힘든 일의 한부분을 메꿔 주
었다
쌍둥이 애기보살중 언니는 몸이 많이 안좋아 자주 건강
을 돌보며 옥돌자석굴,한증막,보약을 섭취하며 나름 건
강을 도모했으나 썩히 다부지게 건강하진 못했다.다소
강건하게 태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쌍둥이 형제 둘이 가끔 다투면 언니는 내게 하소연 하며
힘든 마음을 일면 토해냈다.나 역시 그의 힘든 심신을
알고 있으나, 골고루 먹고 운동하고 기도하라는 극히 단
편적인 말만 해 줄수 밖에 없었다.
나는 새로운 부임지로 떠난 후
몇년이 지났을까, 얼마후 그가 몸이 너무 힘들어 스스로
사바를 정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열심히 살며 사중일
을 도와주고,때로 가난하고 힘든 상황을 보면 어러운 상
황에도 주머니를 털어 주고 갔던 그는 운명적인 약골을
이겨내지 못하고,뭇 여러 사람들에게 신세를 끼치기 싫
다며 스스로 사바여정을 단축했으니,선하고 성실하며
주위 인연들을 알뜰히 챙긴 그의 보살정신을 기리기
위해 긴 시간이 지난 지금 6월말의 심야에 그의 사후
해탈을 기원하며 기록을 남기는 바다.
또 한사람은 유구 한편에 위치한 총각방아간집이다
총각은 근면하고 성실해 주위에서 아까운 총각이라
모두들 칭송했으나 신장이 조금 작은편에 얼굴은 그리
잘 생긴 편은 아니나 생활력이 뛰어나고 친절과 성실로
신뢰를 쌓아 사업측면에서 작은 성공을 거둔 일꾼이었
다. 나는 법회때마다 떡을 하고 때론 큰 행사가 있을 시
에 두세가지 많은 떡을 해야하는 연유로 그와 가깝게
지내며 법회와 행사를 원만히 이끌어 갈수 있었다.
나는 또 임지를 떠나 차로 시간반 되는 거리로 옮겨 가
게 됬다.그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짐차를
끈 청년이 겸연쩍어 하며 인사를 했다.누구시죠?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 방아간 총각이었다. 그는 열심
히 살며 큰 돈은 아니라도 한 가족을 먹여 살릴정도의
재물은 있었으나,여자가 따르지 않아 아직도 총각으로
머물고 있다 한다.둘이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며 조금은
씁쓸한 감정이 솟았으니 '이리 성실하고 참한 총각을
왜 처녀들이 몰라본단 말인가?'하며 되뇌였으니,한 시간
이야기를 나눈 후 걸어 내려가는 그의 뒷 모습이 더욱
쓸쓸해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쉬어졌다.
또 한사람을 말하고자 한다
유구 식품점 사장이다. 본인이 미리 전화해 준비할 식
품이나 시장꺼리를 빠짐없이 갖춰 주며 성실하고 친절
하게 상인의 근본을 보여준 처사와 그 부인이었다.
만날 때마다 활기찬 음성으로 안부를 묻고,또 일이
이중일이 안되게 꼬박꼬박 점검하며 사중 대중의 반찬과
식료품을 대준 양심적이고 성실한 시장 일꾼이었으니
우리보다 20여년이상의 선배인 장년 처사였다. 지금은
80중후반이거나 머나먼 세계로 가셨을지도....
유월 유구 수국이 피었다.
옛날에 없던 천변 유구 수국으로 전국에서 열손안에
드는 수국 소도시가 되었다.
여러색으로 화사하게 핀 탐스런 꽃을 보았다.
나는 시간반을 걸으며 생각했다.35년 성상이 찰라에
지나갔다.그 어느 누가 이 시간을 속히도 빠르게,아니
하염없고 무심하게 흐르게 했던가.
하늘 멀리 흰구름이 떠 있고, 햇볕이 뜨거웠다.
나는 애기보살이 머물던 그 꽃집을 먼 발치서 보았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섰다.그리고 그 식료품 가게와 총각
이 운영했던 방아간은 차마 근처도 못갔다. 아니 시장이
변화속에 정리가 되어 위치가 헷깔렸다.
또 다른 소식, 긴 세월속에 크게 변한 그 어떤 슬픈 소식
을 듣는 일은 근래 여러 노보살님들이 힘겨운 노환으로
지내시는 가운데 크게 상심한 내게 하나 더 고통을 추가 할 수 있는 두러운 일이었다.
수국이 소나무 사이에서 하얗게 또는 분홍색으로
탐스럽게 피어 6월의 하늘과 조응하고 있었다.
세상이 어찌 내 뜻대로만 되기를 바라랴.
어쩌면 세상은 순응하고 수순하는 자의 몫이리라
나는 이 이야기를 아름답고도 슬픈 과거로 기억할 것이
다.또 세월이 흐른 후, 나 역시 기억의 저 편 언덕에서 유구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서서히, 아니 아주 없었던 일인듯 까마득히 잊을 것이다.
이제 나도 몽상과 몽환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결코 슬픔에 함몰될 일이 아니나 무상한 시절인연이
었다.
불기 2568 .6.28 후11:57
첫댓글 가슴이 먹먹합니다🙏🏻
스님!
힘내셔요
나무아미타불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