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Love of Siberia)’,
일명 ‘시베리아의 이발사(Sibirski tsiryulnik)’는
한국 극장에서도 상영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19세기 후반 매력적인 미국 미망인 제인이
시베리아 열차의 일등칸에서 숲이 우거진 창밖을 내다보며
페테르부르크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젊은 러시아 사관생도 다섯 명이
제인의 객실로 들어온다.
그 중에 순수하고 정열적인 ‘안드레이’가 있었다.
제인은 안드레이의 귀여운 모습이 사랑스러웠고,
안드레이는 제인의 이국적이고 발랄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시베리아에서는 나무를 벌목하는 기계를
‘시베리아의 이발사’라고 하는데,
미국인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더글라스는
제정 러시아 정부에 이 기계를 팔기 위해
로비스트로서 매력적인 여성 제인을 고용했다.
제인은 사관학교 교장을 찾아간다.
황제와 친분이 있는 사관학교 교장을 설득해 로비를 벌이려는 것.
제인은 사관생도인 안드레이와도 사귀지만
교장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을 정도로 로비에 성공한다.
그런데 순수하고 촉망받던 청년 안드레이는
제인을 진심으로 좋아한 나머지,
무대에서 친구들과 오페라 공연을 하던 중
관객석에 늙은 교장과 제인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교장에게 달려들어 상해를 입힌다.
교장은 젊은 청년이 질투로 충동적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공연에 참석했던 러시아 황족을 암살하려 했다고 몰아간다.
유죄를 인정한 안드레이는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난다.
제인은 이를 바라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비즈니스를 위해 안드레이의 순수함을 이용했던 것.
이후 그녀는 로비스트 활동이 발각되어
러시아에서 강제추방을 당한다.
세월은 흘러 10여년이 지났다.
사건은 시간에 묻혀 잊히는 듯했다.
제인은 시베리아에 가서 안드레이를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베리아의 이발사’를 발명하고
자신을 고용했던 사업가인 더글라스와 결혼한다.
시베리아의 한 허름한 통나무집,
안드레이의 아내는 차를 끊이다가
제인이 오는 것을 알아채고는 창고 문 뒤에 숨어
아이들과 함께 숨을 죽인다.
아내의 손에는 부엌칼이 들려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안드레이와의 행복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제인은 안드레이의 가족사진을 본다.
안드레이의 아내는 다름 아닌 그를 짝사랑했던 하녀였다.
제인은 두 사람의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기에 발을 되돌린다.
벌판에서 ’시베리아의 이발사‘는 거침없이 나무를 베고 있다.
제인은 마차를 타고 떠나고
그녀를 몰래 쫓아온 안드레이는 언덕 위에서
그 마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시 10여 년이 흘렀다. 장소는 미국 사관생도들의 훈련소다.
20대의 젊은 훈련생 앤드류는 고집불통의 사관생도다.
안드레이와의 사랑을 통해 낳은 제인의 아들이다.
늙은 제인이 아들 앤드류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면서
영화는 시작되고, 영화는 끝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피가로'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주요 등장인물들의 갈등 관계가 같다.
어여쁜 아가씨 로지나와 알마비바 백작, 그리고 바르틀로 박사가 등장하는 오페라 무대의 삼각관계가
스크린에서도 똑같이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들의 연결 매개체 역할을 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피가로)'도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시베리아의 울창한 숲을 단숨에 밀어붙이는 무지막지한 벌목기계의 이름이 바로 '시베리아의 이발사'이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피가로'는 영화 전편에 걸쳐 중요한 음악적 역할을 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기차 안에서 사관생도 안드레이가 피가로의 아리아 "더 이상 날지 못하리"를
기쁨의 아리아로 제인에게 불러주는가 하면,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를 영화 속에서 직접 공연하기도 한다.
"세상의 남성들이여, 눈을 떠라. 여자는 요물이다. 속지 마라." 라며
영화 속 오페라에서 슬픔과 분노의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이다.
그리고 방독면을 뒤집어쓴 병사는 모차르트를 경멸하는 교관 앞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시종일관 "모차르트는 위대하다"는 말을 외쳐대고 있다.
오페라와 전혀 관련 없는 듯한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이지만
오페라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음악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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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평생 기다렸어요... 당신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면서...."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일들이 종종 우리를 분노케 하지.
하지만 정작 우리가 분노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내 자신 때문이야."
-<러브 오브 시베리아>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