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요즘 화제다. 개봉된지 보름만에 800만의 관객이 관람하였으며 곧 1000만을 돌파할 것이라고 하니 한국 영화사에 또하나의 성공한 영화가 탄생할 모양이다. 나는 부산에서 주로 성장한 사람이라 어릴 적에 '국제시장'을 몇 번 가보았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단지 한국전쟁의 와중에 피난민들이 모여 형성된 시장이라는 것 외에는. 그래서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원래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갑자기 <국제시장>이 다수 언론을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큰 관심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영화가 꽤 괜찮은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영화의 내용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일면을 긍정적 시각으로 보여주고 영화의 주인공인 '덕수 세대'가 자신들의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일베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성향의 유저들이 <국제시장>을 응원하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진보 성향의 유저들이 비판에 가세하면서 영화의 흥행에 축매제가 된 것 같다. 특히 '허지웅'이라는 3류 영화평론가가 영화의 내용에 대해 '토 나온다'고 한 말이 보수 성향의 유저들을 자극하면서 <국제시장>의 흥행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 진보좌파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영화계에서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응원하는 영화가 1000만 명을 돌파한다는 것은 경이로운 기록이다. 이대로의 흥행속도라면 진보좌파들이 환호한 <변호인>을 능가할 것이라고 하니 한국 영화사에 또하나의 금자탑이 세워지는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수작(秀作)이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거나 훌륭하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부분들을 '덕수'라는 한 인물을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그 질곡에서 부침하는 우리 선배 세대들의 고통과 고난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인공 '덕수'가 가족을 위해 월남전에 파병을 나간 것이나 광부로 서독에 간 것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우리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보수 성향 유저들의 감성을 자극할만 하다. 언젠가 잡지 '시사인' 기자가 '일베' 유저들의 성향에 대해 분석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아버지 세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고마워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보수 성향의 '일베' 유저들이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을 응원하고 흥행에 환호하는 것도 그 영화가 자신들의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 세대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오늘날의 가정에서 아버지가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영화의 흥행에 레버리지 효과로 작용한 것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피력하는 것을 볼 때 영화 <국제시장>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아버지 세대의 고마움을 전혀 모르는 패륜아들이 있는데, 영화에 대해 악평을 한 허지웅과 진중권을 비롯한 3류 진보 떨거지들이다. 허지웅은 <국제시장>에 대해 '반동적'이라는 공산주의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폄훼하고 주인공 덕수 세대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세대'라며 비난했다. 덕수 세대가 뭘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허지웅은 자신을 책임지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찢어지게 가난한 가운데서도 자신을 대학까지 보내준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전혀 모르는 패륜아든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내 생각에 허지웅은 후자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 이제 30대 초반인 허지웅은 뭘 몰라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바로 자신의 아버지 얘기일 수도 있는 영화에 대해 진중권의 악평은 참으로 민망스럽다. 진중권은 <국제시장>에 대해 '그럭저럭 얼추 꼴을 갖춘 신파다'고 폄하했다. 물론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는 법이니 눈물샘을 자극한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영화를 '신파'라고 매도하는 것은 <국제시장>이 담고 있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 그 질곡을 헤쳐나온 아버지 세대에 대한 모독이다. 영화에 대한 진중권의 악평은 한국 현대사에 비판적인 진중권의 경솔한 언행의 또하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일부 3류 진보 떨거지들의 폄훼와 비판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를 부정하고픈 패륜적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시평방에도 그런 패륜아가 한명 있는 것 같더만.
그런데 <국제시장>에 보수 진보의 이념 대결이 흥행의 촉매제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춘 것 아닌가 한다. 그 영화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화에서 '어머니'나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많았지만 '아버지'를 주제로 한 영화는 거의 전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1950~1970년 대 산업화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에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영화는 내 기억에는 하나도 없다. 산업화 시대의 아버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국제시장>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대에 가족을 위해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온 아버지의 얘기는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1996년에 김정현 씨가 쓴 소설 <아버지>도 200만부가 넘게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듯이 영화 <국제시장>도 성공할 수 있는 주제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제균 감독은 머리를 잘 쓴 것 같다.
영화 <국제시장>은 바로 4050세대인 우리들의 아버지 얘기다. 따라서 이 카페 회원들은 필히 관람을 하는 것이 아버지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들 아버지는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고 조금 있으면 모두 떠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불효를 깨닫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러기에 아직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 영화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불편해 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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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님의 댓글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울고 웃으며 봤는데여...
갠적으로 너무 가볍다는 느낌? 한 세대의 이야기를 잠깐잠깐씩 다 보여주어서 마치 몇년간의 뉴스를 한꺼번에 훓어본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한곳을 더 깊이있게 다뤄줬다면 지지부진해져서 흥미도가 떨어졌을려나?... 저는 평균이상이지만 잘된작품이라고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