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홈스테이 기행문 올리세요

[장윤석]

일본 홈스테이 기행문 올리세요

2박3일 동안 일본 가정에서 생활한 것을 주로 기록하기 바랍니다
출발해서 도착하기까지 과정도 좋고 다른 내용을 기록해도 좋은데
가정에서의 생활을 주로 기록해 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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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가 쓰고 있는 기행문 올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홈스데이 2박 3일 일정을 주로 기록하기 바랍니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물을 이루듯

이번 용지중학교와 일본 가고시마현 카노야시(鹿屋市) 국제교류협회와 추진한 한·일 풀뿌리 교류학습은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우호를 쌓는데 밑거름이 되는 작은 행보의 시작이 분명하다.

7월 27일
새벽 3시 30분 전주에서 버스를 탔다. 4시에 학교에 도착하니 이번 교류학습에 참가할 학생들이 학부모들과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할 악기와 짐을 싣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7시 20분에 공항에 도착해서 9시에 출국심사를 마치고 10시 10분에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비행기 탑승하기 전에 약 40분 정도 대기 시간이 있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쉬고 있는 중에 한 쪽에서 우리 학생들과 여행객들과 이야기 꽃이 피고 있었다. 여행객은 할머니 어머니 딸 3대 일본인 여행객이었다. 그들과 우리 학생들이 순조롭진 못해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격되었다. 서로 말은 하지 못해도 한국을 다녀가는 중이고 일본을 방문하러 가는 중이라는 공통점이어서 그런지 서로 웃으면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그들 3대 모녀는 우리나라 동대문 남대문 시장 등을 관광하고 가는 중이라고 했다. 국제화 시대에 보다 나은 여행, 알찬 여행을 위해서는 그 나라의 말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 대부분이 해외 여행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비행기가 이륙하여 하늘을 날아오르자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앞으로 전개될 일정에 비행기 안은 열기가 넘쳤다.
12시 미야자키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나라 제주도보다 위도상 낮은 곳이어서 더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마주한 미야자키의 공기는 습기는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무더운 날씨와 같았다. 그런데 입국수속장을 통과하는데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렸다. 그곳 직원들은 일본말로 자국민을 우선 통과시키고 한국인이 주를 이루는 여행객들은 따로 받았는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하는 인상을 받았다. 카노야시 교류협회에서 마련한 버스에 짐을 싣고 승차한 시간이 12시 50분 정도였는데 그 때가지도 한두 명씩 공항을 나오고 있었다. 물론 우리 나라도 인천을 제외한 다른 중소도시 공항 입국장에서 이같은 지체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공항 청사 로비에는 우리를 맞으러 이미 카노야시에서 몇몇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10여년 전부터 한국 일본 교류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오신 다밧다 상과 한국에서 일본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카노야시에서 한일 민간교류협회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은영 선생 등이 그분들이다. 특히 다밧다상은 키가 155cm 정도 되는 분으로 연세는 75세 정도 되어보여는데 잰 걸음으로 이리저리 바빠 오가시면서 우리를 안내하고 도와주셨다. 이 다밧다 상은 3박 4일 일정을 마칠 때까지 그림자처럼 우리 곁에서 우리를 칙사처럼 대접해 주셨는데 그 외에서 열과 성을 다해 우리를 도와주신 분으로 사카모도 씨, 아사쿠라 씨. 신구보 씨 등이 생각난다.
또한 일본 중학생이 한 명 끼어 있었는데 갸름한 얼굴에 175cm 정도 날씬한 남학생으로 細山田(호소야마다)중학교 2학년 노부토끼 호스케 군이었다. 밝은 표정, 순진하게 웃는 얼굴, 처음보는 많은 학생수의 우리 용지중학교 학생들 앞에서 수줍어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보통 우리 나라 중학교 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장래 꿈이 사진작가로서 이번 행사에 자진해서 사진을 찍고 비디오 촬영을 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매우 성실히 열정적으로 해주었다. 그런데 이 학생에게서 또 하나의 우리나라 학생들과 똑같은 특징을 발견했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내가 주관적인지도 모르는 생각을 한 것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차분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뭘 자주 잊는다는 것이다. 이 호스케 학생이 첫날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모자가 있었다. 누구것인지 알수 없는 나는 주인을 찾아주기에는 뭣하고 그래서 계산하는 책상에 올려놓았는데 차를 타고 보니 이 호스케 군이 쓰고 들어왔다. 2일째 시립회관에서 공연 준비하는 시간 중에 그 곳 직원이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일본말로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 듯했다. 조금 후에 호스케 군이 멋쩍은 얼굴로 그 가방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 한국말을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늘 보였고 그런 중에도 뭔가 돕고 싶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나아지리라는 밝은 미래상을 단단히 확인할 수 있었다.
버스로 미야자키 공항에서 카노야시까지는 4시간 정도 걸렸다. 가는 길은 모두 2차선이었다. 이곳은 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2차선이라고 했다. 평균 40~50km로 달리는데 좀 답답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 완전히 적응이 된 듯했다. 4시간 동안 우리 버스를 추월하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우리는 거의 웬만한 도로는 4차선이고 8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데 귀국하는날 카노야시에서 쿠마모토 공항으로 가는 4차선 고속도로도 제한속도가 80km였다. 일본 사람들이 정해진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에서 선진국의 면모를 느꼈지만, 한편으론 세계화 시대에 시간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오늘날 이 ‘느긋한 천천히’가 과연 모두 좋은 것일까 하는 의문은 들었다.
카노야시까지 가는 길의 가로수는 거의 야자수 나무였다. 열대기후 지역이란 것을 느꼈다. 열매가 달려있지 안길래, 왜 열매가 없느냐고 했더니, 안내하는 젊은 일본인은 그냥 원래부터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궁금했다. 열매가 열리게 하고 누군가 먹게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를 싣고 가는 버스는 회사가 高山三幸觀光이었다. 우리도 3이나 9는 좋은 의미로 쓰인다고 했더니 일본은 3,7,8이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4시간 동안 달린 길가에는 논과 밭의 대표적인 농작물이 작물은 벼와 고구마였다. 이곳은 이모작을 한다고 했다. 대체로 벼러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다시 모를 심은 곳도 3일 째 보았다. 밭작물은 고구마가 대표 작물이었고, 고구마를 통해 여러 가지 생산품을 만든다고 했다. 고구마로 빚은 술이 있었는데 맛을 보니 중국술 고량주 맛이었다. 고구마 과자도 특산품이라고 했는데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해변도로 어디 쯤에서 특이한 풍경이 보였다. ‘도깨비 빨래판’이라는 곳이었는데 약 연속되지는 않았지만 3km 정도 계속되었다. 흡사 빨래판 같았다. 정교한 사각형으로 다듬어서 늘어놓은 것 같았는데 빨래판 줄이 그어져있었다. 파도에 씻겨서 생겼다고 했는데 저처럼 골이 생기는데는 그 이유로서는 불충분해 보였고 어느 날엔가 화산 용암이 흘러나오면서 바다의 파도에 의해 골이 생겼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이론이 내게는 맞는 듯했다.
카노야시에 들어서서 먼저 들은 곳은 카노야동중학교(鹿屋東中學校)였다. 학생수는 900여 명이고 교사수는 50명, 카노야시에서 제일 규모가 큰 학교라고 했다. 남녀 공학 학교였다. 학교 현관 홀에서 교감이 간단히 학교를 소개했고 우리 박경애 교장 선생님이 준비해 간 부채를 선물했다. 학교를 둘어보았다. 신발장에 슬리퍼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건물은 20년 넘게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시절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풀장도 있었고 체육관, 유도장, 급식실, 운동장은 넓었다. 그 곳에서 야구부가 연습중이었다. 교실을 둘러 보았다. 우리는 정보를 알리는 게시물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는 학생들의 작품이나 활동 내용을 게시판이 모자라 옆이나 위에 전지를 붙이고 거기에 붙여 놓았다. 교실 앞에 칠판 옆에도 학생 활동 결과물이나 알리는 내용이 붙어 있었다. 교실에 TV가 천정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14인치로 보였다. 에어컨은 없었고 천정 중간에 2개의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선진국이 일본이 우리보다 예산이 많을 텐데 어째서 우리보다 학생 복지나 교육 기자재 설비가 낙후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실마다 에어컨 찬바람 속에서 공부하는 우리가 교실 환경면에서는 선진국이었다. 2층 음악실 옆 소강당으로 갔다. 마침 관악합주 연주 대회를 앞두고 맹연습 중인 관악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칠판에는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라고 완벽한 글씨체로 우리 한글이 써 있었다. 대표 학생이 준비된 인사말을 읽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음악에 문외한이 내가 들어도 잘 조화가 되는 연주였다. 방학 중인데도 나와서 연습하는 것이 자발적인가, 아니면 강제된 것인가 궁금했다. 대회를 앞두고 우리처럼 대회에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생들을 다그쳐서 나오게 하고 연습을 시키는 것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반팔 상의와 반바지 체육복을 입고 연습하고 있었다. 여기도 냉방시설은 없었다. 40여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대형 선풍기 2대뿐이었다. 우리 김제보다 더운 날씨였는데 우리만 땀을 흘릴 뿐 일본 학생들은 땀을 흘리지 않았다. 단련이 되어서 그런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
소강당 입구에 붙어 있는 시간표가 눈에 새로웠다. 우리와 시간 운영이 많이 달랐다.

아침 자습 시간
1교시 8 : 45 ~ 9 : 35
2교시 9 : 45 ~ 10 : 35
휴 식 10 : 35 ~ 10 : 50
3교시 10 : 50 ~ 11 : 40
4교시 11 : 50 ~ 12 : 40
급 식 12 : 40 ~ 13 : 15
휴 식 13 : 15 ~ 14 : 00
청 소 14 : 00 ~ 14 : 10
5교시 14 : 20 ~ 15 : 10
휴 식 15 : 10 ~ 15 : 25
6교시 15 : 25 ~ 16 : 15
短學活 16 : 20 ~ 16 : 30
課 外 16 : 30 ~ 16 : 50
화장실은 청소가 깨끗하게 되어 있었다. 우리 보다는 잘 되어 있었다. 정수기가 없었다. 수돗물을 그냥 먹는다고 했다. 우리 같이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동경대 입시 열기가 우리보다 심각한데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지 않는다는 말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몇몇 학생들이 따라 나오고 우리 학생들과 어렵게 서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는데 역시 아이들은 쉽게 친해진다. 떠나는 우리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조리실은 있었는데 식당은 없었다. 아마 교실에서 식사를 하지 않나 싶다. 900여명이 한꺼번에 식사하려면 식당이 커야하는데 교실로 음식을 날라다 먹는 것 같았다. 일본 학교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그렇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홈스테이 가정과 대면식을 위해 카노야시의 한 문화 회관에 도착했다. 시 교육장님과 교류협회 회장님의 인사말과 우리 박경애 교장 선생님의 인사가 있었다. 학생을 대표해서 학생 회장인 김미숙 양이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갈 때는 두 명씩 짝을 지었는데 이곳 일본 가정의 사정상 한 명씩 가정과 연결되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한 명씩 가정에 배정된 학생들은 좀 긴장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본 어른들이 한국말로 말할 때는 우리 학생들이 환호성을 터트리고 활달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안심이 되고 대견하기도 했다.
홈스테이 가정과 우리 학생들과 일일이 앞에 나와서 인사하고 악수하는 대면식이 진행되었다. 이영현 선생의 지도로 그 동안 일본어를 열심히 배운 덕분으로 간단하게 우리 학생들이 인사했는데 일본인 중 일부는 우리말로 인사하는 분도 있었다. 학생들은 홈스테이 가정으로 향하고 인솔단은 교류협회에서 주최하는 환영 만찬장으로 향했다. 관주도가 아닌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교류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28일
[카노야 해상 자위대 방문]- 원자 폭탄(爆彈)인가 원자 복탄(福彈)인가
아침을 먹고 다밧다, 사카모도, 아사쿠라 상의 차를 나눠 타고 카노야 시에 있는 해상 자위대를 방문했다.
시청각실에서 그곳 해설원이 우리에게 일본말로 해설하고 박은영 양이 통역을 했다. 기념관을 설립한 목적은 젊은이들게 애국심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해설하는 과정에서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의 젊은이들이 국가를 위해 싸웠던 역사를 말했다. 그 내용 중에는 16살의 청년도 있었으며 한국인도 16명이나 있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박병윤 교감 선생님이 일어나서 큰 목소리로 이의를 제기했다.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지금 이런 무기로 우리 독도를 공격해 올 것 아닌가?”하는 내용이었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 붙었다. 다행히도 우리측 일행들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더 이상 항의하지 않았다. 대신 문화 해설가로도 활동하는 유칠선 선생이 작은 목소리로 거들었다. 일본인 관광객들도 유칠선 선생이 일제시대 때 우리 일본인들이 우리 문화재를 많이 약탈해 갔다는 말을 하면 그 중의 일부가 거칠게 유칠선 선생에게 항의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일본인들이 너희 문화재를 가져다가 잘 보존해 주고 있지 않느냐?”는 식이라고 했다. 조선의 물자를 약탁해 가기 위해 도로를 만들고 철도를 부설하고 항만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결국에는 조선의 근대화를 가져오지 않았느냐는 논리다. 지금도 우리 한국인 중에는 이런 논리에 파묻혀 일본 덕분에 지금 우리가 그래도 이만큼 살고 있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여기 이런 일본의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로 내가 들은 것 중에 간단하고 명확한 것이 진중권 씨의 ‘원자 폭탄인가 복탄인가’ 논리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일본은 미국의 원자 폭탄 2발에 크나큰 피해를 입고 항복을 했다. 그 폭탄으로 인한 피해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고 우리 한국인들도 겪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재앙이고 참사였다. 그러나 일본인의 근대화 이론으로 설명하자면 원자 복탄이다. 원자 폭탄 투하는 결국 일본이 전쟁을 마감하고 다시 일어서서 오늘날의 경제 대국이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원자 폭탄은 일본에게 복을 가져다 준 복탄이 분명하다. 그런 말을 해주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 이런 교류의 자리에서 이런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대화하기에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발언해 보아야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화해의 자리에서 교감선생님이 짧게나마 이의를 제기한 것은 우리 한국이 당신들 일본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점에서 시기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기념관은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나올 때까지 한 가족만 만났다. 가미가재 특공대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러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도고 헤이하치로 장군 코너도 있었다. 낙하산 부대가 인도네시아를 침공하는 그림도 있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은 것이 아니라 아무 잘못도 없는 이웃 나라를 침공하다 죽은 그 조상들을 통해서 애국심을 가르칠 때, 일본의 젊은이들이 제대로 세계 시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이제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종군위안부 항의 결의안이 통과된 이 시점에서 일본 정부는 사과를 할 것인지 주목할 일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그들의 주장을 역겨워했다.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하원 전체회의에서 “역사를 왜곡ㆍ부인하고 희생자들을 탓하며 장난하는 일본 내 일부 인사들의 기도는 구역질나는(nauseating) 일”이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일본은 워싱턴의 대형 로비ㆍ홍보회사를 3개나 동원했지만 왜곡된 역사관에 바탕한 그들의 로비는 통하지 않았다. 조상들의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육이 바람직할 터인데 일본은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후진국일수록 국가에서 애국심을 강조한다. 진정한 애국심은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나의 조국이 나를 위해서 도움을 주고 있고 나의 행복을 보장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국민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법을 지킨다. 그 어떤 명분도 개인의 행복에 우선할 수 없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 이민을 가는 사람을 탓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나라에 살면서 법망을 피해 병역이 기피하고 그 나라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마땅히 징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나라 일부 계층에서 병역을 피해가는 사례는 불행한 일이다. 지도층일수록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이런 점은 우리 국가 미래를 어둡게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를 통해 볼 때 전란이 일어나면 지도층은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고 힘없는 민중들이 맞서 싸웠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켰다. 1차 대전이 끝난 후에 영국에는 정치를 담당할 젊은 인텔리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들었다. 그들이 다 어디에 갔을가? 많은 엘리트 젊은이들이 저세상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솔선해서 전쟁에 참여하고 전쟁터에서 전사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영국 왕세자가 이라크 영국 기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었다. 영국의 이라크 침공 내지는 주둔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서, 지도층에서 모범을 보이고 국가가 국민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이것을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면 국민들은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를 위해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일어선다. 이것이 참다운 애국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나 우리 나라는 좀 안타깝다.

[한·일 교류 공연]
오후 3시에 우리 인솔단과 학생들이 카노야시 시민 교류회관에 공연을 위해 만났다. 이 회관은 3 층 건물인데 건축물 자체도 아름다웠고, 시냇물이 흐르게 만들었으며, 냇물을 끼고 야외 공연장이 양쪽 둑에 자리했다. 간단하게 음주를 할 수 있는 술집도 있었다. 전날 낙후된 시설의 카노야동중학교에서 받은 인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미 도착한 학생들은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분장을 하기도 했다. 전날 홈스테이 가정으로 향하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눈물을 보이는 1학년 학생도 있었는데 모두들 표정이 밝았다. 기분이 좋았다. 빨리 적응하는 우리 학생들이 대견스러웠다. 우리 한복을 입은 학생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맛있는 음식 먹었다고 자랑하는 학생도 있었고, 어디 놀라가기로 했다고 자랑하는 아이도 있었다. 모두들 일본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덕택이라 여겨졌다. 그들의 배려에 고마운 마음이 솟았다. 우리도 이같이 할 수 있을까? 차 안에서 어떤 분인가가 “여러분들도 받은 만큼 일본인들을 초청해서 대접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니까 호응도가 낮았다. 누군가 뒤에서 지나가는 식의 말이 들렸다. “집이 초라한데.” 맞다. 가정 방문해서 보고 느낀 것인데 모두들 힘들게 살고 계셨고, 집도 다들 허술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든 동네가 양계, 축산으로 분뇨 냄새가 늘 코를 찌르는데 어떻게 초대해서 대접할 수 있을지. 망설이는 우리 아이들의 심정이 이해갔다. 먼 데서 온 손님 그냥 보낼 수 없어 극진하게 대접하는 관습은 동양 문화권의 공통점인지 아니면 세계 모든 나라들이 공통점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인간의 본성이리라. 우리도 보면 과거 못살 때도 과객에 대해서 극진하게 대접했었다는 점이 생각났다. 반대로 우리가 일본인들을 초대하게 되었을 때, 각 가정에서 못하면 한옥 마을 같은 곳에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연을 위해 준비실에서 옷을 고쳐 입고 연습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인솔단 외에 카노야 시에 거주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그 중에 이곳에 거주하면서 일본인 아내 히구치와 살고 있는 전남 보성이 고향이 손치영씨, 카노야 국립 체육대학에 유학 온 방주월 여학생 외에 4명의 남학생이 통역 등 손발이 되어주었다. 카노야 국립 대학은 일본에서 유일한 국립 대학이라고 했다.
식전 행사로 보육원 어린이들이 태고 연주를 했다. 질서있게 일사분란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보여준 일본측 공연은 3현 악기 연주와 태고 연주였다. 3현 악기는 3줄로 되어 있고 형태는 기타와 닮았다. 태고는 일본 북이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여러 북을 두드리는 연주였다. 북을 치는 동작에서 착지하는 자세 북을 치는 자세에서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 우리의 북춤과 요즘 유행하는 난타가 연상됐다.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강한 힘’이었다.
우리는 풍물 연주, 화관무, 진도아리랑, 리코더 연주, 그리고 예정에 없던 뒷풀이 풍물 공연이 있었다. 일본인 관람객들은 우리 학생들의 공연을 신기한 눈빛으로 관람했다. 일본에도 우리의 풍물 공연에 해당하는 이런 형태의 민속 음악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우리 용지중학교의 공연 행사 중 백미는 뒷풀이 풍물 공연이었다. 앞서 보여준 리듬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리듬으로 공연을 했거 말미에 유칠선 선생님의 리드로 우리 인솔단이 무대로 올라가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일부 일본인들도 무대로 올라와 무대를 돌면서 춤을 추었다. 특히 홈스테이 가정의 가족들이 무대로 많이 올라와서 우리 학생들과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는 감격의 마당이었다. 유칠선 선생과 박은영 양이 특히 많이 눈물을 보였다. 유선생의 눈물은 성취감의 눈물이었고, 박은영 양의 눈물은 이렇게까지 우리 용지중학교 학생들이 잘 할 줄을 몰랐는데 공연 내용이 완벽했고 자리한 일본 관객들의 호응이 매우 높자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의 눈물이었다. 그 자랑스러움이 용솟음쳐 그를 울게 한 것이다. 우리 용지중학교의 공연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한국 전통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이곳 일본인들에게는 신성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귀국하는 날 쿠마모토 공항에서 우리와 동행한 한국일보 박성준 기자와 다밧다 상이 인터뷰하는 내용을 잠깐 들었다. 물론 박은영 양의 통역을 통해서였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전통 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한국은 어린 학생들이 이처럼 전통 문화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매우 부럽다는 것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은 7,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싹트지 않았난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차원에서의 민속 농악 경연대회가 있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얻게 되었고 계속해서 동아리 활동이 이어짐으로써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점점 나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약하다는 증거는 있다. 전국민이 시청하는 kBS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이 한 때는 민요를 부르는 사람이 있어 국악 반주자들이 앉았으나 지금은 서양음악 밴드만 자리하고 있고 출연자들이 서양음악만 부른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바람직한 방법은 초 중등 음악 시간에 우리 음악을 많이 접하고 연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카노야동중학교 학생들이 방학 동안에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던 것은 일본의 전통 음악이 아닌 서양 음악이었다. 우리도 예능경연대회에서 경연하는 내용이 대부분 전통 예술이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와 일본 교육 당국자 그리고 음악 교육 당국자들이 관심가져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29일
[야마가와 모래 온천찜]
일본은 특히 남부 지역은 모든 마을이 온천 지대다.
오늘도 역시 다밧다, 아사쿠라, 사카모도 상이 자기 차를 몰고 와서 우리를 대접했다. 오늘은 다밧다 상의 승용차를 대신 운전할 사람으로 신구보 미유기 상이 같이 왔다. 신구보 상은 전직 교육위원회원과 시청 국제교류계장을 역임한 분이라고 했다. 네 분 중 한국말을 제일 잘 했다. 내가 다밧다 상의 차를 타는 바람에 그도 나와 같이 동행했다. 내가 가르쳐준 한국말은 “오늘 수고하셨습니다.”였다. 우리를 위해 정말 애쓰시는 그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서 내가 먼저 물어 보았다. 일본말로 “교와 고쿠로사마 데시다.”였다. 동행한 손치영씨에게 물어보고 그들에게 “교와 고쿠라사마 데시다.”라고 했더니 다들 매우 반가워했다. 그랬더니 신구보씨가 “천만에요.”라고 한다.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은 네 분 일본인들이 몰라서 내가 휴게소에서 잠시 쉴 때 가르쳐 주었고, 반대로 일본말 “교와 고쿠라사마 데시다.”를 쪽지에 적어서 몇몇 분들에게 돌렸다. 그런데 바로바로 잊어버리고 다시 쪽지를 보고 이 한마디를 배우는데도 힘이 들었다.
오전에 먼저 들른 곳은 야마가와 모래 온천찜하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