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마도제일화(魔道第一花)를 정복하라 1 복우산의 팔만사천마맹. 당금 강호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을 지닌 마도제일의 세력이다. 수천 채의 전각들이 웅대하게 늘어선 팔만사천마맹의 웅자(雄姿)는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하기에 이 넓은 곳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호위무사들이 필요했다. 오늘도 수많은 경계의 눈초리가 사방을 감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백화마루(百花魔樓)의 감시망은 가히 나는 새도 넘나들 수 없는 철옹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백화마루! 팔만사천맹에서 가장 고고하고 존귀한 신분을 지닌 한 여인(女人)이 기거하고 있는 장소이다. 이곳의 여주인은 마도제일화(魔道第一花) 왕조연(王照蓮)이라고 했다. 왕조연! 그녀는 현 팔만사천마맹의 맹주(盟主)인 왕무군(王武君)의 하나뿐인 금지옥엽이었다. 그런 여인이 기거하는 곳이기에 백화마루의 주위는 가히 금성철벽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곳은 백화마루가 건너다 보이는 곳이다. 저만큼 신비누각 하나가 서 있는 것을 바라보며, 일신에 은삼(銀衫)을 걸친 미청년(美靑年) 하나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백화마루를 경계하는 임무는 어떠한 일보다도 중요하다. 조연소저(照蓮小姐)를 호위하는데 있어 흐트러진 자세나 태만한 모습을 보이는 자는 저렇게 된다." 말을 이어가던 은삼미청년, 그의 수중에 들린 검이 앞을 향해 눈부시게 뻗었다. 슈파― 앗! 그의 검은 저만큼 앞에 선 하나의 석사자상(石獅子像)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다음 순간, 보라! 쩌어어억! 단단한 청석으로 만들어진 돌사자상이 두 쪽으로 예리하게 갈라져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정녕 가공할 검세(劍勢)이다. 그런데 말을 이어가는 은삼미청년의 얼굴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눈 아래 한 줄기의 상흔(傷痕)이 선명하게 나 있다는 것! 그는 바로 옥자강이 아닌가. 그는 몇 달 전 팔만사천마맹의 사급무사로 입문했고, 지금 앞에 적지 않은 무사들을 세워놓고 훈시를 내리고 있었다. "명대로 따르겠습니다. 대내부순찰(隊內副巡察) !" "감히 누구의 명이라고 대내부순찰님의 지시를 거역하겠습니까?" 이십여 명에 이르는 무사들. 그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옥자강의 신분은 지금에 이르러 대내부순찰까지 격상되었다. 팔만사천마맹에 들어온 지 몇 달만에 그는 군계일학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였고, 그 바람에 단숨에 호위의 이인자(二人者) 격인 대내부순찰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는 냉혹하기 이를 데 없는 성격의 소유자. 실수한 자를 누구도 용서하지 않아 수하들에게 마면옥호(魔面玉狐)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처지이기도 하다. 하되, 명을 내리는 가운데서도 옥자강의 눈길은 호수너머의 신비누각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눈빛 속에는 다분히 탐욕의 빛이 가득했다. '크크! 왕조연이라 했나? 그 계집은 머지않아 나의 품에 꼭 안기에 될 것이다! 후후…….' 옥자강은 백화마루의 왕조연을 암중으로 노리고 있었다. 그런 옥자강의 내심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여간,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도록 철저한 경계를 펴도록 해라." 옥자강은 수하들에게 명을 내린 다음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이 옮겨지는 곳은 바로 백화마루가 있는 곳이었다. 2 백화마루의 호수가. 언제부터인가? 그곳에는 한 여인이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는 바퀴가 달린 특수제작된 것으로서, 뒤에서 밀면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 한없이 서늘한 여인의 시선은 호수 속에서 노니는 금어(金魚)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아, 여인의 용모는 가히 절세적이다. 누구라도 보기만 하면 절로 무릎을 꿇고 말 듯한 독선적이고 고독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여인. 어쩌면 그 여인의 미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미(美)인지도……. 삼단처럼 늘어뜨린 머리카락, 핏줄이 드러나 보일 만큼 눈부시고 하얀 피부. 여인의 두 눈(眼)은 알 수 없는 슬픔과 고독함이 물들어 있었다. 세상에서 이처럼 오연하고 고독한 모습의 여인은 오직 하나뿐일 것이다. 마도제일화 왕조연! 그녀는 몇 년 전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가 되어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했다. 하기에 그녀는 지난 십육 세 이래 의자에 앉아 삶을 살아가는 처지였다. 그후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 거의 백화마루 밖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가? 호숫가에까지 나와 물 속에 노니는 금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어들을 바라보는 왕조연의 눈빛이 아련한 슬픔으로 젖어 들었다. '아아……, 한낱 물고기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거늘…….' 왕조연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에 큰 비탄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홀연히 그의 곁으로 다가서는 그림자가 하나 있다. 스읏―. 흡사 바람처럼 날렵하게 왕조연의 곁으로 다가서는 자. 그는 바로 은삼을 멋들어지게 휘날리는 옥자강이었다. 옥자강은 정녕 매력적인 절세미남아의 모습으로 왕조연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는 곁에 이르러 공손하게 포권했다. "소맹녀(少盟女)! 혹여 지내시기에 불편함은 없으신지……?" 옥자강은 애써 왕조연에게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의 기태는 눈부실 만큼 헌칠하고 헌앙하다. 눈 밑에 있는 상처는 그의 매력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하되 왕조연은 놀랍게도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인들이 본다면 누구도 오금을 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절세미남아. 그 옥자강의 모습을 앞에 두고도 일별하지도 않다니……. 뿐이랴? 그녀의 입에서는 차갑기 그지없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자강, 본녀가 바라는 건 그대가 날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이지. 더 이상 나를 아는 체하지 마라." 냉정하게 쏘아붙인 왕조연, 구르르― 구릉―. 그녀가 의자에 달린 바퀴를 굴리며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 왕조연은 옥자강의 절세적인 용모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듯했다. 어쩌면, 왕조연은 어떤 여인이라도 거역할 수 없는 옥자강의 용모를 무시해 버린 두 번째의 여인(女人)인지도……. 옥자강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그는 사라지는 왕조연의 뒷모습을 한동안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곧이어 사악한 웃음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도제일화 왕조연……! 후후, 네가 무엇 때문에 날 거부하려 하는지 잘 알지. 너는 불구라는 열등감 때문에 나에게 반발하려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내 호기심을 더 끌기 위한 행동인지도…….' 옥자강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두 눈에서 사이한 광채가 폭사되어 나왔다. '크크, 그러나 두고 봐라. 앞으로 몇 개월 내에 네 년은 나에게 스스로 가랑이를 벌리게 되리라. 일단 살을 섞고 난 이후에야 그렇게 오만한 태도를 보이진 못하겠지, 후훗…….' 옥자강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팔만사천마맹을 수중에 접수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왕조연을 품어야 한다. 왕조연을 안는 일은 팔만사천마맹의 부마(駙馬)가 되는 일. 부마가 된다면 팔만사천마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단숨에 알 수가 있다. 팔만사천마맹주 왕무. 그는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뇌정륭을 꺾고 완전한 마도천하를 이룩할 야심찬 계획을 품고 있었다. 그는 근래 많은 사해의 사마세력을 하나로 규합하였는바, 머지않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뇌정륭과의 싸움에 대비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세력들을 대책 없이 하나로 통합하였기에 서로간에 지위를 확보하려는 알력과 세권다툼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심화된 상태였고, 수많은 사내들과 영재(英才)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었다. 그것은 한 여인을 부인(婦人)으로 맞아들이는 것! 많은 사내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여인은 바로 왕조연이었다. 왕조연을 안기만 한다면야 팔만사천마맹의 실권을 쥐는 것은 누워서 떡 먹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하여 수많은 자들의 아양과 아부에 시달려온 왕조연은 독벌처럼 싸늘해진 것이다. 그러나 옥자강은 알고 있었다. 그럴수록 한 걸음 왕조연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옥자강은 아부와 아양이 왕조연에게 더 심한 거부감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옥자강. 그는 왕조연이 사라져 간 호숫가에 오랫동안 홀로 서 있었다. 그는 금어들의 노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옥자강의 머리는 악마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마맹(魔盟)은 방대하기 이를 데 없으되 산만하다. 수많은 마도고수들이 운집해 있는 곳이되, 그렇다고 왕무군을 진정한 지존(至尊)으로 섬기는 자들은 채 절반도 되지 않는다. 후훗…….'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옥자강의 눈빛이 더욱 사이하게 반짝거렸다. '왕무군은 가공한 내외공(內外功)을 지닌 고수이되……, 그에게는 지략(智略)이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기에 세력을 태산처럼 높이 쌓으려고만 하지 자유자제로 다스리지 못한다.' 옥자강의 입가로 한 가닥 득의한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만이 의미를 알 수 있는 미소였다. '크크! 거대한 뚝도 좁은 틈으로 인해 붕괴되기 마련……, 급류 또한 물방울 하나로 시작되지. 후훗, 두고 봐라. 머지않아 이 옥자강이 어떻게 팔만사천마맹을 접수하는지를……!' 옥자강은 한없이 웃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그는 신분이 많이 상승했으되, 그렇다고 아직 마음놓고 웃을 수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3 혈수선(血水仙) 옥잠화(玉潛花)! 그녀의 신분은 마맹 내에서 나찰제사당주(羅刹第四堂主)이다. 대단한 신분이라고는 할 수 없으되, 일신에 지닌 뛰어난 재능과 미모로 인해 마도여나찰이라고도 불리는 형편이다. 그녀의 명성은 마맹 내에서 상당히 알려진 편이다. 그것은 그녀의 사부 때문이기도 했다. 옥잠화의 사부는 일생 동안 독신으로 살며 마검의 여황(女皇)이 되기를 소원하고 있는 청해빙부(靑海氷婦). 청해빙부의 일신에 지닌 능력은 가히 왕무군에 필적할 정도라고 했다. 사부의 명성과 일신에 지닌 아름다움을 무기로 삼아 옥잠화는 마도의 최고여인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었다. 최근, 옥잠화는 매일 저녁 외출을 한다. 그것은 검도수련(劍道修鍊) 때문이다. 마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청하(靑河)라는 강이 흐르고 있는바, 그곳의 갈대밭이 옥잠화가 매일 저녁 검도수련에 여념이 없는 장소이다. 쏴아아아― 촤아아―. 휘몰아오는 바람. 정녕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드넓은 갈대밭 속이다. 옥잠화는 사방이 온통 갈대에 휘감긴 곳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봤다. "……?" 주위를 둘러보는 옥잠화의 눈빛은 기이한 색깔에 물들어 있었다. 붉은색이다. "후우……." 그녀의 호흡이 어느 틈인지 서서히 가빠지고 있는바, 그것은 옥잠화가 욕념(欲念)에 몸을 떨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던가?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돌연 하나의 그림자가 빠르게 옥잠화를 향해 날아들었다. 휘익! 날아든 그림자는 다짜고짜 옥잠화를 껴안고 갈대밭 사이로 함께 나뒹굴었다. "어멋!" 옥잠화는 짐짓 뾰족한 비명을 내질렀으되 형식적인 저항일 뿐이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을 끌어안은 자가 누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일신에 흑의(黑衣)를 멋들어지게 걸친 미사내였다. 보는 것만으로 오금이 저릴 정도로 준미한 사내. 사내는 옥잠화를 껴안고 뒹굴며 곧장 손을 옥잠화의 젖가슴과 하복부 속으로 들이밀었다. "후후……, 아무리 봐도 옥잠화의 육체는 매혹적이고 아름답단 말이야." 사내는 능글스럽게 말하며 옷자락을 헤집었다. 그 손이 옥잠화의 풍만한 육체를 마구 주물럭거렸다. 그 손길에 의해 옥잠화의 옷자락이 순식간에 실오라기 하나 남김 없이 떨어져 나갔다. 옥잠화는 최근 검도수련한다는 핑계로 매일 저녁 한 명의 정부(情夫)를 만나고 있다. 최근에 그녀는 한 사내를 알았는 바, 그 사내는 매일 저녁 그녀에게 최대의 쾌락을 안겨 주었다. 옥잠화는 사내를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흐응, 날 벌써 이렇게 뜨겁게 하다니……. 당신은 너무 멋져요!" "흐흐……, 네년은 아무리 봐도 요부(妖婦)란 말이야. 사내를 잡아먹고도 남지……." 바쁘게 옷을 벗으며 사내가 옥잠화의 둔부를 철썩 후려쳤다. 옥잠화는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사지를 잔뜩 벌려 사내를 받아들일 자세를 취했다. "아아……, 어서 날 학대해 줘요. 어서……, 아아……." 비록 달밤이라고는 하되 여체의 구석진 곳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두 손으로 감싸쥐지 못할 풍만한 젖가슴, 두 다리 사이의 가장 깊은 계곡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비의 마화(魔花). 마화는 이미 축축하게 꿀물로 젖어 있었다. 그 적나라한 모습은 사내를 갈구하는 듯 엄청난 유혹의 내음을 풍겨냈다. "흐흐……, 과연 우물(尤物)이로군." 사내는 대뜸 자신의 옷도 벗어던졌다. 이어 여인의 육체 속으로 파고들었다. 애무도 없었다. 사내는 다짜고자 우람한 사내의 상징을 여인의 마화 속으로 밀어붙였다. 순간 여인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하학!" 여인 꽃잎이 짓밟혀지고, 사내는 여인의 여린 살 속으로 몇 번에 걸쳐 파고들었다. 밤이 으슥한 청하의 갈대밭에는 가슴 떨리는 열락의 기성이 쉴 사이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하학…… 좋아, 좋아요……." 짧은 순간이되, 몸이 충족된 것만으로 옥잠화는 쾌락의 극치를 맛볼 수 있었다. 잠시 동안 육중하게 여인을 밀어붙이던 사내. 그가 돌연 싸늘한 안색으로 몸을 뒤로 뺐다. 막 한 번 더 절정을 맞이하려고 몸부림치던 옥잠화의 두 눈이 커졌다. 그녀는 사지를 내밀어 사내를 끌어안았다. "아잉……, 어서 날 즐겁게 해줘요. 어서 나를 짓밟아 달란 말이에요……." "후후……." 그러나 사내는 한 가닥 미소만을 흘리며 그녀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옥잠화의 달아오른 젖꼭지를 비틀면서 말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옥잠화!" "무, 무슨 부탁인데요?" 옥잠화는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무슨 부탁이라도 들어주고 지금 몸 안에서 끓고 있는 욕화를 끌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실로 놀랍지 않은가? "후훗……, 내일 밤 안으로 왕조연을 죽이고, 그녀가 지닌 세 권의 마경(魔經)을 훔쳐라." ― 왕조연을 죽이고 마경을 훔쳐라! 실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비록 욕화에 몸을 떨던 순간이되 옥잠화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사내의 얼굴에 사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흐흐, 왕조연의 거처로 들어가는 파진도(破陣圖)는 내가 만들어 주겠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널 부인으로 삼아주지." "아……, 그런 일이……?" 옥잠화는 일순간 전신의 욕화가 싸늘히 식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왕조연을 죽이라니……. 이것은 일대 반역(反逆)이 아닌가. 그러나 옥잠화의 생각은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았다. 사내는 다시 한 번 육중하게 몸을 밀어 여인의 계곡 안으로 파고들었고, 여린 살이 짓밟히는 쾌락은 그녀의 이성을 뒤흔들어 놓았다. 옥잠화의 고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신없이 끄덕여졌다. "아아……, 좋아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어요. 그러니 어서 나의 몸 속에 있는 불을……." 옥잠화는 사지를 내밀어 다시 사내를 끌어안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왕조연을 죽이라는 사내의 명을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왕조연은 바로 자신의 상전이며, 팔만사천마맹의 소공녀가 아니던가. 하지만 눈앞의 사내는 옥잠화가 너무도 사랑하는 정부(情夫)였다. 그리고 지금 옥잠화에게 있어 눈앞의 사내는 모든 것이며, 최후의 존재였다. 두려움은 사내의 매력을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후후…… 역시, 역시 옥잠화 너는……." 한없이 만족한 미소를 떠올리는 사내. 그는 옥잠화를 위로하듯 그녀의 몸속으로 거듭 자신의 몸을 부딪쳐 갔다. "하악! 학학……." 전신이 터지는 듯한 포만감을 느끼며, 옥잠화는 다시 기성을 내질렀다. 그녀는 자신을 짓누르는 사내의 매력에 이미 정신을 잃고 있었다. 눈가에 나 있는 선명한 상흔(傷痕)조차도 신비한 마력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사내. 옥잠화는 사내를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듯 사지로 끌어안고 몸부림을 쳤다. 대체, 오만하기 그지없는 옥잠화를 단숨에 육욕(肉慾)의 포로로 만들어 버린 사내는 누구인가? < 3권으로 이어집니다. >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즐독 ㄳ
재미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