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tional Gallery. 연작 시리즈로 유명한 고흐의 해바라기 한 점이 비치되어 있다. >
그림에 대해 조예가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서울에서도 미술관 한 번 가본 적이 없는 나는 지루함을 견딜 수 없었다. 거의 삼십분 이상을 꾹 참고 돌아봤지만 인내심은 바닥나 버렸고, 이런 식이라면 다음 목적지인 National Portrait Gallery는 아예 가지도 않으리라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나오면서 생각해 보니 결국 고흐의 ‘해바라기’는 어디있는지 찾지도 못한 셈이다.
National Portrait Gallery는 그냥 지나쳐버리고 Leicester Square에 다다르니, 번화한 거리 가운데에 회전목마가 있고 그 옆에 있는 부스에 사람들이 거의 백미터 가까이 줄을 서 있다. 대체 무엇을 파는 곳이길래? 가까이 가보니 그날 상영하는 모든 뮤지컬을 예매할 수 있는 장소였다.
오늘밤 Koo의 추천코스는 뮤지컬을 관람하거나 런던의 유흥가인 SOHO에서 술을 한 잔 해보는 것이었는데, 혼자서 온 내가 누구와 같이 술을 먹을 수 있을까. 당연히 뮤지컬을 관람하는 수밖에. “뮤지컬 처음 보는 거면 맘마미아를 보세요.” 역시나 Koo의 어드바이스가 떠오른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친구의 어드바이스에는 다 이유가 있어서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라이온킹, 오페라의 유령 등 이름난 뮤지컬이 많았지만 왠지 크게 끌리진 않았고, Koo의 조언대로 맘마미아를 보고 싶었으나 그날 남은 표가 없었다. ABBA의 히트곡으로 구성된 뮤지컬 MAMMA MIA, ABBA 노래 좋아하니 꼭 보고 싶은데... 아직 시간은 충분했고 뮤지컬표는 런던시내 곳곳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하길래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 버스 곳곳에 붙은 뮤지컬 광고. 매일 거의 모든 뮤지컬이 만석일 정도로 인기있다고. >
오전 내내 돌아다녔는데 한국인/일본인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근위병 교대식에서 일본인 몇 명을 본 것이 전부. 반면에 중국인은 길거리에 발에 채이도록 널려있고 가끔 동남아시아계 사람들도 보인다. 이제 2일밖에 안됐는데도 한국이 그리운 것일까. 한국인을 만나면 잘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민박집 주인장 June은 자신의 일화를 들려주며 그럴 필요없이 마음을 비우라고 했지만... 런던에서 한국의 배낭여행자를 보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한복판에서 만나는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단다. 거리에서 버벅거리고 있는 한국여자 두 명을 보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아는 척을 먼저 했다는 June.
오, 반가워요!! 한국분이시죠?!!
... 아닌데요!!
... ?!?!
‘아닌데요!!’ 는 대체 뭘까. 나름대로 영국통이라 도와주려고 했는데, 한국말로 ‘아닌데요!!’ 하면서 가더란다.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우리나라 배낭여행자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서, 요즘은 상대방이 먼저 말 걸지 않으면 전혀 아는체를 안 한다고 한다.
‘설마.’ 이 이야기를 떠올리니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 아무리 그래도 한국인끼리 외국에서 만나면 더 잘해주고 싶지 않을까. 그런 여자를 만난 June이 재수가 없었던 게지... 그런데 바로 그때, Leicester Square의 광장 한 가운데로 캐리어를 돌돌 끌면서 동양계 여자 2명이 나타났다. 순간 뇌리를 때리는 직감 - 한국인이구나!! 약간 어두운 표정인 그녀들은 광장 한가운데의 벤치에 앉았다.
그냥 대충 살펴보는 것 만으로 상태가 가히 짐작이 간다. 영국 처음와서 어리버리하고 있구나 -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이지만, 환청이었을까. 내 귀에는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 했다.
여긴 어디쯤 일까...?
글쎄...
이제 어떻게 하지...?
모르겠어...
한숨을 팍팍 내쉬며 앉아있는 그녀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둘 중 한 사람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마주치는 눈동자. 본능적으로 한국인인 것을 서로 알아보았다. 옆의 일행까지 해서 갑자기 네 개의 눈동자가 나를 주시한다. 눈썹은 약간 팔(八)자가 되고 입이 조금 벌어지는 표정이, ‘아, 이제 살았다! 한국인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는 - 내가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지만 - 그냥 고개를 홱 돌려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고, 그녀들은 내가 사라지는 방향쪽으로 시선을 쫓으며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한 마디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었던 표정이랄까.
가끔 고개를 돌려 힐끔 바라보니 아직도 나를 보고 있다. 도둑질하다 들킨 놈처럼 부끄럽고 나 몰라라 하며 도망치듯 Leicester Square를 빠져나갔다. 왠지 나오는 안도의 한숨.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죄책감 같은 것이 들며, 그녀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래서 범죄자들은 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 인파에 묻혀 슬쩍 Leicester Square로 돌아가본다. 그녀들의 표정은 웬지 체념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한참을 그 자리 그대로 앉아있다가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는 없다는 듯,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캐리어를 돌돌 끌며 힘없는 발걸음으로 사라져버린다.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 June의 얘기를 듣고 코웃음을 쳤던 나인데, 오히려 내가 한국인을 기피하다니 - 결단코, 맹세코, 그 아가씨들이 예쁘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말로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만큼 당시 그녀들의 표정은 절실하고 심각한 것이었기에... British English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도 못했는데, 혹을 달고 다닐 자신이 없었다는게 솔직한 그 당시의 심정이었던 것 같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다음 목적지인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런던 한복판의 길은 꼬불꼬불, 거의 지도가 소용이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길가는 사람을 아무리 붙잡고 물어도 차이나타운이 어디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영국 현지인들이라 차이나타운에 갈 이유가 없는걸까. 지도상으로는 가까운 거리지만, Leicester Square에서 차이나타운을 찾는데 거의 30분을 허비했다.
< 차이나타운의 입구. 상당히 번화하고 관광객들도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
우여곡절 끝에 찾은 차이나타운. 배가 무지 고프지만 오늘 가기로 마음먹은 레스토랑을 찾아야 한다. ‘세계에서 제일 불친절한 레스토랑’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WONG KEI!!! 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또 찾게 된다고. Koo는 WONG KEI 레스토랑에 대해서 뭐라고 했었더라.
"WONG KEI요? 한 번 가보세요. 여행자들이 한 번씩은 들리는 곳이니깐."
꼭 들려보라고 추천하는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였다. 웬지 두 번 갈 곳은 못 된다는 뉘앙스가 팍팍 풍기지 않는가?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WONG KEI 레스토랑이 어디있는지 찾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렇게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면서 어떻게 아는 사람이 없어? 그것도 차이나타운 안의 중국인들이 말이야.
Could you tell me where WONG KEI restaurant is?
왕 케이 레스토랑이 어디있는지 좀 가르쳐 주실래요?
... What? Where?
뭐라고요? 어디요?
I'm looking for 왕- 케이, 웡- 케이? 웽- 케이??
왕 케이 레스토랑을 찾고 있거든요. 웡 케인가? 웽 케이??
이건 뭐, 왕- 케이라고 해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간혹 아는 사람이 있어도 어디있는지 모른단다. 거짓말 안하고 거의 15명 이상의 중국인들에게 물어서 겨우 찾았다. 그들 중 5명은 영어를 아예 못했고, 다른 5명은 간단한 단어나 하는 수준. 그리고 왕케이 레스토랑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15명 중에서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거 정말 유명한 레스토랑 맞아? 불친절한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으니, 어디 맛이 없기만 해봐라.
WONG KEI를 찾는 동안 발견한 중국 비디오 가게에 들어가보니 올인, 가을동화 등 한국 VCD와 음반을 잔뜩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오... 한류열풍은 런던에서도 확인이 가능하군. 특이한 것은 방송된지도 꽤 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망했다고 소문난 ‘백야 3.98’인가 하는 드라마도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저게 아마 러시아 배경으로 최민수 나온 드라마지 아마...
< 차이나타운 거리의 풍경. 그냥 음식점 몇 개 붙어있는 수준이 아니다.
가고 싶은 음식점을 찾다가 길을 헤멜 정도로 크다. >
차이나타운 음식점의 대부분은 중국음식 전문이고, 가끔 일식집도 보이고 가뭄에 콩나듯 태국이나 베트남 음식점도 본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음식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런던까지 와서 한국음식을 먹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중식/일식집을 영국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을 보니까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한국음식이 훌륭한데도 런던에서 중국음식점처럼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얼까... 런던에도 한인이 많이 산다고 들었는데, 한국음식으로 중국음식과 한판 승부를 내보겠다는 의욕으로 가득찬 한국인은 없는 걸까.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찾은 WONG KEI 레스토랑. 네가 그렇게 불친절하단 말이지? 이미 각오는 되어있으니까 음식만 맛있으면 된다고. 들어가자마자 팔짱을 끼고 있는 중국인 종업원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검지 손가락 하나만 들어올린다. 저 말라 비틀어지고 볼품없이 전형적인 중국인처럼 생긴 사람이, 저게 지금 뭐하는 짓일까 생각해보니 “너 혼자(One) 왔냐”고 묻는 것이었다. “One person. Just me.” 혼자 왔다고 하니까 다시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킨다. 지하로 내려가라는 것이다.
< 불친절로 악명 높은 WONG KEI Restaurant. 과연 얼마나 불친절 하길래?? >
어쭈, 말은 안하고 손가락으로 묻고 지시한단 말야? 제법인데. 아마도 영어를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 WONG KEI를 찾느라 차이나타운을 한 바퀴 돌면서 그네들의 영어실력을 익히 알게 된 터라,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지하로 내려오니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위층 주방에서 음식을 받게끔 되어있는 카운터에 중년 종업원이 한 명 지키고 있고, 서빙은 늙은 종업원과 젊은 종업원 두명이서 하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 영국인과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저 사람은 어떤 음식을 시킬까 궁금했지만 배가 고파 기다릴 수가 없어서 메뉴판을 받는 즉시 주문을 했다.
음, 여행책자에 따르면 볶음밥 종류가 맛있단 말이지. Beef & Vegatable Fried Rice로 하자. 우리나라 볶음밥처럼 고기와 야채를 잘게 썰어넣어 볶은 것이겠지.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맛에 대해서는 별 다른 걱정을 안했었다. 맛은 있다고 소문난 식당이니까...
< WONG KEI Restaurant의 메뉴 일부. 이 중에서 맛있는 음식은 과연?? >
주문하고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15분, 그래도 오전에 부지런히 다녀서 많이 구경한 셈이다. 갑자기 뒷자리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는 것은 한국말! 뒤돌아보니 한국인 커플이 마주보고 앉아있다. 그런 자리에서 아는 척 하기도 뭐하지만, 남자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진지한 분위기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그래도 한국인을 런던에서 볼 수 있긴 하구나...
앞자리의 영국인에게는 벌써 음식이 나왔다. 해물볶음밥처럼 보이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거의 눈 감고 코 후비는 식의 어설픈 젓가락질을 구사하고 있다. 오른쪽 자리도 영국인인데, 거의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먹는 볶음밥과 탕수육 비슷하게 생긴 음식을 각각 시켜서 먹고 있다. 저 사람도 분명히 나보다 늦게 오지 않았나? 벌써 얼레벌레 주문한지 20분이 넘어가고 배는 고파 환장하겠는데, 음식은 도무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말 어설픈 젓가락질로 맛스럽게 먹고 있는 저 영국인들이 부러울 따름...
Excuse me. What happen to my order?
실례합니다. 주문한 것 어떻게 되었나요?
잔뜩 기대하고 온 식당인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 같다. 늙은 종업원에게 음식 언제나오냐고 물었더니 그저 “Soon, Soon.” 이러고 만다. 역시나 짧은 영어... 무엇을 기대하리.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어느새 10분이 또 지났다. 짜증은 머리 끝까지 올라오고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 참고로 나는 배가 고프면 화가 나는 체질이다.
Hey, hey!! What happen to my order??
이봐요, 내가 주문한 거 어떻게 됐어요?
이번엔 눈에 띄는 종업원 아무나 잡고 물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짜증 섞인 투로 물은 것 같긴 하지만, 음식 주문하고 30분이나 기다리니 어떤 손님이 기분이 좋을손가!
#@%(*%&^#, #%(*(()#_&$!!!!!
(짱께말)
....??!!
아니... 저 인간이, 저거 분명히 내가 이 가게 들어올때 지하로 내려가라고 손가락질하던 놈인데!! 내가 영어하는 것도 분명히 봤는데, 고개도 안 돌리고 중국말로 쏼라거리면서 지나가버린다. 갑자기 온 몸의 털이 곤두선다.
저거, 분명 욕이야!!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호흡이 거칠어진다.
자아, 긴장을 풀기 위한 심호흡 세 번... 참을 인(忍), 참을 인(忍)!!!
나도 욕할줄 안다 이거야, 어디 영어로 해줄까 한국말로 해줄까. 잠시 고민해 보았지만 녀석의 홈그라운드에서 욕을 해봤자 결과적으로 나만 손해인 것 아닌가. 열정과 분노 모드에서 냉정과 이성 모드로 전환해서 생각해보니, 이런 서비스를 받으며 매상을 올려주느니 그냥 주문 취소하고 나가버리면 되는 거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이 채 끝을 맺기도 전에 어느새 테이블에는 주문한 음식이 놓여졌다.
좀... 열받긴 했지만 그래도 이미 나온 음식인걸. 에이, 그냥 먹어주자.
..........
이것도.... 음식이냐............
음식을 두고 이런 말을 하면 안되는데, 먹을수록 구역질이 올라온다. 분명 이름은 ‘쇠고기와 야채 볶음밥’ 인데, 밥 위에 어린아이 주먹만한 크기로 넓적하게 썰은 고기덩어리와 양배추잎 몇장을 얹고, 그 위에 특색도 향도 별로 없는 느끼덩어리 소스를 부은게 다였다. 밥은 볶기나 한 건지 씹히는 감촉부터가 엉성했고. 고기는 대충 삶은 듯 제대로 익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한국처럼 여러 가지 야채 송송 썰은 것을 기대했건만 겨우 배춧잎 몇장 얹고 ‘야채’라고 할 수 있는건가?
뭐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왜 맛조차 없는 것이냐. 본토 짱께음식은 향신료가 강하다더니, 이건 향신료는 커녕 간 안한 생고기를 씹어먹는 기분이다. 게다가, 양은 또 무식할 정도로 많다. 이 따위 음식을 준비하는데 무려 30분이나 걸렸단 말인가?
그래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돈이 아까워서 먹었다. 이따위 음식에 자그마치 3.8파운드(약 8천원)나 내야하다니. 올라오는 구토를 참으며 억지로 억지로 거의 반이나 먹었지만, 더 이상 먹다간 진짜 토하고 말 지경이다. 무엇으로라도 배를 채워야 한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자스민차를 듬뿍 담아나왔던 주전자.
‘그래, 이것으로라도...’
더 이상 깊게 생각할 것 없이 나는 주전자를 입에 대고 자스민차를 통채로 원샷해버렸다.
소문난 잔치 먹을거 없어, 유명한 데 별 볼일 없어, 다 거짓말이야!!
소문난 잔치 먹을거 없어, 유명한 데 별 볼일 없어, 다 거짓말이야!!
소문난 잔치 먹을거 없어, 유명한 데 별 볼일 없어, 다 거짓말이야!!
8천원이나 내고 눈물의 자스민차를 마시며 인생의 진리 하나를 되새기는 순간,
이때 어렴풋이 깨달은 진리는 이후 나의 유럽여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쾌하고 배고파서, 처참한 심정으로 WONG KEI를 나서는 내 머리 속에 Koo의 조언이 끊임없이 맴돌고 있었다.
WONG KEI요? 한 번 가보세요오오오오...
WONG KEI요? 한 번 가보세요오오오오...
WONG KEI요? 한 번 가보세요오오오오...
[WONG KEI 레스토랑에 관한 이야기들]
* 기네스북에 정말 등재되었는지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여행책자들의 언론플레이가 아닐런지. 진짜라면 WONG KEI 스스로 왜 광고하지 않는가?)
* 서빙시에 간혹 접시를 집어던지듯이 음식을 나른다.
* 음식을 다 먹기도 전에 테이블을 치운다.
* 생각만큼 불친절하지는 않고, 한국어로 인사하고 주문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 실제로 WONG KEI에서 식사해 본 사람들은 ‘음식이 꽤 맛있다’는 편과,
‘그것도 음식이냐’는 두 편으로 극명하게 나눠진다.
(무엇을 시켰는가가 이런 평가를 좌우한다고.)
* 절대로 쇠고기 종류의 음식은 시키지 말라. (돼지고기류 추천)
[뱀꼬리(蛇足)]
* 차이나타운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다는데, 괜히 WONG KEI에 가서 매상을 올려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간혹 나처럼 혹은 더 심한 경우로 열받아서 나오는 사람이 꽤 된다고. 남들 다 가는데 가서 먹어보는 것보다, 새로운 곳을 개척해서 먹어보는 것이 더 보람차지 않을까? 좋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소개도 할 수 있고.
* 그래도 꼭 WONG KEI를 가봐야겠다면 반드시 두 가지를 기억하라. ‘절대로 쇠고기 종류의 음식은 주문하지 말라’, ‘다 먹기도 전에 테이블을 치우는 불쾌함을 감수하라.’ 내가 이 이야기를 미리 알고 갔더라면 ‘Beef & Vegatable Fried Rice’를 주문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 물론 유럽의 명소들이 다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과장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한두번 실망해보면 대충 유명한 장소와 자신의 취향의 차이를 느끼게 되니, 명소라고 무조건 방문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마음내키는 곳 위주로 여행하시기를 권한다.
첫댓글 제목이 길다고 글 두번 날려먹었습니다. -_-;;; 그나마 연재 초반이라서 제목 수정할 글이 많지 않아 다행이네요. 이번 회와 다음회는 무척 길어서 좀 지루하실 듯 합니다.
오히려 길고 읽을거리 많아 좋은데요 ^^ 자세한 여행기 너무 재밌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여기서 질문............ 24번 버스를 타면 영국내 볼만한 관광지는 다 가나요? 노선표 같은것을 주는지....궁금하네요.....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도 그 버스가 다니는지 궁금해요 가르쳐주세요------------여행기도 잘 봤구요
빨리 또 올려주세요. 너무 잼나게 읽고 있어요. ^^
왕케이 정말 맛없었어요 ㅜㅜ
재밌네요,왕케이..^^ 저도 두시간을 헤매서 거길 갔었는데..저희는 생각보다 덜 불친절하던데..그리고 저도 뭘 시킬지 몰라 망설이는데 다행히 한국사람을 만나 많이들 먹는거라며 추천해 준 음식을 친구와 두 개 시켰죠.정말...환상적인 맛이었습니다. 님이 음식을 잘못 시키셨나봐요.^^
저도 가봤는데 sweet and sour shrimp 였나...그거 진짜 맛있었어요..^^
나두 넘 맛있었는데 양두 진짜 많잖아요..얼마더라? 조금 비용을 지불하면 남은 음식을 싸올 수도 있답니다. 점심먹었었는데 그날 저녁도 해결했답니다..^^
혜선이님/ 24번 버스는 민박집에서 추천했었는데요, PIMLICO역 근처에서 시작해서 빅벤/웨스트민스터/버킹엄궁전등 웬만한데는 다 간답니다. 하지만 민박집 위치가 다르다면.. 런던 안의 관광지는 거의 다 1존 안에 있는데 민박집은 대부분 1존 바깥에 있거든요. 그리고 도보로도 런던 웬만한 것 다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평이 갈리네요. 민박집에 계시던 다른 분들도 너무 맛없었다고 하시던데... ^^; 아무래도 괜히 소문난 곳은 아니겠죠. 왕케이의 별미요리가 있을테니... (그 음식 이름들을 알고 갔어야 하는건데... ㅠ.ㅠ)
지금까지 여행기 쭉 다 읽어보았는데요..다니 오빠의 메모 존경합니당~ 자세하게 설명도 다 있고.. 전 가방을 홀라당 도둑 맞아서 일기장을 잃어버렸으니...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흑흑ㅜㅜ 암튼 여행기 잘 보고 있답니다. 오늘은 사진도 많네요..ㅋㅋ*^^*
ㅎㅎ 저두 작년 배낭여행갔을때 왕게이 갔었는데... ㅋㅋ 불친절이 심하진 않았는데,, 무얼 시켰는디는 기억이 안나지만 엄청맛없었어요 --;;
7월초에 여행인데 준비를 못해 걱정이 태산이였는데 여행기보면서 많은 도움받고있어요...더 길어도 되니 좀더 자세히^^ 알려주세요...런던아이 타려고 했는데 계획을 수정해야겠네요^^
허걱... 더이상 자세히 쓰기는 좀 무리가... ^^;; 여름에 인도여행 가기 전에 은희가 등장하는 데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어쨌든 재미있게들 읽어주시니 다행입니다. (:
여름에 인도가세요? 인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요.. 작년 겨울에 다녀왔는데.. 저눈 곧 유럽 출국이랍니다... 자세한 글 좋아요..^^
웡케이는 볶음밥과 탕수육빼면 우리입에 맛는것이 거의 없을겁니다.제가 유럽을 다니면서거의모든 나라의 볶음밥을 먹었는데 웡케이가 가격이나 맛이나 양이 제일 좋더라구여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른 편도 읽어봐야겠네요^^
ㄷ ㅏ ㄴ ㅣ 님!! 혹시 pimlico역 근처 1존민박에 묶으셨나요??? 24번 버스와 핌리코역 근처 사진을 보니 작년 여름이 생각나서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네 edugreen님. 저는 작년 겨울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묵었답니다. 24번 버스와 핌리코역, 민박집 친구들 잊지 못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