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른자 빨간 무대복 차림의 한 가황(歌皇)이 서 있다 조명이 그를 비추자 잠시 침묵이 흐른다 객석을 보면서 남자는 입을 여는 것일까? 서서히 발걸음과 목소리가 좀 흔들리더니 "고향역" "18세 순희" "테스 형"을 열창한다 청년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채우자 환호성과 울부짖는 흐느낌이 파도가 되어 울렁거린다 "우린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되었어. 테스형!" "나는 더 할 수 있지만 마이크를 내려 놓아요" 가황의 생(生)은 지금 어디 쯤일까?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그는 참 아름답다 우리도 인생이라는 무대에 선 배우, 저이처럼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고 최선을 다한 홀가분함으로 떠나는 됫 모습을 남길 수있울까? 침묵 속에 형상만 남기고 무대 막이 조용히 내리듯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까? 대답을 못하고 부끄럽게 고개 돌려 지는 해를 본다 거리에는 바람으로 싸늘해진 길모퉁이에 넘어진 시계바늘이 헛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