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토함산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사진)은 동아시아 불교조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751년 김대성이 창건을 시작해 774년 완성된 석굴암은 당대 불교를 넘어 신라인의 미적 감각, 조각, 건축과 수리, 토목, 기하학 등이 절묘하게 융합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 제24호로 지정된 이유다. 석굴암은 그 명성만큼이나 한국 미술사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 석굴암의 원형을 놓고 벌이는 ‘석굴암 원형 논쟁’이다. 원형과 관련된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 같은 사료를 놓고도 학자마다 해석이 다르다. 특히 일제의 보수, 1960년대 정부의 복원공사는 논쟁의 큰 불씨가 됐다. 석굴암을 둘러싼 각종 논쟁의 한복판에 재야사학자이자 소설가인 성낙주 석굴암미학연구소장(60·서울 온곡중 국어교사)이 있다. 성 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석굴암을 수백번 오르내리며 석굴암의 미학을 소설, 논문, 단행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그는 특히 제도권 주류 학계의 학설과 대중이 가진 막연한 통념을 신랄하게 반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 소장이 <석굴암, 법정에 서다>(불광출판사)를 펴냈다. ‘신화와 환상에 가려진 석굴암의 맨 얼굴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그의 생각, 책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석굴암 복원공사 이후 지난 50여년 동안 계속된 석굴암의 논쟁들을 총정리했습니다. 각종 논점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관련된 문헌·시각 자료 등을 실었죠. 이제는 정말로 석굴암을 가리고 있는 신화와 환상을 벗겨내고 석굴암의 본질, 맨 얼굴을 연구하자는 취지입니다. 주류 학자들도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고요.” 그는 석굴암 논쟁이 “외적인 게 주요 의제인 양 자리잡으면서 본질이 흐려졌다”며 “석굴암 자체를 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책에서는 주류 학설과 통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진다. 아침 햇살이 석굴암 본존불의 백호를 비춘다는 ‘일출 신화’ ‘햇살 신화’가 대표적이다. 이는 ‘석굴의 방향이 동짓날 일출 지점’이며 ‘동해의 아침 햇살을 본존불 백호에 맞추려는 거룩한 의도로 석굴이 지어졌다’는 내용이다. 일출 신화는 주실 돔 지붕 정면에 아침 햇살을 유입시키기 위한 채광창이 있었고(‘광창설’), 일제가 햇살을 차단키 위해 주실 입구 쌍석주 위에 일본 신사의 도리이를 본떠 홍예석을 얹었기에 홍예석을 철거해야 한다(‘홍예석 철거론’) 등의 논의로 확산됐다. 성 소장은 일출 신화가 만들어지고 대중에게 유포, 확산된 과정을 추적한 뒤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일출 신화는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달콤한 문화식민사관의 하나일 뿐이다.” 그는 “일출 신화와 그 파생설들은 일제의 태양신앙이 투영된 것”이라며 “환상, 신비주의의 부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석굴암의 원형은 본존불 앞의 전각이 없는 개방구조라는 학설(‘개방구조설’)도 반박한다. “비가 오고 결빙이 생기는 석굴암의 기상 여건상 전각이 없이 개방된 구조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석굴 뒤편의 샘물을 흘러들게 해 실내의 결로를 방지한다는 ‘샘물 위 축조설’도 마찬가지다. 그는 “신라인의 과학정신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 위에 집을 짓는 것은 자연 원리에 위배되는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반과학적인 신비주의적 발상”이라고 단언한다. 이 밖에 석굴암 복원공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으로 이뤄졌다는 주장,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석굴암 훼손과 위기론’, 석굴암이 석굴사원이 아니라 일반 건축물이고(‘석조신전설’) 입구에 문짝이 달려 있었다(‘비도 대문설’)는 주장도 다양한 자료들을 들어 비판한다. 그는 “즉흥적이고 감상적인 가설들이 학문적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신비화하면서 대중에 확산됐다”며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의 현실, 건축의 기본 원리까지 무시하는 이런 견해들이 석굴암의 진면목을 가렸다”고 말했다. “이제 석굴암에 대한 환상, 신비주의를 과감히 걷어내고 창건주 김대성이 자신의 깨우침을 석굴암이란 조형언어로 구조화시켰듯 과학자의 눈길로 응시하고 시인의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석굴암 연구가 돼야 합니다. 주류 학계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합니다.” (경향신문 2014. 6. 27. 참조) 채수영 동문, 시선집 <행복사용설명서>
외 출간
정민나 동문, 시집 <E입국장, 12번 출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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