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에 다녀온 일이 있지요 그리움의 더께 같은 채석강의 퇴적층을 보았지요
날 선 바닷바람이 적층 사이를 가르는 비명이 꼭 내가 지르는 것만 같았지요
방파제 위에서 파는 조개구이를 먹었지요 가스불에 탁, 탁 벌어지는 조개 껍질의
무늬가 채석강의 퇴적층 빛을 띠고 있었지요 조갯살을 씹으며 생각햇지요 당신이 들려주었
던 푸가, 퇴적층 같은 오후에 벗겨내는 시간의 껍질 같은 맛이라 생각했지요
초장을 찍은 대합실이 미끄러지듯 식도를 내려가고 채석강에 내리는눈은 적층이 되어
쌓였지요 눈이 내리고 그리움이 쌓이고, 또 눈이 내리고 그리움이 쌓이고, 또 눈이 내리고
그리움이 바다 모텔에 방을 잡았지요 모텔 방에서 격포 앞바다까지 격포 앞바다에서
하늘 끝까지 미친 눈송이들이 마구잡이로 휘날리고 어둠 속에 쌓이는 눈때문에 눈의 적층은
더욱 선명해졌지요 얼어붙은 눈의 적층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지요 돌아와 동글한 퇴적층 같
은 양파를 깠지요 슬픔의 엷은 막을 닮은 양파 껍질을 벗겨내고 쌀뜨물에 흰 된장을 풀고
조개를 넣고 양파를 넣고 된장국을 끓여 퇴적층 같은 오후가 푸가 형식의 식사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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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오후, 푸가 형식의 식사 / 유형진
깐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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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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