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성모님께
푸른 오월에 당신 앞에 선 우리는 어머니, 당신을 더욱 가까이 만나게 됩니다.
당신을 부르면, 언제나 당신은 따사로운 손길로 우리를 안아주십니다.
어제, 촉촉이 내린 비에 더 선명해진 장미꽃의 꽃잎을 보니, 붉은 선혈처럼 가슴을 파고듭니다.
해마다 하얀 찔레꽃 향기에 가슴 설레며 사랑과 감사의 마음 가득한 오월이 되면 어머니를 부르며
차라리 죽지도 못한 이 땅을 지켜온 애틋한 어머니들, 광주 어머니들이 떠오릅니다.
그해 오월에도 지금처럼 오월의 훈풍에 젖은 산과 들에서 뻐꾸기가 울어댔겠지요?
어머니! 꽁꽁 얼어붙은 이 땅엔 민주에 애타던 그 함성을 듣지도 못했고, 자유와 정의를 갈망하다 쓰러진 넋들을 까마득히 모른 채 학창시절을 보냈지요."피에타 !"
당신의 아들의 주검을 부둥켜 안고 시신마저 빼앗겨 울부짖다 멍이 든 채로,
광주의 어머니 가슴은 이제 삼십 사 년이 훌쩍 넘은 세월을 지나온 지금, 세월호의 기막힌 이 처절함에
아직도 엄마 품에 돌아오지 못한 아들의 주검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가슴에 멍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온 나라 봄언덕에 얼룩져 있는 이 슬픔을 씻고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어머니!
이 땅에 살아 남는다는 것은 바빌론 유배 후, 남은 자들처럼 5월. 그들의 참 생명을 참되게 꽃피워내야
함을 알면서도 다짐처럼 그리 살지 못하는 저의 삶을 고백합니다.
어머니! 산다는 것, 어머니로 산다는 것, 그리스도인으로 잘 살아가는 길을 당신께서 걸으셨던 길에서 찾고 싶습니다. 온 누리에 평화의 샘이신 어머니!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임을 당신의 삶으로 인해 아는 까닭에 더욱 힘이 든지도 모릅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생명의 말씀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시면서 성가정을 이루신 당신!
유다의 땅, 가장 작은 고을 베들레헴 초라한 마굿간처럼 늘 가난하고 헐벗어 평생 수수한 옷 한 벌로도
행복하셨을 당신!
별들을 장식한 화려한 하늘의 월계관, 밝은 달빛아래 가리울 새 하얀 얼굴의 아름다운 모습, 푸른 망토를 두르시고 맨 발로 뱀의 머리를 바수던 당신의 모습.
당신 품에 안긴 갓 태어난 예수 아기를 성전에 봉헌하는 날,
알 수 없는 시므온의 예언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기도하셨던 어머니,
가난하지만 흥겨웠을 가나안 혼인잔치에서 모든 것을 당신 아들이 시키는 대로 하라 이르셨던
아니,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 모두를 성자께 이끄시고 순명하신 어머니.
나자렛 작은 고을, 이름 없는 목수의 아낙으로 손수 물동이를 지며 행복했을 소박한 당신,
"십자가에 못 박으라."아우성치던 사람들 속에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성자 곁에 늘 당신은 함께 하셨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쓰러지시는 예수님과 어머니,십자가에 달려 숨진 당신의 아들을 내려 안은 당신의 고통에, 울부짖습니다.
그 순간부터 십자가상 죽음까지 당신 아들과 함께 하셨고, 온 생애가 '피에타.'노래였지요.
십자가 상에서 숨지신 예수님, 그때 당신과 함께 돌아가셨고
성자의 부활에 대한 희망 속에서 어머니 당신은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습니다.
평화의 어머니, 은혜의 어머니! 당신의 일생을 모범으로 삼아 저희 모두가 주어진 복음자리와 흔들리는 삶의 바다 한 가운데서도 우리를 늘 지켜주십시오. 그저 모든 일을 마음에 간직하셨던 성모님의 삶을 저희도 또한 매일 일상 속에서 말씀을 잉태하여 다른 아기 예수를 낳는 삶을 살아야 함을 당신의 삶 속에서 배우고 또 배워야하겠지요!
저희 가족의 봄맞이. 참으로 힘겨웠던 일을 당신께 고백합니다. 어머니!
두메산골마을에서 직접적인 순교집안은 아니어도 교우촌을 이루며 신앙을 지켜오며 물려주신 조상님들.
오롯한 신앙과 가난으로 당신의 자식들을 위해 늘 고단한 노동과 기도로 살아오신 어머니는 ‘치매’라는 이름으로, 이제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어린 막내 딸아이에게 어머니의 키와 신앙을 나누어 주시려는지 자꾸만자꾸만 아이가 되어 가신답니다.
평생 새벽빛에 일어나셔서 촛불 밝히시고 기도하시던 방, 첫 손녀 등에 업으시고 화단의 꽃망울을 보시는 걸 기쁨으로 여기시며 아들 기다리던 그 뜨락을 이제 정리하고, 집안에 이어오던 낡은 십자가를 떼어내고,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던 날 눈시울을 적시며 돌아서던 저희 걸음을 성모님은 다 아시지요!
힘겨웠을 시간 속에서도 늘 성모님과 함께 하시려고 묵주를 여기저기 소중하게 간직하려다 잃어버렸다며 어린 아이처럼 또 울상을 짓고 마는 저희 마리아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해 주십시오.
여든 셋 삶을 주님께 봉헌하며 남은 생애도 당신께서 보호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한새봉 향해 새로이 부름받은 우리 본촌동 공동체, 하느님의 말씀과 기도와 사랑 가득하신 목자!
최야고보 신부님과 우리 모두의 기도와 생활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천상의 종소리가 되게 해 주십시오.
저희 제대 위해 오셔서 저희를 위해 늘 속삭여주고 계시는 벨기에 바뇌 성모님께서는 소박한 모습으로 오셔서 “나는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이다. 나는 천주의 어머니며 구세주의 어머니다. 기도 많이 하여라.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러 왔다.”하시며 당신은 이제 본촌고을에 작은 성당을 위해 우리의 기도와 마음을 모아 삶의 우물가에 오신 말씀으로 살아가기를 재촉하시고 계시지요?
저희 본촌동 성당은 땅 속 깊이 새 성전을 다지고 그 위로 하나 둘 쌓아가는 날들입니다.
당신의 덕을 기리며 솔숲 아래 서서 더욱 당신의 향기를 가까이 느끼는 오월의 이 밤.
성모님과 함께 기쁨 안에서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는 본촌동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어린 아이들이 고운 손과 마음 모아 예수님을 모시려는 첫영성체를 향하는 가슴 벅찬 하루하루에도, 어르신들의 신심어린 기도모임, 선종하신 영혼을 주님나라에 임하게 하시는 연도회, 우리네 말씀터에서 나누는 삶의 못자리에서도, 매양 거룩한 미사를 위해 봉헌하는 성가대와 제대회 가족들, 복사단 어린이들, 우리네 교우들 제각기 자신의 촛불을 밝혀가며 성전건립을 위해 기도와 말씀과 희생으로 하늘에 보화를 쌓아가게 하소서.
이세상 나그네 길, 순례의 여정 동안 베풀어 주신 물질과 당신 향한 사랑을 나누고 기꺼이 봉헌할 수 있도록 천상을 향해 저희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평화와 기쁨의 샘이시며 절망한 이들의 희망이신 마리아여,
이 자리에 함께 한 당신의 자녀들을 축복해 주소서. 아멘.
2014년 성모님의 사랑 가득한 오월에 박 소화데레사 두손
첫댓글 저도 함께 축복을 빌겠습니다
저도 함께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