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윤오영(尹五榮, 1907~1976) 바른♥국어
(가) 내가 잠시 낙향(落鄕-서울에서 시골로 거처를 옮김)해서 있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윗마을 김 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김 군에 대한 배려. 조용한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처음: 낙향해서 김 군을 찾아감
(나) 맞은편 집 사랑(집의 안채와 떨어져 바깥주인이 거처하는 곳)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고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하고 물었다. /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 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 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小盤- 작은 상)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이 놓여 있었다.
“마침 잘 됐소, ㉣농주(農酒-막걸리. 탁주(濁酒)) 두 사발이 남았더니…….”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쭉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 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에 따라 마셔 버렸다.
▷중간 : 노인과의 만남과 노인의 인정
(다) 이윽고, / “살펴 가우.”
하는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돌아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끝 : 노인과의 작별
[핵심 정리]
*갈래 : 현대수필, 경수필 *성격 : 회고적. 서정적. 향토적. 함축적
*문체 : 간결체. 우유체 *제재 : 달밤
*표현 : 단출한 배경 제시와 최대한의 간략한 묘사. 향토적 서정미와 간결한 서정적 분위기
생략적 표현과 극도의 압축에 의한 은근한 미적 효과. 여운적 결말
*주제 : 달밤의 정취와 향토적인 아름다운 인정
*출전 : <고독의 반추>(1974)
*윤오영(尹五榮, 1907-1976) 수필가. 호는 치옹(痴翁).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수필 작품과 함께 이론의 정립에도 힘씀. 수필집에 <고독의 반추>, <방망이 깎던 노인>과 <수필 문학 입문> 등이 있음
[이해와 감상] 이 작품 역시 인정이 메마른 시대에 아무런 의심 없이 소박한 인정을 베푼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문제를 극복해 보고자 한 것이다.
짧은 글 속에서 밝은 달과 노인의 정이 조화를 이룬 정경을 그려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의 ‘나’는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노인을 만난 것이 아니라, 달밤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선 한객(閑客)이다. 달과 노인으로부터 나에게까지 전해져 온 멋스러움과 여유는, 물아일체(物我一體), 물심여일(物心如一)의 경지에서 맛볼 수 있는 미적 감각이다. 무청김치 한 그릇과 막걸리 두 사발은 그래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콩트를 닮은 대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덧붙여 이 작품의 구성과 특질은, 글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면서 독특한 분위기와 주제를 빚어내고 있다. 김 군을 방문했다가 못 만나고 돌아오는 길[도입]에 한 노인을 만나 주고받은 짧은 대화와 술잔[정점], 그리고 헤어지는[결말] 이 글은 달빛의 밝음, 밤의 고요함, 노인의 정이 어우러져 감동을 준다.
[문제] 1. 이 글에 대한 설명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응축되고 생략된 문체는 담백한 맛을 준다.
② 한적함에 대비된 따스한 인정이 인상 깊다.
③ 향토적인 소박한 아름다움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④ 인물, 사건, 배경의 극적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⑤ 달빛에 취한 두 사람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이다.
2. 이 글의 분위기와 유사한 것은?
① 이런들 엇더하며 져런들 엇더하리. ②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 하리라.
③ 동지(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려 내여, ④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 듯 불고 간듸 업다.
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3. 이 글을 감상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둘 점은?
① 주제에 집착한다. ② 제재 파악에 힘쓴다. ③ 구성을 정확히 분석한다.
④ 분위기와 정서를 중요시한다. ⑤ 문장의 표현 기법을 파악한다.
4. 밑줄 친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집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② 김 군을 일부러 만날 이유가 없어서
③ 달을 보고 있는 노인과 대화하기 위해서 ④ 자고 있는 김 군을 깨우고 싶지 않아서
⑤ 노인이 너무 측은하게 보였기 때문에
5. 밑줄 친 ㉡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① 초면의 어색한 분위기 ② 달빛에 흠뻑 젖어 있음. ③ 세대차에서 오는 대화의 단절
④ 서로 인간적 정감을 느끼지 못함. ⑤ 김 군에 대해 물으려 기회를 보고 있음.
6. 밑줄 친 ㉢에서 느껴지는 것은?
① 풍성하고도 소박한 인심 ② 가난에 찌든 농촌의 현실 ③ 초면의 소홀한 손님 대접
④ 여유 있는 자신의 삶을 숨김 ⑤ 가족 없이 살아가는 노인의 어려움
7. 밑줄 친 ㉣이 의미하는 바는?
① 시골 인정의 소박함 ② 농주가 조금 남았음 ③ 도시인과 사귀고 싶음
④ 농촌인과 도시인의 만남 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
8. 밑줄 친 ㉤의 원인으로 가장 적당한 것은?
① 세속에 초연한 노인에게 이끌림 ② 노인의 외로움을 위로함
③ 노인의 소박한 인정을 받아들임 ④ 달밤의 정취에 도취되어 술을 대함
⑤ 달밤의 분위기와 순수한 인정에 이끌림
9. 밑줄 친 ㉥이 이 글에서 의미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노인의 외로움이 배어 있다. ② 인간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동화됨을 느낄 수 있다.
③ 작자의 연민이 배어 있다. ④ 여운을 남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⑤ 재회를 바라는 노인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10. 이 글의 표현상 특징으로 알맞은 것은?
① 유장한 흐름 ② 해학적 과장 ③ 강건체의 문장
④ 자기 고백적 어조 ⑤ 극단의 응축과 간략함
11. 작자가 초면인 노인과 정감을 나눌 수 있도록 한 매개체를 찾아 두 음절로 쓰시오.
12. 이 글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요소는?
① 배경과 사건 ② 분위기와 정서 ③ 구성과 문체 ④ 낭만적 어조 ⑤ 정중한 표현
13. 이 작품의 ‘달’과 비교할 때, 다음 <보기> 시조의 ‘달’이 주는 정감으로 알맞은 것은?
< 보기 >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① 따뜻한 인정미 ② 차갑고 텅 빔 ③ 은은한 정취 ④ 고요한 분위기 ⑤ 선(禪)적인 경지
14. 다음 중 이 글의 대화가 갖는 기능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사실성을 높임 ② 극적 구성에 기여함 ③ 작품의 이해도를 높임
④ 인물 성격의 직접 제시 ⑤ 주제를 암시함
15. 다음 중, 윗글에서 ‘달’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와 가장 유사하게 형상화된 것은?
①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②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③ 섬돌 위에 찬 이슬 내려 / 어느덧 버선도 촉촉히 젖었다.
들어와 발을 내리우면 / 시름인 양 따라와서 비치는 달빛
④ 달하 노피곰 도샤 /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 어긔야 어강됴리 / 아으 다롱디리.
⑤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 낚시 드리오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16. 윗글의 끝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문학적 효과는?
① 비약(飛躍) ② 연상(聯想) ③ 반어(反語) ④ 여운(餘韻) ⑤ 복선(伏線)
17. ㉡과 거리가 먼 것은?
① 교외별전(敎外別傳) ② 염화미소(捻華微笑) ③ 불립문자(不立文字) ④ 유구무언(有口無言) ⑤ 이심전심(以心傳心)
<정답> 1⑤-이 수필은 소설과 같이 인물(나, 노인), 배경(어느 시골의 달밤), 사건(작자와 노인의 만남)의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다.
2⑤-달밤의 애상적, 서정적 정서가 두드러진 시조를 찾는다. ① 이방원, ② 이황, ③ 황진이, ④ 우탁, ⑤ 이조년 3④
4④-앞 문장의 ‘주위는 고요했다’와 작품 전체의 달밤의 고요함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
5②-달빛에 이끌린 서로의 마음을 읽으면서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좋은 경지
6① 7① 8⑤ 9⑤-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
10⑤-단출한 배경, 간략한 묘사, 짧은 대화 속에 함축미를 간직함 11. 달빛
12②-서정적 분위기와 인정의 요소가 주요한 요소이다. 13②- ‘달밤’의 달은 따뜻한 인정미를 담고 있다. 14②
15⑤-① 김소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② 박두진, 「해」 ③ 이백, 「玉階怨」④「정읍사」⑤ 월산 대군의 시조. 언어가 생성하는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달밤’에서 달이 있음으로 해서 노인과의 대화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어지듯, 월산 대군의 시조에 나오는 ‘달’ 역시 ‘빈 배’를 타고 유유자적 노니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는 소품으로 전혀 무리가 없다. 그것은 지상에서의 인과율이나 현세적인 이해 득실과 무관한 자연이면서, 탈속(脫俗)한 인간의 존재가 자연과 합일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해 주고 있다.
16④- ‘이윽고~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에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 또는 ‘향토적 정감’ 등 서정적, 미적 가치를 깊은 여운속에서 감동적으로 전달해 주고자 하였다.
17④-분위기로 보아, 달빛에 이끌린 서로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으로 단순한 말 없음은 아니다. ①, ②, ③, ⑤ 말이나 글로 전하지 않고 마음으로 전함. ④ 변명할 말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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