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노래 두 곡] 윤희상의 시 ＜흘러간 노래＞, 세샘트리오의 노래 ＜나성에 가면＞, 김연숙의 노래 ＜숨어 우는 바람소리＞

[동명스님]

[시 한 편, 노래 두 곡] 윤희상의 시 <흘러간 노래>, 세샘트리오의 노래 <나성에 가면>, 김연숙의 노래 <숨어 우는 바람소리>

흘러간 노래

윤희상

지난 시절, 그러니까 오래전 힘든 시절에

사람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에

생뚱맞게 바다 건너 먼 나라의 땅 이름과 얘기가 담겼다

그 시절 먼 나라는 가기 힘든 곳이고,

어쩌면 갈 수 없는 곳이다

노래를 만든 작곡가나 작사가는 물론이고

노래를 힘껏 불렀던 가수도 그 먼 나라를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모두 즐겨 그 노래를 불렀다

현실이 되지 못할 꿈일수록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힘이 세다

가기 힘들고

갈 수 없으니,

노래를 불렀다

좋아했다

가기 힘들고

갈 수 없으니,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이곳이 아프니까

저곳을 노래했다

(윤희상 시집, <머물고 싶다 아니, 사라지고 싶다>, 강, 2021)

[감상]

옛 노래에 <나성에 가면>(세샘트리오, 1978)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성(미국 LA[로스앤젤레스])에 갔는데, 그곳에서 잘살라고 축복해주는 노래입니다.

이 시가 그 노래를 두고 쓴 시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노래는 1978년도에 발표된 노래입니다. 1978년도라면 외국여행한다는 것을 거의 꿈꾸지 못하던 시절입니다. 그야말로 특별한 사람들이, 그것도 여행이라기보다는 업무나 유학을 위하여 외국에 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노래가 유행했으니 특이한 일이었지요.

저도 그 노래가 잘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때라 대중가요를 본격적으로 즐기지 않았을 때이지만, 그때부터 대중가요가 귀에 들어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성량이 풍부한 여가수의 목소리가 시원스러웠지요.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라며 흥얼거리고 다녔습니다. 나성이 어디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저 먼 나라겠거니 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먼 나라입니다. “어머니,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라고 절규했던 신석정의 목소리에 비해 <나성에 가면>은 경쾌하게 ‘먼 나라’를 노래합니다. 먼 나라는 가기 힘든 곳을 넘어, 어쩌면 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노래를 즐겼던 것에 시인은 착안했습니다. 현실이 힘들수록 사람들은 갈 수 없는 곳을 동경하고, 가지 못할지라도 노래라도 불러서 위안을 삼았다는 것입니다.

“이곳이 아프니까

저곳을 노래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여, 지금은 ‘아픈 이곳’에 비해 아프지 않고 즐겁기만 한 ‘저곳’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피안(彼岸)이 먼 나라에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현실은 “이곳이 아픈데, 노래할 저곳도 없다”입니다.

아닙니다. 있습니다. ‘저곳’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괴로움을 이겨내고 평온과 안락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향락에 빠져 있다가 새벽에 일어난 바라나시의 청년 야사는 갑자기 향락에 취해 사는 현실이 너무 괴로워졌습니다. 그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 괴롭구나. 참으로 고통스럽구나!”라고 외치면서 그는 도시를 빠져나가 도시 외곽으로 갔습니다.

도시 외곽에 부처님이 계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청년 야사가 올 것을 알고 조용히 경행하고 계셨습니다. 청년 야사가 “아 괴롭구나. 참으로 고통스럽구나!”라고 외치며 다가왔습니다. 부처님께서 자리를 잡고 앉아 야사를 보고 말씀하십니다.

“야사여, ‘여기’에는 괴로움도 없고 고통도 없다. 야사여, 오너라, 앉아라. 내가 그대에게 법을 설하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기’가 바로 우리가 꿈꾸는 ‘저곳’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여기’라고 말씀하셨듯이, 괴로움이 없는 세계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팔정도를 실천하면, 우리가 있는 이곳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저곳’이 됩니다.

어려운 시절, ‘저곳’을 노래함으로써 위안받았지만, 이제 우리는 ‘이곳’에서 수행함으로써 ‘이곳’을 ‘저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어머니, 저 먼 나라를 찾았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세샘트리오의 노래 <나성에 가면> 듣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입니다.

https://youtu.be/Tlakhu5z9O8

심은경의 노래 <나성에 가면> 듣습니다.

https://youtu.be/gvc6XPUpnqI

우연히 듣게 된 김연숙의 목소리! 김연숙의 목소리로 <숨어 우는 바람소리> 듣습니다.

https://youtu.be/6LGs2KCqoV4

[동명스님의 ‘붓다의 신화’] 붓다 시대의 부동산 스캔들

http://www.bulkw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999

붓다 시대의 부동산 스캔들 - 불광미디어

[김봉숙]

스님! 그럼 나성이라는곳은 쉽게 갈수 잇는곳이 아니라는것이지요?
글을 알고 보니 슬픔니다......개인적으로 "숨어우는 바람소리" 가요를 좋아 합니다
오늘도 한번 흥얼 거립니다....늘 함께 해주셔 감사 합니다...

[동명스님]

그때 나성은 갈 수 없는 곳이었지요. 지금은 가기 쉬워졌지만요. 노래가 유행할 때는 나성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