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입문한 이후 대다수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라는 심각한 증상을 겪게된다.
그런데 이 업글병이 진행되는 순서는 어느 정도 패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 정도 공감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MTB쪽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나는 대로 써보겠습니다.
1. 입문용, 혹은 그 이하의 완차를 구입한다.
'이제 시작인데 더 좋은게 필요할까', 혹은 '내가 이 정도 이상 쓰게 될까' 하는 마음으로 입문용이나 이 이하의 완차를 구입합니다. 완전 생활 자전거를 타기는 싫고, 제대로 된 입문용은 좀 비싸고 해서 30~40만원대의 유사산악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자전거가 왜 이리 비싸' 하는 생각이 대부분입니다.
2. 구동계열 업글과 악세사리 구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구동계열 단수(21단, 24단, 27단)와 시마노 등급에 집착하며 업글합니다. MTB의 핵심적 요소들인 프레임과 휠셋, 서스펜션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기 때문에 가장 명쾌하게 등급이 나뉘고 뽀대도 나는 구동계열에 손이 먼저 갑니다. 자전거를 풀데오레, 풀XT 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라이트나 흙받이, 속도계, 각종 가방 등등의 용품이 자전거에 빼곡히 달리기 시작합니다.
3. 서스펜션과 디스크 브레이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보통 임도나 오프로드를 경험하면 서스펜션과 디스크 브레이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도로 위주로 타더라도 순수한 뽀대를 위해 교체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폭스, 락샥, 마조찌, 아비드, 헤이즈 등등의 메이커가 귀에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비싼 자전거의 서스펜션 포크를 눌러보곤 놀라기도 합니다. 에어샥이 코일샥보다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포크의 세팅에 대해서도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각 디스크 브레이크 제품들의 차이가 뭘까하고 고민하기도 합니다. 자전거의 무게에 집착하기 경우도 많으며, 남의 가벼운 자전거를 들어보고는 감탄하기도 합니다.
4. 프레임과 휠셋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 프레임은 입문용일 뿐입니다.', 혹은 '그 프레임으로는 산 못탑니다.' 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다른 프레임에 대해 관심을 가집니다. 새 프레임 하나 장만해서 이식하면 제대로된 MTB가 될 거란 생각에 바셀이나 왈바 중고장터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합니다. 소재의 특성이나 지오메트리에 대한 고려보다는, 일단 주머니 사정에 맞는 산악용 프레임을 고르는 경향이 강하며, 업글해 놓은 것이 아까워 완차를 통째로 팔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5. 새로운 자전거로의 기변을 꿈꾼다.
기술이 늘고, 장거리 라이딩이나 산악 라이딩의 경험도 꽤 쌓인 후에 자신의 자전거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이쯤되면 자전거에 달려있던 각종 악세사리들도 상당부분 자취를 감춥니다. 자신의 라이딩 성향을 파악하면서 올마운틴, 프리라이딩 자전거 하나 장만하고픈 욕구가 강해집니다. 시합을 즐기면서 경량화된 XC레이싱쪽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올마운틴, 프리로 가게 되면, 자전거의 무게에 둔감해지고, 튼튼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브레이크셋이나 구동부품은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프레임이나 샥, 휠셋에 보다 많이 투자를 합니다.
물론 이런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테지만, 자전거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타는 분들은
어느정도 공감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나 MTB의 경우는요.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은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1. 보다 확실한 입문용을 구매한다.
'내가 산에 갈일 있겠나', '내가 이 이상 필요할까'라는 생각보다 다용도로 쓸 수 있는 확실한 입문용 바이크를 구매합니다. 구동계열은 데오레급 이상, 프레임은 검증된 회사의 튼튼한 산악 프레임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같은 추세에서는 유압식 디스크가 기본 장착된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2. 구동계열은 파손되기 전에는 교체하지 않는다.
업글 순서라면 몸에 가장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안장이나, 스템과 같은 피팅제품을 먼저 하는 것이 좋습니다. 타이어 역시도 퍼포먼스에 직결되는 문제라 업글순서에 있어 우위를 두는 편이 좋습니다. 구동계열은 끊임없는 관리와 세팅이 중요합니다. 실제 구동계열의 업글은 가격대비 그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3. 서스펜션 포크는 100m 정도의 튼튼한 놈으로 고른다.
개인적으로 100m 포크는 어느쪽에 특화되지 않은 무난한 트레블이라는 생각입니다. 레이싱으로 쓰기는 좀 길고, 산에서는 아주 험하게 타기에는 적당하지 않으나, 그만큼 여러 용도로 쓸 수 있고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샥은 유지관리나 성능면에서 코일샥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저가의 코일샥은 고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요즘은 입문용으로 나오는 에어샥들도 꽤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4. 부품 업글보다는 완성차 기변이 좋다.
요즘처럼 중고 자전거 가격이 저렴해진 상황에서는 완차를 바꾸는 것이 훨씬 저렴합니다. 완성차에 어설프게 돈을 들이는 것보다 순정 상태로 보다 열심히 타고, 나중에 새로운 자전거로 바꾸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5. 자신의 성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컴포넌트들에 대해서도 보다 많이 공부해둔다.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하게는 자신의 서스펜션 포크의 세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라이딩을 하거나, 문제가 있음에도 인지하는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