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대 맛] 수제벤또, 도시락과 일식이 만났다
간단하고 저렴한 한 끼 식사인 도시락이 일식과 결합해 새로운 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수제벤또'가 그것이다. 밥과 다양한 반찬을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한 번에 담아낸 고급화한 퓨전 도시락이다. 밥을 밑에 깔고 그 위에 회나 고기류 등 여러 가지 토핑을 올려 가볍게 먹을 수 있게 했다. 부산에서는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음식이다.
■해운대 '무겐'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수제벤또 전문점 '무겐'. 올 4월에 개업했다. 외진 곳에 있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2층 가게 입구엔 넓은 덱을 만들고 테이블을 배치해 야외에서 미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일본의 어느 음식점에 온 듯하다. 일본풍 인테리어와 소품이 아기자기하다. 주메뉴는 역시 벤또. 4가지 이상의 회로 구성된 카이센 벤또, 한우스테이크로 구성된 스테이크 벤또 등 여섯 종류가 있다. 그밖에 술 한 잔과 어울리는 가벼운 사이드메뉴도 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카이센 벤또를 주문했다. 일반적인 수제벤또와 달리 여기서는 메인 음식이 접시에 담겨 나온다. 벤또를 조금 더 고급화했다. 죽과 샐러드, 절임류,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가 곁들인 단출한 구성이다. 참치와 참치를 겉만 살짝 구운 타다키, 광어 연어 데친 문어로 구성된 토핑은 싱싱했다. 밑에 깔린 초밥이 꼬들꼬들하면서도 차지다. 토핑을 고려해 밥 온도를 뜨겁지 않게 적당히 맞췄다. 미소시루 맛이 제대로다. 최문봉 사장은 "재료들을 따로따로 먹어도 되지만 밑에 깔린 초밥을 적당량 덜어 스시처럼 토핑에 싸서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우로 만드는 스테이크 벤또는 일정량만 만들어 늦게 가게를 찾으면 맛보기가 어렵다.
일본에서 7년간 지내면서 일본음식의 한국화 방법을 연구했다는 최 사장은 "신선한 요리를 위해 하루에 100인분 정도만 재료를 준비한다"고 했다. 기본 찬부터 미소시루, 스테이크까지 전부 주방장이 직접 만들어 낸다. 알음알음으로 찾는 손님의 80%가 외지인이라고. 영업은 오전 11시30분~오후 11시까지, 여름에는 새벽 2~3시까지 연장할 계획이란다. 가격대는 8000원~15000원까지 다양하며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해운대구 중2동 1480-2. 건물 1층과 맞은편 도로변에 주차장이 있다. 051-747-6843
■서면 '지라시즈시'
일본에서는 매년 복숭아꽃이 피는 3월3일에 여자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한 결혼을 기원하는 히나마쯔리라는 축제를 연다. 이날 먹는 대표 음식이 지라시즈시(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흩뿌려 만든 초밥의 일종)와 시로자케(술을 거르고 남은 것으로 만든 아주 순한 술)이다.
서면 밀리오레 맞은편 골목 안에 있는 '지라시즈시'는 지난 3월 말에 문을 열었다. 좌석 수 열 개 정도의 작은 공간이다. 정민태 석상진 두 20대 사장이 직접 요리한다.
이곳의 벤또는 정통에 가깝다. 여러 가지 재료를 동그란 일본식 나무그릇에 담아낸다. 인기메뉴는 차슈 벤또. 차슈는 돼지고기를 양념에 재워 삶고 굽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한 일종의 포크 스테이크다. 우리에게는 일본 라멘 위에 올라가는 고기 고명으로 더 익숙하다. 지라시즈시의 차슈 벤또는 돼지 삼겹살 부위를 특제소스에 24시간 재웠다가 데리야끼 소스로 마무리한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겉이 살짝 탈 정도로 구워 나온다. 차슈 특유의 향이 입안을 자극한다. 부드러우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닭고기로 만드는 도리오야꼬 벤또도 인기란다.
생강절임 등 기본 찬 외에는 모두 직접 만든다. 재료는 그날그날 새벽에 반여농산물시장에서 사온다. 서면 밀리오레 바로 앞이라 20~30대 연인이 많이 찾는다고 석 사장이 알려준다. 오후 어중간한 시간이었는데도 테이크아웃 손님도 몇몇이 찾았다.
도리오야꼬 벤또 7500원 차슈 벤또 8500원. 1만 원 안쪽의 비교적 착한 가격이다. 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4시~5시 사이에는 저녁영업 준비를 위해 잠시 쉰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051-819-6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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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면 지라시즈시의 차슈 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