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11년 서해안으로 일몰여행기

[코스모스46은희]

너와 나 사이에 사랑 하나 들여놓고 · 2

- 지는 건 슬프다

                                                            권 옥 희

 

세밑에 쏟아진 폭설과 함께 몰아친 추위가

 온 세상을 얼어붙게 해도

온갖 소망들을 가슴에 안고 어디에선가부터

꾸역꾸역 하늘길, 바닷길을 열어

2011년 토끼해가 밝았다.

해넘이를 하고 해돋이를 하며 우리는 왜 해가 바뀔 때마다

무언가 아쉬워서 가슴 울컥하며 안달을 할까?

아마도, 아마도 그건 가슴에 쌓아놓은 허물이 너무 많아서

털어도 털어내도 눌어붙는 삶의 찌꺼기가 참 끈질겨서 그러는 게 아닐까?

어디든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얼어붙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달리고 달려간 산이며 바다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보내려고, 또 가장 먼저 해를 보려고

그리하여 찡한 눈인사로 힘겨운 삶의 허물을 벗겨내 달라고

몸부림치는 게 아닐까?

 

혼자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가겠다고

작년처럼 정겨웠던 은희와의 신년 부부여행은 포기했었다.

나 대신 지영이와 함께 가겠다는 은희 메세지를 받고

그래 잘 갔다와라 하면서도

돌아서는 마음이 무겁게 온몸을 짓눌렀다.

괜히 사람 만나는 게 싫어져 연말모임도 다 제쳐놓고 

그냥 아이들과 부대끼며

일이나 열심히 하자 했던 심보는 또 뭔지,

이러다가 진짜 내게도 우울증이 오는 건 아닌가 싶어

퍼뜩 정신이 들기도 하지만 마음은 자꾸 혼자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나를 그냥 보고만 있었다.

쓸쓸한 연말, 마지막 타임 수업 끝내고 아이들과 게임도 하고 재롱도 보면서

정해진 시간 보다 더 늦게 끝났다.

 

우리 재욱이가 이제 철이 들었는지 오늘 바빠서 집에 못 온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엄마, 아빠가 믿어줘서 고맙고 좋은 아들이 못 돼 죄송했다며

열심히 일해서 우리 집안  일으킬 테니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한다는 말에

‘자식 어른 다 됐네.’ 하면서도 왈칵 눈물이 솟는다.

해가 지는데, 열심히 살은 1년이 다 가는데 마음이 쓸쓸해도

몸까지 쓸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삼겹살에 소주 한 병을 샀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지글지글 삼겹살이 구워지듯

삶도 이렇게 구수하면 얼마나 좋을까?

 

새해에는 웬지 엄마도 아버지도 다 잃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내게 행복의 새 희망 보다는 슬픈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서 소주 한 잔 마시며 다 잊고 싶었다. 마음은 쓴데 소주가 달게 느껴진다.

제야의 종이 울리기 10분 전 소주가 다 떨어졌다.

부부는 이심전심이라 내 기분 알고 있는 신랑이 후다닥 달려나가

소주와 입가심 한다고 맥주 한 병까지 더 사왔다.

댕~댕~댕~자정의 교차점에서 가고 오는 해는 어떤 기분으로 떠나고

또 어떤 기분으로 오고 있을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친구 은희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문자를 보냈다.

저도 아이들 다 나가고 아무도 없이 혼자 새해를 맞으며

내 생각하고 있었는지 금방 답장이 왔다. 

아침 10시에 지영이가 데리러 오면

꽃지해수욕장에 가서 일몰을 볼 거라고 했다.

그래~작년엔 동해바다였으니 이번엔 서해바다도 괜찮겠다.

여행지 잘 골랐네 뭐.

 

나도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한테 갈려면 빨리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뒤척이다 눈 뜨니 이미 해는 중천, 떡국을 끓여서 먹고

아버지한테 내려가겠다고 전화했더니 그새 퇴원하셨다고 오지 말란다.

날씨도 춥고 하니 이제 병원에서 지내시라고 했는데

병원에 있으니 더 환자가 되는 것 같아 어제 집으로 가셨다고 했다.

아버지...참 막막하다. 젊어 힘 넘치던 한 시절은 딴 사람이 되어 살다가

늙고 병 들으면 자식 찾는다는 말 딱 맞다.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 같다.

그래도 아버지고 자식인데, 또 많이 아프시다는데

연휴인 이 기회 아니면 내려가기가 힘들 것 같아 그래도 가겠다고 했더니

지금은 그런대로 견딜만 하니 추위 좀 풀리고 다음에 입원하면 그때 오란다.

 

전화를 끊고 ‘에이~이도 저도 다 틀렸으니 잠이나 자자.’

하고 막 이불 쓰고 누웠는데

아버지한테 가기 위해 출발했냐고 은희한테 전화가 왔다.

아니~ 오지 말래서 안 간다고 했더니 지금 서해대교 휴게소인

행담도에서 쉬고 있다며 빨리 훌훌 털고 날아오란다.

 아~ 또 갈등 생긴다. 이럴땐 아무 생각 없이 떠나야 하는데...

신랑한테 얘기했더니 얼른 씻고 가잔다.

그래, 까짓거!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

죽음 직전에도 떠나는 게 여행 아닌가?

 

부지런히 샤워를 하고 아주버님가게에서 이것저것

과일 좀 챙겨서 출발하니 1시 30분!

막히기로 유명한 서해고속도로가 우리 갈 길을

환히 열어줄 것인지 걱정되긴 했지만

일단 친구들이 기다려 주는 곳으로 달려보는 거다.

지영이가 자기네 차로 운전해 가니 은희 신랑 뽀병씨는

운전 안 해서 좋고 부담없이 술 마실 수 있어서 아주 좋아한단다.

작년에 둘이서 하는 신년여행도 좋았지만

셋이 하는 여행은 또 얼마나 신나고 즐거울까?

잠시 전 아버지 때문에 속상하고, 못난 딸이어서

죄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그래, 아버지한테는 휴일 아무 때나 가도 되지만

이 여행은 1년에 한 번 아니냐~

스스로 위안을 내리며 달려가는 다마스짐차의 작은 바퀴가

힘겹도록 우리는 냅다 달렸다.

은희네가 머물다 갔을 행담도에서 가스 충전도 하고

떡국을 먹은지 얼마 안 됐는데도 여느 때처럼 그냥 지나치면 뭔가 허전해

가락국수로 배를 더 불린 뒤 출발하려는데

은희네는 벌써 가는 길에 있는 수덕사에 들려서 구경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인~적 없는 수덕~사에 ‘수덕사의 여승’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해대교를 올라섰는데 이 다리 위에서 세게 달리면

차가 흔들리거나 넘어진다고 속도를 줄이면서도

“아니? 어디로 갔기에 수덕사에 가 있는 거지?” 하면서 신랑은

그 길이 되게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긴 나도 그랬다.

그 길은 이 길과는 반대쪽에 있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우리 땅이 좁은 건지 아님 길 이 잘 뚫린 건지

가다 보니 수덕사 들어가는 안내판이 보인다.

 

우리도 들려볼까? 아니지. 해 지는 거 볼려면 빨리 가야지.

그런데 곳곳에 구제역을 예방하기 위해서 소독약 방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 고향 안동에서 시작해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구제역에

속수무책으로 죽어간 소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도 불쌍한 생각이 절로 든다.

마지막으로 주는 여물을 가장 맛있고 비싼 것으로 주었는데

소들이 아무 걱정 없는 표정으로 잘 먹더라는 눈물어린

주인의 말이 아니어도 진짜 소들에게는 죄가 없다.

모두가 사람인 우리가 죄인이다.

 

하루빨리 구제역이 물러가서 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기도해 본다.

이런 내 걱정과는 달리 아무 염려 말라는 듯

며칠 전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산과 들은 포근한 이불 속에서 

새로 세상을 비추는 새해 첫날 환한 햇살에 묻혀 고요롭다.

우리에게도 만날 이런 날만 있다면...

아니지, 저 자연들도 거센 비바람에 시달리며 온갖 풍상을 겪었기에

저 고요한 평화가 더 꿀맛일 거야.

이런 저런 창밖 풍경들과 눈인사를 하며 달리고 달린 끝에

드디어 안면도로 들어섰다.

이번엔 지영이가 벌써 꽃지해수욕장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안면도가 그렇게 큰 섬이었던가?

섬에 들어서면 바로 해수욕장일 줄 알았는데

여러 개의 해수욕장을 돌고 돌아서 드디어 꽃지가 보인다.

그래도 해 지기 전에 왔으니 목적은 이루었다.

아, 바다가 다 빠져나간 길로 몸체를 다 드러낸 할매, 할배 바위.

하루 한 번 바닷물에 적진 몸을 말리며 천 년을 넘고 넘어도

한 몸이 되지 못한 채 서로를 지켜만 봐야 하는 그곳에

지영이, 은희, 뽀병씨, 그리고 지영이 신랑 경선씨가 있었다.

 

반가움에 두팔을 벌려 안아도 보고 사진도 찍고...

 친구 남편이라도 동갑이라서

친구 같은 뽀병씨는 저 바위의 전설을 말해준다.

“신라 장보고때 말이지.

한 군사가 바다로 나갔는데 소식이 끊긴 그 남자를 기다리던 여인은

바위가 되었고 어느 날 불쑥 마주보는 앞에서

바위가 솟아 저렇게 할매 할배 바위가 된 거래.”

그게 진짜든 아니든 무창포의 바닷길이 열리듯 그렇게 길이 열려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모으고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시켜 주는

저 바위의 사랑이야 말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바위 사이로 날마다 해가 빠진다니,

그 사랑이 얼마나 뜨거울까?

 

우리 신랑은 해변가에서 팔고 있는 낚지며 해삼에

 소주 한 잔 할 생각이 간절해서

벌써 흥정하고 있다. 일명 명순씨라고 하는 이 여인네는

은희네가 앞서 바다 들어가기전 벌써 한잔 할 때 

이미 친해져 이것저것 챙겨주기는 한 것 같은데

값은 엄청 비싸다. 그래도 맛은 꿀맛이다.

(오늘같은 날은 방티 아지매도 대목 일테지...)

소주 두 병을 순식간에 다 비우고 나니 해가 지려 한다.

하나 두울 셋~ 아, 온 천지를 다 삼킬듯 불끈 솟는 힘을 자랑하며

우리를 여기까지 불러온 해가 질 때는 저렇게 초라하게

빨간 립스틱 칠한 여인네 입술처럼

바다에 입을 맞추며 빠져드는 것이었다.

지영이가 그랬다. 꽃도 사람도 지는 것은 슬프다고.

그래서 지는 해도 슬프다고.

그렇지만 오늘은 새해 첫날, 한아름 품은 희망을 안고 졌으니

내일은 그 희망 더욱 부풀려 온 세상에 기쁨과 행복만이 넘칠 거라고

나는 슬쩍 미소 지어 본다.

 

그런데 얘들은 미리 와서 바다구경도 실컷 했겠다

신년 해넘기기도 했으니 이곳에서의 미련이 없단다.

나는 죽자 살자 달려와서 달랑 해지는 것만 보고 가기 아쉬워서

될 수 있으면 이곳에서 자고 겨울 해변에서

나 잡아~봐라도 해 봤으면 좋겠는데

굳이 방값 비싼 이곳에서 잘 필요 없다고 다들 홍성읍내로 나간다.

‘에이~ 오늘만 날인가? 또 언제 오게 되겠지 뭐.’

아쉽지만 홍성군청 옆에 온천장호텔(?)에

방 세 개를 잡아놓고 홍성한우마을로 갔다.

 

그런데 왜 그렇게 비싸? 손바닥만한 등심 한 조각 일인분에 이만원,

죽어가는 소들 생각이 나 삼인분만 시키고 항정살로 배를 불렸다.

배부르고 얼큰한 취기 오르면 노래방은 필수코스~

신나게 노래 부르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이구~ 피곤하지도 않은지 앉자마자 판이 벌어졌다.

나는 고리만 받았지. 절대 광은 안 팔았다.

 딴 사람도 잃은 사람도 없이 모두

영화 속의 타짜 같은 표정이 심각한 것은 같은데

그게 그리 재미있는지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결국 고리 뜯던 내가 먼저 골아떨어졌다.

 

새벽부터 우리 신랑은 배고프다고 밥타령이다.

아침을 일찍 먹는 버릇이 들어 배 고픈 건 못 참는다.

다들 피곤하니까 아침 10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를 어째!

빨리 일어나라고 깨우던지 우리끼리 나가서

 해장국이라도 먹고 오던지 하자고 성화다.

조금만 참으면 될 걸 뭘 그러냐고 하니까

아, 이 사람아, 다 살기 위해 먹는 건데

어떻게 참냐고~ 그러다, 그러다 9시 좀 넘어 은희가 일어났다고 나오랜다.

휴~ 살았다. 우리 신랑 안도의 숨을 쉰다.

그러니까 어제 한우마을에서 밥시키라니까 누룽지탕 시키더니

병아리눈물만큼 나온 누룽지를 나눠먹고,

거기다 고스톱 치느라 힘을 다 썼으니

배고플만도 하겠다. 나도 출출했으니까.

 

이상하게 집에서는 하루종일 안 먹어도 배고픈 줄 모르는데

여행만 나오면 먹어도 먹어도 자꾸 먹어진다.

호텔에 붙어 있는 식당에서 선지해장국과 황태국으로

달게 아침을 먹고 인근에 있는 동백정에 갔다.

 동백정은 동백으로 유명하다는데

700여그루의 동백군락지에 한꺼번에 꽃이 피면 얼마나 예쁠까?

흰 눈길을 올라 내려다 본 바다는 속이 확 트여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 맛에 힘들어도 여행을 가는 거겠지.

그것도 마음 맞는 친구와

사랑하는 짝꿍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기쁨은 배가 되고 행복도 넘치게 된다.

대접받아서 왕비 같은 우쭐함,

더불어 신랑에게도 왕 같은 섬김이 가게 되고

친구에게는 보기만 해도 웃음짓게 하는 정이 간다.

여자 셋 남자 셋이서 편 먹고 눈싸움 하면 딱 좋겠구만

내 맘 하고 달라서 눈 위에 왔다갔다는

 흔적으로 발자국만 찍어놓고

동백정을 내려와 홍원항으로 갔다.

전어축제,쭈꾸미 축제가 벌어지는 유명한 홍원항

 

낙지를 사가지고 새만금으로 가서 소주 한잔하기 위해서였다.

은희가 이곳 서해안 낙지는 서울에서 먹는 국적모르는

다른것들보다 어부들이 직접 나가서 잡아오는거라

크기가 엄청큰데도 연하고 맛있어 일부러도 먹으러 

내려온적 있다고 입소문을 내서

다들 입맛을 쭉쭉 다시며 갔건만

고기잡이 나갔다 들어온 배도 없고

날씨가 추워서 낙지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른때 같으면 곰치(물곰)도 많이 나와 있는데

올해는 영 들어온 배도없고....

그냥 발길을 돌리려는걸 새만금 방조제에서 그냥 구경만 하면

너무 멋 없을 것 같아 해삼이라도 한 접시

사가지고 가자고 해서 만원어치를 샀는데 꽤 많다.

소주 두어 병까지 사들고 우리는 얼마전 개통된

우리나라 최대의 간척지 새만금으로 향했다.

 

이곳은 눈이 꽤 많이 왔나 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이 안 녹고 그대로 쌓여 있다.

끝이 안 보이는 바다. 그리고 방조제길. 어느쪽이 바다고

어느쪽이 땅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라에 땅이 늘어난 만큼 갯벌과 환경은 죽어가고

또 살 길이 막힌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눈물짓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 같다.

돌고래휴게소 정자가 우리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떡 버티고 있는 그곳에서 우리는 입김 솔솔 품어가며

사가지고 간 해삼으로 꿀맛 같은 소주를 마셨다.

아이들이 라면박스로 언덕에서 아래로 눈썰매를 탄다.

아, 우리도 눈썰매 타고 싶다.

이 다 늙은 여섯 사람들이 다함께 눈썰매를 탄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나는 지금이라도 그러고 싶은데 우리가 아직도

청춘이냐며 말이 안 통할 거다.

다시 차를 돌려 네비게이션에 군산회타운을 찍어놓고 달려간다.

언젠가 은희가 경주에서 화개장터에 가려고

네비게이션을 찍었는데 하동이 아닌

구미의 화개장터라는 식당앞에 데려다 줬대나, 어쨌다나.

그래서 군산을 필히 찍어서 얼마 안 가 군산항에 오는 사람은

필히 한 번씩은 들리는 군산회집에 도착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방에서 은희는 물결따라 자기 몸이

움직이는 것 같다며 어질어질해 했다.

 이윽고 나온 광어와 농어, 도미회와 함께 따라나온 스끼다시가 푸짐했다.

꽁치 한 마리를 반 뚝 잘라 뜯으니

“아, 좋은 회 놔두고 왜 그런 걸 먹어!”

하며 신랑이 말해도 ‘옛날에 생일 날 엄마가 흰 쌀밥 고봉으로 하나에다

꽁치 한 마리 구워주면 얼마나 행복한 생일상이었는데...’

옛날 생각하니 꽁치가 더욱 맛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알뜰해서 먹다 남은 회는 포장해서 챙기고

이대로 일정 끝내고 올라가느냐 아님 하루 더 묵었다 가느냐

설왕설래하길래

아산온천에 가서 큰 방 하나 얻어서 다같이 자고

다음날 노천온천 즐기고 가자고 했더니 다들 그러잔다.

일부러도 온천하러 내려오는데 나는 진짜 그럴줄 알았다.

비록 눈발은 안 날리지만 노천탕에서 몸은 따끈따끈하게 익어가고

찬바람 쌩 지나가는 하늘을 보며

친구들하고 벌거벗은 채 수다를 떨고 싶었다.

그런데 그 꿈 못 이루었다.

자고 일어나 가쟀더니 다들 전날 마신술에 취해 잠에취해 

못간다고 우리 둘만 가라는데 뭔 재미로 가.

그래서 즐거운 추억거리 또 하나 놓치고 아산만쯤 와서

은희와 지영이는 바지락칼국수, 남자 셋과 나는 우럭 매운탕을 시켰는데

아침 해장으로 소주 두 병을 가볍게 비울만큼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집을 나오면 고생이라고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뭘 해도 맛있고 즐겁다.

연탄 난로 앞에서 몸을 쬐며 옛날 국민학교 다닐 때

도시락 데워먹던 애기를 하며

주전자에 설설 끓는 둥글레차의

구수한 뒷맛만큼이나 이번 여행도 행복했다.

은희가 17년전부터 해마다 두 부부만 신년여행을 즐긴다는 말에

작년에 함께 동해안으로 해서

고향 옥례네 집에까지 갔다오는

의미 있는 여행을 해서 새해 첫날을 힘차게 열었고

올해는 지영이까지 합세하면서 아예 연례행사로 하자고

의기가 투합해 이름까지 세 부부가 함께 하는 여행

‘삼부회’라고 짓고 회장님은 은희 신랑 뽀병씨,

 총무님은 지영이 신랑 경선씨, 그리고 감사는 우리 신랑,

남자 셋이서 다 해 먹었다.

이제 첫 발을 디뎠으니 이 여행길이

막히지 않고 주욱 이어졌으면 한다.

지는 건 분명 슬프지만 지는 건 새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생이 그냥 무덤덤하게 지지 않게 하기 위해

또 지고 나면 다시 뜨는 해가 있고 다시 피는 꽃이 있듯이

지는 건 슬픔이 아니라 새로움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

은희가 훌훌 털고 나오면 좋은 일 있다고 했듯이

훌훌 털고 나가지 않았으면 속만 끓이며 죽어갔을 하루가

내게 다시금 새 날을 주고 추억을 주고 새 힘을 주었다.

내년에는 어디로 가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로 부풀어 갈 신묘년.

그 기대 하나로도 토끼처럼 부지런히 살아갈 힘을 얻은 것 같다.

 친구 이야기 / 조흔파 작시, 김용연 작곡

Tenor 박인수

많지 않아도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
나에게 친구가 있음은
얼마나 소중한 것 입니까 
 멀리 있어도 가만히 이름
불러볼 수 있는
친구가 나에게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 입니까
 내 좋은 친구를 만날때면
웃음마다 봄날 기쁨입니다.
보고픈 친구를 생각할때면
그리움은 잔잔한 행복 입니다.
 
많지 않아도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
나에게 친구가 있음은
얼마나 소중한 것 입니까 
 내 좋은 친구를 만날때면
웃음마다 봄날 기쁨입니다.
보고픈 친구를 생각할때면
그리움은 잔잔한 행복 입니다.
 많지 않아도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
나에게 친구가 있음은
얼마나 소중한 것 입니까

얼마나 소중한 것 입니까 

조흔파 작사, 김용연 작곡, Tenor 박인수

[소국(지영46회)]

아 !! ~~ 언제 이리 글도 올리고 사진과 함께 너무 멋지다
여행을 다시 또 가고 싶게 맛깔 스럽게 올렸구나
은희 옥희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함께 할수 있음에...
나의 모자람을 커다란 우정으로 덮어 줄수있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어 본다
함께했던 시간들 소중히 간직하며 신묘년 새해를 큰 가슴으로 맞아본다..
글쓰느라 수고 했어 쉽게 보지 않고 숨 죽이며 보았다 옥희야~~~~~너의 수고와 은희의 배려에~~~

[코스모스46은희]

어제 여행다녀온후 옥희는 쉬지않고 후기를 쓰고 밤 두시넘어
마쳤다는구나내블로그 함께쓰기에 올려논걸 편집하고 사진 첨부해봤어
이렇게 다시보면 그순간이 새록새록 살아날거야
건강이 허락하는한 우리 또 그렇게 훌쩍 떠날것이며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중년으로 그렇게 늙어가자꾸나....

[퐝섭이(52회)]

삼부회 홧!~팅~~^^

[(함박꽃*^^*(필현)]

눈도 겁고 ..입도 겁고.. 귀도 겁고.. 침애예방도 하시고..겁게 사시는 선배님들 보면 저기분도 따라 겁습니다. 대리만족도 할수 있으니깐요 선배님들 임당

[남시학]

참 가슴 뭉클한 글입니다.
초반을 읽으며 아!! 옥희선배님께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생이 많겠구나!
집안에 우환이 없어야 가진 것 없어도 즐거운데 우환이 있으면
아무리 웃으려 해도 그 웃움이 웃음으로 보이지 않는데~~
글을 중반부로 읽으면서 참 친구가 좋고 우정이 좋구나 하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투병중으로 연로하신 아버님때문에 심신이 곤두 서 있을법도 한데 정초 신년 여행으로
그 무게를 세사람이 나눠 가지니 그게 진짜 우정 같네요
<삼부회>남자 세사람이서 회장 총무 감사 다 해 먹었나요 ㅋㅋㅋ
내년에는 여자 세사람이 회장 총무 감사 다 해 먹어 버리세요ㅎㅎㅎ

[허브 (김미령) 53회]

선배님들 나이 더 드시면 다니고 시포도 못 다닙니다
부지런히 추억거리들 많이 만드시구, 스스로 인생을 기고 살이가세여.
뮈니해도 건강하셔야 모든일에 미재미도 느끼게 되므로 건강이 최우선이니
새해에는 더욱더 챙기시구 앞으로도 더 멋찐 삶을 만들고 엮어나가시기를

[퐝섭이(52회)]

세분 선배님 부부동반 일몰 여행 멋지게 했군요...
저렇게 부부동반 시간맞춰 여행가는게 쉽게 안되든데......
참~보기좋습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바드시소~^&^

[지연]

선배님~너무 감동 적이네요^^ 세분의 우정도 부럽고..안 사람의 친구따라 선뜻 나서주는 세분의 남편분들도 너무 멋지세요~
여행의 들뜸으로 자칫 놓치기 쉬운 풍경과 느낌들을 옆 사람에게 조근조근 얘기하듯 정감있게 쓴 글....정말 잘 보고 가요~~~

[코스모스46은희]

아이구우리 지연후배가 댓글을 남겨주시고
감개가 무량입니다나이들면 친구밖에 없다는게 실감나는 요즘
이렇게 詩를 쓰는 친구가 있으니 후기도 멋드러지게 써내고
행복이넘칩니다지연후배도 산행자주 하는것 같던데
사진도 가끔 올려보세요그러면서 선,후배들이 살아가는 근황도 엿볼수있고
사는게 노랫가사처럼 잔잔한 행복이 아닐까요

[하니하니]

해마다 멋진여행을하시고 이렇게 후기까지 멋지게 남기시구요 넘 행복해보여요 부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