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삼척의 명품길 따라걷기
강원도 삼척은 인문학적 자산과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갖춘 곳이다.
발해의 역사를 담은 고려의 역사서인 이승휴의 <제왕운기>가 탄생한 곳이고,
관동팔경 누각 중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오십천을 끼고 있는 보물 제213호 죽서루,
고려 말 공양왕의 무덤과 조선왕조의 시작인 준경묘와 영경묘가 있고,천연기념물인 환선굴과 대금굴,
이끼폭포와 허목의 신비한 문장이 남아 있는 척주 동해비,산간 오지마을의 문화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는
신리 너와마을은 물론 삼베문화의 유적도 남아 있다.
신라 장군 이사부의 용맹과 삼국유사에 나오는 수로부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동해 바다를 끼고 있는 곳도 삼척이다.
이사부와 수로부인과 관련된 부분은 강릉시와 서로 이해 관련 공방도 있다.
한국전력은 1973년부터 가정용 전압 110볼트에서 220볼트로 올리기 사업을 2005년 완공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기 설비를 늘리지 않고 2배의 전기를 쓸 수 있게 220볼트를 도입한 곳도 삼척이다.
포항과 삼척에 철도가 이어지고 호남지역과도 이어지면 더 발전될 것이다.
삼척은 봄이면 더 예쁘다.
시내 가로수도 봉황산에도 연분홍 벚꽃이 뭉실뭉실 뒤덮힌다.
그런 삼척의 아름다운 모습을 모두 품은 책《삼척의 명품길 걷기/김태수 저/삼척시립박물관》을 읽었다.
저자 김태수는 삼척시립박물관장ㆍ문화예술센터 소장(학예 연구관)을 지냈다.
시를 쓰고 소설도 쓰고, 민속학 분야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일까 그가 걸었던 19곳의 삼척 명품길이야기는 인문학적 사유와 문학적 감성이 바탕이 되어 지역의 정체성은 물론 평범한 길에 문화와 역사,지역인의 삶을 담았다.
지역 시인이 쓴 시詩를 적재적소에 담아 길의 품격을 높였다.
특히 걷기에 대한 저자의 사유가 깊었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성찰하며 주변을 돌아 보았다.
검댕이길에서 만난 화강암에서 분리된 풍화석을 보며 부모로 부터 독립하여 새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크랙처럼 떨어져 나온 돌의 거친 면만 볼 줄 알았지 그것과 우리 삶을 연결시킬 줄 몰랐다.
역시 시인의 눈은 달랐다.
저자는 환갑이 지났는데도 자신이 제대로 걷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 날마다 흔들린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 앞에 놓이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며 인간은 자신의 삶을 오롯하게 꿋꿋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한 것과 닮아 있었다.
평지 길을 걷다보면 발 아래를 내려다 볼 때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길에는 크고 작은 자갈돌들이 땅 속에 박혀있다.
사람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수많은 사연도 자갈돌처럼 옹이가 되어 박혀 있을 것이다.
그 자갈들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땅 위로 드러나기도 하고, 아니면 더 깊이 박힐 것이다.
그것도 인생사의 한 부분일 것이다.
책에는 동해안에만 있는 독특한 산멕이 풍습,글자 그대로 산에게 재물을 대접하는 의례에 대한 내용,
용굴을 비롯한 기암괴석에 관한 전설과 이야기도 풍성하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삼척시에서 예산을 들여 이런 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음을 잇고 사람을 잇고 마을을 잇는 명품길 이야기가 삼척의 역사 자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