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에 숨은 과학은? KTX 맞먹는 속력 내는 셔틀콕, ‘깃털’ 덕분이죠
이영규 기자 lyk123@chosun.com 입력 : 2023.09.03 23:00
무게 5g으로 가볍지만
타격 순간 깃털 폭 좁아져
최고 시속 300㎞ 이상
날아갈 때 깃털 원래대로
속력 줄면서 툭 떨어져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첫 정상.'
안세영(21·여) 배드민턴 선수가 해낸 성과입니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단식 부문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습니다. 상대가 반응하지 못할 만큼 빠른 셔틀콕 속도에 '셔틀콕 퀸'으로 등극하기까지 했죠. 안 선수가 배드민턴계 새 역사를 쓸 수 있던 건 그가 가진 실력만큼이나 셔틀콕에 숨겨진 과학적 비밀 덕분입니다.
▲ /아이클릭아트
순간 시속 330㎞… 비결은 16개의 깃털
셔틀콕은 순간 최고 속력이 330㎞/h를 넘을 정도로 빠릅니다. KTX 고속 열차와 맞먹는 속력이죠. 골프 드라이버 샷보다 약 20㎞/h, 테니스 강서브보다 60㎞/h 더 빠르다 보니 구기 종목 중에서도 가장 빠른 공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은 셔틀콕이 어떻게 이런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걸까요? 셔틀콕을 둘러싼 '깃털' 덕분입니다.
셔틀콕에 사용하는 깃털은 오리나 거위의 날개 깃털입니다. 날개 깃털 중에서도 가장 아래 있는 큰 깃털 6개만 사용하죠. 다른 날개 깃털은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에 따라 깃털 방향이 미세하게 꺾여 있어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이런 깃털을 사용하면 셔틀콕이 날아갈 때 주변 기류가 미묘하게 달라져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날아가지 않죠. 셔틀콕 한 개를 만들려면 오리나 거위 3~4마리가 필요하단 얘깁니다.
셔틀콕이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이유
배드민턴 경기를 보면 셔틀콕은 항상 경기장 안에서만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초록색 영역 밖으로 나가더라도 아주 멀리 벗어나지 않죠. 셔틀콕은 라켓에 맞는 순간 깃털 16개가 오므라듭니다. 좁고 긴 형태가 돼 수평으로 움직이는 힘을 최대로 받죠. 그러곤 날아가면서 서서히 원래 모습을 찾아갑니다. 깃털이 벌어지면서 공기저항이 커지면 더 이상 수평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속력이 줄어듭니다. 그러곤 중력을 받아 아래로 낙하산처럼 떨어지죠. 세게 쳐도 공기저항으로 수평 방향 힘이 급격하게 떨어지기에 경기장 안으로 절묘하게 딱 떨어지는 겁니다.
셔틀콕의 규격도 이 절묘한 궤적을 만드는 데 큰 몫을 합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재 셔틀콕이 탄생했습니다. ▲깃털 길이 7㎝ ▲코르크 최대 지름 2.8㎝ ▲무게 5g 정도입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깃털 길이와 지름 덕분이랍니다.
→ 안 선수처럼 내 위치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부모님과 함께 여러분이 앞으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계획표로 적어봅시다.
▲ 배드민턴계 새 역사를 쓴 안세영 선수가 8월 1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오륜관에서 훈련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배드민턴 새 역사 쓴 안세영 선수
2002년 2월 5일 출생한 21세 배드민턴 선수예요. 2022년 도쿄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동메달을 따면서부터 선수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죠. 안 선수가 이번 경기에서 '배드민턴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던 건 숨겨진 노력 덕분입니다. 매일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서 운동장 10바퀴를 뛴 다음 하루 종일 스매싱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반복한 겁니다. 부족하다고 평을 받은 정교함과 빠른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셔틀콕 치기를 반복 숙달했으며, 경기를 오래 뛸 수 있도록 스쿼트 등 근력 운동에 집중해 근육량 2㎏을 늘렸습니다.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