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그 겨울의 찻집>은 서정적인 가사, 아름다운 멜로디, 뛰어난 가창력이 어우러진 명곡 중의 명곡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시같은 표현과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인해 겨울철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그 겨울의 찻집>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 겨울의 찻집>은 수록되어 잇습니다. 조조용필 님의 8집 음반에용필 님은 1980년 <창밖의 여자>를 신호탄으로 연달아 히트곡들을 선보이지요. 조용필 님의 노래는 <단발머리>, <여와 남> 등 소녀의 감성을 자극한 노래, <고추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등 동심을 잘 표현한 노래, <미워 미워 미워>,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등 애절한 심정을 표현한 노래, <일편단심 민들레>, <횡진이> 등 전통적 여인을 묘사한 노래 등 다채롭습니다.
조용필 님은 1985년 12월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등의 히트곡들이 수록된 8집 음반을 선보이지요. 8집 음반은 <허공>이 타이틀곡이었고, 재킷에는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표기되었지요. 보통 10곡이 수록된 앨범 속에서 1곡이 히트하기도 어려운데 3곡 이상이나 히트곡을 수록한 8집은 명반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그 겨울의 찻집>은 처음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기를 모은 역주행곡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겨울의 찻집>의 가사를 쓴 분은 문학을 전공한 유명 작사가 양인자 님입니다. 양인자 님은 중학생 때 쓴 소설을 책으로 낼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고, <타타타>,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 수많은 명곡을 작사한 분이지요. 양인자 님은 조용필 님과도 손잡고 <킬리만자로의 표범>, 서울올림픽 때 유행한 <서울 서울 서울> 등을 히트시킨 바 있습니다.
양인자 님이 쓴 노래 가사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많지요. 가사가 긴 편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외우기가 힘들어서 조용필 님은 팬들의 열화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3,4년 동안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양인자 님은 이 노래에 나오는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하지요. 작가들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다가 21세기가 와도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작사가에게 우스개 소리로 항의했다고 합니다. <타타타>는 원래는 조용필 님이 부르기로 해서 녹음까지 다 마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용필 님이 노래 끝에 나오는 호탕하게 웃어젖히는 부분을 닭살스러워 못하겠다고 주저해서 끝내 <타타타>를 다른 가수분에게 넘겼다고 합니다. 또 양인자 님이 굉장히 좋아한 가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도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방송에 올라온 엽서 신청으로 7, 8년만에 히트했다고 하네요.
<그 겨울의 찻집>은 양인자 님이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를 쓸 목적으로 드라마에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진 경복궁 안에 있던 찻집 <다원>에서 가사를 썼다고 하지요. <그 겨울의 찻집>의 매력은 시적인 가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양인자 님이 학창 시절에 써둔 시를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고 회고했습니다. 작사가는 일제 시기 가요 중에도 시를 방불케하는 명곡이 많다고 호평하는 등 시적인 가사를 선호합니다. 그 때문인지 양인자 님의 노래들은 시적인 가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겨울의 찻집>의 가사는 이래와 같습니다.
바람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때문에
홀로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그 겨울의 찻집>은 서정적인 찻집 풍경을 묘사한 가운데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뜨거운 이름’ 등 시적인 가사들이 나오지요. 압권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다가가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정을 이만큼 잘 표현한 노래도 드문 것 같습니다.
조용필 님은 이 노래를 처음 받았을 때 시적인 가사와 세련된 멜로디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자신에게는 거의 없던 겨울 노래라는 점에서 취입을 결심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회고했지요. 조용필 님은 2차례의 북한 공연 때도 <그 겨울의 찻집>을 불러 북한 주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겨울의 찻집>은 민족의 노래로도 제격인 것 같습니다.
우리 가요 중에는 찻집을 소재로 노래한 것들이 더러 있지요. 윤형주 님의 서정적인 가요 <우리들의 이야기>도 사람없는 찻집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긴머리 여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등장하지요. 해마다 5월이 돌아오면 라일락 꽃이 은은한 향기를 풍기지요. 그런 때는 가사 속에 라일락 꽃이 등장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흥얼거리게 되고, 윤형주 님의 노래도 찾아 듣습니다.
지금의 삼청동은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벼 거리의 운치는 사라졌지요. 예전에는 경복궁을 지나 삼청동 길로 접어들면 몇 개의 찻집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하는 찻집> 정도가 남아있지만 국내외 관광 인파로 인해 고즈넉한 맛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사가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던 삼청동을 걷다가 찻집에 들러 이 가사를 쓴 것이지요. 지금 거리는 스타벅스 등 몇몇 유명 브랜드의 커피숍이 장악하고 거리의 모습도 천편일률적인 것 같습니다. 다방, 찻집 등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제 고즈넉한 거리도 사라지고 한적한 찻집도 없어진 마당에 더 이상 <그 겨울의 찻집> 같이 시적인 가사도 나오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