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전통에 아이들이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경험을 다른 친구들에게 강연을 통해 나눠주는 "학생특강"이 있습니다. 지금의 터전으로 이사를 온 후에는 주로 고학년들 위주로 진행하다가 코로나때 잠시
ㅡ 그러고보니 꽤 오래 ㅡ
반별로 하는 작은 발표들은 늘 있어왔지만(거의 모든 수업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활동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학생특강이란 이름으로 하는 강연은 멈춰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교장샘이 나뭇잎반 문학 수업을 진행하면서 부모님 특강을 부탁드리게 되었고 이참에 아이들 특강도 부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지난 문학 시간에 수업을 마치며 아이들에게 학생특강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학년 승빈이와 하준이가 신청한 이야기는 이미 일기를 통해 알려드렸었는데요
오늘은 드디어 그 첫번째 특강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첨엔 나뭇잎반만 대상으로 하려고 했는데 승빈이가 준비한 내용이 너무 알차기도 해서 나뭇잎반만 듣기 아까워, 제자반도 같이 듣기로 했습니다.
승빈이가 제자반까지 듣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자
승빈 어머님께서 그래야 제자반 특강을 할 때 나뭇잎반도 청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니 곧바로 수락을 했다고 합니다.^^
승빈이는 지난 9월에 프랑스 여행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그 때 관람한 작품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강 주제는 단연코 루브르 박물관으로 정해졌습니다.
책도 참조하면서 승빈이는 노트에 자신이 발표할 내용을 일일이 손으로 적었고
어머님께서 타이핑을 해주시고 피피티 제작을 도와주셨습니다.
승빈이 말이 글로 정리하는 데 이틀 걸렸고 발표 연습에 이틀 걸렸다고 합니다. 정말 너무 대견하지 않나요.
주일 오후에는 강연을 하루 앞두고 리허설을 위해 학교에 오기도 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승빈이를
김승빈 명예관장님, 이라고 소개하니 승빈이가 너무 쑥스러워하기에 김승빈 도슨트라고 고쳐 소개를 했습니다.
오늘 청중으로 유아 시원이도 참여했는데 앞으로도 1학년 수업에 자주 참관할 예정입니다. 얼마나 집중을 잘하는지 벌써 초등학생 같았습니다.
승빈이는 원고를 다 외워서 또박또박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얼굴이 발갛게 상기가 되고 마이크를 뱅뱅 돌리며 긴장된 모습이었는데 갈수록 편안해지며 자연스럽게 준비한 내용을 잘 전해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정말 개미가 지나가도 소리가 들리겠다싶을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과 관심으로 흥미진진하게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강사에 그 청중입니다.
승빈 도슨트의 강의는 박물관의 네 가지 주요 작품을 설명해주고 마지막에는 퀴즈로 마무리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가 있나, 하는 표정으로 크게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학생특강을 잘 준비하고 멋지게 발표를 해준 승빈이가 너무 대견하고 멋졌습니다.
강연을 마치자 너도나도 교장선생님께 몰려와 자기는 어떤 강연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히네요.
예준이는 축구 특강을 하요랑 함께 하자는 얘기를 했고, 지성이는 지온이랑 호주 특강을 해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앞으로 학생특강을 통해 우리 친구들이 서로가 서로를 세워주고 키워주는 풍성한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참고로 오늘 강의를 한 승빈이는 다음에 바티칸 특강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를 비교해보고 싶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