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제자들이 밀밭 사이를 걷다가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먹는 모습을 본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왜 당신의 제자들은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냐?"고 묻습니다.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되는 '일' 곧 추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왜 당신 제자들은 남의 것을 훔쳐 먹는 것이오?"라고 했다면 예수님께서도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라고 말씀하시기 이전에 분명 밀 이삭 서리를 한 제자들을 꾸짖으셨을 것입니다.
사실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먹은 것은 배가 고팠기 때문입니다. 배고픔은 인간 본능 중 하나이지요. 물론 예수님은 제자들과는 달리 본능에 따르지 않고 본능을 이겨내셨지만 사람인 우리들은 본능에 따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배고픔을 참지 못해 밀 이삭을 뜯어 먹은 제자들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을 한 번 돌아 봅시다. 여러분은 신앙을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십니까?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신앙을 살아가십니까?
우리의 신앙은 머리로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이전에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저 마음 깊이에서부터 우러나와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워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그를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머리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려면 가슴으로, 신앙인의 본능인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고자 애써온 우리들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선하심과 사랑을 본능으로 지닌 신앙인임을 기억하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사랑과 자비로 이웃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자비로운 하느님의 자녀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