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풀렸으나 그래도 차가운 새벽 공기를 뚫고 죽전탑승팀들은 양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우리팀말고도 수많은 인파들이 각자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겨울숲의 구성원은 동호회같은 산악 전문가가 아니다. 생전 처음으로 강원도 산행을 그것도 이 추운 겨울날 가시는 초행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저 숲해설자격증을 따서 겨울나무들의 겨울눈을 관찰하기 위한 아주 소박한 모임이다.
몇번 참석한 나로서 앞으로의 저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미리 상상해보면 속으로 미소가 나온다. 아주 미치거나 힘들어하거나 둘 중 하나의 모습이다.
겨울나무를 같이 보는 것과 자연스런 동료애. 이게 겨울숲 막바지로 치닫는 숲해설가의 마지막 정점으로 대부분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묻기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겨울숲 바라보기는 꼭 참여해보라고 자신있게 권하는 이유이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산행객들이 오늘 하루 전국의 수많은 산에서 그들 나름 목적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차량은 정시에 왔고 버스에 오르니 반가운 얼굴들, 마치 내집 식구들을 보는 것 처럼 반갑다.
출발하는 버스속에서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의사항 및 일정에 대해 들은후 월정사에 준비된 식당에 도착할때까지 수면에 빠졌다.
도착하자마자 아점을 먹고 바로 상원사주차장에 집결하여 각팀끼리 준비체조하며 떠날즈음 바로 앞에 남한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잎갈나무, 수피는 마치 소나무껍질처럼 보이고 잎을 다 떨군 그의 모습을 알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날자반 노선은 다른팀과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준비체조를 하다가 우리 머리위의 가지를 보며 겨울눈을 구원옥팀장( 손종례팀장입원)이 발견.
처음 만난 겨울눈의 주인공은 황철나무이다. 나래회처럼 잎눈이 길지만 교목이기에 항상 상원사의 첫 관문인 여기서 눈맞춤하니 감회가 새롭다.
바로 그 옆한아름 안을만한 오대산 전나무의 품에 아이같은 심정으로 엄마품에 안기듯 안겼다. 그품이 얼마나 풍요로운가! 강원도 오대산의 전나무는 모두가 다 우렁차다. 쭉뻗은 전나무의 위상은 우리에게 기를 넣어주기에 충분하다.
사찰로 올라가는 돌계단 양옆에 인위적으로 심었지만 복장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복자기보다 수피는 더 단정한 모습이다.
산사에서 저 너머 바라보는 산마루는 아담하게 가위로 반듯하게 깎아 놓은듯 은백색의 군상들이 둥그스럼 한데 나중 선자령 정상에도 이것보다 더 단정한 산마루를 볼 수 있다. 자세히보면 아직도 눈이 있으나 아주 희미한 연두색의 모습이나 붉은단풍의 군락지로 붉은색을 볼 수 있다.
상원사 쪽의 산행은 아랫동네에서는 볼수없는 나무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남다르다.
겨울눈이 노루발같이 쪽처럼 갈라진 털개회나무. 까만 매뉴큐어 칠한 마귀의 갈고리 같은 손톱처럼 길고 뽀족한 나래회.
나래회의 날카로운 창들이 여기 저기서 오대산을 지키는 모습처럼 보이는게 인상적이다.
거의 수피나 줄기가 푸르스름한게 확연히 구분가는 산겨릅나무, 물박달과 달리 수피가 확연히 다른 박달나무.
시닥나무는 멀리서 보아도 가지가 빨간색으로 낭창낭창한게 겨울눈도 붉고 미끈하게 생겼다. 우리 날자반에 중년의 나이에도 미끈한 전XX선생님을 연상하니 시닥은 잊어버릴 것 같지 않다.
청시닥은 소지가 붉은 것 같지만 뒤를 제껴보면 푸르스름한 색이 있어 청시닥이라고 불리는 이유중의 하나다.
상원사를 지나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길목. 낮은 키에 얇은 가지가 빨갛고 쭉 자라는 수형이 아닌 비틀어진 가지인데 산앵도이다.
늘 얘기만 들었던 회목나무는 강원도 곳곳에 있으나 서울에서는 수목원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낮은 키의 회목나무이다. 아직 열매자루가 붙어 있는데 나치 독일 장교들의 목에 철십자가의 형태로 달려있다. 회목나무의 소지를 김흥주팀장이 알자반에게 소개해줄때 가지에 사마귀처럼 붙어 있다고 했는데 몇몇이 잘못 이해하고 곤충인 사마귀를 찾고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말씀 해주신다.
상원사에서 내려오니 그곳에 오늘 본 나무가 주변에 다 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물참대. 고로쇠. 난티. 부개꽃나무. 개벚찌나무. 부개꽃나무. 함박꽃 희귀한 산가막살 등이다.
서울 인근에서는 이러한 나무들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매년마다 오고 싶은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와서 전체모임을 가져 회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김흥주선생님께서 어떤때는 짖궂은 미션 또 같은 나무의 카드를 가진 사람끼리 인사를 나누는 둥 선후배간의 서로 앎을 통한 좋은 시간을 가지도록 하여 신선하게 보였다. 겨울눈 퀴즈를 통해 이번에 처음 참석한 후배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간 등 술과 음식을 통해 돈독한 시간을 가졌다. 좋은 벗을 만드는 특별한 시간. 각자의 방마다 늦게까지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흘러 나온다. 하늘의 별이 보이고 좋은 시간은 계속 이어질게다.
마지막 사진은 날자반 뒤풀이
다음날 선자령은 트래킹으로 가면서 미역줄, 거센 바람에 가지의 수형이 한쪽으로 쏠리는 일본 잎갈나무, 그늘진데서 군락으로 자라는 층층나무, 전나무, 피나무,자작나무, 산돌배나무,사스레,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모습.선자령은 거의 물푸레의 군락지와 신갈나무의 군상들이 그 자리를 지키는 형상을 보며 그게 겨울 숲인 것 같다. 마지막 종비나무를 끝으로...
마지막사진은 바람을 비껴나는 개잎갈나무
지나고 보니 아름다운 시간임에 틀림없다. 선자령 정상에서 함께 팀별로 식사하고 같이 눈밭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모두가 웃음을 한바가지로 담은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겨울 숲이 이렇다.
장거리 코스를 한사람도 낙오없이 무난히 완주한 것에 감사. 이 일을 끝까지 잘 마련해준 팀강사와 날자반 회장인 김성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한아름의 추억을 갖게 하기 위해 이렇듯 희생과 봉사가 있어 모두가 행복한 시간 을 가진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첫댓글 덕분에 오대산을 한번 더
다녀왔고 복습도 했습니다
생생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까꿍 사진이 압권입니다~ㅎ
'아주 미치거나 힘들어하거나...'ㅋㅋ
샘은 어떠신지요?
겨울산은 미치고 공부는 힘들어...ㅎㅎㅎ
1박 2일 섬세하게 정리해주시고
감상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