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도보 정보를 올려 드리겠지만, 대원사와 화엄사 둘을 비교하면 대원사보다는 화엄사의 접근이 편한 것 같습니다. 화엄사 일주문 앞은 거의 번화가 수준입니다. 그래서 대화종주보다는 화대종주가 나름 잘 알려진 종주 방식으로 정착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하면 두 종주방식의 난이도는 유사하다고 사료되며, 다만 도보 초기 힘이 좋을 때 천왕봉을 오르고 점점 하산 모드로 내리막 길을 걷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대 종주는 초기에 화엄사를 출발해서 성삼재 근처에 있는 무넹기까지 경사 높은 길을 걸어야 하는데, 다른 쪽인 대원사를 출발하여 중봉까지 오는 길의 난이도도 이와 거의 비슷합니다.
대화 종주의 또 하나의 장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는 점일 것입니다. 물로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하는데, 저는 그런 덕이 없었는지 아직 천왕봉 일출을 보지 못했습니다. 일출은 커녕 비가 오지 않으면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대화 또는 화대 종주 중 선호도가 따로 없었으나, 광복절 연휴 기간에 걸을 수 있었던 안내 산악회가 대화 종주 프로그램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대화 종주를 했습니다.
걷다 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히 듭니다. 천왕봉이라는 봉우리가 현재와 같은 고도인데, 다만 이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있어서 만일 정상이 아니라면. 천왕봉이라는 곳이 지금처럼 지독한 날씨 변화가 있었을까 하는 물음입니다. 아마도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 같고 것이고 또한 바람도 그렇게 휘몰아 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정상이기 때문에 정상이 갖는 특징이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사람이 차지 않은 시간에 안내 산악회 버스 내부입니다. 장거리 경우 대개 28인승을 배정하는 것 같습니다. 먼 거리를 오가야 하고 산행하고 나면 떡이 되는데, 편안하게 오가야 한다는 산객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좌석이 44인승보다 줄었으니 산행비는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산행비 값을 하려면 가서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성중 종주는 보통 24시에 출발을 하는데, 화대 종주는 밤 10시에 출발을 했습니다. 역시 장거리 종주라서 다른 코스의 산행 시간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버스도 일찍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실내등이 커지고 둘러보니 잠시 쉬었다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중간 위치 정도되나? 싶었더니 벌써 거의 다 왔습니다. 한 30여분만 가면 들머리라고, 이때부터 산행 준비를 하라는 것 같습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와서, 각자 준비를 하는데 이건 무슨 전쟁터 나가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머리 동여 매는 사람, 스틱 뽑는 사람, 배를 채우는 사람, 플래시 라이트 점검하는 사람. 정말 전쟁터에서 한판 하기 직전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총만 안들었을 뿐입니다.
서서히 전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대원사 일주문에 도착했습니다. 대원사로 올라가는 길이 꼬불꼬불해서 코너마다 버스가 안간힘을 쓰고 커브를 틉니다. 기사 입장에서는 이런 오지에 밤내내 걷겠다고 오는 산객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입니다. 무박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일주문에 지리산 대원사가 아니라 방장산 대원사로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검색해보고 알았습니다. 지리산에는 절에 따라 산의 이름이 바뀐다고 하네요. 지이산 화엄사, 삼신산 쌍계사, 그리고 방장산 대원사 등.
그리고 추가적으로 알게 된 사실은, 이 대원사는 합천 해인사의 말사라고 합니다. 지난 번에 해인사를 다녀왔었는데, 이곳에 괜히 온 것이 아님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운명이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캄캄해서 보이는 것은 실루엣 뿐.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니 오른편으로는 계곡 물소리가 우렁찬데, 왼편으로 대원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원사 구경을 할 팔자(!)는 아니므로 머리 속은 온통 가보지 않은 미답의 “쌀벌한” 천왕봉까지의 길에 꼽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원사가 어떻게 생긴 절인지 전혀 기억이 나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아스팔트 위에 쓰여 있는 세 글자만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드디어 대원사에 왔구나~ 감정이 솟구칩니다. 그런데 성삼재에서 느낀 감정이 벅찬 감정이었다면, 대원사에서 느낀 감정은 벅참보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이거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가다가 퍼지면 어떻게 하지? 등등
말로만 듣던 대원사 그리고 유평 마을… 대원사 주차장은 일주문보다 아래 있으니 대원 주차장은 전혀 관심있는 정보가 아니었고, 오로지 유평 마을만 다가왔습니다. 그곳에서 조금 올라가면 본격적인 탐방로의 들머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워낙 빤한 길이지만, 알바를 했다는 블로거가 있어서 화대종주 GPX 정보를 미리 다운로드 해 두었습니다. 시간을 다투는 화대종주이기에 알바를 해서는 큰일이 나기 때문입니다. 천왕봉부터 성삼재까지는 GPX가 없어도 상관없지만, 특히 천왕봉과 대원사 구간은 알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내 산악회 버스에는 대략 22~23명이 탑승을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제 앞으로 아무도 없고 제 뒤로도 아무도 없네요. 다들 블랙야크 인증하느라 대원사 일주문 앞에서 사진들을 찍고 있는지… 그래서 여유자적하게 걷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대장이 출발 전에 주의를 주었습니다. 중봉까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그래서 힘빼고 천천히 오히려 평소보다 천천히 걸었습니다. 천왕봉까지는 일단 알바 최소화가 아니라 알바 제로가 목표입니다.
유평 마을의 지납니다. 지리산 아래에 있는 이 마을에 사시는 분들은 얼마나 오래 사실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습니다. 물론 오래 산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천혜,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물이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끼고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멋진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곳이었습니다.
캄캄한 밤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 홀로 걷고 있는 즐거움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계곡도 다른 계곡이 아니라 바로 지리산 계곡..
마을의 표시석도 멋집니다. 어떻게 보면 정상석과 닮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드디어 유명 마을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천왕봉으로 향하는 산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알바 방지용 산길샘은 알바 한다고 땡땡 경고음을 날리네요. GPS 해상도가 낮아서 가끔 이런 불편함이 있습니다. 빤한 외길에서 땡땡 경고를 울릴 때면 “이걸 어떻게 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불끈 듭니다. 천왕봉이라는 세 글자가 눈에 팍 꼽힙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산행 출발입니다.
국립공원 특유의 퍼고라를 지납니다. 열 몇 시간 걸어서 다른 쪽 퍼고라를 지날 때는 희열이 느껴지는데, 오늘은 특히 새로운 퍼고라를 만나게 되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리고 탐방 제한 바리케이트는 이미 열려 있었습니다. 노고단이나 화엄사와는 달리 유평 쪽은 입산 시간 제안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화엄사는 많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문 옆쪽으로 조심히 가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팁이 공유되어 있습니다. 가뜩이나 회대종주 인증 도장이라도 찍으려면 캄캄한 가운데 도장부스도 찾아야 합니다. 대원사 쪽이 훨씬 서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올라 처음 맞이하는 안내목입니다. 지리산에 있는 대피소 중 아직 지나가보지 못한 대피소가 바로 치밭목 대피소입니다. 치밭목 대피소의 고도가 1700~1800미터 사이에 있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6.3 킬로, 힘을 내서 계속 걷습니다.
저를 앞서서 올라간 유일한 산객이었습니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산객이었는데 유평 마을을 지나 들머리에서 제가 이정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저를 앞서 갔습니다. 저와 그 분과는 어느 정도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걸었는데, 그래서 저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조금 오르니 그 분은 힘이 들었는지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앞서게 되었습니다. 제 앞에 아무도 없으니 갑자기 허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거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이 곳 이후로 제 앞에 산객이 있었던 때는 천왕봉에서 장터목까지 구간에서 천왕봉 일출 관찰을 실패하고 대피소로 가는 몇몇의 산객, 그리고 반야봉 근처에서 삼도봉까지만 걷고 노고단으로 돌아가는 산객 몇몇이 전부였습니다.
장터목 산장에서 삼도봉까지 역방향은 거의 무인지경이었습니다. 실로 엄청난 경험이었습니다.
경남에서 전북까지 열심히 걸어야겠습니다. 잠시 고도를 체크해보느라 안내목에 빛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680미터. 북한산으로 따지면 아직 문수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도입니다. 1950미터가 까마득해 보입니다. 왠지 의지가 꺽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안내목을 보지 않으려고 할때도 있습니다. 괜히 미리 겁을 먹을까봐…
조릿대가 보이니 이제야 국립공원이라는 느낌도 들고, 지리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흙 길을 걷고, 돌길도 걷고, 그리고 나무 계단도 올라야 합니다.
치밭목 대피소 안내목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거리가 많이 좁아졌습니다. 일단 천왕봉은 신경 쓰지 않고 치밭목 대피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지도를 보면 써리봉과 유평 사이에 난이도 높은 구간이 나오는데, 바로 이 너덜길 때문입니다. 산에서 둘이 굴러 온 곳을 횡으로 통과하는 지역인데 거리가 꽤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야간이라는 상황입니다. 잘못해서 미끄러지거나 발이 빠지면 바로 부상입니다. 야간 상행의 최대의 난적은 바로 이런 깊은 너덜길 지대입니다. 워낙 장거리 산행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스틱을 빼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너덜길 전까지는 그냥 덜렁덜렁 들고 왔었는데 이제부터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스틱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무제치기 폭포에 도착했습니다. 약 50미터 안쪽에 폭포가 있다고 하는데, 물소리만 들립니다. 그리고 갈길이 구만리인데 폭포 구경을 할 수도 없습니다. 마음은 써리봉, 중봉 그리고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주흘산에서 여궁 폭포를 봐서 그런지 폭포에 대한 로망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오래전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여러 번 봐서 그런지 폭포는 크게 와닫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왕산에 있는 절구 모양의 2단 폭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조릿대가 반가웠는지 조릿대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훤한 대낮에 보니 반야봉과 노고단 사이는 완전 조릿대 천국이었습니다. 조릿대가 혹시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찍어 둔 것 같은데, 지리산은 조릿대 천지였습니다.
야밤에 보는 달입니다. 달 주변에 구름이 많은 것을 보니 좋은 날씨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천왕봉에서 무슨 좋은 날씨를 기대하긴… 그런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치밭목 대피소에서 본격적인 천왕봉 주변이 기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구름과 물을 잔뜩 머금은 안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대피소 앞에 서성이는 사람이 있어서 인사도 했습니다. 탐방소 직원인지 아니면 숙박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이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라서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없습니다. 연하천 대피소처럼 유명한 글귀라도 있으면 혹시 자세히 보려고 노력을 했을 것 같은데요.
대피소도 지났기 때문에 이제부터 나타나는 안내목은 거의 중봉과 천왕봉에 대한 안내였습니다. 뭔가 하나씩 허들을 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천왕봉 4킬로면, 아직 1시간 반에서 2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평지 4키로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1시간 걸으면 되는데요.
1950까지는 아직 300여터가 남았지만 그래도 많이 올랐다고 스스로 다독여 봅니다. 사실 300미터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은 육구종주의 남덕유산에서 충분히 느꼈습니다. 서봉을 지나 남덕유산을 오르면 300미터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게 체감적으로 무지 멉니다. 물론 지리산처럼 길게 길게 걸어야 하는 곳은 더욱더 한참 걸어야 하겠지만요.
대원사 출발 때는 덥고 땀이 났지만 고도 1000미터를 지나서는 시원한 감이 느껴졌고 이보다 더 오르니 서늘해졌습니다. 왜냐면 그곳에는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써리봉에 오래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자를 손으로 잡고 있어야 했고요. 머리 위로는 뿌연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습니다.
써리봉에는 정상석이 따로 없었습니다. 빨리 바위 아래로 내려가야겠습니다. 바람이 워낙 세차게 많이 불기 때문입니다. 스틱이 바람에 날려 땅과 평행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아그…
이름도 외기 편한 써리봉 다시 한번 눈에 넣어 둡니다. 대원사에서 천왕봉까지, 트랭글은 3개의 봉우리를 인증해 줍니다. 중봉, 써리봉, 그리고 이름 모를 봉우리입니다. 외어 봐여 거의 재활용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딱히 외우려고 하지 않아서 이름도 잘 모르겠습니다.
중봉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산에도 비슷한 안내목이 있습니다. 문수봉 아래의 청수동 암문 앞에 비슷한 톤의 안내목이 있습니다. 거의 다 중봉에 오긴 왔지만 중봉과 상당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속으면 안됩니다. 중봉 중턱쯤 이 쉼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왔다고 넋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중봉 쉼터라고 했지 중봉이라고 쓰여있지 않습니다.
거친 바위 길을 올라야 합니다.
드디어 날이 어렴풋하게 밝아서 해드랜턴을 껐습니다. 지리산 고사목의 멋진 실루엣이 눈에 들어 옵니다. 날씨는 기대 이하입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비가 오시지 않음에 감사드리고 걸었습니다.
드디어 중봉에 도착했습니다. 중봉은 천왕봉과 지근 거리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곳을 이어 걸으려면 업다운 몇 차례는 해야 합니다. 화악산에도 정상석 대용의 중봉이 있는데 그곳과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이곳은 그냥 야지라고 할까요? 어쨌든 천왕봉에 거의 다 온 셈입니다.
세상은 안개와 물을 잔뜩 머금은 구름 속에 있습니다.
그래도 나목의 실루엣이라도 감상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이런 좁은 산길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드디어 천왕봉 바로 아래입니다. 이때 마주오는 사람을 처음 만났습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봅니다. 대원사하고 답을 했습니다. 시계를 보았습니다. 대원사 출발 후 3시간 40분만에 천왕봉에 도착했습니다.
3개월 전에 보았던 이정표를 다시 보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장터목 대피소로 가는 길을 확인하고 천왕봉 정상석으로 “기어” 올라 갑니다.
몇몇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상하다 생각보다 많지 않네? 일출을 볼 수 없으니 산객들이 별로 없나? 싶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상석으로 오르면서 보니 바람을 피해서 한쪽에 옹기종기 산객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워낙 강풍이 부는데, 바람이 물을 머금어서 거의 비가 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비는 아닙니다. 그래도 습기 때문에 우비를 입은 산객들이 많았습니다. 혹시라도 하늘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일까요?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는 편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인데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고 포즈를 잡고 사진들을 찍습니다. 저는 그냥 패스합니다. 사실 이 시간에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다시 만나는 천왕봉 정상석.
정상을 뒤로 하고 다시 이제 진짜 먼 길을 떠납니다. 그런데 “상방”이 아니라 “하방”으로 하산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몸이 가벼워 집니다. 정상 지나서 어쨌든 내리막길 아닌가? 물론 내려가는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겠지만요.
사실 산행은 결국 멘탈인 것 같습니다. 그걸 잘 관리하면 힘든 오르막도 쉽게 오르게 되고 그 반대면 쉬운 내리막 길도 어려워지니까요.
다시 이정표로 돌아와 장터목 대피소 방향으로 향합니다.
일출 포기하고 대피소로 돌아가는 사람 몇몇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혹시나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상황이 하수상합니다. 비라도 쏟아지는 것 아니야? 하는 걱정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천지가 어둡고 구름 속 풍경입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내내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첫댓글 천왕봉은 네 번 올랐었는데 첫 번째 올랐을때 빼고는 일출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종주대는 대원사에서 6시간 소요되었는데 3시간 40분에 정상을 찍었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단지 아쉽겠네요. 써레봉 풍광은 정말 아름다운데, 다시 한 번 대화종주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후기가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twkimjan/100115217637
네번이나 오르셨군요. 저도 이제 그 반열에는 오른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의 여정을 살펴보면 지리산은 정말 다이내믹한 것 같습니다. 비도 맞고 눈도 맞고, 이번처럼 운무에 쌓이고. 물론 맑은 날 그렇지만 시야는 뿌연 날도 있었고요.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지 못해서 애당초 포기한 것이고요. 대원사에서 천왕봉까지 사실 컴컴해서 볼 것이 없어서 그냥 올라가서 좀 빨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일 바위 미끄러짐에 대한 염려가 없었으면 더 일찍 올라가지 않았을가 싶습니다. 너덜 길에서 조심조심 하느라 정말 노심초사했습니다. 하도 걱정을 한 길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오히려 편한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좋은 정보를 주셔서, 참고와 표준으로 삼을 수 있어서 어려운 종주를 쉽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대원사에서 3:40분에 대단한 기록입니다.
하긴 야밤이라 볼거리도 없었겠군요.
하지만 너덜 길이 위험하고 중봉 주변의 바위 길들이 험한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에 천왕봉에서 역방향으로 걸어 보시니 어떻든가요?
저는 역방향으로는 천왕봉에서 세석 까지만 걸어 보았지요.
요즘 한반도 기압이 불규칙한 상황에서도 비가 안 와서 다행이였습니다.
천왕봉을 올라서며 느끼는 희열은 안 가본 사람은 모르지요.
이번에는 성중 종주 때보다 더한 희열을 느끼셨을 듯 싶네요.
무사히 완주 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역방향에 대한 느낌은 리버스 엔지니어링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이미 정상에 올라서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마음이 편했습니다. 가뜩이나 선생님과 수명산 선생님께서 주신 참고용 시간을 고려해서, 조금은 빨리 왔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발 걸음도 느긋해졌습니다. 확실히 내리막길이라서 오르는 길보다는 하방 길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좋았던 점은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 아시다시피 성중은 이에 비하면 산객들이 많고요 – 그래서 경이로운 혼자 걷기 구간이 대부분이라서 엄청난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다시 하라면 성중종주보다 천왕봉에서 노고단 방향으로 가는 길을 택할 것 같습니다. 다만 역시 토끼봉이 그 중 가장 난이도 높은 구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소그미님!
지리산을 향하는 버스속에서 보약이 잠을 푹 주무셔서 시작부터 성공이 보장되었네요~
방대산 대원사부터 치밭목대피소를 거쳐 써리봉, 중봉을 지나는 천왕봉 정상에 이르는 험난한 코스를 불과 3시간 40분만에 1등(?)으로 오르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하는 일출은 다음을 기약해야했지만 걷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해 여름 장대비속에 백무동계곡에서 장터목대피소로 오른 후 천왕봉을 잠시 올랐다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노고단으로 향했던 역도보 종주의 추억이 생각납니다~ㅎ
앗 백무동으로 해어 왕복하셨군요. 대원사에서 캄캄한 새벽에 출발을 해서 볼 것이 없어서 그 시간에 천왕봉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출이나 뭐 때문에 속도를 낸 것은 절대 아니고요. 오히려 안내 산악회 대장이 중봉까지 힘빼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해서 오히려 그 페이스를 유지하고 걷느라 원래의 제가 걷는 패턴으로 걸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오지 않아서 내가 혼자서 힘을 빼고 나중에 허덕허덕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걱정을 하고 올라 왔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별로 기온도 높지 않아서 물에 대한 갈증도 없어서 어렵지 않게 천왕봉에 오를 수 있었고 나름의 물 수급 전략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뭔가 재미있는 테마 한 줄기는 갇고 걷는 것이 재미난 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