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평 정도의 밭을 텃밭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좀 큰 밭을
18년째 가꾸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환갑 때 부터 밭을 가꾸기
시작했네요. 텃밭의 의미는 본래 집터 가까운 곳의 작은 밭을
말하는 것입니다.
규모가 비로 160평이지만 가꾸는 작물은 20가지가 넘습니다.
마늘 양파 쪽파 대파 완두콩 감자 옥수수 상추 고추 토마토
들깨 땅콩 오이 가지 호박 미나리 고구마 방풍 무 배추 그리고
블랙베리 등입니다.
요즈음 작물마다 개량종이 많습니다. 고추도 일반고추 청양고추
모닝고추 매운고추 등을 심고 상추도 청상추 꽃상추 오크상추
적상추 가 있습니다. 호박도 조선호박 주키니 땅콩호박 애호박
맷돌호박이 있습니다. 토마토도 일반토마토 흑토마토 방울토마토
등이고 배추도 청방 항암배추 등이 있고 무우도 2종을 심습니다.
오이도 가시오이 조선오이 등을 십습니다.
전에는 강남콩 서리태 등도 심었는데 이 지역엔 하도 노린재가 많아
충해를 입어 몇년 간 소출이 없자 그만 포기했습니다.
기타 잡다한 소량의 잡다한 작물까지 합치면 30가지가 넘습니다.
농사는 시공간(時空間)의 관리와 다름이 아닙니다. 시기에 적절하게
이랑을 만들고 작물을 심어야 하고 때에 따라 작물에 맞은 공간을 확보
해야 합니다. 그리고 때에 맞추어 비료를 주어야 합니다.
농사는 하늘과 동업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햇빛과 온도, 비 바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이는 모두 땅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토질(土質)이 중요한 것이지요. 또한 농사는 변화와의 적응입니다.
아침 일찍 가서 물을 주고 오후에 다시 가보면 벌써 작물은 크기가 달라진
것을 봅니다.
농사는 이렇게 필수적인 시간.공간. 인간이 혼재된 작업입니다.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그래서 2일에 한 번은 밭엘
가야하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밭에 씨앗을 심을 때는 3알을 심는 이유는 한 알은 하늘(새), 한 알은
땅(벌래) 나머지 한 알은 인간이 먹기 때문 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텃밭농사를 지을 때 가을에 상추 모종을 했더니 금방 고라니들이
와서 다 잘라 먹었다고 중얼거렸더니 이웃 밭의 귀티 나는 아주머니가 한 말씀 하십니다.
"같이 먹고 살아야지요." 이에 저는 그만
"아, 네"
농사는 어찌보면 기업에서의 경영기획업무와 유사합니다. 밭은 어떻게
언제 갈고, 멀칭작업, 비료 등은 어떤 것을 쓸 것인가, 작물은 어떤 종류를
얼마만큼 심을까를 선별하고, 그리고 언제 심을 것인가의 파종과 모종 시기의
결정, 물을 주는 시기, 추가 비료 주는 시기, 지지대의 설치, 각종 영양제와 필수
농약의 살포, 작물의 수확시기의 결정, 그리고 수확물의 배분 등은 마치 기획
업무와 비슷합니다.
수년 전 기회학숙의 이사장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달라고 해서 '농사와 경영기획'
의 제목이 어떠냐고 했더니 처음엔 거부하시더니 강의 후엔 한 번 더 해달라고
부탁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텃밭농사는 비즈니스가 아닌 것이 다를 뿐입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손가락이 퇴행성관절염에 걸리고 허리도 삐껏해서 농사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80까지는 해 볼 생각입니다.
잘 가는 음식점 주인 여자에게 고구마를 캐다가 허를 다쳐서 병원에서 연골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고 오는 중이라 했더니 그 여주인 왈,
"고구마 한테 타박 맞았네요" 하며 웃습니다.
고구마 중에 타박 고구마를 두고 하는 말이지요.
첫댓글 텃밭이라긴 보단 큰 농지, 벌써 18년째라니 대단하십니다. ^~
독옹님 저와 근거리에 계시네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텃밭이 160평이라면 큰 밭이지요
여러가지 심어 따먹는 재미 그것이 삶의 보람인가 싶네요
고향에 우리 형님은 텃밭에 각종 채소 씨앗을 뿌려 끼니때면 형수님이 찬거리를 거두어 조미료 없이 반찬을 해 먹지요
그런 반찬을 먹어보면 채소의 각각의 맛과 향기가 식욕을 돋운답니다
주소를 알려주면 한번 찾아드려도 안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의 연락처는 010 5652 1372입니다
혹시 사람이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카페지기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아니 지금은 부산 기장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