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주세요15
둘의 비명소리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들이 우르르 들어
와 종혁을 달랑 들어 내가버렸다.
그들은 사실 종혁만 있었으면 아무 망설임없이 들어왔겠지만 연
석이 온 걸 알고 있었고 또 이 집안에서 째림하면 상혁을 능가
하는 연석이기에 밖에서 눈치만 보고 있었던거였다.
어쨋든 연석의 모습에 놀라고 와르르 들어온 메이드들땜에 놀
란 종혁은 끌려나가면서도 왕방울만해진 눈만은 연석에게서 떼
질 못했다.
'음...
생각했던것보단 나쁘진 않을지도 모르겠군...'
연석은 자신을 쳐다보던 종혁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픽 웃었다.
실제모습의 첫인상은 사진으로만 봐오던 모습과 또달랐다.
새벽부터 시작된 종혁의 결혼준비는 예정된 예식시간 30분쯤전
에야 끝이났다.
"어... 예쁘다 종혁..."
신부대기실로 찾아온 상혁이 들어서자마자 한 한마디였다.
사실 지금의 모습은 종혁이 봐도 예뻤다. 단지 문제라면 저렇
게 꾸미고 앉은 사람이 남자라는 것과 그 남자가 자신이라는 것
이 좀...
"근데... 전통혼례한다면서 이런옷을 입어도 돼?"
웨딩드레스를 입은 종혁... 그것도 확 퍼진 드레스입고 머리
엔 족두리쓰고 손엔 장미부케를 든 모습이었다.
"응.
아버지께서 옷은 드레스입고 하기로 했다던데?"
"으이휴...."
"하객이 몇명 안되네...
해외지사나 외국귀빈들에겐 초대장을 안돌리고 우리끼리 조촐
하게 하기로 하긴했지만
사람이 너무 없으니 썰렁해."
상혁의 말에 종혁은 몸을 일으켜 살며시 식장을 내다보았다.
"으헉... 정원에 사람이 꽉찼네..?"
"별로안돼.
언론에 공식적으로 공개도 안했거든.
알려봤자 좋은말 안할테고..."
종혁은 식이 있을 정원을 휘이 둘러보았다.
오색비단이 주르륵 깔려있는곳을 따라가니 주례단대신 탁자에
한식음식과
청색 홍색의 비단에 쌓인 닭이 보이고 주위엔 TV에서만 보던
정.재계거물들과 연예인,
외국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종혁이 갑자기 대본을 펴 들었다.
한식과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된 결혼이라 제대로 외우기가 힘들
었다.
"입장한뒤에 뭘 하더라..?"
"맞절하잖아. 신랑신부일.이배, 성혼선언문낭독, 합환주 나누기,
하객들에게 인사, 행진, 폐백드리기."
"이야~
너 달달 외는구나. 나대신 결혼해도 되겠다.
혹시 나 잊어먹음 어떡하지?"
이러면서 외느라 열심히 중얼대던 종혁,
"아, 그래.
오늘 아침에 내 방침대에 왠 남자가 자고있는거 있지!
너무 놀래서 아무말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상혁이 너랑
많이 닮았다."
"혹시.. 머리 노란색이고 키가 요만하고.."
"그래그래!!!!"
상혁이 픽 웃으며 뭐라 말하려는 순간 메이드가 상혁을 밀어냈다.
"죄송합니다. 곧 신부입장합니다."
신부가 좌우의 부축을 받으며 초례청으로 향했다.
종혁은 지금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두꺼운 베일을 쓰고 있어서
초례청앞에 누가 서있는지 볼수가 없었다.
지금 들려오는 행진곡은 황당하게도 가야금산조...!!
결혼행진곡대신 연주되는 가야금소리에 맞춰야 했으나 실제 연
습도 안했던 터라 치마속에서 다리가 꼬이고 속치마를 밟아 휘
청하긴 했지만 일단 큰 실수는 없었다.
"신부 이배"
가여운 종혁.
꽉 조인 드레스입고 두번씩 연거푸 큰절을 하고나니 배가 땡기
고 안에입은 속옷들은 위로 밑으로 향하는등 난리를 치고...
"신랑 일배."
연석이 고개를 숙이자 베일 틈으로 아련히 보이는 그를 자세
히 보려했지만
웬걸.. 연석은 벌써 고개를 들고 있었다.
얼굴이라도 보려던 종혁은 포기해야했다.
"그럼 주례선생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주례는 김소환 전 추기경님이 맡기로 했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러나 지금 베일때문에 종혁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고
다만 초례청과 연석의 희미한 모습과 초례청위의 두마리의 닭만
이 볼 수가 있었다.
"신랑 우연석은 신부 오종혁을 맞이하여 기쁠때나 슬플때나 검
은머리파뿌리 될때까지 아끼고 사랑할것을 맹세합니까?"
"예."
"신부 오종혁은 신랑 우연석을 맞이하여..."
듣는동안 종혁은 많은 고민을 했다.
'아니오 하고 그냥 때려칠까..?
때려치고 재산상속분이나 챙겨서 저 멀리 외국으로 날라버릴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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