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악마(惡魔)가 되는 법 1 밤(夜). 애절령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벌써 몇 시진 이상,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술을 마셨다. 애절령의 옆에는 매우가 공손하게 앉아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가끔씩 애절령의 손은 매우의 가슴 사이로 파고든다. "아이……." 매우는 짓궂은 애절령의 손을 피해 몸을 뒤틀었다. 하되 싫은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긴 지금 그녀는 다급한 입장이 아니겠는가. 비록 초우가 자신의 주인이라고는 하되, 애절령을 보아서는 단지 연적(戀敵)에 불과하다. 지난 며칠 동안, 애절령은 군산의 동정호에서 머물렀다. 철마성이라 알려진 소아귀가 장강십팔채를 떠난 이후, 애절령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하는 일 없이 노닥거리고 있었다. 기실, 소아귀가 떠난 장강십팔채의 실질적인 주인은 초우이며, 그런 의미에서 애절령은 장강십팔채의 모든 것을 책임질 위치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는 하는 일 없이 매일 빈둥빈둥 놀았다. 무공수련도 하지 않았다. 가끔 산책도 하고, 술도 마시고, 시간이 나면 매우를 껴안고 육체에 탐닉하기도 하고……. 가히 주색잡기라 할까? 그런 애절령을 매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일이야. 대체 주인님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운 초우아가씨를 품지 않고 지켜만 보는 것인지……?' 문득 매우의 얼굴 위로 질투심이 피어났다. 초우를 생각하자 견딜 수 없는 열등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매우가 생각해도 초우는 정녕 아름다운 미녀였다. 초우는 사내로부터 사랑을 받을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미녀였다. 그런 초우가 애절령에게 박대받는 이유를 매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놀랍게도, 애절령은 지금까지 초우를 단 한 번도 품지 않았던 것이다. "소녀는……." 매우는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애절령을 향해 묘한 눈빛을 던졌다. "정녕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찌하여 주인님께서는 초우아가씨를 가까이 하시지 않는 것인지……? 초우 아가씨는 정녕 아름다운 분이 아니십니까?" "후훗……, 아름답지." "그 분께서는 주인님의 정식 부인이시라던데……."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렇다면 어이해…… 혹여, 그 분의 순결을 의심하기라도 하신단 말씀이니까?" 매우 같은 대담한 성격의 여인이나 물을 수 있는 질문. 애절령은 아무 대답도 없다. 그는 대답대신 손을 내밀어 매우의 한 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계집의 순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계집은 젖비린내만 날 뿐이지……. 내 곁에는 그녀보다 더 뛰어난 육체를 지닌 네가 있지 않느냐?" 애절령의 손이 매우의 가슴을 파고들어 젖꼭지를 꼬집었다. 열매가 떨어져 나가는 묘한 고통과 짜릿함에 매우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매우는 알고 있었다. 지금 애절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주인께서는 정녕 초우아가씨를 아끼고 계십니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왜 애절령이 초우를 가까이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매우는 정녕 모른다. 그때 문 밖에서 돌연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상공, 주무십니까?" 그것은 여인의 목소리였다. 아름답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는 바로 초우의 음성이었다. 순간, 애절령은 매우를 더욱 끌어안으며 말했다. "들어와라." 매우는 기겁했다. 자신을 끌어안고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초우에게 방으로 들라 하다니……. '아… 안 돼요!' 그러나 말이 새어나오기도 전에 초우는 방문을 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던 초우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애절령은 매우를 품에 바싹 끌어안고 있었다. 그의 한 손은 매우의 탐스런 가슴을 장난감처럼 주물럭거렸다. 그 바람에 매우의 한 쪽 젖가슴이 삐쭉 삐져나와 초우의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초우는 애써 보지 못한 듯 바닥에 무릎을 댔다. "천첩이 상공을 위해 침의(寢衣)를 만들었사옵니다. 행여 기숙에 불편함은 없으신지……?" 한 사내의 여인으로서 딴 여인을 끌어안고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은 정녕 눈에서 불똥 튀길 노릇이다. 그러나 초우는 침착하기만 했다. 그녀는 오직 순종과 인내만을 배워 왔던 착한 여인의 상징이다. 매우의 손에는 한 벌의 옷이 들려 있었다. 며칠간 그녀가 밤잠도 자지 않고 만들었던 침의였다. 그러나 애절령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했다. 그는 여전히 매우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의복을 들쳐 보았다. 그러나 그는 곧 아무렇게나 팽개쳐 버렸다. "젠장, 이 따위로 허술하게 만들려거든 이런 옷을 가지고 오지도 마라." 그는 옷을 던져버린 다음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초우의 얼굴이 일순간 창백해졌다. 매우의 얼굴에도 순간적으로 당황함이 어렸다. 같은 여인의 입장으로써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 것일까? "주인님!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 하여도 초우 아가씨가 며칠을 정성 들여 만든 옷이니……." 이번에는 매우가 애절령에게 따질 정도였다. 그러나 애절령은 여전히 차갑고 시큰둥했다. "젠장, 그딴 설교 집어치워. 너에게 설교를 들을 만큼 난 모자란 놈은 아니야." 그와 함께 애절령은 매우를 끌어안고 나뒹굴었다. 그의 손이 매우의 옷을 벗겨가기 시작했다. 매우의 전신에 걸쳤던 의복은 찢기다시피 벗겨졌다. 눈부신 매우의 나신이 어깨부근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매우는 기겁했다. "주… 주인님! 어쩌시려고……?" "잔소리 마라.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다." 놀랍게도, 애절령은 초우의 앞에서 매우를 범할 작정인 듯했다. 매우는 애절령의 품에서 빠져나오고자 안간힘을 썼다. "주인님! 아니 되옵니다. 현명하신 주인님께서 어이해……?" 하지만 애절령은 막무가내였다. 그는 심술궂은 표정으로 매우의 옷을 전부 벗겨냈고, 이어 그녀를 찍어 눌렀다. 잔인하도록 세찬 힘에 매우는 꼼짝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하얗게 드러난 사지를 물고기처럼 바둥거렸다. "아아……, 제발……." 매우는 도저히 애절령을 이겨낼 수 없다 여기며 눈을 감았다. 애절령도 순식간에 옷을 벗어 던졌다. 그는 알몸이 되어 매우를 덮쳐 눌렀다. 정녕, 그는 초우 앞에서 매우를 범할 생각인 듯했다. 그에게는 수치심 따위는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막 그가 매우를 덮치기 전, 초우가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은 그녀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막 그녀가 방을 나가려 할 때, 돌연 차가운 애절령의 음성이 초우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자리에 있어." "……." "내 명이 있을 때까지는 방안에서 나가지 마라." 초우는 애절령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복종은 그녀에게 있어 모든 삶이 아니던가. 애절령의 말이라면 죽음이라 하더라도 기꺼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인을 끌어안는 광경을 태연히 보고 있을 만큼 초우는 담대하지 못하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아아, 상공! 어이해 소녀에게 이런 아픔을 주려 하시는 겁니까? 어찌하여…….' 급기야, 초우는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애써 애절령과 매우가 뒤엉킨 모습을 보지 않고자 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리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아……, 하아……." 매우는 소리를 삼키고자 했다. 하되, 지금 가녀린 살 속을 파고 들어오는 억센 사나이의 힘은 그녀의 입술을 절로 벌어지게 했다. 애절령은 육중한 힘으로 매우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매우의 얼굴은 고통과 쾌락으로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런 가운데, 매우는 애절령을 홀낏 올려다봤다. 다분히 원망의 눈초리였다. '아아, 어찌 주인님이 이리 냉정하고 야박해지셨단 말인가? 특히 초우 아가씨에 대해서는…….' 매우는 애절령의 눈빛이 다분히 흐려졌다 여겼다. 근래 들어 그녀는 애절령의 눈빛을 범인들의 눈빛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 '항상 신비롭게 반짝이던 눈빛이었거늘……, 그 총기 어리고 현명했던 눈빛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매우는 쾌락에 몸을 떨면서도 진심으로 애절령을 걱정했다. '아아! 어쩌면 저 분은 모든 무사들이 절정의 경지로 돌입하기 이전에 빠져든다는 대심마(大心魔)의 늪에 빠졌는지도…….' 그러나 매우는 모른다. 기실 애절령이 모든 것을 초월한 절정(絶頂)의 경지에 올라선 상태라는 것을……! 하기에 그가 비범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평범해져 버린 모습이라는 것을……! 비범 속의 평범이랄까? 하긴 그러한 경지에 도달한 자는 무림 역사를 통틀어 불과 몇 명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 경지를 어찌 매우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2 팔만사천마맹! 당금 강호무림에서 가장 거대한 마도세력. 현재 그들의 힘은 무림 사상 가장 막강한 세력이라는 전륜철왕부에 필적할 정도로 평가된다. 하되, 그들은 한 가지 큰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여러 마도 세력들이 하나 같이 자신들이 이익을 위해서만 뭉친 관계로 일사분란하게 단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팔만사천마맹은 아직 강호제일세로 인정받지 못했고, 아직 강호무림을 정복하지 못했다. 어쩌면 영원히 정복하지 못할지도……. 스으― 으―. 어둠이 음산하게 짙어 가는 복우산. 끝없이 늘어선 팔만사천마맹의 전각들이 짙은 야음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막 이경(二更)을 넘어설 무렵, 팔만사천마맹의 전각들 사이로 질풍처럼 치달려 가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다. 파파팟― 쐐애애애애액! 그들의 숫자는 도합 일백팔 인, 하나같이 전신에서 가공할 마기(魔氣)를 뿜어내는 자들이다. 그들은 가히 일당백과 같은 기세로 팔만사천마맹의 전각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일견 그들의 전신에서는 핏기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마치 강시( 屍)를 보는 듯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이랄까? 그들은 곧장 한 곳을 향해 다가들고 있었다. 다가서는 곳은 군마대전(群魔大殿). 군마대전이라면 바로 팔만사천마맹의 하늘이라 불리는 팔만사천마맹주 왕무군이 기거하는 장소가 아니던가. 달려가는 백팔 인의 선두. 한 명의 준수한 미사내가 앞장서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는 바로 팔만사천마맹의 총순찰 옥자강이었다. 옥자강의 얼굴에는 사악하고 득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ㅋㅋ……! 이제 만겁백팔혼(萬劫百八魂)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상 천하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우선은 허수아비에 불과한 왕무군과 그의 딸 왕조연의 가랑이를 벌리게 하는 게 급선무…….' 옥자강의 두 눈 속으로 무서운 살기가 떠오른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살기를 감출 이유가 없다. 그는 마음놓고 웃을 수 있을 만큼 막강해졌고 모든 힘을 얻었다. 이제는 마음에 따라 행하면 된다. 슈슈슈슈― 슉! 그의 뒤를 따르는 무시무시하고 가공한 모습의 백팔 인들, 일컬어 만겁백팔혼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옥자강은 얼마 전에 절륜철왕부의 지하무고 속으로 들어간 바가 있다. 그는 그곳에서 절륜철왕의 최고무공을 익힌 바 있고, 더불어 그곳에 갇혀 있던 백팔인의 절대마왕(絶代魔王)들의 잠을 깨워 데리고 나온 바 있다. 전대최고의 백팔마왕이 바로 그들이다. 만겁백팔혼은 무려 수십 년 동안 이를 갈면서 절대마공을 연마해 온 바 있고, 자신들을 세상으로 꺼내준 옥자강에게 충성을 맹세한 후 함께 동행하는 중이었다. 'ㅋㅋ……, 저들 둘의 능력이면 가히 나 옥자강을 상대할 만하다. 더욱이 저들은 육체만 살아 남은 반실혼인(半失魂人)에 불과할 뿐이고……, 저들은 이 세상에서 오직 나의 명령만 듣는다.' 옥자강은 보무도 당당하게 군마대전의 입구로 들어섰다. 순간 대전 입구를 지키던 마도의 무사들이 앞을 막아섰다. "멈추시오." "누군데 함부로 이 야심한 시각에 들어서는지……?" 무사들은 험악한 표정을 짓는다. 찰나 그들은 옥자강을 발견하고는 금방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어엇! 총순찰께서 이 야심한 시각에 어인 일이십니까?" 이미 옥자강은 팔만사천마맹의 최고실력자이다. 감히 누가 옥자강을 막아설 수 있겠는가. 옥자강은 느긋한 발걸음을 들이밀었다. "비켜라, 맹주에게 보고할 사항이 있다." 무사들은 잠시 머뭇거렸다. "맹주께서는 지금 소맹녀(小盟女)와 함께 중대사를 의논하고 계신지라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만……." 순간 옥자강의 눈썹이 미미하게 찡그려졌다. "건방진 놈!" 스― 으! 이어 그의 손이 빠르게 내밀어졌다. 그의 손에서 한 줄기 검붉은 기류(氣流)가 뿜어져 나왔고, 눈 깜박 사이에 막아선 무사들을 후려쳤다. 퍼억! 퍽……! 순간 보라! 그 기류에 격중된 무사들의 몸이 일시에 시뻘건 혈수(血水)로 화해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크아악!" "케엑!" 무사들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갔다. 그들이 쓰러져 내린 곳에는 형체도 없다. 군데군데 핏물이 질펀하게 고여 있을 뿐이었다. 실로 끔찍한 마공(魔功)이 옥자강의 손에서 펼쳐진 것이다. 이름하여 혈루혈수강(血淚血魔 ), 전륜철왕부에 들어갔다가 익힌 절대마공 중의 하나이다. 옥자강은 입술꼬리를 말며 천천히 걸음을 들이밀었다. "ㅋ, 어리석은 놈들! 머지않아 천하의 주인이 될 본좌의 앞을 가로막다니……." 옥자강은 곧장 군마대전 안으로 접어들었다. 3 군마대전 안. 꽈당! 옥자강은 망설임도 없이 거칠게 문을 열어 젖혔다. 넓은 군마대전의 안에는 두 명의 남녀가 마주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옥자강이 문을 열자 태사의에 앉아 있던 자가 가만히 눈살을 찌푸렸다. "자강! 무슨 짓이냐? 야심한 시각에 본좌를 찾아온 이유는……, 그리고 금방 밖에서 들려온 비명은……?" 태사의에 앉아 있는 자. 그는 바로 팔만사천마맹의 맹주 왕무군이었다. 왕무군의 앞에는 한 여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실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는 여인은, 바로 그의 딸 왕조연이었다. 지금 두 부녀(婦女)가 머리를 맞댄 채 무슨 일인가를 상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무군은 다분히 우직하고 단순한 자. 그래서 수시로 왕조연에게 맹내의 일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던가? 옥자강은 곧장 부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뚜벅! 뚜벅!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옥자강의 모습은 정녕 거만하다. 그는 왕무군 부녀쯤은 안중에도 없는 눈치였다. 옥자강을 바라보던 부녀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왕조연이 눈썰미를 모으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옥자강! 아무리 아버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처지라 하되, 이처럼 오만무도 하다니, 정녕 이제 너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왕무군의 얼굴에도 불쾌의 빛이 역력하다. 기실, 오늘의 옥자강이 있게 된 것은 오직 왕무군의 덕택이 아니겠는가. 아직껏 옥자강이 오늘처럼 무례한 적은 없었다. 왕무군은 노마두답게 애써 감정을 감추며 물었다. "자강,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 모양이군." "크크,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요. 천하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거늘……." "천… 천하의 주인이 바뀌다니……." 옥자강은 더 다가들며 웃었다. "후후, 드디어 팔만사천마맹이 천하를 향해 진격하기로 명령을 내렸소." "본좌가 내리지도 않은 명령을 누가……?" 왕무군은 다분히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옥자강의 얼굴에는 더욱 사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건 사악하되, 또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 명령은 내가 내렸소. 그전에 우선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당신을 제거하고 팔만사천마맹을 접수하는 일이오." "뭣이?" 그 순간이다. 옥자강의 두 손은 놀라서 일어나려는 왕무군을 향해 눈부시게 뻗어 갔다. 슈가가각! 순간 옥자강의 열 손가락 끝에서 눈부신 혈색(血色)의 지류(指流)가 뿜어져 나왔다. 눈이 아리도록 새빨간 열 가닥의 지강(指 )을 바라보던 왕무군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경악의 물결이 피어났다. "헉! 그 그것은 바로 절륜철왕부의 마공절학인 혈전홍예지(血戰紅霓指)거늘……." 일대의 대마두답게, 왕무군은 순식간에 옥자강의 손에서 펼쳐진 수법을 알아봤다. 혈전홍예지! 옥자강이 전륜철왕부에 들어가 익힌 바 있는 절대마공. 가히 두 자 두께의 철이라도 단숨에 관통시킨다는 무서운 위력을 지니고 있는 마도 최고의 지강이다. 슉― 슉! "으으, 네놈이 그것을 익히다니……." 왕무군은 혈색지강을 피해 혼신의 힘으로 몸을 뽑아올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빨리 혈전홍예지가 그의 사지를 관통시켰다. 퍽!퍼퍼퍽―! 그의 사지에서 순식간에 시뻘건 핏물이 솟구쳐 올랐다. "크억!" 날아 오르던 왕무군의 몸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왕무군을 단 일초만에 사지가 관통당해 제압당했다. 그 옥자강의 무공은 가히 가공스러운 것이며, 진정한 옥자강의 무공이었다. 왕무군은 분노와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커억! 네… 네놈이……?" 왕무군의 눈에는 불신의 빛이 가득했다. 어떻게 자신이 단 일초도 견디지 못하고 당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는 옥자강이란 인간을 철저하게 잘못 보았다는 뜻이 아니던가. 왕무군이 쓰러진 순간, "언제인가 네 놈이 그럴 줄 알았다. 악마 같은 자……!" 찢어지는 듯한 여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위이이잉! 이어 옆에 있던 왕조연의 두 손이 눈부신 속도로 옥자강을 향해 뿌려졌다. 가히 산악이라도 부술 듯한 강맹한 장세가 뿜어졌다. 비록 주화입마를 당한 상태이기는 해도 왕조연의 일신무학은 초절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지닌 일신의 무공은 왕무군에 필적했다. 그러나 옥자강은 히죽 웃을 뿐이다. "크크……." 그는 웃는 가운데 손을 슬며시 휘저었고, 간단하게 그녀의 마혈을 제압해 버렸다. "으윽……." 왕조연은 다시 의자에 파묻히고 말았다. 왕무군이 일초를 넘기지 못했거늘, 다리를 쓰지 못하는 왕조연이 어찌 옥자강을 당해낼 수 있으랴! 왕조연은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독기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옥자강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빠드득……! 언제인가 네 놈이 배신을 할 줄 알았다. 그래서 네놈을 오래 전부터 제거하자고 아버님에게 말씀 드렸거늘……." 옥자강은 천천히 왕조연에게 다가갔다. 그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흐흐……,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왕조연,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만하고 도도한 네 년의 가랑이를 벌리게 만들 오늘을……." 아름다운 왕조연의 얼굴이 파랗게 물들었다. 다가드는 옥자강의 얼굴에 떠오르는 음산하고 탐욕적인 미소를 본 것이다. "악마! 어찌하려고……, 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다. 옥자강의 손은 거칠게 왕조연의 옷자락을 낚아챘다. 찌이이익! 순간 그녀가 걸쳤던 백의자락이 종이조각처럼 힘없이 찢겨져 나갔다. 찰나 눈부신 왕조연의 어깨부위가 야광주의 불빛 아래 드러나고 말았다. 옥자강의 입에서는 야릇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 왕조연, 네 년이 아무리 도도한 척하되 역시 계집에 불과하다. 계집이란 결국 사내에게 무릎을 꿇게 마련……. 네년에게 고통과 수모가 무엇이란 것을 가르쳐 주겠다. 크하하핫! 나 옥자강을 무시하고 능멸해 왔던 네년에게, 오늘 치욕이 무엇인지 확실히 가르쳐 주겠단 말이다." 옥자강의 손은 거칠어졌다. 쫘아악! 쫘― 악! 그의 손은 무자비하도록 거칠게 왕조연의 옷을 전부 찢어 내렸다. 순식간에 그녀는 전라(全裸)의 몸이 되고 말았다. 순간 출렁하며 두 개의 가슴이 드러났다. 불구의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만하고 탐스런 가슴, 마혈이 집힌 탓에 그녀는 드러난 가슴을 가리지도 못했다. 박속처럼 윤기 있고 하얀 두 개의 수밀도 위에서, 두 개의 유실이 분노로 인해서인지 꼿꼿이 일어서고 있었다. 그 가슴은 손으로 움켜쥘 수 없을 만큼 풍만해 보였다. 콰악! 옥자강은 대뜸 왕조연의 한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악!" 찰나 가슴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에 왕조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옥자강은 그 가슴을 있는 힘껏 주물렀다. 금방 하얀 가슴이 시뻘건 장인(掌印)이 찍혀 났다. 왕조연의 입에서 수치와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악마! 나를 건드리지 마라!" 그러나 왕조연의 앙칼진 외침은 옥자강의 잔인한 정복욕에 더욱 부채질을 해줄 뿐이다. "ㅋㅋ, 앙탈부리지 마라. 나 옥자강은 앙탈 부리는 계집은 더욱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다루는 습성이 있지. 다치고 싶지 않거든 고분고분한 것이 좋아." 이어 옥자강은 세차게 왕조연을 낚아챘다. 왕조연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이어 옥자강은 오직 하나 남은 고의자락마저 뜯어냈다. 투툭―. 이제 왕조연은 완전한 전라로 화하고 말았다. 그녀는 불구이기는 하되 눈부신 팔등신의 미녀였다. 들어올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허리는 한줌도 되지 않을 세류요였고, 다리는 상아를 깎아 만든 듯 길게 뻗었다. 풍만한 둔부에다 햇빛을 보지 않은 것처럼 하얀 피부……. 피부는 얼마나 하ㅇ는지 차라리 실핏줄이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뿐이랴, 두 다리 사이의 비밀스러운 삼각지! 그곳에는 울울한 봄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상태였다. 옥자강은 더욱 징그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크흐흐,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비록 병신이기는 하지만 제법 쓸만한 몸매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이어 옥자강은 손을 왕조연의 허리를 부등켜안았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옥자강의 손에 움직여져야 했다. 잠시 후, 그녀는 옥자강의 앞에 무릎 꿇고 개처럼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그녀의 풍만한 둔부가 허공으로 쳐들린 채 옥자강의 눈앞에 활짝 개방되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둔부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이어 그 둔부 사이에서 단숨에 비밀이 드러나고 마는 여인의 신비계곡. 모든 것은 활짝 개방되고 말았다. 한 번도 사내의 손이 닿지 않은 마화(魔花). 은은한 연분홍의 비밀지가 꽃잎을 드러내며 쳐들려졌다. 그 모습은 너무도 자극적이고 이상야릇한 자세였다. 또한 정녕 기묘한 자세, 그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자세였다. 사내의 눈앞에서 둔부를 쳐들고 엎드리게 되다니……. 언제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해보았던 왕조연이었던가. "이… 이 죽일 놈! 네놈이 감히……." 너무도 화가 난 그녀는 그만 혼절할 지경이었다. 이때, 옥자강은 왕조연의 뒤쪽으로부터 다가섰다. 왕조연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악적! 감히 날 어찌하려고……." "크크……, 설마 널 어찌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뜻은 아니겠지." 그는 하체를 서서히 왕조연의 둔부 쪽으로 가져갔다.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던 왕무군의 눈에도 이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분노의 외침을 질렀다. "자강! 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게냐? 멈춰라!" 옥자강이 홀낏 왕무군을 돌아보았다. "훗훗, 당신은 이미 딸을 내게 주었소. 단지 당신 딸이 너무 도도하였기에 미처 속살맛을 보지 못했을 뿐……, 지금 당신의 뜻에 따라 사내의 맛을 가르쳐 줄까 하오." "으으……, 잔… 잔인한 놈……." 왕무군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는 지금 사지를 전혀 쓰지 못하는 몸이 아닌가. 옥자강은 천천히 한 손을 통겼다. "그래도 당신은 팔만사천마맹의 맹주, 신분을 고려하여 딸이 벌거벗고 몸부림치는 모습만은 보여주지 않도록 배려하겠소." 왕무군은 돌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옥자강이 지풍을 날려 왕무군의 눈이 보이지 않게 혈도를 집힌 것이다. 연후, 그는 하의자락을 대뜸 벗어 내렸다. 그는 하의만 벗은 다음 왕조연의 둔부 쪽으로 더 다가섰다. 왕조연은 숨이 박힐 듯한 분노를 느끼며 전신을 경련했다. 그런 가운데, 문득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이미 화가 날 대로 화가 난 옥자강의 거대한 상징……! "아아……." 그녀는 절망의 탄식을 터뜨렸다. "크크……, 진작 고분고분했으면 이런 대접까지는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네년은 너무 건방졌단 말이야……." 옥자강은 왕조연의 둔부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엉덩잇살이 떨어져 나가는 듯 아파 왔다. 이어 옥자강은 곧장 자신의 하반신을 들이밀었다. 살갗이 사내의 몸이 밀착되는 감촉에 왕조연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다. 옥자강의 한 손을 왕조연의 둔부 안쪽으로 미끄러뜨렸다. '아…….' 왕조연은 뱀이 몸을 파고드는 착각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우악스런 손가락이 그녀의 가장 중요한 비소를 단숨에 파고들었고, 그 손가락이 여인 속살을 유린하고 있었다. 나머지 한 손은 손을 뻗어 가슴을 움켜쥔다. 가슴이 떨어져 나갈 듯한 아픔이었다. 옥자강의 손은 무자비하게 왕조연의 계곡을 누볐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의 하체를 왕조연의 둔부 쪽으로 세차게 밀어붙였다. 턱! 무언가?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진격해 오고 있었다. "아……." 둔탁한 통증과 함께 왕조연은 입을 크게 벌렸다. 거대한 그 무언가가, 왕조연을 몸 속으로 진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진격은 쉽지 않았다. 그것은 왕조연이 한 번도 사내를 받아들이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자강은 무자비했다. 터― 억! 어느 순간 잔인한 미소와 함께 그는 세차게 하반신을 부딪쳐 왔다. "아― 악!" 찰나 왕조연의 입술을 비집고 처절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여인의 성(城)이 일시에 무너지고 있었다. 몸 속 깊은 곳으로, 여인의 가장 여린 그곳으로 거대한 불칼 하나가 무자비하게 밀려 들어왔다. 아니 꿰뚫어 왔다. 왕조연의 두 눈은 있는 대로 부릅뜨여졌다. 사내의 몸은 여인의 꽃잎을 짓이기며, 가장 깊은 곳으로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한 번도 사내를 맞아들인바 없던 여인. 하기에 파과(破瓜)의 고통이다. 하지만 그것은 파괴의 고통이기도 하다. 옥자강은 무자비하게 왕조연의 몸을 파괴했다. 턱― 터터턱! 그는 이제 쉴 사이 없이 자신의 몸을 왕조연의 몸으로 거듭 밀어붙였다. 그때마다 전신이 아예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왕조연의 의식은 그만 희미해져 버리고 말았다. "아……." 어느 순간, 왕조연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러나 옥자강은 무너지려는 왕조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두 손으로 왕조연의 허리춤을 부여안았고, 거듭 몸을 밀어붙여 그녀를 유린했다. 여인을 강제로 짓밟는 잔인한 쾌감. 잔혹한 사내일수록 잔혹하게 여인을 정복하려 한다던가? 그리고 더욱 쾌감을 느낀다던가? 흡사 천하를 정복한 것 같은 잔혹한 미소가 옥자강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크크……." 어느 덧 왕조연의 하체부위는 시뻘건 피로 얼룩지게 되었다. 그래도 옥자강은 몸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순간, 옥자강은 몸을 밀어붙이다 말고 한 여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계집, 날 처음으로 무시했던 계집……. 화정영, 그 년 역시 머지않아 왕조연과 마찬가지로 만들어 주리라!' 화정영! 바로 천축 철접세가라로 알려진 유화밀가의 가주가 아니던가. 왕조연을 잔인하게 강간하며, 옥자강은 화정영을 떠올렸다. 그리고 얼마 후, 옥자강의 전신이 무서운 진동을 일으켰다. 그것은 쾌락의 끝, 대폭발이었다. 그는 마지막 한 방울의 쾌락까지 전부 왕조연의 몸 속에 쥐어짜 냈다. 이윽고 그는 서서히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몸을 왕조연에게 밀착시킨 상태였다. 절정의 쾌락을 오래 간직하려는 것인가? 문득, 그는 밖을 향해 싸늘한 외침을 내질렀다. "만겁백팔혼……!" 순간 대전 밖에서 백여 명이 동시에 대답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하명하소서, 전륜철왕이시여!" 그것은 일백팔 인의 절대마왕들, 만겁백팔혼이 내지르는 괴음이었다. 옥자강은 거듭 포악하게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부터 천하정복을 단행한다. 목표는 황산의 비래관……! 그곳으로 가서 천하제일인 뇌정륭의 목을 딴다." 천하제일의 야망아 옥자강. 그는 왕조연을 능욕하며 천하정복의 일갈을 내지르고 있었다. "크크! 그리고 나머지 일부는 철접세가의 후예 화정영을 사로잡아 오라. 절대로 그녀를 다치지 않게 해서는 아니 될 것이되, 이 두 가지의 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행되어야 한다." 명이 떨어지는 순간이다. "존명!" "지존의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일백팔개의 그림자가 눈부신 속도로 군마대전의 주위로부터 치솟아 올랐다. 쐐애애애액! 혈겁과 풍운을 안고 사라져 가는 일백팔인의 악마(惡魔)들. 그들의 모습은 찰나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옥자강. 그는 그제서야 왕조연에게 몸을 빼며 사악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난 이제 천하의 지존(至尊)이다. 크하하하핫!" 그의 사악한 웃음이 대전을 쩌렁하게 울릴 때, 한 여인의 육체가 바닥에 널브러지고 있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