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나라에 미군이 주둔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아픈 현실이다.
전쟁이 끝난지 70년이 지나가는데 우리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지만 전쟁 직후 세대이기에
그 시절 고달픔 삶과 빈곤한 생활상과 사회를 눈 앞에 보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작가가 유년 시절 보고 느낀 일상을
다큐처럼 진행하고 있다.
줄집, 양공주, 기부미어 초콜릿, 꿀꿀이죽 등,
지금의 아이들은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말들이겠지만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 온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생생하게 소환되는 기억이다.
유년시절, 나는 약수동 외갓댁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미군부대에서 미제 물건을 받아 남대문 시장 등에
파는 일이었다. 당시로서는 수입이 꽤 많은 직업이다.
덕분에 나는 유치원도 다니고 바나나도 먹고 초콜릿과 장난감을
원없이 가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님 친구 댁을 가게 되었는데
나무 한 포기 없는 동네 끝자락이었다.
그곳에 바로 줄집들이 있었다. 화장실 앞에 사람들이 나란히 서 있고 신문지를 색종이 크기 만큼 오려서 못에 박아 걸어두고 화장지로 쓰고 있었다.
그뿐인가 1호 2호집 벽 천정 아래를 사각으로 뚫어서 1호 2호가
함께 알전구 전등을 쓰고 있었다.
두 집이 취침시간은 똑같아야 함은 물론이고
펌프도 없는 곳이라 공동 수도까지 내려가 남자 어른이나 힘 좋은 아이들이 물지게를 지고 올라오는 풍경이었다.
지금의 난민촌보다 더 열악해보이는 아픈 삶들이었지만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말소리가 낭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디를 보나 그런 모습들이 앞 뒤로 꽉 찬 60년대 현실이었다.
간혹 잘사는 사람들은 지금이나 그때나 다를 바 없이,
테레비에 자가용에 집안 도우미 (당시 식모라고 불리던) 어린 소녀들이 하인처럼 부리고 있었고,
지금의 아이들은
이해도 못 하고 관심조차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런 삶이 있었다는 것을,
그것이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부모님들의 삶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역사이니까.
작가의 일기장에 고스란히 닮겨 있던 유년의 풍경들이
이제는 오늘의 아이들에게
돌아보는 역사이기를,
<오빠는 하우스보이>/안선모/이오앤북스>
주인공 선기는 미군 기지인 애스컴 인근 마을에서 산다. 호기심 많은 선기는 1호부터 10호까지 이어진 줄집마을에 살면서 이웃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공동 수도와 공동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1호부터 10호까지의 줄집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1호집 아저씨부터, 5호집 양공주 예분언니, 꿀꿀이죽을 파는 8호집 돼지댁, 노름꾼 아버지를 둔 9호집 은자 언니까지 줄집마을 한집 한집에는 추억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선기의 작은오빠 웅기는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하우스보이가 되고자 한다. 선기가 바라보는 가족과 이웃의 모습은 어떠할까? 과연 웅기는 하우스보이가 되어 자신이 원하던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까?
첫댓글 저는 60년대 중반에 태어나서인지
선생님 글에 나온 이야기가 45년 광복 후 이야기인가 했어요 ^^;;;;;;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가요?
마지막에 1969년이라고 해서 놀랐답니다
아마도 도시와 시골이 차이가 많은 듯해요.
시골은 그래도 먹고사는 문제는 조금 나았지 않았나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