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르고 정확한 응급처치, 목숨을 구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응급의료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응급실에서 오후 근무를 하고 있는데 건장한 체격의 선수들이 환자를 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인근 야구장에서 끄러져 다른 병원에 들렀다가 서울아산병원에 왔다고 했다.
장담할 수은 없다.
당황한 나머지 정확한 처치를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시간이 꽤 흘러 경험이 많이 쌓인 지금이라면 또 모를까.
요즘은 심폐소생술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목격자에 의해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이 제공되어 쓰러진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에도 버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하고 119에 연락해 병원에 옮겨 목숨을 구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은 현장에서 얼마만큼 빨리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뇌에 손상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정상적으로 살아나게 할 수도 있다.
◈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의 중요성
2014년 현황에 의하면 우리나라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4.8%이고, 일반인에 의한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2.1%로 2012년의 생존율 4.4% 시행률 6.5%보다 향상됐다.
심정지의 발생은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심정지 환자의 발생 장소는 가정에서 60%, 공공장소에서 20% 등으로 대부분 가정에서 발생한다.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은 뇌 손상을 지연시키는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심박동을 즉시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심장이 자발적으로 뛰도록 회복시키려면 심정지 초기에 심장의 떨림을 없애주는 전기충격, 즉 제세동을 해야 한다.
제세동이 지연되면 생존율은 1분에 7~10%씩 감소하며, 심정지 발생 후 1분 이내에 제세동이 이루어졌을 때의 생존율은 90%까지로 보고됐다.
◈ 정확한 심폐소생술 방법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거나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경우, 반응이 없다고 판단되면 심정지 상황이라고 생각 하고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런 뒤 주변 사람에게 자동 심장충격기(자동 제세동기, AED)를 가져오도록 해서 빠른 제세동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목격자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가슴 압박의 위치는 가슴뼈 아래쪽 절반 부분에 구조자의 양손을 포개어 손굽처럼 만들어 놓고 어깨와 팔꿈치, 손목이 일직선이 되게 한 뒤 체중을 실어 가슴 압박을 시작한다.
압박할 때 깊이는 5~6cm에 속도는 1분당 100~120회를 유지하면서 119나 의료인이 올 때까지, 아니면 쓰러진 사람이 깨어날 때까지 계속 압박을 시행한다.
누군가 교대해줄 사람이 있다면 2분마다 교대로 압박해서 구조자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슴 압박을 할 때는 충분히 이완되도록 압박과 이완을 50:50으로 해야 한다.
◈ 자동 심장충격기 사용법
갑자기 발생한 심정지의 대부분은 부정맥, 즉 심장이 떨림만 있고 피를 충분히 내보내재 못하는 심실 세동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치료는 전기적 제세동이다.
누군가가 자동 심장충격기를 가져오면 한 명은 계속 가슴 압박을 하고, 두 번째 구조자는 제세동기를 켜서 두 개의 패드를 하나는 우측 쇄골 바로 아래에, 다른 하나는 좌측 유두 바깥쪽 아래의 겨드랑이 중앙선에 잘 부착한다(각 패드의 표면에 부착할 위치가 어디인지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으므로 참고한다).
곧바로 제세동기에서 심장 리듬을 분석한다는 안내가 나오면 압박을 멈추고 잘 듣는다.
제세동기에서 '제세동이 필요합니다. 충전 중' 이라는 안내가 나오면 다시 압박을 시작하고, '쇼크(제세동) 단추를 누르세요' 라는 안내가 나오면 감전의 우려가 있으므로 쓰러진 사람에게서 모두 떨어져 있는지 확인한 후 곧바로 쇼크 단추를 누른 다음 즉시 가슴 압박을 시작하면 된다.
전원을 그대로 켜두고 2분이 지나면 다시 심장 리듬을 분석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계속 2분 간격으로 가슴 압박과 제세동기 분석, 필요시 제세동을 반복하면서 119가 올때까지, 아니면 쓰러진 사람이 깨어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한다.
만약 제세동기에서 '제세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경우 심폐소생술을 하세요' 라는 안내가 나오더라도 환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앞서 말했득 심정지 상황은 가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런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119 구급대원이 얼마나 빨리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심폐소생술과 자동 심장충격기 사용은 주기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리 의료인이라고 해도 연습과 훈련을 하지 않으면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응급처치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건강한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정맥 발생 확률이 50~60% 정도 된다고 한다.
주위에 있는 지인들에게 심폐소생술 훈련을 받도록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협회 홉페이지(http://www.kacpr.org/) 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시뮬레이션센터, 어떤 곳인가?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2002년 아카데미운영팀 소속으로 탄생했다가 2009년에 하나의 조직으로 분리돼 나왔다.
2012년에는 272평의 교육장을 만들면서 지금의 시뮬레이션센터 모습을 갖췄다.
연간 교육생은 임상에 필요한 의료 술기 교육생을 포함해서 약 1만3천여 명이다.
최근 10년 동안 총 교육 인원은 13만여 명이며, 그중 외부인은 8% 가량이다.
현재 국내외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이나 시술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이 활성화 되고 있다.
또한 환자에게 시술하기 전에 '술기 인능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뮬레이션센터는 의료인의 전문 술기 역량향상을 위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시뮬레이션의 직원은 소장과 팀장을 제외하고 9명이다.
직원들은 교육기획 및 시뮬레이션 교육자 역할 등에서 국내 최상위권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최고의 기본심페소생술·고급심폐소생술 전문기관표창과 전문강사 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오윤희 /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