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 발전의 원리/펌

[김형진]

수력 발전의 원리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경쟁에서 이기고 올라가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합격점이 높은 대학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월급이 많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권하며 가능한 한 높은 지위에 오를 것을 강조한다. 물론 정당한 경쟁을 통해서 높이 올라가는 것은 그 자체로 권장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올라가는 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정당하게 올라간 위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역시 올라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높이 올라간 후에 그 권한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 어려서부터 경쟁하여 올라가는 법만을 배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본성과 결합하여 자신이 가진 힘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우리는 높이 올라간 사람들 중에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뉴스를 보면, 힘을 가진 사람들이 선행을 해서 따뜻한 기사를 제공하는 경우보다는, 비리를 저지르거나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일들이 훨씬 더 많이 소개된다. 예를 들어, 국민이 부여한 힘을 당리당략에만 사용하는 정치인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라고 힘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자신의 개인적 권한인 양 오해를 하는 높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또한, 수천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아끼려 하거나, 자신이 소유한 주식이 손해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한 재산이 있으면 세금도 낼만큼 내고, 좋은 일에 돈을 쓸 궁리를 할만도 한데 그들은 평생 먹고 살 걱정을 안 해도 될 위치에 있으면서 이기적인 마음을 다스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여유를 가진 사람의 행태가 그러하니 여유를 덜 가진 사람들의 삶이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수력 발전의 원리는 간단히 말해서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발생하는 힘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물이 떨어질 때 생기는 위치에너지는 전기라는 유용한 결과물을 생산한다. 중요한 것은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다. 올라가서 그 위치에너지를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을, 재산을 가진 사람은 그 재산을, 명예를 가진 사람은 그 명예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힘을 가져다준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지닌 위치에너지를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서 발휘할 때 선한 영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올라가는 것은 위치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함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며 우리 사회가 살만한 사회, 성숙한 사회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글쓴이 / 김도식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